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내가 왜 그래야 해요! 유현진이 뭔데!""그 애는 시집을 잘 가서 뒤에 강씨 가문이 지켜주잖니. 그 애는 우리 유씨 가문에 득이 된단다. 그래서 네 아버지도 그 애를 편애하는 거고."백혜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네가 좀만 더 노력해서 시집을 잘 가면 네 아버지도 너한테 신경 많이 써주실 거야."유현진은 들은 체도 않고 말했다. "온 한주시를 놓고 봐도 강씨 가문에 견줄 수 있는 집안이 어디 있어요?"백혜주는 눈썹을 찌푸리며 답했다."강씨 가문은 생각할 것도 없어. 강씨 가문에 지금 남은 건 강현우밖에 없는데 여러 방면으로 강한서에 미치지 못해, 그리고 품평도 좋지 못하고 여자를 좋아해서 좋은 남편감은 아니야."유현아는 혀를 차며 말했다."강한서는 왜 안 돼요?"백혜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너 당장 이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설사 강한서가 너한테 관심이 있다고 해도 너는 그저 노리개일 뿐이야. 명분도 없어. 너는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한다."유현아는 입을 꾹 다물었지만, 백혜주의 말에 불복했다.'유현진은 정정당당하게 시집을 갔는데 난 왜 노리개야?'"며칠 전에 백 여사한테서 듣기론 지금 한주시에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자들이 많대. 내가 조건 괜찮은 남자들 몇 명 알아뒀으니 네 입사건만 잘 마무리되면 자리 한 번 만들어주마."한편 이쪽에서는, 강한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판매원이 열정적으로 다이아몬드 커프스단추를 소개했다.강한서는 인색한 그녀가 말싸움을 계속 걸어올 줄 알았지만, 생각밖으로 그녀는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쌍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네모난 커프스단추를 선택했다. 유현진은 강한서의 소매를 당겨 대조해보며 물었다."그럼 이건 어때?"강한서는 그녀의 빛나고 있는 두 눈동자를 보고 마음이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다.그는 황급히 눈길을 돌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뭐, 나쁘지 않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도리어 신우는 대화를 즐겨하였기에 강한서와 대화를 서로 주고받았다.신씨 가문은 인터넷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그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고 한성그룹과 아주 많은 커넥션이 있었다.한성그룹의 내부에 탑재된 시스템이 바로 신씨 가문의 처리 시스템이었다. 그야말로 두 가문은 같은 가지에 난 잎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유현진은 그들의 대화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만일 강한서가 계속 대화를 나눈다면 기회를 찾아 자리를 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한창 생각 중이었는데, 신우가 갑자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사모님은 요즘 많이 바쁘세요?"유현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요즘에는 별로 안 바빠요, 그냥 집에서 꽃이나 기르고 있어요. 한가해요."이에 신우는 온화한 어조로 물었다."듣기론 연기 전공하셨다던데, 그 뒤로 영화 같은 건 촬영하지 않으셨어요?"유현진은 잘 가다가 왜 갑자기 연기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지 궁금했다.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강한서를 힐끔 쳐다봤지만,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그녀는 신우가 이 얘기를 꺼내는 의도를 알 수 없어 신중하게 답했다."학교 다닐 때 연극을 했었죠. 하지만 그 뒤론 따로 연기한 적은 없어요."신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한가지 부탁해도 되나요?""어떤 일로?""제 와이프가 최근 수사팀에서 미션을 받았는데 배우가 꼭 필요한 미션이라 혹시 사모님이 도와주실 수 있나 해서요."유현진은 놀람을 뒤로하고 수사팀에서 도대체 왜 배우가 필요한지 궁금했다."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왜 배우가 필요한 거죠?""제가 말씀드릴게요."고여정이 차분하게 말했다."우리 부서에서 최근에 방송국과 손잡고 법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는데 유명한 사건들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꾸려나가기로 했어요. 국민에게 법률 지식을 알려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배우 섭외에서 문제를 겪고 있어요. 왜냐하면 프로그램이 절반은 공익목적으로 편성된 거라 경비가 아주 부족해요. 유명한 배우를 섭
