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 이래서 도준이 얘가 휘안과 단 둘이 하는 등교는 괜찮지만 휘안에 율혜까지 껴서 하는 하교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했던 건가.소안은 제 앞의 해맑은 두 아이를 보니 그 언젠가 본 억울한 표정의 도준이 떠올랐다.늘 상 이 둘과 함께라면 외딴섬이 되는 건 시간문제지만 제가 갈 길 달리 했다가는 눈에 불을 켜고 일거수일투족을 묻는다는데.하지만 제가 누구겠는가.이 둘보다는 오래 살아온 만큼 함부로 쉽게 휘둘리지 않는 재주를 지녔다는 거지.“하하~ 우리 동생들 대화가 끊이지를 않네. 그래서 오늘은 개학 첫날이었는데 뭐 특별한 일은 없었어? 담임선생님은 여전하신 편이고?”얼굴을 몰라도 익히 들어왔던 그녀의 이야기.그러니 또 다른 대화의 물꼬를 틀 목적으로 김미영 선생님의 존재는 최적이나 다름없었다.어째서인지 그녀를 둘러싼 각종 이야기는 화수분마냥 계속해서 끊이지를 않더라니까.“음~ 개학한 기념으로 조만간 자리를 바꿀 거라고 했어요. 그거 말고 특별한 일은 없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그냥 개학한 첫날이었잖아.”“아, 나 하나 더 생각났다. 우리 반 청소 당번. 그거 원래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했는데 개학하면서 리셋 됐잖아. 또 처음부터.”“어, 맞아! 그래서 예린이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던 거 같아. 아무래도 예린이 성이 나 씨여서 그랬던 거겠지. 물론 뭐라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어. 예린이는 우리 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꾹 참아보겠다고 말했으니까.”어쩜 깨닫는 표정마저 이리도 아기자기한지.핫도그를 베어 물고 모차렐라 치즈를 쭉 늘이던 첫입에 윙크로 뜨거움을 승화시켰던 얼굴도 얼굴이지만 지금 얼굴도 얼굴이었다.“근데 난 자리 바꾸기 싫어. 지금 앉고 있는 자리가 좀 좋아야지. 아마 웬만해서는 만족이 안 될 거 같아. 율혜도 그렇지 않아?”“그렇다면 내가 또 한 번 말씀드려볼까? 이번에도 휘안이랑 예린이랑 가까이 앉고 싶다고.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건 싫으니까.”“하긴. 담임선생님이 율혜 말이라면 잘 들어주시기는 해. 지금 앉고 있는
“음~ 난 이케맨 우사기의 임팩트를 이기고 싶으니까 토끼풀 하나하나 세심히 엮어 만든 토끼풀 반지로 하고 싶어. 율혜가 아쉬움 하나 못 느끼게 제대로 된 걸로 만들어줄게.”“좋아! 휘안이 의견이 좋아서 리짱은 솔깃할 수 있겠어. 휘안이가 만들어주는 토끼풀 반지는 우리 둘이 재회한 의미로서 나눠 끼는 거지. 우리 둘만의 웨딩 밴드는 몇 년 뒤에나 가능한 거고 말이야. 정말이지 완벽한 레벨 업인걸~”타인의 부추김이 아닌 제 의지 하나만으로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내세워본 게 얼마만인지.토끼풀 반지라는 소재만 던져줬을 뿐인데 둘만의 웨딩 밴드라는 레벨 업도 그려냈다.작은 두 손으로 휘안의 한 손 붙들고는 손가락 마디마디 굵기를 재보겠다는 율혜.그러다 못내 흥미가 떨어지면 더위가 가신 오후에 예쁜 토끼풀을 구하러 가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 들려줄 거다.그럼 또 휘안은 고개를 끄덕일 테고, 드디어 맞물린 톱니바퀴를 되찾았다는 결론이니까.***우리 집 막내의 배필을 마주하게 된 소감.사진 한 장 안 보여주고 누나가 직접 보는 게 더 큰 감동일 거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더니 왜 그렇게 엄호에 엄호를 더했는지 알 만 했다.그 여느 평범한 십대 소녀라기에는 우리네 주변에서 마주하기 힘든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이로써 딱 하나는 확실해졌지.제 동생은 여자라는 종족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아무 여자가 아닌 예쁜 여자에게만 관심을 두겠다는 뜻이었다니까.“율혜야. 알로에 주스 더 따라줄까?”“네! 저 알로에 주스 더 마실래요.”“그래~ 주스 많이 있으니까 필요하면 또 말해줘. 그나저나 우리 율혜를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만났네. 왠지 귀여운 여동생이 하나 생긴 기분이야.”원래 같아서는 율혜와 인사만 주고받고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려 한 소안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그도 그럴 것이 소안은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유학에 해외 연수에 외국물 꽤나 좀 먹어봤다는 해외파 인재.그러니 느낌적인 느낌으로 외국물 꽤나 좀
