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9화

Author: 조십일
유현진은 마치 렉에 걸린 것처럼 멈칫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한서가 그녀 옆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는데 얼굴 절반이 베개에 가려져 있었다. 갑자기 잠에서 깨서 그런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해보니 그녀의 손이 강한서의 가슴팍에 머물러 있었고 그의 가슴 근육을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런 질문을 내뱉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강한서는 눈 뜨기도 귀찮았다.

“네가 나랑 밤을 보내겠다고 했잖아.”

유현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필름이 끊겼던 장면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하나둘 생각나기 시작했다.

“너랑 밤을 보내고 싶은데 얼마야?”

“귀하게 생긴 게 싸지는 않겠어.”

“너랑 자고 싶어.”

...

유현진은 지금 당장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그녀는 선택적 난청처럼 강한서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강한서가 손을 뻗어 그녀를 확 잡아당겼다.

“아직 돈 안 줬어. 어딜 도망가려고?”

“누... 누가 도망간다고 그래?”

유현진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불로 몸을 감쌌다. 그녀의 두 볼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나저나 무슨 돈?”

강한서는 왼손으로 머리를 지탱하고 오른손으로 이불을 잡아당겼다.

“밤 함께 보낸 값 그러지. 70만 원.”

‘취해서 한 소리인데 정말 믿은 거야?’

유현진이 빨개진 얼굴로 이를 꽉 깨물었다.

“우린 그저 침대에서 단순히 잠만 잤을 뿐인데 내가 왜 70만 원을 줘야 해?”

‘날 바보로 아나? 어젯밤에 아무 일도 없었잖아!’

강한서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단순히 잠만 잤길래 그 정도지, 다른 게 있었으면 그 돈으로 됐겠어?”

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

“어젯밤에 취해서 한 말을 곧이곧대로 지켜야 해?”

그러자 강한서가 무섭게 실눈을 뜨며 말했다.

“취하면 아무 남자랑 같이 밤을 보내도 돼? 유부녀라는 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0화

    이건 키스가 아니라 깨문 것이었다!유현진은 그를 벗어나려 힘껏 발버둥 쳤지만 강한서는 이불로 그녀의 사지를 마치 누에처럼 꽁꽁 감싸고 그녀의 입술을 마구 비벼댔다.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그녀는 반항하지도 못했고 발버둥 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강한서도 힘을 점점 풀었고 깨물던 것이 나중에는 키스로 변해버렸다.강한서의 입술이 그녀의 하얗고 섹시한 쇄골에 닿는 순간 유현진이 갑자기 말했다.“강한서, 지금 질투 나서 나한테 화내는 거야?”강한서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 아래에 있던 유현진이 그를 빤히 올려다보며 또박또박 물었다.“나 사랑해?”강한서는 손에 힘을 풀고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착각하지 마, 유현진! 우리가 이혼하기 전까지 넌 여전히 한주 강씨 가문 맏며느리야! 자신의 본분을 지켜. 괜히 사고 쳐서 따라다니면서 사고 수습하게 하지 말고!”그는 옷을 입고 안방을 나섰다. 유현진은 천장을 빤히 올려다보며 자신을 비웃었다. 그의 마음속에 그녀의 자리가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의 화를 돋우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그런데도 그 질문을 내뱉는 순간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전히 반전이라곤 없었다.그녀는 강한서의 스킨십에 가슴이 떨린 자신이 너무도 싫었고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기대하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다시 울리자 유현진은 충전기를 빼고 통화버튼을 눌렀다.“현진아.”차미주의 목소리에 유현진이 대답했다.“응.”차미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놀라 죽는 줄 알았잖아. 어젯밤에는 왜 안 들어왔어? 연락도 안 되고 대체 어디 간 거야? 나 하마터면 신고할 뻔했어!”숙취 때문에 두통이 생겨난 유현진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아무 일 없어. 어젯밤에는... 엄마랑 있었어. 배터리가 없어서 휴대폰이 꺼졌어. 충전기도 없었고.”그녀는 차미주가 걱정할까 봐 술에 잔뜩 취했었다는 사실을 숨겼다.“알았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1화

