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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의도된 고의 헛스윙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2 09:11:29

잔에서 고개를 든 진혁의 날카로운 시선이 아직 현관을 벗어나지 않은 서린의 전신을 훑어내렸다. 서린의 이마에 맺힌 옅은 땀방울과 붉게 달아오른 뺨. 진혁이 소파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서린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서린은 진혁이 다가오자 골프백을 옆으로 옮겼다. 예전 같으면 먼저 늦은 이유부터 설명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끝까지 듣고 나서 대답하기로 했다.

“냄새가 나는데.”

진혁이 서린의 목덜미로 고개를 들이밀며 코를 킁킁거렸다. 진혁의 입에서 풍기는 지독한 위스키 냄새 사이로, 서린의 살갗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태오의 시더우드 향과 땀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

서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차갑게 손을 들어 진혁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술주정 부리지 마. 1인 프라이빗 골프 스튜디오에서 야간 연습하고 오는 길이니까.”

“그렇게까지 배우겠다고?”

진혁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낮에 투자자들 앞에서 망신당하더니 이제야 분수 파악이 돼? 그래 봤자 넌 태생이 몸치야, 백서린.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얌전히 안방이나 지켜.”

진혁은 비아냥거리며 비틀걸음으로 마스터 침실로 들어갔다.

쾅—!

침실 문이 닫혔다. 진혁은 그녀가 누구에게 배우는지조차 묻지 않았다. 서린은 그 무관심을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약 문자는 화면에 남겨두지 않았다. 자신을 얕본다고 의심까지 하지 않는 남자는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손목은 아직 붉었다. 서린은 멍을 덮는 대신 손가락을 천천히 펴보았다. 다음에 타석에 서면 남의 도움 없이도 같은 방향으로 돌 수 있을지 궁금했다.

***

사흘 뒤 밤 10시.

청담동 뒷골목 프라이빗 VIP 스크린 룸. 실내의 조명은 은은하게 낮추어져 있었고, 대형 스크린의 푸른 필드 그래픽만이 몽환적인 빛을 뿜어냈다. 서린은 몸에 완벽하게 밀착되는 블랙 골프 스커트와 반팔 니트를 차려입고 타석에 서 있었다.

달칵.

방음문이 열리며 태오가 들어왔다. 검은색 민소매 트레이닝 셔츠 너머로 다부진 어깨와 성난 등 근육이 시선을 압도했다. 태오는 서린의 달라진 옷차림과 긴장된 실루엣을 천천히 훑으며 벽에 팔짱을 끼고 기대섰다.

“사흘 동안 연습은 좀 하셨습니까?”

“시키는 대로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했어요.”

서린은 태오를 힐긋 바라보며 드라이버를 쥐고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백스윙 탑으로 올라가는 순간, 서린의 머릿속에 계산된 유혹의 수가 번뜩였다.

‘이 남자가 내 편이 될 수 있을까.’

구진혁을 얼마나 아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가까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서린은 다음 공을 올리고 태오를 불렀다. 이번에는 스윙이 틀려서 부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알았다.

서린은 다운스윙을 시작하며 의도적으로 오른손 그립의 힘을 툭 풀었다. 허리 회전을 억지로 멈추고 클럽 페이스를 비스듬히 열어젖혔다.

푸슈욱—!

빗맞은 공이 맥없이 바닥을 구르며 스크린 하단에 툭 부딪혔다. 어처구니없는 미스 샷이었다. 태오의 짙은 눈썹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뭐 하는 겁니까?”

“손에 힘이 안 들어가요.”

서린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클럽을 내리며 태오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맹수를 유인하는 사냥꾼의 은밀한 교태가 넘실거렸다.

“혼자 서니까 프로님이 뒤에서 받쳐주던 그 단단한 감각이 전혀 안 나더라고요.”

“사모님.”

“남편 말이 맞나 봐요. 난 평생 몸치라서 혼자서는 공 하나도 제대로 못 맞히는 기생충이라고.”

서린이 타석에서 천천히 내려와 태오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그녀는 손에 쥔 드라이버 헤드로 태오의 단단한 가슴팍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어쩌죠, 강 프로님? 그립이 자꾸 미끄러지는데…… 다시 와서 잡아주셔야겠어요.”

태오는 바로 다가오지 않았다. 서린이 빗맞힌 공과 멀쩡하게 쥔 그립을 번갈아 보더니 짧게 물었다.

“일부러 그런 거 모를 줄 압니까?”

“일부러라니요? 난 그저 프로님의 그 거친 손길이 없으면 스윙을 못 하겠는데.”

서린의 붉은 입술이 달콤한 독을 품은 채 유혹적으로 벌어졌다. 태오가 서린의 클럽을 쥔 손을 내려다보며 다가왔다. 남자의 묵직한 보폭이 타석 앞 매트 위로 이어질 때마다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태오가 서린의 바로 등 뒤에 멈추어 섰다. 남자의 단단한 흉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서린의 목덜미를 뜨겁게 감싸 안았다.

“사모님, 골프채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사람을 홀리는 무기는 더더욱 아니고요.”

“누가 장난이래요? 난 지금 내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건데.”

서린이 뒤를 돌아보며 태오의 턱선에 가깝게 시선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반 뼘도 채 되지 않았다. 태오의 서늘한 숨결이 서린의 입술 위로 위험천만하게 내려앉았다.

“목숨을 걸었다라…….”

태오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조소가 흘러나왔다.

“그럼 빗맞히는 핑계는 그만 대시죠. 저를 가까이 부르고 싶은 건지, 레슨이 필요한 건지부터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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