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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Author: 금소
민하윤은 더는 피할 곳이 없었고 결국 힘이 풀린 채 하도진의 품에 기대고 말았다.

어느새 셔츠 앞 단추 몇 개는 풀려 있었고 얇고 하얀 블라우스는 구겨져 있었다.

하도진은 뒤에서 손을 넣어 흘러내린 어깨끈을 다시 걸어 주었다.

그러고는 민하윤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낮게 말했다.

“백누리랑 너무 어울려 다니지 마.”

하도진은 손끝으로 번진 립스틱 자국까지 천천히 닦아냈다.

민하윤은 홱 고개를 돌리고 간신히 표정을 가다듬었고 눈을 부릅뜬 채 쏘아붙였다.

“저 다 왔거든요? 도진 씨는 돌아가서 그 여동생이랑 놀아요. 우리 각자 놀면 되잖아요. 제가 누구랑 뭘 하고 놀든 도진 씨가 무슨 상관인데요?”

민하윤이 본능적으로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손목이 다시 잡아당겨졌다.

하도진의 손바닥은 거칠고 뜨거웠다.

하도진은 민하윤의 손목뼈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질투할 거면 대놓고 하지 왜 그렇게 빙빙 돌려 말하면서 사람 약 올리는 거야?”

민하윤은 하도진의 검고 고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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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63화

    김옥자는 부축하던 손을 뿌리치고 두 손을 모아 허공을 향해 연신 합장했다.“아이고 하늘이 도왔네. 부처님 감사합니다.”채선화도 평소의 침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서둘러 휴대폰부터 찾았다.“이 좋은 소식을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께도 알려 드려야겠다.”“하윤아, 네가 우리 집 복덩이구나!”김옥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민하윤의 손을 꼭 잡았다. 얼굴에도 생기가 돌아 한층 젊어진 듯 보였다.민하윤은 수줍게 웃었다. 다행히 어른들이 쌍둥이 소식에 너무 기뻐한 나머지 임신 사실을 지금까지 숨겼다는 건 더 이상 따지지 않는 눈치였다.하도진은 가족 앞에서도 장난기를 참지 못했다.“제가 예상했던 반응이랑 좀 다른데요. 말로만 좋아하시고 끝이에요? 뭐 실질적인 포상 같은 건 없어요?”“그래, 공이 큰 사람한테는 상을 줘야지!”어른들은 정말인 듯 하나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그 내용을 듣던 민하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두 아이 앞으로 스위스 은행에 각각 계좌를 만들고 개인 신탁과 교육기금까지 마련하자는 이야기였다.평소 무뚝뚝하고 엄격하던 채선화는 벌써 아이들 이름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아들인지 딸인지는 알아봤니?”하도진이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엄마, 요즘 세상에 그게 중요해요?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죠. 설마 차별하시려고요?”채선화는 억울하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아니 내가 왜 차별을 해. 이름을 생각하려니까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우리 집에선 다 똑같이 귀하지.”오늘만큼은 채선화도 유난히 마음이 너그러웠다. 하도진이 장난스럽게 빈정거려도 화내지 않았다.“아직 검사 안 했어요. 낳을 때까지 모르는 재미로 기다리려고요. 엄마도 명색이 대학 인문대 학장인데 아들이니 딸이니 따지시면 안 되죠.”말은 채선화에게 했지만 사실상 거실에 있는 모든 어른에게 미리 못을 박는 셈이었다.민하윤은 그럴듯하게 말하는 하도진을 듣다가 몰래 눈을 흘겼다.말로는 아들이든 딸이든 똑같다면서 정작 매일 밤 오른쪽 배만 끌어안고 태교랍시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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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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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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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59화

    “......당신의 눈에는 웃음만 가득하길. 당신이 흘리는 모든 눈물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길...... 이 세상이 정말 노래할 만한 곳이라면 그건 당신이 있어 이렇게 북적이고 따뜻해졌기 때문이겠죠. 하늘도 넓고 땅도 넓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더 막막한 곳이에요. 더는 그대를 속이고 싶지 않아요. 부디 내 마음을 알아주길.”민하윤은 차창을 내렸다. 내쉰 숨이 하얀 입김이 되어 금세 흩어졌다.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어느새 투명한 눈송이가 촘촘하게 떨어지고 있었다.“눈 오네요.”......명원 공항.서명인은 여행 가방을 밀며 검은 코트를 입은 하도진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하도진은 반듯하게 다려진 맞춤 정장 위에 같은 계열의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동자, 굳게 다문 입술까지 차가운 인상을 더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였다.“대표님, 오늘 유청원 씨가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래. 가족들과 새해 보내라고 해.”“그게 아니라, 김옥자 여사님께서 사모님을 본가로 불러 식사하기로 하셨답니다. 유청원 씨는 별장으로 사모님을 모시러 갔고요.”하도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뒤돌아 서명인을 바라보는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이제 말해?”서명인은 찔리는 듯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놓쳤습니다.”“차 다시 잡아. 바로 본가로 가.”하도진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걸음을 재촉했다.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한편 민하윤은 캐시미어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일부러 두 사이즈 크게 산 옷이었는데 이제는 별로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불러온 배를 가리기에는 충분했다.다행히 체질 때문인지 임신 후 먹은 음식은 대부분 배로만 간 듯, 몸매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유청원은 부축해 주고 싶었지만 상대가 안주인이라 선뜻 손을 댈 수도 없었다. 결국 선물과 민하윤의 핸드백을 들고 곁에 서서 몇 번이고 당부했다.“사모님, 천천히 가세요. 방금 눈이 와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658화

    하도진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말해.”“계속 사모님 양동생의 동향을 지켜보라고 하셨잖습니까. 최근 국내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루이로 이민을 준비 중인 걸 확인했습니다.”관자놀이를 짚고 있던 하도진은 그 말을 듣자 눈을 번쩍 떴다.“혼자 가는 거야?”“거액을 들고 도망친 진서우도 현재 그루이에 있습니다. 신분을 바꾸고 가명으로 숨어 지내고 있고요. 민하윤 씨의 양부모는 호적에 변동이 없고 그루이 이민을 신청한 기록도 없습니다.”서명인은 룸미러로 하도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양동생의 이민 신청을 막아 둘까요?”하도진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 명원에 계속 남아 있으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그냥 보내. 대신 양부모 쪽은 계속 지켜봐. 하윤이 생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서명인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12월의 명원은 미세먼지가 짙었고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민하윤은 몸이 무거워지면서 움직이는 것도 점점 불편해졌고 외출도 귀찮아졌다.하도진은 여러 도시를 오가느라 바빴고 별장에는 난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하윤은 갈수록 몸이 무거워져 이제는 아래층에 내려가는 것조차 꺼렸다.나지혜는 하루 세 끼를 준비해 방까지 가져다줬다.민하윤은 출산휴가를 미리 쓸까 고민했지만 아이를 낳은 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곁에 있고 싶었다. 결국 은행에서 몇 년 동안 쌓아 둔 연차를 한꺼번에 쓰기로 하고 온라인으로 휴가 신청을 올렸다.집에서 쉬기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이남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갑자기 웬 연차예요? 무슨 일 있어요?”민하윤은 사과를 베어 먹으며 대답했다.“몇 년 동안 쌓아 둔 거라 그냥 이번에 한꺼번에 쓰려고요.”“요즘 일하는 게 영 이상하던데요. 맡고 있던 프로젝트도 전부 넘겼잖아요. 설마 일 그만두고 집에서 전업주부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민하윤은 웃기만 하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어느덧 새해 첫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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