    신미정은 무슨 뜻이지?송민영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가정부를 통해 약을 먹이다니. 여자는 그들 가문을 위해 아이를 낳아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아이를 낳기만 한다면 혼인을 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거야?’유현진의 찡그린 표정을 본 가정부가 말했다.“큰 사모님께서 특별히 대추를 많이 넣으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쓰지는 않을 거예요.”유현진은 입술을 잘근 씹더니 말했다.“장씨 아주머니, 아주머니도 보셨잖아요. 저와 한서는 곧 이혼해요. 약은 필요 없어요.”“무슨 말씀이세요, 사모님. 부부 사이에 마찰도 있는 거죠. 싸울 때마다 이혼을 입에 달고 사실 수는 없어요. 대표님께서 만약 사모님을 걱정하지 않으셨다면 어젯밤 전화를 받고 곧바로 오시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말인데요, 곧 이혼할 부부가 잠자리를 가지는 법은 없어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어떻게 가정부에게 어젯밤에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서 잠만 잤다고 알려야 할지 몰랐다.“큰 사모님께서 이 약은 두 분이 잠자리를 가진 후에 드시라고 했어요. 임신 확률을 높여준대요. 사모님께서 임신을 하시면 가정에도 행복이 깃들 거예요.”유현진이 수차례나 들었던 말이었다.처음에는 그녀 역시 이런 줄로만 알았다. 강한서와 그녀의 혼인에 감정의 기초가 없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그들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말이다.하지만 모든 건 그녀의 헛된 희망이었고 강한서는 그녀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녀 역시 서서히 강한서를 묶어두는 도구로 아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이는 무고한 생명이었고 부모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지 도구로 사용되어선 안 되었다.지금의 그녀는 강한서와 아이를 가지려고 들지 않았고 그녀 자신의 가치를 아이를 낳는 것에 두지 않았다.“장씨 아주머니, 저희는 지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요.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사모님, 큰 사모님께서 저한테 반드시 사모님께서 약을 드시는 모습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2화

