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한서영은 딸의 완전히 달라진 어조에 말을 잃었다."조만간 찾아갈게. 그동안은 강 회장 집안 사람들 전화 오면 받지 마. 알았지?"전화를 끊은 이현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창밖에는 여전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현은 책상에 앉아 두꺼운 법학 책을 펼쳤다. 형법 총론, 민법 및 판례집. 전생에 훑어보았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정리되어 떠올랐다.형사소송법 제1조, 민법 제103조...법조문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 이현의 눈빛에 차가운 불꽃이 피어올랐다.'차도혁, 강유라, 그리고 강 회장.'너희가 만든 신분이라는 감옥에서 날 짓밟으려 했던 모든 것들을,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인 법으로 전부 부숴줄 테니까.밤이 깊어가는 동안, 서초동의 작고 어두운 방에는 불빛만이 환하게 꺼지지 않았다. 강이현의 두 번째 인생이 비로소 제대로 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창문 너머로 비치던 거친 장대비가 비로소 줄어들었지만, 펜트하우스 내부를 감싼 서늘한 정적은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차도혁은 한참 동안이나 문가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구두 굽 소리가 멀어지고 완벽한 침묵이 파티룸에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그는 바닥에 구겨진 채 뒹굴고 있는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강유라가 요청했던 명품 장신구와 가방의 품번이 적힌 종이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을 강이현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은 당연한 일상의 일부였다. 이현은 언제나 그 서류를 조용히 받아 들었고, 도혁의 무심한 눈길 한 자락에도 감지덕지하며 강유라의 온갖 억지와 심부름을 군소리 없이 감내했었다.사생아라는 비참한 굴레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차도혁이라는 거대한 온실의 그늘 아래 머물기 위해 그녀가 선택했던 비굴한 생존 방식이었다.'그런데 방금 그 여자는 이걸 툭 차 버렸다.'도혁은 서류 봉투를 집어 든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빳빳한 종이가 비틀어지며 자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最終更新日 : 2026-09-07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