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리짱: 치잇~ 그렇다면 리짱도 충성! 하타치 리짱도 스물 둘 휘안이를 되찾았다는 거니까.휘안: 그러게. 올해 하타치라는 리짱. 이젠 일본에서도 이자카야에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됐다지? 덕분에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율혜랑 하고 싶은 데이트가 끝도 없을 거 같아.리짱: 응. 리짱도 우리 휘안이랑 해보고 싶은 데이트를 많이도 생각해놨어. 우선은 시원한 데이트부터 해볼까? 자, 여기 휘안이 얼음물!휘안이 전문가답게 준비성이 철저한 리짱.아무래도 하타치 리짱은 이 자리에 빈손으로 오기보다 양 손 무겁게 자리하기로 했다지.휘안: 에구구~ 무겁게 텀블러까지 챙겨왔어? 나 진짜 이러면 또 감동 받아서 후웅인데?리짱: 음~ 그건 정말이지 괜찮은데? 언제든 후웅 소리를 내도 좋아. 어쨌든 우리 아기 토끼들은 열사병에 취약하잖아. 특히나 우리 휘안이는 타고나기를 열이 많기도 하고. 따라서 수분 보충은 필수라는 생각에 가져왔다는 거지.휘안: 고마워, 율혜야. 사실 나도 다 기억해. 이렇게 찌는 듯이 더운 날이면 시원한 물을 수시로 마셔줘야 한다고 했잖아. 그럼 어디 우리 율혜가 챙겨온 얼음물을 들이켜 볼까~물론 우리 휘안이도 리짱 전문가였음.참고로 물 마시는 휘안이 목젖을 줌인 하고 줌아웃 하는 카메라 무빙은 수행원1의 촬영 스킬이었음.추후 그 촬영 스킬의 이유를 물어본 결과, 수행원1은 비교적 정적인 무빙보다는 역동적인 무빙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라고.정말이지 다시 봐도 현란한 촬영 스킬인지라 리짱 역시 반복 재생하여 붙여넣기로 함.리짱: 응. 휘안이 물 다 마시면 가족들한테 보낼 목적으로 독사진 딱 열 장만 찍어보자. 여기 꽃다발에 토퍼까지 잘 보이게끔 해서 말이야. 참고로 더블 피스 포즈도 환영이야.휘안: 좋지. 더블 피스 포즈는 우리 율혜랑 단 둘이 사진 찍을 때도 취해야겠다. 그니까 사진 여러 장 예쁘게 찍고 얼른 차 타러 가자. 여기 계속 서 있다가는 율혜 얼굴 달아오르는 건 시간문제일 테니까. 그편은 내가 용납 못해.만기 전역 이력과 상
부대 주차장 쪽의 입구 기준으로 왼쪽.그로부터 열여덟 번째 위치에 자리한 소나무.이 나무는 리짱에게 있어 특별한 나무였어.사시사철 푸르른 모습뿐이라 방명록 하나 걸어놓기에도 이만한 나무가 없어 보였거든.분명 계절의 변화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데 이 나무만큼은 한 주가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변화라는 단어를 빗겨나갔다는 거거든.물론 이 나무에 대한 특별한 감상평은 오늘 이 순간을 끝으로 더는 이어지지 않을 거야.리짱만의 아기 토끼는 무려 일 년 반씩이나 되는 길고 긴 시간을 이 무섭고도 날선 땅에 할애한 끝에 전역을 명받았다는 입장이거든.그니까 이 후덥지근한 공기 틈을 헤집는 손 선풍기 바람도 에어컨 바람 못지않게 많이도 시원하다는 착각이 든다는 거지.자, 여기까지 잘들 따라오느라 수고했어.이제부터는 앞선 인트로 자막들과 달리 간결한 자막들로 새로운 재미를 더해볼게.민간인 휘안이의 전역 일기, 재밌게 봐줘.리짱: 얘들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휘안이랑 눈이 마주쳤다 싶으면 바로 알려줘야 해. 내가 나눠준 당근을 사정없이 흔들면서 말이야!수행원1: 어우, 걱정도 많으셔라~ 우리 천재 작사가에 월간 화보 장인 지율혜 양. 오늘은 우리 수행원들만 전적으로 믿어보시라니까요.수행원2: 그래. 예린이랑 난 하면 제대로 해. 그니까 앞이나 봐. 그편이 더 이득일 거야.리짱의 보디가드 겸 로드 매니저로서 리짱 곁을 벗어나지 않기로 약속한 두 수행원들.이들은 하루 반나절 리짱을 보필한 대가로 5성급 호텔의 저녁 뷔페 이용권을 받아갔다.그래서 이 같은 사실을 뭐 하러 알리냐고?전혀 무 임금 노동이 아니었다는 뜻이니 이 영상을 감상하는 내내 불편해하지 말라는 거지.리짱: 응. 이제부터는 앞만 바라볼게. 그니까 휘안이를 발견했다 싶으면 카메라 들이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야. 그것이 곧, 너희들을 고용한 목적이니까. 이건 실제 상황이야.수행원1: 알다마다. 글쎄, 촬영 구도까지 싹 다 맞춰놨다니까. 차휘안 나타나면 주저 말고 롤부터 들어가서 표정