    유현진이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말 잘했네. 난 건강하니까 정상적인 남자랑 잤다면 분명 임신했을 거야. 약을 먹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라고!”말하다가 약을 강한서에게 쥐여주며 이어서 말했다.“너나 마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쾅 닫고 나갔다.강한서는 손에 들린 탕약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정부가 서재에서 나오자 강한서 역시 집을 나가고 없었다.테이블에 놓인 빈 그릇을 본 가정부는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호텔에 도착했을 때에는 약속했던 시간보다 몇 분 늦었다.먼저 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차미주가 유현진을 보자마자 낮은 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정말 너무들 하는군.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했으니 우리가 제일 빠른 줄 알았는데 꼴찌라니! 탑이 아닌 배우들은 정말 힘들겠어. 배역 하나를 위해 이토록 애써야 하니까 말이야.”유현진은 복도를 둘러보았다. 밖에는 30명 남짓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매니저와 함께 자리했고 어떤 연예인들은 매니저가 없이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강한서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지 그녀는 예쁜 외모 하나로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상 예쁘게 생긴 사람은 널렸고 미모는 어느새 가장 보통의 요건이 되었다.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반드시 자신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야 했고 얼굴은 그저 금상첨화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이 사실에 직면한 유현진은 바짝 긴장했다.차미주가 그녀의 심경의 변화를 눈치채고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긴장할 것 없어. 캠퍼스에 늘 있었던 과제라고 생각해. 정상적으로 발휘만 잘 하면 문제없어. 복잡하게 생각 말고 준비한 것만 잘 보여줘. 그럼 반은 성공한 거야.”유현진은 긴장이 조금 풀려서 답했다.“최선을 다할게.”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다부진 체격의 여자가 서류를 들고 안에서 나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이름 부르는 대로 들어오세요. 대사를 외우는 시간과 연기를 하는 시간이 8분을 초과해서는 안 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3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난 이력서에 있는 이름 모두 호명했어요. 호명되지 않았다는 건 이력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죠.”여자는 답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그럴 리가 없어요! 내가 분명 관계자를 통해 이력서를 넣었다고요. 혹시 누락된 건 아닐까요? 언니, 다시 한번만 체크해 주면 안 돼요?”여자는 인상을 구기며 대꾸했다.“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요? 없다니까요. 이력서가 몇 개나 된다고 내가 그걸 누락해요?”차미주가 얼른 웃으며 수습했다.“언니, 그런 뜻이 아니라 우리에겐 정말 중요한 오디션이거든요. 제발 우리 좀 도와주면 안 돼요? 우리한테 오디션 볼 기회 좀 주세요. 시간 많이 안 뺏을게요.”“나한테 그럴 권리가 없어요. 배우는 이미 정해진 마당에 다른 오디션을 찾아보는 게 더 빠르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이력서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지?”차미주는 씩씩거리며 부탁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유현진은 그녀의 곁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은 너무도 명확했다. 그녀의 이력서를 누군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차이현의 작품은 원래 배우들 캐스팅 경쟁이 어마어마했는데 차미주가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이력서를 넣을 수 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이력서를 바꿔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소속사가 없는 신인인 그녀로서는 이력서가 바뀌어도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전화를 끊은 차미주는 온갖 욕을 내뱉었다.한참을 욕하던 차미주는 죄책감이 들었다. 애초에 유현진을 향해 그토록 호언장담을 했는데 결국에는 이런 결말을 맞이하니 마음이 괴로웠다.“현진아, 미안해.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다른 배역 알아볼게...”“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는 정해진 건 없는 거지?”유현진의 던지듯 내뱉은 말에 차미주가 멈칫하며 물었다.“뭘 하려고 그래?”유현진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말했다.“시도는 해 봐야지. 만약 내가 쫓겨나면 너는 날 모르는 사람 취급하면 돼.”차미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4화

    “감독님! 제발 기회라도 주세요. 7분, 아니 5분이면 됩니다. 차이현 감독님!”양쪽 모두 물러날 기세가 없던 순간. 객실 문이 열리고 차이현이 안에서 몸을 반쯤 빼고 찡그린 표정으로 물었다.“밖이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직원들이 설명하려고 할 때 유현진이 두 사람에게서 벗어나며 말했다.“감독님, 저는 오디션 17번 배우 유현진입니다. 저한테 오디션을 볼 기회를 주세요.”차이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당신 이력서는 못 받았는데요.”“저는 유현진이고 25세입니다. 한성 대학 연영과 19기입니다.”“포트폴리오 있어요?”그녀의 물음에 유현진이 주먹을 꽈악 쥐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없어요.”“없다고요?”차이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졸업하고 취직했어요?”“아뇨...”유현진은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졸업하고 개인적인 일로 인해 줄곧 무직 상태로 있었어요. 캠퍼스 연극을 해본 게 다예요.”“그럼 연기 경력이 아예 없다는 거네요.”유현진은 침묵으로 답했다.“졸업하고 3년 동안 연기에는 손도 안 대고 있다가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는 이유가 뭐죠?”차이현과 같은 경험이 풍부한 감독 앞에서 감성팔이는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유현진은 솔직하게 답했다.“돈이 필요해서요.”차이현이 조금 놀란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유현진이 말을 이었다.“또한 저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커요. 감독님, 제발 한 번만 오디션을 볼 기회를 주세요. 캐릭터에게도 다시 배우를 선택할 기회를 주시고요.”차이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나이는 어린데 배짱은 두둑하네. 연기 경험도 없으면서 어디에서 난 자신감이에요?”유현진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는 감독님께서 배우를 고르실 때 아주 신중하다는 걸 믿을 뿐이에요.”차이현이 말하기도 전에 방 안에서 소음이 들렸고 이어 차이현은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 다시 나왔다.차이현이 문을 닫는 찰나의 순간 유현진은 방안에 정장을 입고 있는 기다란 다리를 보았다.“그래요. 당신에게 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5화