모든 에피소드를 다 파악할 수 없다면 일부만이라도 꼭 파헤치고 싶은 율혜의 꿈.휘안은 제 주특기인 시무룩한 표정으로서 율혜에게 저 좀 봐달라는 간절함을 어필했다.“음~ 휘안이는 너무나도 알고 싶다는 거야?”“응. 못 믿겠으면 내 심장소리를 들어봐.”불과 몇 초 만에 축 처진 눈꼬리와 입꼬리.율혜는 휘안의 등을 토닥여줄 목적으로 휘안에게 손을 뻗었고, 휘안은 이때다 싶어 율혜를 제 품으로 가둬버렸다.“어… 어! 이건 쿵쾅거리는 게 확실해.”“그치? 나 진짜 거짓말 안 한다니까. 그니까 율혜야. 내가 사람으로 나왔는지 아기 토끼로 나왔는지 그것만이라도 알려주면 안 돼?”“그렇다면 자기 전에 마그네슘을 먹으면 더 역동적인 꿈도 꿀 수 있다는 거 기억해? 그걸 기억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거야.”“기억하지. 전에 율혜가 말해줬잖아.”“좋았어. 여러 꿈들이 있지만 그 중 제일 인상적인 꿈을 말해줄게. 그건 바로 휘안이가 이케맨 우사기로 나왔던 꿈이야. 이렇게 예쁜 토끼 귀를 가지고 동네 산책하는 걸 좋아했어.”제가 율혜의 꿈에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등장했음을 알리는 여러 꿈들이라는 말.휘안은 그 사실에 한껏 취해있기도 잠시 율혜는 저에게만 보여주는 통통 튀는 손짓에 바로 또 웃음 끝이 헤퍼졌다.고사리 같은 손으로 잘도 뽐내는 토끼 귀.언제 봐도 귀여운 손짓에는 모든 이들의 들숨 날숨을 유도하는 마법이 걸려있다니까.“근데 이케맨 우사기에게는 비밀이 있었다는 거야. 밤만 되면 두 토끼 귀가 사라지고 날개 한 쪽이 나타나서는 동네 주민들을 잠재우러 다녔거든. 어때? 휘안이 상상할 수 있겠어?”“응~ 산책 나가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비밀도 건전하네. 근데 왜 날개는 한 쪽만 있었대? 나머지 한 쪽은 얻다 두고. 뭔가 반전이라도 있는 거야? 율혜는 알고 있어?”“응! 대천사가 되기 위한 수련 중이라 한 쪽 날개만 받았던 거야. 아직은 불완전한 천사라는 증거지. 참고로 다른 주민들은 휘안이의 정체를 몰랐어. 불면증이었던 리짱만이 알아봤거든.”토끼
“진짜? 우리 율혜가 나만을 위한 선물을 가져왔다고? 아니, 난 정말 예상도 못했는데?”“당연히 준비했지. 장난꾸러기 휘안이라면 본격적인 선물 증정이 있기도 전 선물을 미리 볼 거 같았어. 그래서 이렇게 마스킹 테이프로 종이가방 입구를 막아놨는걸. 기대되지?”“역시 우리 율혜야. 나를 제대로 파악했어. 그럼 들어가서 같이 보자. 안에 엄청 시원해. 자, 제때 휘안이에게로 온 율혜 입장합니다~”현관문에서 중문을 지나 최종 목적지 도착.휘안은 레몬 슬라이스로 저며 넣고 얼음까지 동동 띄운 얼음물을 율혜 손에 쥐어보였다.그리 먼 거리는 아니라지만 이 땡볕에 도보 십 분을 할애해 저에게로 온 율혜 아닌가.그럼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지.“자, 여기 얼음물. 율혜 좋아하는 동그란 얼음도 잔뜩 얼려놨어. 더 달라면 더 줄게.”“우와~ 고마워, 휘안아. 그렇다면 정말로 잘 마실게. 안 그래도 목이 마른 기분이었거든.”율혜는 휘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꼴깍꼴깍 제 갈증부터 없애나가기 시작했다.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서는 오랜 습관 그대로 양 볼 가득 얼음을 저장해나갔고.“여전하네. 우리 율혜 진짜 목말랐구나?”오밀조밀한 눈코입이 머그컵에 잡아먹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 얼음 한 조각을 찾아 요리조리 머그컵을 돌려나가는 율혜.그 와중에 작은 끄덕임도 율혜다웠다.“귀여워. 이 정도면 내가 아니라 우리 집 얼음이 그리웠던 게 아닐까. 율혜 말로는 우리 집 얼음이 유독 동그랗고 투명하다며. 이젠 하다하다 얼음한테까지 질투해야 하나봐~”볼록해진 양 볼로 두 손으로는 엑스 모양.이 이상 말꼬리를 늘렸다가는 콩주먹 벌칙이 나올 거라니 눈치껏 자중하라는 신호였다.그럼 또 그 무서운 뜻을 받아들여야지.“알았어~ 율혜가 바로 뿌부라는데 뭘 더 반박해. 제 아무리 휘안이네 얼음이 최고라 해도 여기 있는 휘안이가 더 그리웠던 걸로.”과연 오늘도 아무 손이나 타지는 않겠다는 건지 제 앞에서만 삐죽 선 잔머리 레이더망.잔머리 한 올 한 올 마저
