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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Author: 임공
유건의 품에 기대어 있자, 시연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불안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두려움은 한결 덜해진 듯했다.

그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건에게는 묘한 힘이 있다는 것을.

고유건이라는 남자에겐... 강인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시연은 유건을 살짝 밀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살짝 쉬어 있었다.

“당신...”

“일어나요.”

“조금만 더...”

유건은 오랜만에 안아본 시연의 온기가 좋았다. 이렇게 잠시 안은 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당신...”

시연은 귀찮다는 듯이 유건을 힘껏 밀쳐냈다.

“물 식었어요!”

“어?”

유건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시연을 놓고는 다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는 옆에 준비해 둔 수건을 집어 들고 시연의 발을 감싸며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 내가 깜빡했어.”

유건은 부드럽게 시연을 달래며 말했다.

“화내지 마. 다음엔 꼭 신경 쓸게.”

하지만 시연은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무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을 정성껏 닦아냈고, 갑자기 발등에 입을 맞췄다.

“유건 씨!”

시연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혹시... 발에 집착하는 취향이라도 있는 거예요?”

“응?”

유건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그거 좋은 아이디어인데?”

시연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본능적으로 발로 유건을 툭 찼다.

“그만해요!”

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 어느덧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연은 유건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졸려요.”

“아...”

유건은 살짝 입꼬리를 당기며 씁쓸하게 말했다.

“나... 아직은 여기서 자고 갈 자격이 없는 거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시연은 유건을 슬쩍 올려다보며 되물었다.

‘도대체 어느 남자가 첫날부터 여자 집에 눌러앉을 생각을 하지?’

“고유건 씨,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로 보여요?”

“당연히 아니지.”

유건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고개를 끄덕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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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40화

    시연은 그제야 유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깁스했네요? 어휴, 그래도 얼굴이 받쳐주니까... 깁스해도 잘생긴 건 여전하네요?”시연의 웃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유건의 눈엔 ‘아무렇지 않은 척’으로 보일 뿐이었다.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다 잊은 척 연기하는 거야?’유건은 뭔가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에 물었다.“얼마나 아픈지는 안 물어봐?”“아... 맞네요.”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아파요?”조심스럽게 유건의 팔을 들여다보며, 손끝으로 깁스 테두리를 살짝 짚었다.“다행이네요. 수술 안 하고도 맞춰져서... 만약 절개해서 고정했으면, 나중에 비 올 때마다 욱신거렸을 텐데...”그 말은 분명, 마음을 다해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손길도, 시선도... 전부 진심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유건의 가슴은 자꾸만 허전했다.‘왜 이리 공허하지... 왜 자꾸... 불안하지.’“여보, 정말 화 안 났어?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야?”시연은 대답 대신,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기억났어요... 당신, 예전에도 장소미 때문에 다친 적 있었잖아요?” “여보...”유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엔... 다른 데를 다치도록 해요. 맨날 그 팔만 다치면 나중에 못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요.”그러고는 손바닥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곤해요. 조금 누워야겠어요.”“여보!”유건은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시연은 그 손을 피했다.“날 왜 잡아요?”말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정확했다.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그 순간, 유건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화 안 났다고? 거짓말이잖아.’“날 안아주지도 않으려고? 여보, 아까는... 진짜 위험했어. 내가 한 일은, 그저 사람을...”“알아요. 나도 알아요.”시연은 차분히 끊어 말했다.“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렇게까지 목숨 걸 수 있었을까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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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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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7화

    “안 돼.”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괜찮아요.”그런데, 소미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소미 씨?”유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너무 위험해. 설대강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그럼 어떡해요?”소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반문했다.“당신도 그랬잖아요. 설대강은 그냥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하지만...”“‘하지만’이라는 건 없어요.”소미의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가엔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유건 씨, 저 사람 손에 우리 엄마가 있어요. 날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예요. 위험해도... 내가 나서야 해요.”‘그래, 자식이라면... 결국 그럴 수밖에 없겠지.’유건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고, 지한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아 소미에게 넘겼다.“너무 가까이 가진 마.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뒤로 물러나.”“네.”소미는 살짝 웃었다.유건이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게,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했다.가방을 받아 들자, 유건이 다시 물었다.“무겁지 않아? 괜찮아?”소미의 왼쪽 팔은 얼마 전까지 심하게 다쳤던 쪽이었다.“괜찮아요.”소미는 오른손으로 가방을 들며 말했다.“이쪽은 멀쩡하니까.”“그래, 조심해서 다녀와.”유건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놓았다.소미가 가방을 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제발... 무사히 돌아와.’소미는 조심스럽게,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철제 난간에 묶여 있는 엄마를 한 번 바라보았다.“돈, 여기 있어.”“열어봐! 확인 좀 하자.”설대강의 눈빛엔 노골적인 탐욕이 번뜩였다.“좋아.”소미는 몸을 낮춰, 조심히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현금 뭉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 정도면 됐지? 일일이 다 세어봐야겠어?”“아니, 됐어!”설대강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닫아! 얼른 닫아!”소미는 지시에 따라 가방을 덮었다.“이리 와. 가까이 와서 줘.”소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조금씩 다가갔다.“소미야...”설대강은 그녀의 얼굴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6화

