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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ผู้เขียน: 조십일
“네? 대표님은 아직 주무십니다.”

“그럼 침실로 가서 깨워요!”

유현진은 살짝 화가 치밀었다. 전화기 너머로 한참 침묵이 흐르더니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질문이 너무 자연스러웠고 심지어 이제 막 잠에서 깬 잠긴 목소리라 한순간 유현진도 저 자신을 의심할 뻔했다.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며칠 뒤에 네 옷장의 옷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내줄게. 앞으론 이런 따분한 일들로 전화 걸지 말았으면 좋겠어!”

“따분한 일?”

강한서가 차갑게 웃었다.

“유현진, 이런 따분한 일들은 네가 가장 좋아하던 일이었잖아. 내가 무슨 속옷을 입는 것까지 일일이 책임졌잖아. 이게 고작 네가 추구하던 삶이 아니었어?”

유현진은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심장이 쑤시듯이 아팠다.

강한서에게 자신이 그저 이런 이미지였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막상 듣게 되니 느낌이 새삼 달랐다.

대체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야 이런 수모를 겪었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

전화기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유현진이 잠긴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봐도 한심했어. 그러니까 이젠 더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얼른 사인해. 우리 둘 사이 빨리 끝내자.”

화제가 또다시 이혼으로 돌아왔고 이제 막 화가 가라앉았던 강한서는 금세 분노가 차올랐다.

“제발 적당히 해!”

유현진은 피식 웃으며 비난 조로 되물었다.

“내가 뭘 어쨌는데?”

“너 후회하지 마!”

강한서는 이 말만 남기고 전화를 툭 끊었다.

유현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상하게 챙겨주고 묵묵히 헌신했던 지난날들이 강한서에겐 그저 한낱 놀림거리에 불과하다니.

매번 그를 위해 여러 장소에서 입을 옷들을 정성껏 챙겨줄 때 정작 뒤에서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엔 짜증이 잔뜩 담겨있었을지도 모른다.

종일 하루 세끼와 먹고 입는 것에 신경 쓰는 여자가 얼마나 창피했을까? 그녀가 생각해도 이런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어리석어 보였다.

“대표님... 이 옷 입으시겠어요?”

가정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에도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걸 지켜봤지만 이번엔 꽤 심각한 것 같았다. 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처음 봤고 말투까지 거칠어졌으니 말이다.

강한서는 굳은 얼굴로 드레스룸을 쭉 훑어보았는데 반 이상이 유현진의 옷이었다.

‘이혼하겠다는 여자가 물건도 챙겨가지 않아? 이래놓고 무슨 이혼이야?’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현진이가 말한 그 옷 줘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앞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았다.

“강 대표님, 송민영 씨 쪽에 일이 좀 생겼습니다.”

육교에서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났는데 조난자 수는 11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9명이며 부상자가 60여 명이다. 이는 한주시 근 20년 이래 보기 드문 특대 교통사고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이미 24시간이 넘었고 연강의 인양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온 국민이 이 사건을 지켜보며 생존자가 더 있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송민영의 팬들과 네티즌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누군가가 사고 현장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송민영이 사지가 멀쩡한 채 차에서 내리더니 떼 지은 사람들에게 몰려 구급용 들것에 실려 갔다. 한편 현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제때 구조받지 못했다.

너무 대조적이다 보니 일부 네티즌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왜 경상자가 중상자보다 먼저 구조되죠? 유명인의 특권을 남용한 것 아닌가요?”

이에 송민영의 팬들이 발칵 뒤집혀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아예 안티로 몰아붙이며 싹 다 고소하겠다면서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로 인터넷을 도배했다. 그러자 반감을 느낀 네티즌들이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교통사고의 배후를 낱낱이 파헤친 후 송민영의 작업팀은 비겁한 행보를 보였는데 이 사고를 이용하여 일부러 열애설까지 만들어냈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애도의 글을 올렸지만 팬들의 무차별 악플이 미친 듯이 달렸다. 구조 현장에서 유명인 특권을 남용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의 과거를 들추며 한때 유부남의 애인까지 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단숨에 실시간검색 1위에 올랐다.