    차이현은 굳어진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 깨물고 유현진의 연기를 계속하여 보았다.유현진의 감정선은 섬세했고 분량이 많은 대사였지만 단 2분 만에 완벽하게 암기했다. 또한 훌륭한 대사 전달력은 전혀 연기 경험이 전무한 사람 같지 않았다.그녀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현장에 있는 누구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비록 유현진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너무도 짧은 시간에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는 없었고 다만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차이현은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대신 곁에 있던 사람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유현진을 향해 말했다.”하나만 더 해봐요.”유현진은 눈빛을 반짝였다. 아마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첫 번째 시도에서 이미 쫓겨났을 테니 말이다.다른 대사가 그녀의 손에 쥐여졌고 이번에는 방금 연기했던 배역이 아닌 드라마의 여자 3번이었는데 귀비 역할이었다.방금 나인과는 또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서 귀비라는 고귀한 신분과 경국지색의 미모에 안하무인의 성격으로 왕의 총애를 잔뜩 받으며 궁궐에서 제멋대로 사는 여인이었는데 중전마저 그녀를 당해낼 수 없다는 설정이었다.여주인공을 모질게 대하는 분명한 악역이지만 왕의 앞에서는 애교 가득한 요물로서 캐릭터에 이중성이 잔뜩 묻어있기 때문에 만약 배우가 소화를 잘 한다면 아주 인기가 많은 캐릭터가 될 것이다.여자 3번은 이미 정해졌는데 차이현이 왜 자신에게 테스트를 시키는지 의아했지만 유현진은 입 밖에 내지 않고 묵묵히 대사를 외우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시작하시죠.”차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쳐든 유현진의 눈빛은 도도하고 오만한 분위기를 풍겼다.그녀의 얼굴은 경국지색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경이로웠다. 모든 후궁들을 미모로 승부를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혹적인 자태에 애교가 섞인 말투는 왕은 물론이고 그녀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녀에게 홀렸을 것이다.두 번째 테스트가 끝나자 현장은 또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두 번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6화

    유현진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나가서 얘기해.”차에 탄 후 그녀는 안에서 발생한 일을 모두 말했다. 이에 차미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대박! 차이현이 너더러 귀비 캐릭터를 테스트하라고 했단 말이야? 정말 귀비 연기를 시키려고 그러나 봐.”유현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몰라 나도. 이렇게 중요한 캐릭터를 어떻게 나한테 주겠어? 게다가 누가 연기할지 이미 정해졌다던데?”차미주는 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사실 그거 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야. 진짜 누구로 정했는지는 아무도 몰라. 게다가 차이현은 신인도 꺼리지 않아.”유현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오히려 차미주가 자신만만하게 되물었다.“네가 연기를 마친 후 차이현 씨 아무 말 없었어?”유현진은 고개를 내저었다.“전화번호만 남기라고 했어. 임시방편으로 날 한번 테스트해본 것 같아.”차미주는 웃으며 말했다.“귀비 연기하면 너무 좋겠다. 물론 조연도 좋고. 이따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제대로 축하파티 해줄게.”유현진은 웃으며 답했다.“아직 정해진 거 아무것도 없어. 너무 빨리 축하해주는 거 아니야?”“그럼 이제 곧 결혼의 무덤에서 벗어나는 걸 축하해줄게. 어차피 다 기쁜 일이잖아.”동인동에 새로 선 고깃집이 하나 있는데 요즘 장사가 아주 잘 되는 듯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고기가 맛있다고 해시태그를 하는 걸 자주 봐왔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이 꽉 차 있었고 입구엔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맞은편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에 주차했다.차미주는 3개월 전에 운전면허를 땄는데 자진해서 나서며 후진 스킬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에 유현진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도와 장애물이 있는지 체크했다.바로 이때 유현진은 유상수가 한 젊은 여인과 함께 맞은 편에 세워진 흰색 아우디에서 내리는 걸 발견했다.그 여인은 중 단발에 제법 영하게 옷을 차려입었는데 가격대도 꽤 높아 보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유상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47화

