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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별로 바란 것도 없었던 내가 (1)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4 17:40:13

휘안의 소꿉친구로서 그 옆을 지키는 것, 그것도 나름 괜찮은 연막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외부에서 기인된다.

근래 2년, 휘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체리라는 아이와 꾸준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아이가 SNS 피드에 사진만 올렸다하면 제일 먼저 하트를 누르기 바쁘고, 틈만 나면 그 아이와 나눈 메신저 내용들을 복습하고.

더욱이 날이 갈수록 휘안의 잘생긴 외모는 점점 더 빛을 발하고 성장 판에는 엔진이라도 달은 것 마냥 비율 역시 근사해져만 가는데.

그 머릿속에는 온통 체리라는 두 글자로만 가득 차올라 저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주변 이들의 시선은 제 알 바 아니라는 눈치였다.

“그래도 바꿔 말하면 올해가 기회야. 같은 반에 같은 동아리. 조급해하지 말자. 휘안이랑 가깝게 지내는 여자 애는 너뿐이라고, 성소연.”

아무튼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휘안과 마주칠 날들이 끊이지를 않았고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체리가 아닌 제가 먼저일 날도 곧 찾아올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휘안의 조부 상으로 그 어떠한 연락이 닿지 못했던 이번 나흘, 결국 제 마음은 앞서나갔고 도준에게까지 제 사정을 털어놓게 되었다.

[얼굴 보고 말하기는 민망해. 하지만 넌 이미 눈치 챘을 테고 이도준 네가 선수 치기 전에 말하려고. 내가 왜 자꾸 넌 휘안이랑 연락 되냐고 물어봤겠어. 너 귀찮게 하려고? 아니.]

[내가 휘안이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휘안이랑 잘되게 해달라고 너 붙잡고 비는 건 아니야.]

[다만 체리. 그 체리라는 이름이 더 이상 휘안이 입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어. 그건 이도준 너도 질렸을 테고. 그니까 협조 좀 해.]

물론 도준은 제 메신저를 확인하고도 일절 아무 말 없었고 새로운 한 주의 월요일이 되어서도 평소와 똑같은 태도로 저를 대했다.

내심 서운했지만 뭐 별 수 있을까 싶었지.

저 역시 도준이었다면 한 쪽 친구에게 해가 되는 제안을 대놓고 받아들이기에도 대놓고 거절하기에도 애매한 입장이었을 테니까.

근데 아침 조회 시작도 전, 저희 반에 여자 전학생이 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리고 실제로 그 여자 전학생이 저희 반에 들어선 순간부터는 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왜 하필 휘안과 나흘 간 연락이 닿지 못했고, 도준에게 제 짝사랑 상대가 휘안임을 고백하고, 휘안이 학교로 돌아온 첫날에 도파민으로 무장된 새 존재가 저희 반으로 굴러들어왔는지.

이 세상에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저에게 두 번이나 이래서는 안 될 텐데 말이다.

***

전학 둘째 날, 아침 조회도 전 오늘 점심은 누구와 먹을지에 관한 안건으로서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리짱은 기지를 발휘해냈어.

그니까 예쁜 짝꿍의 웃음도 되찾았지.

근데 좀 전부터는 담임선생님께서 언제쯤 리짱을 불러주시려나 그게 더 신경 쓰이더라고.

리짱의 촉에 의하면 그건 머지않았다니까.

“자, 그럼 전달 사항은 여기까지. 아, 우리 율혜는 선생님 따라 교무실에 좀 같이 가자.”

드디어 못 받은 교과서를 다 받을 수 있겠군.

몇 권만 받으면 되니까 어제 아침에 느꼈던 무게보다는 확실히 덜 무겁겠어.

“율혜야. 근데 교무실 가는데 가방은 왜 가져가? 교무실에서 뭐 따로 받을 게 있어?”

“응. 어제 교과서를 다 못 받았거든. 오늘 안으로 다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지금인가 봐. 그래서 가방을 갖고 가게.”

“그럼 무겁지 않을까? 내가 같이 가줄게.”

“에이, 아니야! 나 혼자서도 잘 다녀올 수 있어. 원래 전학생은 씩씩해야 하는 법이거든.”

불과 하루 사이에 율혜에게 꼭 붙은 휘안.

그리고 그런 휘안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금 저를 부르는 김미영 선생님의 목소리에 제 가방 부리나케 챙겨 교실 밖을 나선 율혜.

소연에게는 전부 다 보이고 전부 다 들렸다.

그저 핸드폰 스크롤만 내리는 거 같다가도 율혜가 제 시야에서 사라지면 바로 뒤를 돌아 휘안에게 뾰족한 말투를 자랑하기 바빴으니까.

“휘안아. 너 전학생한테 왜 이렇게 친절해?”

어제에 뒤이어 오늘 역시 다정다감한 태도.

어제야 전학생이 전학 온 첫날이었고 첫 인상은 기분 좋게 남긴 것 같으니 둘째 날인 오늘부터는 거리를 유지해줬으면 싶은데.

어째 전학생에 대한 관심의 폭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는 확신이 든다.

“이름, 전학생 아니고 율혜. 어제는 율혜라고 잘 불렀으면서 하루 사이에 벌써 까먹었어?”

“그래, 지율혜. 지율혜 걔 휘안이 너한테 너무 가깝게 구는 거 아니야? 아무리 전학생이라 해도 그렇지. 주변 애들한테 너무 의존적이야.”

“난 오히려 그 반대 같은데. 좀 전에도 봐. 내 도움을 극구 사양하잖아. 그리고 내가 율혜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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