    시연은 단호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나 안 데려갈 거면... 당신도 가지 마요.”‘이기적인 말인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무섭고 싫어.’유건은 난감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좋아, 하지만 약속해.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아기는 다치면 안 돼.”“네, 약속할게요.”유건과 시연은 차에 올라탄 후, 소미가 보낸 주소로 향했다.도착한 곳은 근교의 폐건물, 건축이 중단된 채 오래도록 방치된 건물이었다.차가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먼저 도착한 소미가 차에서 내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 소미는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사실 소미의 다리 멀쩡했고, 치료도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 상태였다.그리고 화상 부위도 많이 호전되었다.차가 멈추자, 유건은 몸을 숙여 시연을 안아 올렸다.“여기서 기다려. 설대강은 돈만 원해. 금방 끝내고 내려올게.”“네.”“그래.”유건은 시연의 손을 조심히 놓고, 차에서 내렸다.“유건 씨!”소미가 바로 뛰어왔는데, 유건의 뒤쪽을 힐끔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시연이도 같이 왔네요?”“응.”유건은 감출 생각도 없었다.“분만실 둘러보다가 같이 왔어.” 그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몇 층이야?”“7층이요.”유건은 고개를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주지한, 정민환, GP그룹의 보안팀까지 모두 준비 완료.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자.”일행은 건물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7층에 도착하기도 전, 위층에서 고성이 들려왔다.“설대강! 이 개XX야! 내가 너 먹여 살리고 입혀 줬더니, 날 이렇게 버려?! 나 이제 막 유산했어! 네 애였잖아! 날 죽일 셈이야?!”“지랄 떨지 마.”설대강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애 얘긴 꺼내지도 마. 그 애X끼 네가 없앤 거잖아.”‘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놈이야.’“우리 집은 몇 대를 잇는 동안 남자애 하나만 낳던 집안이야. 그런데 너는, 몰래 딸을 낳아 기른 걸로도 모자라, 임신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35화

    유건은 순간 굳어졌다.‘휴게실... 발코니?’‘시연이가 말하는 게... 발코니에 놓여있던 그 나비난일까?’ “여보.”유건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시연의 손을 급히 붙잡았다.“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지금 당장 치울게...”“치운다고요?”드디어 시연이 고개를 들었다. 입꼬리에 떠오른 건, 웃음이 아닌 조롱이었다.“치워서 뭐 하게요? 병원에 갖다주려고요? 장소미한테? 본가에 뒀던 그 화분들처럼?”상처는, 말을 안 꺼낸다고 없던 게 되는 게 아니었다.덮어뒀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라, 그저 어디에 묻혀 있다가... 결국, 밟으면 터지게 되는 것이었다.지금의 시연이 바로 그런 마음이었다.“여보...”유건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왜 그렇게 긴장해요?”시연은 도리어 담담하게 웃었다.“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그리고 잠시 후, 시연의 말투가 바뀌었다.“혹시... 치워야 하는 게, 화분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여보!”유건의 목소리에 단번에 날이 섰다.“그딴소리는 하지 마! 어젯밤 일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너도 봤잖아. 그 상황에서 장소미가 기댈 곳은 나밖에 없었다고.” “맞아요. 알아요.”“알면 그런 말 하지 마.”유건은 찡그린 이마를 펴지 못한 채, 억지로 목소리를 낮춰 달래듯 말했다.“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시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숟가락을 들어 조용히 밥을 떠먹었다.그러나 곧,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오늘 밤은... 내 집에서 자고 싶어요.”유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어. 지금은 억지로 붙잡는 것도 의미 없겠지.’“그래, 밥 다 먹으면 데려다줄게.”...다음 날은 주말이었고, 유건이 오랜만에 맞이한 휴일이었다.시연과 유건은 알람 없이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뒤 함께 외출했다.오늘은 시연이 출산할 병실을 미리 둘러보는 날이었다.유건은 미리 예약해 둔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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