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그녀가 지내고 있는 이 침실은 유일하게 프리지어가 없는 방이었다. 그래서 유시아는 그곳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임재욱은 2, 3일 동안 사라졌다가 그날 저녁에야 다시 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들고 있던 종이백을 유시아의 침대맡에 내려놓았다.

“잠시 뒤에 옷 갈아입어. 나랑 같이 놀러 가자.”

그는 풀이 죽어 있는 유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1층에서 기다릴게.”

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다.

30분 뒤, 임재욱은 등 뒤 계단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유시아가 계단 손잡이를 잡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입고 있는 옷은 그가 골라준 드레스였다. 상의는 레오파드 무늬의 튜브톱이었고 하의는 앞이 짧고 뒤가 긴 검은색 스커트였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풍만한 상체와 길고 쭉 뻗은 다리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리고 뒤에서 끌리는 치맛자락은 그녀를 관능적이고 요염해 보이게 했다.

그러나 유시아의 앳된 얼굴은 그 드레스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유시아는 어렸을 때부터 쾌활하고 명랑하며 순진무구한 착한 아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녀를 애지중지 키웠고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때까지 그녀는 줄곧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만약 임재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유시아는 감옥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지금까지도 인간의 추악함을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임재욱은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이제 가자.”

차는 번화한 시내를 지나 마침내 불빛이 요란한 클럽 앞에 멈춰 섰다.

차가 멈추자마자 벨보이들이 다가와서 차 문을 열었고 유시아는 임재욱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시선을 들어 클럽 외관을 보았다. 어쩐지 익숙한 곳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듯했다. 아마도 3년 전 임재욱이 그녀를 데리고 한 번 와봤던 곳일 것이다.

3년 전, 그녀는 임재욱의 약혼녀 신분으로 이곳을 찾았다. 당시 그녀는 아름다운 긴 드레스를 입고 공작새처럼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임재욱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저번과 신분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었다.

임재욱은 태연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클럽 안 역시 궁전처럼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유시아는 이곳이 얼마나 더럽고 역겨운 곳인지 알고 있었다.

이번에 그녀는 더럽고 역겨운 것들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다.

임재욱은 그녀를 데리고 위층 맨 안쪽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 화려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이 앉아있었다. 남자는 겨우 몇 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들 몸값이 대단했다.

반대로 여자들은 수가 많았고 또 값싸 보였다. 그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남자에게 기대어 아양을 떨고 있었다.

딱 한 명 예외가 있었다.

제일 안쪽 1인용 소파에 앉은 남자는 연한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홀로 아주 고상해 보여서 룸 안의 혼탁한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정운시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는 소현우였다.

유시아는 그를 알고 있었다. 예전에 임재욱과 거의 반년 동안 만나면서 그의 곁에 있다 보니 정운시에서 꽤 잘나가는 남자들은 거의 다 만났었다. 그리고 그중에 소현우도 있었다.

소현우의 경력은 다른 재벌가 자제들보다 훨씬 빛났다. 세현 그룹은 한 번 파산한 적이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그 일 때문에 갑작스럽게 병으로 돌아가셨다. 지금의 세현 그룹은 소현우가 차근차근 다시 쌓아 올린 것이었다.

그러니 집안에 기대어 성과를 쌓은 재벌가 자제들과 비교했을 때 소현우는 훨씬 더 존재감이 강했고 그만큼 눈에 띄었다.

Related chapter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