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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복연
전화를 끊은 뒤, 서현아는 바로 강씨 저택으로 가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100평이 넘는 아파트는 그동안 서현아와 강진혁이 정성껏 꾸며 온 덕분에 휑한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아늑했다.

서현아는 이곳이 강진혁과 평생 함께할 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젯밤 강진혁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부터, 이곳은 더 이상 그런 곳이 아니었다.

보름 뒤 결혼식 당일에 서로 교환할 다이아몬드 반지는 강진혁이 이미 미리 찾아 서현아에게 건네준 상태였다.

커플링으로 맞춘 두 개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직접 강진혁이 하나하나 디자인하는 모습을 서현아가 곁에서 지켜보며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때 강진혁은 서현아를 품에 안은 채 기대에 찬 얼굴로 설명했다.

“이 두 반지에 내가 홈을 만들어 뒀어. 두 개를 맞대면 하나의 하트 모양이 되도록 디자인했어. 우리 둘이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야.”

서현아는 금세 감상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조금의 미련도 없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같은 도시 택배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퀵 예약을 하려고 하는데요...”

결혼식 당일 신부가 백서연으로 바뀌는 마당에, 이토록 의미가 있는 반지 역시 백서연에게 돌아가야 했다.

결혼식 당일 오전 9시에 도착하도록 예약을 마친 뒤, 퀵 배달 기사가 반지를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본 서현아는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100평이 넘는 집 곳곳에는 서현아와 강진혁이 서로 사랑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떠나기 전, 서현아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생각이었다.

...

서현아가 강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도 눈가에 어린 붉은 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한정숙은 빨개진 눈으로 들어오는 서현아를 보더니 뒤를 두어 번 돌아봤다.

곧 강진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울었어? 진혁이가 괴롭혔어?”

서현아는 마음속 억울함을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한정숙이 아무리 자신을 아껴 준다고 해도 친아들보다 며느리가 될 자신을 앞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현아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아니에요. 아까 밖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요.”

손을 들어 눈을 비비며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낸 서현아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한정숙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웃었다.

“진혁이가 너 괴롭히면 꼭 나한테 말해. 내가 진혁이 혼내 줄 테니까.”

서현아가 강씨 저택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혁의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강진혁이 계속 올라오지 않자 한정숙은 서현아에게 내려가서 불러오라고 했다.

주차장에 내려간 서현아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유일한 차를 단번에 발견했다.

강진혁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휴대폰 화면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서현아가 다가오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렇게 입고 날 유혹해? 내일은 아예 침대에서 못 일어나게 해줘야겠네?”

전화 너머로 백서연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오빠한테 주는 특별 서비스. 시간 지나면 끝이니까, 오늘 밤에 꼭 와.]

강진혁이 낮게 욕설을 내뱉더니 사납게 말했다.

“오늘 밤에 내가 어떻게 혼내 주는지 잘 기억해 둬.”

전화가 끊긴 뒤에도 강진혁은 욕망을 좀처럼 억누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마음속에서 치솟는 충동을 가라앉히려는 듯 담배를 연달아 몇 개비나 피웠다.

오늘 서현아가 본 강진혁은 이미 그동안 마음속에 그려 왔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토록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두 여자에게 동시에 다정할 수 있다는 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에게 저렇게까지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서현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속은 계속 울렁거렸다.

차의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강진혁은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 서현아는 강진혁이 차 문을 열기 직전 재빨리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위층으로 올라왔고, 도우미는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있었다.

한정숙은 두 사람을 보자 못마땅한 듯 강진혁을 한 번 흘겨봤다.

“왜 이렇게 꾸물거렸어? 현아가 직접 내려가서 부르니까 올라오면 어떡해?”

강진혁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현아를 바라봤다.

“아까 나 찾으러 내려왔어?”

서현아는 강진혁과 눈을 마주한 채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전화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올라왔어. 왜?”

강진혁은 한참 동안 서현아를 바라봤고 긴장한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내가 누구랑 전화하는 거 들었어?”

서현아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강진혁에게는 조금의 이상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못 들었어. 클라이언트랑 통화한 거 아니야? 아니면 누군데?”

서현아가 아무렇지 않게 강진혁을 바라보자, 강진혁의 얼굴에서 긴장이 눈에 띄게 풀렸다.

그리고 다시 서현아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와 손을 들어 서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클라이언트 아니야. 일주일 뒤에 있을 자선 만찬 때문에 네 새 액세서리를 맞췄거든. 거기서 전화 온 거야.”

“내 곁에 있는 한 언제 어느 때든 가장 눈부신 사람은 너야.”

서현아를 위기에서 구해낸 뒤, GJ그룹은 강진혁의 주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선 만찬을 열기 시작했다.

강진혁은 그 자리에서 모금한 돈을 서현아의 이름으로 설립한 재단을 통해 전부 기부했다.

강진혁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오직 서현아를 위해 복을 빌어 주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서현아가 아픈 곳 없이 평안하게 지내길 바랐던 것이다.

신이나 부처님을 믿지 않는 강진혁이 서현아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해주자, 당시 서현아는 오랫동안 감동했다.

하지만 지금의 서현아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대답했다.

“네가 알아서 해.”

식사를 마친 뒤, 한정숙은 붉은 향나무로 만든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옥팔찌를 꺼내 서현아의 손목에 직접 채워 주었다.

“이건 강씨 집안에서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드디어 네 손에 들어가게 됐구나. 거기가 제자리였어.”

한정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서현아와 강진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서현아는 손목에 걸린 옥팔찌를 바라봤다.

투명하게 빛나는 옥의 결이 가느다랗고 하얀 손목을 더 돋보이게 했다.

하지만 서현아에게는 그것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서현아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린 뒤 팔찌를 빼서 다시 상자 안에 넣었다.

“어머니께서 무슨 뜻으로 주시는 건지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의미가 큰 선물은 결혼식 날에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서현아가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한정숙은 결혼식 날 직접 다시 손목에 채워 주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혁이 자꾸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본 서현아는 그 틈을 타 자리에서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배가 아프자, 서현아는 생리 예정일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돌아온 강진혁은 따뜻한 물을 받아 직접 서현아의 양말과 신발을 벗겨 주고 발을 담가 주었다.

서현아는 고개를 숙여 강진혁의 정수리를 바라보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 아팠다.

‘분명 마음이 변했는데, 왜 여전히 예전처럼 나에게 잘 대할까?’

이렇게 다정하고 한결같은 모습도 결국 연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침대에 누운 뒤 강진혁은 큰 손으로 서현아의 배를 살살 문질러 주었다.

졸음이 몰려왔지만 강진혁이 자신을 재우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서현아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휴대폰이 가볍게 두 번 진동하자 서현아는 강진혁이 휴대폰을 집어 드는 것을 느꼈다.

곧 강진혁의 호흡이 거칠어지며 배를 문지르던 손에도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강진혁이 원하는 대로 서현아의 호흡은 점점 고르게 변했고 마치 깊이 잠든 것처럼 숨쉬었다.

이윽고 강진혁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서현아는 창가에 서서 빠르게 멀어지는 차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현아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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