    그야말로 허울 좋은 말이었다.남들이 음탕한 생활을 즐기려고 애인을 만들 때 그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 때문에 자신의 생리적 욕구를 채우지 못하여 마지못해 애인을 만나다니!이유만 바꾸면 아주 당연한 일이 되는 듯싶었다.인간은 동물도 아닌데 생리적 욕구가 웬 말인가?남자들은 불륜을 저지르면 다 이렇게 뻔뻔스러워지는 걸까? 모든 책임을 배우자한테 뒤집어씌운단 말인가?“네 엄마가 잘살아만 있다면 나 절대 딴 여자 안 만났을 거야. 우리가 어떻게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세웠는데, 그런 감정은 아무나 대체할 수 없다고.”하현주가 사고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상수는 서둘러 이혼하겠다고 다그쳤었다. 유현진이 만약 이 일을 몰랐다면 지금 그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유현진과 강한서의 결혼이 유씨 집안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유상수는 비로소 이혼 생각을 접고 하현주를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딸아이를 견제했다.유현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 여잔 이름이 뭐예요?”유상수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걸 네가 알아서 뭐해? 네가 싫으면 앞으로 안 만나면 되잖아.”유상수는 이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전에 보내라고 한 물건은 다 보냈어?”유현진은 입술을 앙다물며 대답했다.“네.”“한서랑 함께 나온 거야?”“아니요, 친구랑 왔어요.”유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결혼한 여자가 종일 노는 것에만 정신 팔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한서 마음을 잘 사로잡을지나 연구하란 말이야. 결혼한 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애가 없어. 강씨 가문에서 퍽이나 널 예뻐하겠다.”그의 말을 들은 유현진은 헛구역질이 났다. 글자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의 본질을 일깨워 주는데 그녀와 강한서는 애초에 평등한 사이가 아니었다. 남편의 비위를 잘 맞추어 유씨 가문을 지켜주는 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임무였다.이토록 의도성이 강한 결혼인데 강한서가 어찌 그녀를 존중해줄 수 있겠는가?유상수가 계속 말을 이어가려 할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전화를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2화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1화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0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9화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8화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7화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6화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5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4화

    법적 장모님이라는 여섯 글자에 멍한 표정을 짓던 강한서가 물었다. [서해금 대표 말하는 거야?][네. 그 분, 현진 누나 새엄마잖아요. 그럼 형님에겐 법적 장모님 아녜요?]강한서: ...‘맞긴 하네.’[난 오성빈 교수님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야.]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그건 왜 묻는데?]강한서의 말에 기분이 축 처진 진윤이 한참만에야 대답했다. [학교에서 제 재시험 성적을 취소하더니 재수강하래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는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거야?][명백하게 얘기한 건 아닌데 사실은 그런 셈이죠. 하지만 다른 처분은 없이 그냥 재수강만 하래요. 친한 친구에게 들은 건데 학교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었데요. 홈페이지에도 전부 부정행위 진상 규명을 바라는 댓글로 도배됐다고 하더라고요.][아마도 학교의 이미지 회복을 위한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적당한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고 대중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던 조치를 취했다고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강한서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럼 교수님에게는 무슨 일로 연락을 하려는 거야?][조교님께서 이번 일은 오 교수님 담당이라고 하셔서요. 비록 재수강으로 결론이 났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히 결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오해를 풀기 위해 오 교수님을 한 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아는 분께 부탁해 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침 형님 법적 장모님께서 제 병문안을 오셨다가 그 얘기를 들으시더니 오 교수님과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고요.][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 엄마는 만약 가능하다면 그분께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세요.]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 [워낙 지적인 얼굴을 하고 계서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던데요. 딸인 현진 누나에게도 가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던데 전 그런 사람이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줄 리가 없잖아요.][방금 형님과 얘기를 하면서 혹시 형님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