차미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유현진에게 말했다.

“송민영 씨 찌라시 좋아하잖아. 이참에 실컷 즐기겠어!”

유현진은 스크린을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폭로 계정이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차미주가 흠칫 놀라더니 답했다.

“이 프로필 사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당연히 눈에 익겠지.”

이어서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

유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일단 섬블 컴퍼니에 가서 녹음 테스트하고 나중에 차 가지러 가려고. 같이 갈래?”

“나 오늘 야외 촬영이야. 잘 다녀와.”

차미주는 시계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벌써 시간이 다 됐네. 나 먼저 갈게. 퇴근하고 연락해.”

그녀가 떠난 후 유현진도 짐을 정리하고 문밖에 나섰다.

게임 회사 섬블 컴퍼니는 요 몇 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상에서’는 올여름 출시 예정인 모바일 게임인데 다른 캐릭터들의 더빙은 진작 마친 상태이고 레오나의 더빙만 남겨두고 있다.

감독은 청순하면서도 새침하지 말고 고혹적이면서도 농염하지 않은 그런 역할을 넘나들 수 있는 음색을 찾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배우를 테스트해봤지만 항상 1%가 부족했다. 하여 그는 페이스북에 ‘레오나 찾기 힘들어요’라는 문구를 올렸다.

그러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고 그중에서 가장 많이 달린 내용이 ‘선셋 스타’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감독은 ‘선셋 스타’의 작품을 검색해본 후 곧바로 그녀에게 연락했다.

유현진이 로비에 들어왔을 때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한창 ‘선셋 스타 안티카페’에서 수많은 안티들과 함께 선셋 스타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녀는 비록 선셋 스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송민영의 열혈팬이었다. ‘비밀의 연인’이 방영된 후 여주인공의 대사와 연기 때문에 수차례 실시간검색에 올랐는데 누리꾼들은 이 작품이 송민영의 후시녹음을 맡은 배우의 연기로 겨우 살아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송민영의 팬들은 선셋 스타가 송민영의 인지도를 빌려 인기를 얻었다고 반박했다.

조금 전에도 안티카페에서 누군가가 선셋 스타로 추정되는 실물 사진 한 장을 올리자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한창 신나게 선셋 스타를 비난했다.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얼굴도 못생겼다고 주야장천 떠들어대고 있을 때 귓가에 갑자기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녹음실 어떻게 가요?”

“7...”

여직원은 고개를 들더니 잠깐 넋이 나갔다. 그녀는 곧바로 유현진에게 대답했다.

“연예인 오디션은 옆 건물로 가세요.”

섬블 컴퍼니의 옆 건물은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이고 그곳 사장님은 강한서의 소꿉친구 한성우이다. 그리고 송민영이 바로 바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연예인이다.

유현진의 외모가 너무 수려하다 보니 흰색 셔츠만 입어도 또렷한 이목구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자리에 서 있으면 모든 이가 마치 배경판이 된 것만 같았다. 하여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도 그녀가 연예인 지망생인 줄로 여겼다.

유현진은 웃으며 설명했다.

“저는 녹음 테스트하러 왔어요. 녹음실을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7층... 입니다.”

‘잠깐! 오늘 녹음 테스트하러 오는 여배우는 단 한 명이라고 했는데...’

“고마워요.”

여직원은 유현진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몇 분 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휴대폰을 들고 부랴부랴 타자했다.

“나 방금 선셋 스타 봤어요...”

“진짜요? 어때요? 사진이랑 똑같죠? 엄청 까무잡잡하고 뚱뚱하고 못생겼죠?”

여직원은 힘겹게 답장을 보냈다.

“아니요... 너무 예뻐요. 송민영보다 훨씬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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