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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作者: 루루
그날 밤, 한도희는 항공권 앱을 열어 세원시에서 홀리벤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검색했다.

결제를 마치자마자 권유찬이 정채윤과 함께 한도희를 찾아왔다.

“도희야,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나 채윤이랑 사귀게 되었어. 너한테 가장 먼저 얘기하는 거야. 어때? 나 의리 있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을 본 한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히 대답했다.

“축하해.”

정채윤은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쑥스러운 듯 웃었다.

“축하해줘서 고마워. 유찬 오빠 어머니한테서 들었어. 심하게 다쳤다면서? 몸은 좀 괜찮아? 전복죽을 가져왔는데 조금이라도 먹어볼래?”

정채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권유찬에게 얼른 죽을 건네라고 했다.

권유찬이 군말 없이 정채윤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한도희는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챙겨줘서 고마워. 마음만 받을게.”

그 말에 권유찬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권유찬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한도희를 바라봤다.

“이건 채윤이가 직접 만든 전복죽이야. 사실 너한테 주기 아까웠는데 채윤이가 너를 너무 걱정하길래 마지못해 한 그릇 가져온 거야. 그런데 왜 사람 호의를 무시해?”

권유찬은 그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한도희의 손에 죽을 쥐여주며 빨리 먹으라고 강요했다.

한도희가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권유찬이 손목을 힘주어 틀어쥐었다.

그러다 실랑이 끝에 그릇이 떨어지며 뜨거운 죽이 한도희의 상처 위로 쏟아졌다.

“꺅!”

엄청난 통증 때문에 한도희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면서 안색이 창백해졌고, 얼굴은 통증 때문에 잔뜩 찌푸려졌다.

정채윤은 깜짝 놀라며 미안한 표정으로 티슈를 뽑아 닦아주려고 했다.

그러나 권유찬은 정채윤이 화상을 입을까 봐 황급히 정채윤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채윤아,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도희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튼튼했어. 별로 안 다쳤을 테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티슈를 쥔 한도희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다음 순간 한서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한서훈은 한도희의 상처 부위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걸 보고 식겁해서 다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조혜민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전복죽을 치우며 정채윤에게 설명했다.

“채윤아, 도희는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서 전복죽을 먹으면 안 돼. 그래도 챙겨줘서 고마워.”

권유찬은 당황한 건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말을 안 했어?”

한도희는 피로 붉게 물든 붕대를 바라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예전에 권유찬은 한도희에게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도, 뭘 먹지 않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 밥을 먹을 때면 꼭 직원에게 해산물을 빼달라고, 파와 고수를 넣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정채윤과 사귀게 된 이후로는 정채윤만 신경 써서 그런 사소한 일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사람의 마음은 크지 않아 오직 한 사람만 마음에 담을 수 있었는데 권유찬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정채윤뿐인 듯했다.

한도희는 오랫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한참 뒤에야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나한테 설명할 기회를 안 줬잖아.”

병실 안이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정채윤은 미안한 마음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권유찬은 그런 정채윤이 안쓰러웠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채윤을 데리고 떠났다.

그 일로 상처가 덧나는 바람에 한도희는 3일이나 더 입원해야 했다.

이민 날짜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한씨 가문 사람들은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도희 부모님은 도저히 틈을 낼 수 없어서 선물을 가득 준비한 뒤 한도희에게 권씨 가문에 선물을 주고 오라고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권재필과 서연정이 한도희에게 연신 사과했다.

“도희야, 정말 미안해. 너랑 유찬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데, 교통사고가 나서 위급한 상황에 유찬이는 채윤이만 신경 쓰고 너는 돌보지 않았다면서? 그 탓에 네가 심하게 다친 거잖아. 정말 미안해. 우리가 잘 타이를게. 그리고 유찬이한테 꼭 사과하라고 할게.”

한도희는 고개를 저은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채윤이는 유찬이 여자 친구잖아요. 유찬이가 채윤이를 감싸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저도 이렇게 멀쩡하고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도희가 개의치 않는 것 같아 보이자 권재필과 서연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한도희는 그들과 잠시 대화하다가 뒤늦게 본론을 꺼내며 곧 이민 갈 거라는 사실을 알렸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접하게 된 두 사람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난다고?”

“회사 업무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사실 반년 전부터 준비하다가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절차를 밟기 시작했거든요. 부모님께서 저한테 직접 두 분을 찾아가서 말씀드리라고 하셨어요.”

오랜 친구가 곧 떠난다고 하자 권재필과 서연정은 슬픈 마음에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돌아올 거야?”

한도희의 웃음소리가 조용했던 거실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아니요. 이번에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마침 집으로 돌아온 권유찬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며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안 돌아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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