그리고 유현진은 "법역" 의 감독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는것과 10여년전 다른 방송국에서 똑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맡았었던적이 있는데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몇년후 방송국이 개편하면서 상업적으로 분쟁이 일어나 종영하게 되었다.현재로 돌아와, 아직도 그 프로그램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적지 않은 틱톡커들도 그 당시에 소재로 영상을 찍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당시 얼마나 큰 관심을 받았었는지 알수있었다.그가 이 프로그램을 집도한다면 당시의 프로그램을 완벽히 재현한다해도 반응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지.유현진은 마음이 간지러워났다, 유현진은 오늘 정말 주얼리 전시회에 오길 잘한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거리가 저절로 날아들어오다니.흥분의 감정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일부러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하며 답했다."흥미가 있긴 한데, 제가 요 몇년간 연기를 해본적이 없어서 민폐를 끼칠가봐 두렵네요."신우는 갑자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유현진이 그를 쳐다보자 그는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듯한 이상한 표정을 하고있었다.그녀가 자세히 분석하기도 전에 신우가 입을 열었다."강 여사님은 너무 겸손하시네요, 제가 연기하시는걸 봤었는데 연기 너무 잘하시던데요?"유현진은 멈칫하더니 이에"제가 연기하는걸 보셨다고요?"신우는 잠깐 멈춘후 다시 입을 열었다."여사님이 T대학축제에서 게스트로 "리어왕" 을 연기했던걸 봤었습니다, 그때 관중석에 있었어요."유현진이 학교에서 에드먼드를 연기했었던 레전드 작품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이로 인해 그녀의 명성은 널리널리 퍼져나갔다.하지만 몇년이 지난후에도 아직도 그 뮤지컬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백정도 몇달 동안 칼을 놓고 있으면 칼 쥐는데 서툴러지는데 하물며 저는 몇년동안 연기를 한적이 없어요."그녀는 잠시 멈춘후 계속해 말했다."하지만 신 대표님 이렇게까지 말해주신다면 제가 한번 해볼겠습니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강한서는 한마디 거들었다.
술이 아무리 쎄다고 해도 그녀 혼자 어떻게 감당할수 있을까?일곱여덟잔 들이키자 그녀는 주위가 빙글빙글 돌고있음을 느꼈다.평소에 단정했던 사람들도 결혼식 악습앞에서는 사람가죽을 쓰고있는 짐승에 불과했다. 그들은 제일 독한 술을 가져왔고 잔에 넘치게 따랐다.그녀는 충분히 많이 마셨기에 만약 더 마신다면 신혼당일에 신혼방이 아니라 응급실로 실려갈수도 있었다."다른데에선 마셨는데 우리차례엔 안 마신다고? 우리 체면은 뭐가 돼?"여럿이서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주고받으며 다툼이 일어났다. 이때 누군가 술잔을 채간후 술을 권하던 그 사람 얼굴에 뿌렸다.술잔을 채간 그 남자는 사악하게 실눈을 뜨고 비웃었다."화장실가서 니 모습이 어떤지나 봐, 체면이 안 선다고? 니가 뭔데?"그는 한 테이블에 있던 사람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하나같이 용모가 단정한 사람들 뿐인데 도대체 머리속에서 뭔 음탕한 생각들을 하시길래 이런 행패를 부려? 정말 저질이다!"이 한마디는 이 테이블에 있던 모든 사람을 건드렸다. 술을 맞은 사람은 화가 치민듯 얼굴을 닦으며 냉소했다."내가 누군가 했네, 다름 아니라 신씨 도련님 아니신가? 사람을 쳐서 중상으로 만들고 감옥에 가지 않았어? 네 형이 이렇게나 빨리 꺼내줬네. 나도 잘 태여나고 싶다, 돌아다니면서 사고나 쳐도 수습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넌 그냥 계속 그런 쓰레기로 있으면 돼."신학은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더니 바로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포크를 그 사람 목에 갖다대면서 의논하는 어투로 말했다."내가 아직 사람은 못 죽여봤는데, 아님 너로 한번 실험해볼까? 니 옆에 사람들이 말릴수 있을까?"멱살을 잡힌 사람은 얼굴색이 하얘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슬슬 교착 상태에 빠지던 찰나 한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학, 당장 손 떼!"유현진은 고개를 돌려 급히 달려오고 있는 사람이 신학과 똑같이 생겼다는걸 발견했다. 그가 바로 신우였다, 신학의 쌍둥이 형, 신씨 가문의 가장 우수한 자제였고 신씨 가문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였다.그들
신학이 익사한 그 날은 마침 신우가 결혼하는 날이였다.그 날 결혼식에 그녀와 강한서도 참석하러 갔었는데 신학은 보지 못했었다.왜냐하면 해변가하에서 올린 결혼식이였기에 도시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신씨 가문은 해변가 위치한 호텔방예약을 해놔서 적지않은 하객들이 편하게 참석할수 있도록 했다.하지만 그날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할머니께서 넘어지셨다는 집에서 온 전화로 인해 그둘은 부랴부랴 본가로 돌아갔었다.익사사건 또한 그날밤에 벌어진 일이였다.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신씨 가문은 정확한 정보를 대외에 알리진 않았다, 그냥 사고라고만 할뿐.당일 날, 호텔에 묵은 하객들도 이 사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들이 눈치챘을때엔 이미 병원으로 실려간 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사망하였다는 소식이 퍼졌다.결혼식이 장례식으로 변한건 한 순간이였다.신씨 일가족이 그 날 느꼈던 감정은 아무도 모를것이다.그냥 신학의 장례식을 조용히 치뤘다는것만은 알수 있었다. 