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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Author: 금소
“한 입도 먹으면 안 돼. 알레르기 생기면 너만 힘들어져. 지난번에 캐비어 조금 먹었다가 늦은 밤에 발진이 생겼었잖아. 벌써 잊었어?”

혼내는 듯하지만 목소리에서 조금의 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를 달래려는 듯한 어투였다.

여자도 금방 포기하고 순순히 대답했다.

“알겠어.”

세상은 참 좁았다. 이런 곳에서도 하도진을 만나게 되다니. 그가 도심에서 차를 타고 촬영장까지 온 이유는 전 여자 친구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서였다.

누구라도 그 상황을 봤다면 순애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도진은 유부남이었다. 아니, 어쩌면 하도진은 처음부터 민하윤과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그녀가 집었던 생선 살이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민하윤은 황급히 티슈를 뽑아 멍한 얼굴로 닦아냈다.

임형섭은 민하윤이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자 본인이 직접 일어나서 테이블을 닦았다. 그러고는 직접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 주기까지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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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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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뭐야.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여배우로 변하다니. 황당소설이네. 바쁜노미 멀리까지 밥 먹어주러 와? 아직 감정 많네. 관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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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53화

    애들린은 뒷좌석 카시트에서 아직 아주 어린 아기를 안아 올렸다.고작 네다섯 달쯤 되어 보이는 아기였는데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채 입술을 삐죽 내밀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미안해. 집에서 아이 봐주시는 이모가 갑자기 쉬게 돼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수키를 데리고 왔는데... 괜찮겠지?”임형섭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고 말까지 꼬였다.“아니, 네 아기라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넌 비혼주의자가 아니었어?”그러자 애들린이 웃었다.“오랜만에 봤다고 너무 구식적인 질문하는 거 아니야? 누가 결혼 안 하면 아기도 못 낳는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애들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 민하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죄송해요. 방금 수키가 계속 울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저는 애들린이에요. 린가 진후칸 지사 총괄 맡고 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애들린은 아이를 안고 있어 손을 내밀 수 없었는지 미안한 얼굴로 민하윤을 향해 웃어 보였다.“혹시 수키 좀 잠깐 안아 주실 수 있을까요? 차에 분유랑 기저귀가 있는데 그걸 가져와야 해서요. 아마 배가 고픈지 오는 내내 계속 울었거든요.”같은 여자라는 이유에서인지 애들린은 이상할 만큼 경계심이 없었다.처음 보는 민하윤에게 울고 보채는 자기 아이를 선뜻 맡기려 했다.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조심스럽게 말랑말랑한 아기를 받아 안았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팔이 굳어 버려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기는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민하윤을 가만히 바라봤다.민하윤은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품 안 가득 안긴 우윳빛 냄새 나는 통통한 아기를 내려다봤다.민하윤은 순간 마음이 한없이 누그러졌다.임형섭이 다가와 민하윤의 품에 안긴 아기와 살짝 놀아 줬다.그리고 수키의 보들보들한 작은 손도 살며시 잡아 봤다.그때 애들린이 갑자기 난감한 소리를 냈다.“왜 그러세요?”민하윤이 물었다.“큰일 났네요. 수키 젖병이랑 분유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52화

    고은율은 그만 웃음이 나왔다.“난 아무 말도 안 했어.”하도진은 촬영장에 세워 둔 밴 옆에서 표정이 좋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고은율은 가짜 배를 감싼 채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하도진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라도 있어?”“포리아 프로젝트 책임자가 명원시에 도착했어. 오늘 저녁에 식사 자리가 잡혔어.”고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바쁠 텐데 그럼 가 봐.”하도진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무심코 시선이 고은율의 살짝 불룩한 배 위로 떨어졌다가 금세 거둬졌다.하도진은 그대로 차에 올라 떠났고 고은율은 이제 예전처럼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시간은 고은율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줬다.남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아껴야 하고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려 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도리를 알게 되었다.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던 고은율은 후련한 듯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면 충분했다.두 사람은 천천히 친구 사이로 돌아가고 있었다.학생 시절의 그 풋풋한 설렘도 오래고 질긴 시간 속에서 이미 다 닳아 버렸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하도진을 좋아한 건 늘 고은율 쪽이었다.고은율은 7년 동안 하도진이 자신에게 단 한 번이라도 흔들린 적이 있었는지, 정말 조금이라도 좋아한 적은 있었는지도 잘 몰랐다.주변 사람들은 한때 하도진 같은 천상계 남자가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을 따라 제누오까지 갔다며 부러워했다.하지만 사랑에 눈멀었던 고은율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그 시절 하도진이 제누오로 따라온 건 사랑이라기보다 집안의 통제에 맞서기 위한 이유에 가까웠다.고은율은 이제 하도진이 자신을 사랑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은율은 이대로면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한편 민하윤은 요즘 자이첸 외자 투자 건을 맡아 정신없이 바빴다.민하윤이 명원시 총행으로 돌아온 뒤 처음 맡은 S급 프로젝트였다.듣자 하니 지역 책임자는 여자였고 성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부서에서 올린 제안서는 전부 퇴짜를 맞았다.민하윤은 일주일 내내 야근하며 새 제안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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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50화

