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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3년 뒤, 유시아는 다시 그곳에 나타났다. 익숙한 얼굴들 앞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선 그녀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유시아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반대로 임재욱은 태연한 얼굴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그녀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유시아의 출현에 잠깐이지만 룸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3년 전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었다 보니 정운시 상류층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유시아는 예전보다 수척했고 머리도 짧게 잘랐으며 공들여 화장하지도 않았지만 다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현우의 시선이 유시아의 얼굴에 잠깐 멈췄다.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이때 룸 안의 분위기는 혼탁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남녀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도 멀지 않은 곳에서 짙은 화장을 한 여자 두 명이 무대 위에서 폴댄스를 추고 있어서기도 했다. 두 여자는 이따금 사람들을 향해 손 키스를 날려 웃음을 자아냈다.

한 뚱뚱한 남자가 폴댄스 때문에 흥이 났는지 무대 위로 올라가 여자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동시에 그는 유시아를 바라보며 특이한 억양으로 말했다.

“임 대표, 임 대표 파트너는 뭐 할 줄 알아? 폴댄스 출 줄 알아?”

클럽 안의 사람들은 대체로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하는 유시아는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몰래 임재욱을 살피며 그가 무슨 말이라고 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덤덤히 유시아를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춤출 줄 몰라요.”

“참나.”

뚱뚱한 남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음흉한 눈빛은 마치 찬바람처럼 싸늘하게 유시아의 피부를 쭉 훑고 지나갔다.

“몸매가 저렇게 좋은데 아쉽네...”

임재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주 회장님. 감옥에서는 그런 걸 안 가르쳐서...”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룸 안이 고요해졌다.

그래도 전처인데 저렇게나 인정사정없다니,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유시아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녀를 무시하며 장난스레 말했다.

“하긴, 뻣뻣해 보이긴 하네요. 오랫동안 세상이랑 단절돼서 살았을 텐데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죠. 백지 같으니까요.”

“감옥에 있었다고 나쁠 건 없죠. 남자랑 전혀 못 해봤을 테니까요.”

“어쩐지 임 대표님 안색이 좋으시더라.”

유시아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그녀는 다리 위에 내려놓은 두 손으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는데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녀는 빨간 입술을 살짝 말아 물었다.

‘나쁜 놈. 날 그렇게 실컷 모욕했으면서 그것도 부족해서 사람들 앞에 날 내세워서 비웃음당하게 해?’

임재욱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손을 뻗어 유시아의 경직된 등을 내리 쓸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피식 웃었다.

“여기 아가씨들이랑 며칠 같이 지내면서 좀 배울래? 그렇지 않으면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기술이 없으면 어떡해?”

유시아는 미간을 구겼다. 그런데 이때 주 회장이라고 불렸던 동남아 사람이 말했다.

“폴댄스는 못해도 다른 춤은 출 수 있겠지? 어렵지도 않잖아. 그냥 허리만 흔들면 되는데...”

“주 회장님...”

줄곧 가만히 있던 소현우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임 대표님도 왔는데 게임이라도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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