매스컴에서도 이 일에 대해 보도되는 뉴스는 극히 드물었다.한주시내사람들은 신학의 죽음에 대해 통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였지만 유현진은 의외로 안타까운 감정을 느꼈다.결혼식 그 날, 비록 신학은 만취한 상태로 나타났었지만 그가 그녀를 지나갈때 이상하게도 술냄새는 맡지 못했었다.그녀는 그가 전혀 술김에 사고치는게 아니라 술을 빌려 정의를 행사한다고 믿고싶었다.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더 이상 파고들순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의 감사함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똑같이 생긴 신우를 봤을때 호감이 생긴 이유였다."사건의 전말은 이래, 그때 신학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신혼 당일에 병원으로 실려갔을껄?"유현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 빚도 제대로 못 갚았는데 이미 가버렸어, 오늘날에 와서 신우가 도움을 청하러 왔는데 신학의 체면을 봐서라도 이건 꼭 도와줘야 해."강한서는 마음이 복잡한듯 유현진을 바라보고는 시간이 조금 지난후에야 입을 열어
알고 보니 야명주가 나올 타이밍이였다.유현진은 저도모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강한서는 그녀를 뒤따라 걸어갔다.장내의 모든 핸드폰이 꺼지기를 기다린후, 머리우의 몇 안남은 등불까지 뒤이어 꺼졌다. 방안은 적외선 카메라가 내는 미약한 붉은빛과 긴급탈출통로가 내는 초록빛만이 있었다.주위를 칠흑이 감싸고 제 아무리 가까이 서있는 사람이라도 그 얼굴을 분간하기는 어려웠다.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여러분들의 협조에 감사를 드립니다."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이어 스태프들은 천막을 거둬주세요. 다 같이 이천년의 세월을 겪은 이 절세명품을 감상합시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대위에서 작은 불빛이 새여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천막이 모두 거둬지고 그 불빛은 찬란하게 장안을 비추었다. 부드러운 연보락색 빛이 무대위를 감쌌다. 그리고 이 빛은 탁구공만한 구슬에서 새여나오고 있었다.주위는 삽시에 환호로 가득찼다.다들 야명주를 처음 봤던건 아니였지만 대부분은 청록색이나 황백색의 빛을 내고있었지만 이런 연보라 빛을 내고있는 야명주는 처음이였다.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보기위해 앞으로 밀었다.유현진이 인파에 휘청거리자 옆에서 갑자기 그녀에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안에 안았다.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보호했다.(강한서 이자식, 오늘은 그래도 사람구실을 하네, 지켜줄줄도 알고. 혹시 내가 방금 한 말에 죄책감이라도 들었나?)사회자는 무대위에서 야명주의 유래를 소개하고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앞으로 몰려갔다. 시시로 주위사람의 손톱이나 가방이 그녀를 스쳤다, 그녀는 자신 뒤에 서있던 사람에게 몸을 맡겼다.뒤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뭔가 눈치챈듯 몸을 뒤로하며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유현진은 눈썹을 찌푸렸다.(이 개자식, 이렇게 날 싫어하면서 전에 잠자리는 왜 가진거야?)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한테 다시 붙었다, 상대방이 계속해서 피하자 유현진은 화난듯 소리쳤다."당신이 다시 한번 날 밀쳐낸다면 내가 당신 할머니한테 당신이 바람나서 나랑
바로 이때 장안의 불이 켜지고 유현진은 밝은 빛에 눈을 적응하며 자신이 안고있던 사람을 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멍해졌다."주 변호사님?"강한서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강한서는 유현진이 멍청하게 고개를 들고 주강운을 끌어안고있는 모습을 봤다.그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당신 지금 뭐하는거야?"유현진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듯 황급히 손을 거뒀다, 하지만 강한서는 한발 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힘껏 그녀를 주강운한테서 떼어냈다.유현진은 손목이 엄청 아팠지만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창피했기 때문이였다.그나마 잘못 안았기만 했으면 됐지 당사자앞에서 그 사람 고모의 뒷담화까지 했으니......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싶은 심정이였다."주 변호사님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착각했네요."그리고 낮은 소리로 강한서를 원망했다."당신 내 옆에 있지 않았었어? 어딜 간거야?"강한서는 불쾌한듯 되받아쳤다."당신이 다른 사람을 안고 안 놔준걸 내 탓을 해?"유현진은 말문이 막혔다.(개자식, 변명할 거리라도 달란 말이야!)결국엔 주강운이 입을 다시 열었다."방금 상황에 사람 착각하는건 아주 정상입니다, 그리고 저랑 한서랑 체형도 비슷하고 해서."이 한마디가 유현진의 창피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사실 주강운이 한 말도 사실이였다.그는 확실히 강한서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특유의 송진향도 약간 묻어있었기에 유현진이 착각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방금 성우를 만났는데 걔가 너네들도 왔다고 해서 얼굴 보러 왔어."유현진은 이전 주얼리 전시회로의 주강운의 초청을 거절했었는데 결국엔 다시 오게 되었으니 상대방도 불쾌할거라 생각해 다급히 해명했다."할머니께서 와서 보신다고 해서 저희들도 마음이 안 놓여서 같이 따라왔어요.""방금 할머니를 뵈었어요."주위에 사람이 많아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짐을 느낀 주강운은 이렇게 말했다."여기에 사람이 너무 많고 한서도 몸에 상처가 있으니 부딪히기 쉬워요, 제가 앞으로