    “하 대표님의 여동생이세요? 정말 어려 보이고 예쁘시네요.”하도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시선은 민하윤의 옆얼굴에 머문 채 딱딱하게 한마디했다.“동생이 아니에요.”이남주는 속으로 당장 자기 혀를 깨물고 싶었고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스스로를 욕했다.“사모님께서는 정말 동안이네요. 거의 여대생 같아요.”이남주는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재빨리 말을 바꿨다.이남주는 까다롭고 성가신 하도진이 비밀 결혼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비록 아내를 공식 석상에 한 번도 데리고 나온 적은 없지만 상장사 대주주인 만큼 공개된 혼인 상태는 분명 기혼이었다.이 정도면 이번에는 안 틀렸겠지 싶었다.옆에 있던 어린 여자는 두 사람 대화를 들으며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었고 얇은 얼굴 위로 금세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하도진도 굳이 부정하지 않고 대신 시선을 가볍게 다시 민하윤에게 던졌다.민하윤은 입술을 다문 채 가슴 한쪽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정확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씁쓸함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곧 민하윤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애초에 먼저 도진 씨를 놓은 건 나였잖아.’그때 민하윤의 휴대폰이 진동했고 민하윤은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네. 남주 씨랑 쇼핑 중이에요. 조금 있다가 들어갈게요. 네... 알겠어요.”하도진은 시선을 거뒀고 괜히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이유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이 어린 여자와 가족에게 드리는 선물을 고르러 같이 나오자고 한 걸 괜히 허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남주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하 대표님, 그럼 저희는 이만 방해 안 할게요.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남주는 민하윤의 팔짱을 끼며 작은 목소리로 놀리듯 말했다.“와, 임 행장님께서 진짜 언니를 꽉 잡고 사시네요. 지금 몇 번째 전화로 확인한 거예요?”“헛소리하지 마요. 그런 거 아니에요.”이남주는 히히 웃더니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하도진의 뒤를 따라 조금 걷다가 이남주가 갑자기 민하윤을 끌고 여성복 매장 안으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49화

    민하윤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민하윤은 허둥지둥 시선을 거뒀고 발목은 두꺼운 눈더미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거칠게 흘러나왔다.임형섭은 창백해진 민하윤의 얼굴을 보며 이유도 모르게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두 사람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민하윤은 발을 헛디디며 휘청했고 본능적으로 임형섭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러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다른 식당으로 갈까요?”임형섭은 민하윤의 속마음을 굳이 들추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없이 우산을 민하윤 쪽으로 더 기울여 주었다.두 사람은 목적지도 없이 천천히 걸었다.조금 전에 눈 내리는 거리 너머로 하도진이 어린 여자와 웃으며 이야기하던 장면은 서로 입에 올리지 않았다.새해 첫날의 거리는 축제처럼 꾸며져 있었다.명원시 백화점 거리에는 빨간 불빛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고 모든 매장 쇼윈도에는 화려한 장식과 새해 그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전 매장 초특가 정리 행사라는 문구도 요란하게 붙어 있었다.민하윤이 명원시에 돌아온 지 2주째 되던 날, 그녀는 신용대출 팀에서 오피스 리스크 관리부로 발령이 났다.급여는 30퍼센트 올랐고 연말 보너스는 두 배가 됐다.이남주는 여전히 신용대출 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새해 첫날 쇼핑을 하러 가기로 약속했다.이남주는 길가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매서운 바람에 얼굴이 얼얼해지자 아예 고개를 숙여 목도리 속으로 파묻었다.이남주는 따뜻한 곳에서 2년이나 지내다가 명원시로 돌아온 터라 이런 추위를 버티기 힘들었다.이남주는 차를 몰고 와서 길가에 자리를 잡아 세운 뒤 두 팔을 벌리고 멀리서 민하윤에게 달려왔다.“어머, 차 샀네요?”민하윤은 하얀 차를 한 번 보고 이남주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언니, 놀리지 마세요. 그냥 중고차예요.”“그래도 진짜 괜찮네요.”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팔짱을 낀 채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민하윤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속으로 계산했다.서정아한테 새 옷도 한 벌을 사 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48화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대표님은 당분간 항도시에 가실 수 없습니다.”“안 가. 앞으로도 안 갈 거야.”하도진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콧잔등까지 먹먹하게 울렸다.서명인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서명인은 업무는 대표님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었고 그 외의 일은 묻지 말아야 했다.차가 고가도로 진입로에 오르려는 순간, 서명인은 백미러로 하도진을 한번 훔쳐봤다가 하마터면 핸들을 꺾을 뻔했다.서명인은 입술을 꾹 다물고 뛰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켰고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백미러로 슬쩍 확인했다.8월의 명원시는 한창 무더운 여름이었고 하도진은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고 울고 있었다.눈물은 끊임없이 뺨을 타고 흐르더니 뚝뚝 떨어져 내렸다....그해는 그렇게 소리 없이 정신없이 지나갔다.하도진은 전 세계를 한 바퀴 돌았다.하도진은 온통 일에만 매달렸고 한순간도 정신을 놓지 못했다.멈춰 서는 순간 바로 무너질 것 같아서 감히 멈출 수도 없었다.그래서 하도진은 조금 더 말랐고 예전보다 조금 더 까무잡잡하게 탔다.명원시 공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기사가 하도진에게 쇼핑백 하나를 내밀었다.그 안에는 긴 검은색 패딩이 들어 있었다.하도진은 해외에서 막 돌아온 참이라 아직도 얇은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는 검은 패딩을 걸치고 공항 밖으로 나섰다가 매서운 바람 때문에 몸을 한 번 떨었다.채선화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하도진에게 집안이 맞는 몇몇 맞선 자리를 잡아 줬고 하도진도 별다른 반항 없이 틈을 내어 하나씩 다 나갔다.하도진은 그런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채선화가 온갖 말로 달래고 설득하는 걸 버틸 수가 없었다.정갈하게 손질한 채선화의 머리카락 사이로 확연히 늘어난 흰머리를 본 순간, 하도진은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갈게요. 그런데 잘되든 말든 그 이상은 제발 강요하지 마세요.”마지막 맞선 상대는 해외 유학파였다.코넬대에서 건축학을 5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여자였다.하도진은 훨씬 성숙해져 있었고 성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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