율혜가 한국을 떠난 이후부터는 밤낮 가리지 않고 율혜의 색다른 하루하루를 궁금해 하고.율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 하고도 몇 시간이 남았는지 온갖 숫자를 다 세어보고.그렇게 여름 방학 내내 휘안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제 3자로서 의견을 내보자면 휘안의 관심사는 한 쪽으로만 편향돼 있었다는 거다.근데 더더욱 무서운 건 휘안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굳이 제 관심사를 돌려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그 상황 자체가 최종 보스인 거다.그러니 이 이상 말을 더 못 끼얹겠다는 거고.“뭐... 휘안이 네 입장이 그렇다면 내가 더 강요해야할 입장은 못 되지. 근데 연락 한 번 주고받더라도 너무 무성의하게 굴지는 마. 그건 어려운 거 아니잖아. 네가 내 연락에 바로바로 답하는 것처럼 성소연한테도 똑같이 굴라고.”“뭘까~ 방학 특강 내내 나랑 붙어 다녔다고 우리 둘의 연락 주기까지 다 세본 거야? 하긴. 내가 한국에 없던 기간, 날 그렇게 찾더라니. 도준이랑 허투루 붙어 다닌 건 아니었나봐.”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구 한 명 제 곁에 없다고 방학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둥 감 못 잡는 소리만을 해대더니 저 눈빛 봐라.어떻게 해맑음 하나만으로도 깜냥은 차고 넘친다더니 그새 장난기가 또 올라온다지.“차휘안. 내가 아주 오냐오냐 구니까 쉽지? 꽃받침 주소지 잘못 찾았다. 그 손, 좋을 말 할 때 원위치 시켜. 내일 아니면 내일 모레에나 만난다는 지율혜한테 보여주라고. 알아들어?”“왜~ 난 도준이도 엄청 많이 좋아하는데? 그니까 싱가포르에서 쿠키 한 박스도 갖고 왔지. 누구 주려고? 우리 도준이 주려고~”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기는.싱가포르에서 쿠키 한 박스를 사온 건 사실이지만 제 여자 친구 몫의 기념품을 사는 김에 제 것도 하나 담은 게 바른 정황이다.물론 그렇다고 녀석에게 고맙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듣기에는 오직 저만을 위해 그 기념품을 골랐을 거라고 받아들여질 테니까.그러니 그 되도 않는 오해가 싫었던 거다.
정수리 위로는 쨍쨍한 햇볕이.발 디딘 곳 아래에서는 아지랑이가.현관문을 열고 한 발짝 내딛는 순간부터 후덥지근함이 직방으로 느껴지는 게 한여름 중에서도 최절정의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다.하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나서는 외출이 아닌지라 갈 길을 바꿀 수 없었다는 거지.그렇게 하루 전 예약을 잡고 계획적으로 들른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돌아오는 길.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참 여기저기 콩깍지 낀 커플들이 많은 게 저희만 별종이지 싶었다.“도준아. 혹시 오늘 무슨 날이라도 돼?”“아니, 날은 무슨. 그냥 휘안이 너 따라 나도 머리 자르고 오는 날이지. 빨리 집에나 가자. 집 가서 에어컨 바람 쐬는 게 최고라니까.”“그치? 나 설마 했잖아. 아, 집에 갈 거기는 한데 방학이 너무 길다. 점점 더 따분해지는 거 같아. 차라리 학교에 가고 싶은 기분이라니까.”“얘가 또 큰일 날 소리 하지. 너 지난주 내내 칠리 크래브 뜯고 와서 날짜 감각이 사라졌나 본데 내일이면 지율혜 오는 날이야. 앞으로 딱 이틀만 더 참으면 되는 거라고. 근데 개학을 앞당기고 싶다니 그런 헛소리를 왜 하는데.”하여튼 샌님 같은 녀석과 붙어 다니자면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대화의 패턴.그래도 의외의 구석에서 도준의 허를 찌르는 휘안이라니 쉽게 얕잡아볼 수도 없다는 거다.“음~ 근데 왜 이틀이야? 오는 건 내일인데?”“왜긴 왜야. 비행기 타고 온 당일에는 여독을 풀어야지. 뭐 내일 당장 만나는 거면 알아서 잘들 만나시고. 내 의견은 참고만 하든가.”“헤헤. 궁금해서 물어봤지~ 나라고 뭐 그런 센스가 없을까. 도준이 말대로 율혜랑 만나는 건 내일 모레에나 가능할 거 같아.”나 없이도 죽고 못 사는 너희 둘이 내일 재회하든 내일 모레 재회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라는 눈치.도준은 여느 때와 같이 잘도 무뚝뚝했고 휘안은 신이 난 아기 웃음소리를 장착했다.“그나저나 나 없는 일주일 사이 뭐 업데이트 된 건 없어? 아, 소연이는 등록한 연기 학원 잘 나가고 있대? 엄마도 궁금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