강민서는 부끄러운듯 앙탈을 부렸다."어머니, 무슨 말씀하시는거예요?"주강운은 눈썹을 찌푸리며 강민서의 손을 뿌리쳤다."엄마, 이상한 농담 하지 마세요, 민서랑 저랑 나이차가 얼만데, 얘는 그냥 제 여동생일뿐이예요."강민서는 이에 급히"그래도 친동생은 아닌데......""민서야!"신미정은 이에 호통을 치며 말했다."가서 네 할머니한테 안겨."강민서는 원래 주강운을 보내주기 싫었지만 신미정의 어두운 안색을 확인하고는 이를 악물고 놓아줄수밖에 없었다.강민서가 떠난후에야 신미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직도 애야."예쁜 아주머니의 정체는 주강운의 어머니였다. 유현진은 면식이 있었다. 비록 보기엔 약간 뚱뚱했지만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주강운의 엄마와 신미정은 사이가 아주 좋았다. 아니면 강민서를 자신의 수양딸로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둘 다 이 혼사에 대해 찬성하는 눈치였지만 정작 주강운은 그럴 마음이 없는듯했다.신미정은 이에 대해 낱낱히 알고있었기에 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둘을 떼어놓았던 것이였다.비록 다 자신의 자식이였지만 유현진은 신미정이 강민서에게 더 큰 관심을 쏟고있음을 느꼈다. 반대로 강한서와는 뭔가 격식을 차리는듯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젊은애들이 그렇지 뭐, 그렇게 엄격하게 몰아붙이지 마."주강운의 어머니가 한마디 거들고는 강한서한테로 눈길을 돌렸다. "아들 딸 모두 있는게 정말 부러워."이에 신미정은"무슨 소용이야, 정작 중요할 때 어느하나 내 말 듣는 애가 없는데."주강운의 어머니도 이 말뜻을 알아챘다. 신미정은 줄곧 며느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었다.하지만 주강운의 어머니는 이에 맞장구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다른 집의 문제였었기 때문에 그녀가 옆에서 말할 권리는 없었다. 그녀는 그냥 웃으면서 말했다."자식들은 알아서 하겠지, 언제까지나 참견할순 없는법이야."유현진은 눈을 감았다. 신미정의 웃음속에 칼을 품은 대화는 이미 여러번 들었어서 익숙해져 있었다.두사람이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즈음 백여사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법적 장모님이라는 여섯 글자에 멍한 표정을 짓던 강한서가 물었다. [서해금 대표 말하는 거야?][네. 그 분, 현진 누나 새엄마잖아요. 그럼 형님에겐 법적 장모님 아녜요?]강한서: ...‘맞긴 하네.’[난 오성빈 교수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강한서의 말에 기분이 축 처진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학교에서 제 재시험 성적을 취소하더니 재수강하래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거야?][명백하게 얘기한 건 아닌데 사실은 그런 셈이죠. 하지만 다른 처분은 없이 그냥 재수강만 하래요. 친한 친구에게 들은 건데 학교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었데요. 홈페이지에도 전부 부정행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로 도배됐다고 하더라고요.][아마도 학교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당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던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강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럼 교수님에게는 무슨 일로 연락을 하려는 거야?][조교님께서 이번 일은 오 교수님 담당이라고 하셔서요. 비록 재수강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오 교수님을 한 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아는 분께 부탁해 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침 형님 법적 장모님께서 제 병문안을 오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엄마는 만약 가능하다면 그분께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세요.]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지적인 얼굴을 하고 계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딸인 현진 누나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던데 전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방금 형님과 얘기를 하면서 혹시 형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