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도혁 씨가 내 전화를 안 받아... 엄마! 이게 말이 돼?"
유라가 소리를 지르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어제 저택에서 나온 이후로 도혁 씨가 비서실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심지어 나한테 강이현 건으로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고!"
이선희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저택에서 이현이 보여준 기상천외한 반격은 강씨 가문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강 회장은 밤새 분을 참지 못해 술을 마셨고, 이선희 역시 이현이 쥐고 있다는 비리 장부의 존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생아 기집애가 어디서 그런 자료를 구했는지 모르겠다만..."
이선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오후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본 고발장을 정식 접수할 예정입니다. 입시위원회에서 만약 이 허위 소문으로 인해 저에게 면접 불이익이나 자격 박탈 조치를 내리신다면, 이는 불법 행위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위원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믿습니다."김 교수는 한참 동안 서류와 이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오만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갖춘 완벽한 실력과 정당성에 대한 굳건한 확신이었다. 전직 대법관으로서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해 낸, 김 교수의 가슴 속에서 잊고 있던 전율이 피어올랐다."자네... 진짜 변호사처럼 말하는군."김 교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알았네, 강이현 학생. 입시위원회는 항간의 조작된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네가 제출한 서류는 정식으로 기록에 남길 것이니, 면접 준비나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게.""감사합니다, 위원장님."이현은 다시 한번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뒤 연구실을 나섰다.연구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현의 가슴 속에서 차가운 승리감이 번져 나갔다. 첫 번째 장애물은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치워버렸다.---법학관 건물을 나온 이현은 서초경찰서로 향하기 위해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정의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그때, 정문 앞에 정차해 있던 칠흑 같은 고급 세단 한 대가 이현의 앞을 가로막듯 멈춰 섰다.매끄러운 차체가 햇빛을 받아 서늘하게
이현을 짓밟으려 했던 유라의 조잡한 수작. 하지만 그 수작 앞에서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칼을 뽑아 들고 법학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현의 모습은 도혁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어 놓았다."비서실장."도혁의 낮고 서늘한 음성이 차 안에 퍼졌다."예, 대표님.""이 글 작성한 IP, 강유라와 이선희 쪽이라는 증거 완벽하게 확보해라. 그리고..."도혁의 눈동자가 비틀린 열망으로 빛났다."강이현이 저 글을 쓴 놈들을 법정으로 끌고 갈 때, 내가 뒤에서 가장 완벽한 증거를 쥐여줄 테니까 준비해."이현이 세운 칼날 위에, 차도혁의 비틀린 집착이 또 하나의 기름을 붓고 있었다. 적이자 지원자, 그리고 정복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내의 위험한 경계선 위에서, 강이현의 정점을 향한 싸움은 이제 막 본격적인 법정극의 막을 올리고 있었다.법학관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밖에서의 어수선한 소음은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맑게 울렸다.이현은 2층 입시위원장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딥 네이비 수트의 카라를 바르게 펴고, 손에 쥐어진 가죽 가방의 감촉을 확인했다. 가방 안에는 방금 전 출력한 커뮤니티 게시글 캡처 본과 강산건설 미술관 재단의 정식 회계 감사 보고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작성한 형사 고발장 초안이 차곡차곡 들어차 있었다.똑똑.단호하고 규칙적인 두드림에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
민우의 눈빛 속에는 이현을 향한 존경과 함께, 은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도혁이 내뿜던 소유욕이나 압박과는 완벽하게 다른, 인격체 대 인격체로서의 순수한 호감이었다. 이현 역시 민우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광장을 걸어가던 그때, 주위 학생들의 시선이 이상하게 이현에게 쏠리기 시작했다.여기저기서 학생들이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이현을 향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불쾌하고 음습한 시선들이 이현의 피부를 찌르는 듯했다."저 사람 맞지? 강이현...""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봤어? 대기업 사생아라는데...""엄마 미술관 재단 이용해 편법으로 입시 자료 만들었다는 고발 글 올라왔잖아.""진짜야? 겉으로는 공부 잘하는 척하더니 실상은 집안 배경으로 수작 부린 거였어?"날카로운 속삭임들이 공기를 타고 흘러들었다.민우의 눈썹이 찌릿하게 일그러졌다. 민우는 곧바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로스쿨 준비생 공식 커뮤니티 게시판을 확인했다.게시판 상단에는 [한국대 로스쿨 입시생 K양의 추악한 실체]라는 제목의 글이 실시간 인기글로 올라와 있었다.내용은 지독하게 악의적이었다. 이현이 강산건설 회장의 사생아라는 신분을 이용해 어머니의 미술관 재단 자금을 유용했으며, 그 자금으로 로스쿨 입시용 스펙을 조작하고 대리 논문을 작성했다는 허위 사실들이 정교하게 포장되어 있었다.심지어 이현이 태성그룹 후계자인 차도혁과의 약혼 신분을 이용해 입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찌라시 수준의 음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n
