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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별로 바란 것도 없었던 내가 (2)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4 17:45:08

자신이 전학생 지율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도 에둘려 표현하는 휘안.

거짓 하나 없이 저 해맑은 표정은 제 못된 마음을 꼬집듯 아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웬일로 네 입에서 체리가 안 나오나 했다. 근데 지율혜? 하루 사이에 관심 분야 잘도 갈아탔네.”

“소연아.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할까? 넌 꼭 내가 좋게 생각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밑도 끝도 없이 나쁘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 지금도 봐. 체리에 이어 율혜까지. 체리야 이유가 있다 쳐도 율혜는 그냥 싫다는 거잖아.”

“몰라. 내 눈에는 전부 다 별로인 걸 어떡해. 너야말로 너랑 가까운 네 주변 사람들부터 소중히 여기는 게 어때? 고작 너랑 안면 튼 지 하루밖에 안 된 애한테 마음 쏟지 말고.”

별 같잖은 태세 변화에 성가시다는 표정을 보이고는 휘안이 뭐라 하기도 전 고개를 휙 돌려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휘안이 저에게 건넸던 말 한 마디 한 마디.

제 자리에 엎드려 그 말들을 곱씹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척박했던 이 내 마음 더더욱 쩍쩍 갈라져 나가기 바빴다.

체리는 실체가 없어서 미워하기도 뭐했는데 지율혜는 실체도 확실하니 미워하기 딱 좋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왜 하필 이 애매한 4월에, 왜 하필 우리 학교에, 왜 하필 우리 반으로 전학 왔는지 그 모든 게 마음에 안 든다니까.

***

교무실에서 교과서를 받고 돌아서는 길.

지금은 교과서로 가득 찬 제 가방의 무게보다 한 사람을 향한 안쓰러움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너무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침 청소 당번이 계속해서 똑같잖아.”

일본어 선생님은 2학년 교무실의 햇병아리.

어제만 해도 수업이 있는 교실을 착각해서는 늦을 뻔 했다는 이야기가 농담인 줄 알았고 또 농담이기를 바랐는데 그게 아닐 지도 모르겠다.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 역시 그리도 고된 청소를 했다면 누구라도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

“설마 누군가 자기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면서 청소하는 건 아니겠지. 차라리 이번 주 당번이라고 해줘. 그게 더 희망적이잖아.”

빗자루에 걸레에 저 혼자 대청소 모드라.

어제 오늘은 아침부터 교무실에 가야만 하는 명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내일부터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까 싶다.

리짱은 그저 큐피드 활동의 연장선으로 제 촉과 맞닿은 추측이 과연 사실이었는지를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은 게 전부라는 명탐정.

비록 제 아래 보조 탐정 하나 없지만 말이다.

“어떻게 창문 틈 먼지 하나하나… 어?”

“아침부터 뭐가 그렇게 말이 많아. 누가 보면 허공에 대고 하소연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왜? 겨우 전학 이틀째에 학교가 지루해졌어?”

“그럴 리가. 학교에서는 호칭 조심하느라 지루할 틈이 하나도 없어. 리짱을 리짱이라고 못하고 나라고 부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즐겨~ 한국 국적 이탈하는 거 몇 년 안 남았다 생각하면 이 시간도 엄청 소중해질걸.”

작년 겨울, 한국 국적 이탈을 신고했으니 아마도 이르면 다음 학기부터는 OMR 카드 내 외국인등록번호를 마킹해야 할 거라는 재이.

다른 또래 친구들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았을 소식이었겠지만 리짱에게는 잘도 알려줬다.

아무래도 리짱 역시 이중 국적 소지자로서 이런 농담을 일삼기 적합한 대상이라는 거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영어 모드로 돌변이지.

[그걸 어떻게 확신해? 그리고 내가 어떤 국적을 선택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것보다도 넌 거짓말쟁이라는 걸 인정해!]

[거짓말쟁이? 내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데?]

[뭘 물어봐. 휘안이는 얼굴값을 할 거라고 조심하라고 했잖아. 그게 거짓말이지 뭐!]

[아, 그건 사실이지. 걔 생긴 걸 봐. 얼굴값 하게 생겼잖아. 평소처럼 흘려들으면 그만인걸 뭣 하러 따져올까. 걔가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대상이라고 공시해주기라도 바라?]

잘생겼으면 당연히 얼굴값을 하는 거지.

하지만 내가 재이 말하고 싶은 건 내 짝꿍 휘안이는 잘생긴 얼굴값을 떠나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 하나 도무지 숨길 줄 모르는 초절정 귀여움을 타고났다는 거야.

아주 자기가 하는 짝사랑만 유별나고 내가 발견한 짝꿍의 모습은 유난이라는 판단이지?

[됐어. 생각해보니까 네 의견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 그것보다도 지금은… 나와 같이 4반으로 가는 의도! 그게 너무 불순해!]

8반 반장이 4반까지 왜 따라 오냐고.

여기 이렇게 4반에 심어둔 사랑의 큐피드가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무시하고 선을 넘어 오냐 이거야.

그건 아주 옳지 못한 행동인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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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둘만의 안부 인사이자 칭찬 개념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뽀뽀란 하루 최대 치 백 번.물론 그 백 번이라는 숫자가 진정으로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율혜도 모른다는 입장이다.저 먼저 입술 쭉 내밀고 말캉한 촉감의 젤리 좀 훔쳐내자면 저 역시 반격할 거라며 제 무릎 위로 올라타기 일쑤였던 율혜였다니까.사실상 매일이 끝도 없는 도발이었다.근데 꼭 이렇게 그 백 번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이백 번을 입에 담겠다는 율혜라면 저 역시 맞장구 좀 쳐봐야겠다는 거지.“좋지~ 내 생일에는 뽀뽀 이백 번. 율혜가 말해준 거니까 함부로 까먹기도 힘들겠어.”“응. 근데 휘안이 생일뿐만이 아니라 리짱 생일에도 뽀뽀 이백 번을 주고받아야 해. 그래야 우리 둘 다 공평한 생일인 거니까.”“헤헤. 그럼 내 생일도 내 생일이지만 율혜 생일도 내 생일일 거 같은데. 아,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내년 2월, 3월 어떡하면 좋아.”“치잇~ 리짱은 다이어리에도 써놓을 거야. 앞으로 있을 아기 토끼 탄생일에는 뽀뽀 백 번이 아니라 이백 번도 가능한 거라고 말이야.”아하, 뽀뽀 이백 번의 기준은 아무렇게나 나온 게 아니라 아기 토끼의 탄생일이라는 특수한 이유에서 탄생한 거다?그럼 또 이 몸은 참을 수가 없다는 건데.“율혜야. 그럼 오늘도 아기 토끼 탄생일인 거 아니야? 이 친구들은 전부 다 오늘 태어났잖아. 딱 봐도 생일이 확실한데 그냥 넘어가겠다고?”“어, 그러게. 그렇다면 오늘 역시 뽀뽀 이백 번이 가능하다는 건데... 내년 말고 오늘부터 그 기준을 적용해도 괜찮을까? 괜히 막 리짱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는 거거든.”미심쩍은 티가 물씬 풍기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정하고도 화끈한 방법으로 답변을 더하기.휘안은 11월의 아기 토끼 옆에 12월의 아기 토끼를 내려놓으며 초코 펜으로 정점을 더한 제 작품의 모든 끝을 알렸다.“당연히 되지. 그 기준의 실효성이란 율혜가 정하기 나름인 거야. 게다가 나랑 우리 율혜가 달콤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12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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