"도혁 씨가 내 전화를 안 받아... 엄마! 이게 말이 돼?"유라가 소리를 지르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어제 저택에서 나온 이후로 도혁 씨가 비서실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심지어 나한테 강이현 건으로 쓸데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고!"이선희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제 저택에서 이현이 보여준 기상천외한 반격은 강씨 가문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강 회장은 밤새 분을 참지 못해 술을 마셨고, 이선희 역시 이현이 쥐고 있다는 비리 장부의 존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 사생아 기집애가 어디서 그런 자료를 구했는지 모르겠다만..."이선희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아버지가 지금 겁을 먹었어. 당장 한서영이 집을 쫓아내는 것도 중단하라고 지시했더구나. 미술관 재단 회계 감사도 철회했고.""뭐라고요? 아버지까지 그 년한테 굴복했다고요?"유라가 비명을 질렀다."그럼 나는 어떡해! 도혁 씨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온통 그 년 신경만 쓰고 있는데! 도혁 씨 눈빛 봤잖아, 엄마! 도혁 씨가 그 년을 바라볼 때 눈빛이 분노가 아니라... 이상하게 집착 같은 거였다고!"유라의 가학적인 질투심이 폭발했다. 평생 자신보다 아래에 있던 하수인, 불쾌한 사생아에 불과했던 이현이 자신과 도혁 사이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었다."걱정 마라, 유라야."이선희의 눈에 악독한 미소
같은 시각, 태성그룹 본사 최상층에 위치한 차도혁의 집무실.통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도심 야경은 화려하기 그지없었으나, 집무실 내부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넓은 원목 책상 위에는 태성그룹 법무팀과 사설 정보원들이 작성한 정밀 보고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도혁은 가죽 의자에 기댄 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보고서의 문장들을 읽어 내려갔다."어떻게 된 건가?"도혁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정적을 깼다. 책상 앞에 서 있던 비서실장과 법무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강이현 씨가 강 회장님께 제시했던 서류의 내용을 재확인해 본 결과, 강산건설과 당사 간의 5년 전 명의신탁 거래 내역과 일치합니다. 심지어 당사 법무팀 내에서도 극비리로 분류되어 있던 해외 차명 법인의 명칭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법무팀장의 떨리는 목소리에 도혁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꿈틀거렸다."극비 문서다. 외부로 유출될 리가 없는 자료야. 강이현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강 회장이 그 애한테 보여줬을 리도 없고, 내 오피스텔에 들어와서 서류를 뒤진 적도 없다.""그, 그게... 저희로서도 전혀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이현 씨는 지난 몇 년간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저택과 오피스텔만을 오갔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고급 정보들을 입수했는지..."비서실장의 보고를 들으며 도혁은 입술을 깊게 깨물었다.
홀로 남겨진 도혁은 붉게 물든 노을 아래서 이현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분명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은 소유욕이고 정복욕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현이 자신을 경멸하며 돌아서던 그 순간, 차도혁의 가슴속 가장 깊은 곳에서 거대한 균열과 함께 비틀린 열망이 피어올랐다.자신을 향해 칼을 세운 여자.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비웃는 여자.그 어떤 위협에도 무릎 꿇지 않는 완벽한 정점의 여자.'강이현...'도혁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그래... 어디 한번 나를 파멸시켜 봐라. 네가 날 파멸시키는 그 순간까지, 난 절대로 널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비틀린 집착과 거대한 복수, 그리고 자유를 향한 서막이 서울의 붉은 노을 속에서 더욱 짙게 물들어가고 있었다.도서관 뒤편 산책로에는 나뭇잎을 스치는 쓸쓸한 바람 소리만이 감돌고 있었다. 차도혁을 뒤로하고 걸어 나오는 이현의 구두 소리는 규칙적이고 또렷했다. 등 뒤에서 자신을 사로잡을 듯 가라앉아 있던 도혁의 시선이 피부에 닿아 가려울 정도였지만, 이현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오피스텔로 돌아가는 길, 이현은 손목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도혁이 억세게 잡아챘던 자리에 차가운 온기와 함께 붉은 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그 남자의 손길은 늘 거역할 수 없는 법이자 명령이었다. 그 손길 하나에 가슴을 졸이고, 그 나지막한 목소리 하나에 서러운 눈물을 삼켜야 했던 세월.'하지만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