사모는 무슨 사모.사랑해, 좋아해 하는 그 흔한 고백 멘트도 아니고 사모란 단어는 어디서 튀어나왔냐고.도준은 뒤죽박죽된 제 머리통을 부여잡고는 목덜미에서부터 열이 달아오르는 기분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내가 뭐 꽃다발을 달래, 편지를 달래. 적어도 생각이란 게 있으면 두 눈 꼭 감고 물음표로 마무리하지는 말았어야지. 어떻게 이런 최악의 멘트를 내뱉지? 이건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야.”“그럼 다시… 아니, 너야말로 지금 네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 성소연 네 말대로 나 열흘 후면 입대야. 근데 그 상황 다 알면서도 날 기다려보겠다고? 성소연 네 의지로 날?”“못할 건 또 뭔데! 괜히 핑계대지나 말고 날이나 다시 잡아. 내가 너 일 년 반씩이나 기다려줘야 하는 입장이야. 그거 되새기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멘트 재정리하라고!”“알, 알겠어!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핑계 댄 적 단 한 번도 없거든. 그니까 딱 기다려. 다른 의미로 소름끼치게 해줄 테니까.”사모보다 더 정중한 표현이라 함은 여사님.물론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간 생각일 뿐이니 많이도 안타까워하며 괘념치는 말아라.글쎄, 어느 한 사람 말대로 정신 줄 부여잡고 휘황찬란한 말을 쏟아내도 모자랄 판국에 또 한 번의 불상사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니까.더욱이 저리도 확고하게 제 고백을 받아줄 마음이 충분하다는 의사의 상대방인 만큼 저도 눈치랄 건 있었으니까.***이리 봐도 동글. 저리 봐도 동글.어젯밤 밤톨 머리로 변신해서는 하루아침 사이 적응이 안 될 법도 하지만 워낙 타고난 두상이 예뻐서인지 자꾸만 손이 가는 휘안이.최근 한 달 사이 캡 모자부터 비니까지 머리에 착용할 수 있는 선물이란 선물은 많이도 받아온 휘안이인데.누군들 이 밤톨 머리 휘안이를 봤다가는 괜한 준 선물이었나 하고 자책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거 같다.무릇 미남이란 헤어스타일의 영향을 받을 수 없는 밤톨 머리가 됐다 한들 잘생긴 이목구비 하나로서 감탄을 이끌어낼 수 있다니 말이다.하지만
리짱이 하타치가 되고 백일은 훌쩍 더 지나야 휘안이 리짱 곁으로 돌아오는 법.따라서 핸드폰 상단 바에는 디데이 알림, 홈 화면에는 군 복무 계산기와 식단표 어플까지 설치해두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놨단다.이 정도면 리짱이 아닌 리짱의 소우주를 일 년 반씩이나 저 멀리 채가는 국방부 측에서 잔뜩 긴장해야 할 차례라는 걸 알리듯 말이다.리짱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아주 집요하고도 철두철미한 자세로 제 시간의 쳇바퀴를 돌려 나갈 예정이었다니까.“그래서 말인데 리짱의 하타치가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거야. 리짱이 하타치를 맞이하면 휘안이가 돌아올 때가 가까워졌다는 뜻이니까.”“그러게. 내후년이면 난 스물 둘. 우리 율혜는 만으로 스물. 그때 되면 쌍으로 브이하고 사진 찍기 딱 좋은 나이겠다. 그치, 율혜야?”“이런, 벌써부터 내후년을 꿈꾸는 더블 피스 포즈를 기획하다니. 그렇다면 리짱 역시 토끼 귀 포즈만 내세울래. 이 더블 피스란 누군가와 같이 해야 시너지가 커지는 법이거든. 따라서 휘안이가 돌아오기까지는 보류하는 게 맞겠어.”당장 저희의 내년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도 상황을 길게 보기로 약속했다.안녕이라는 건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니까.따라서 외부적인 요인에서 기인된 짧은 안녕 후에도 각자의 구역에서 깡과 총을 장착한 채 푱푱 더 뛰어오르기를 일순위로 여겼다는 거지.오직 저희 두 사람만을 꼭 믿은 채 말이다.***저와 비슷한 동선 내에서 한 계절 이상을 오며가며 보게 된 이들이라면 늘 상 해오던 말.제발 이성 말고 감성도 좀 챙겨봐라.하지만 그와 비슷한 질책을 들을 때면 뭐 어쩌라는 거지 하며 웃어넘겼던 기억이 많다.솔직히 저에게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딱히 중요한 대상도 아닐뿐더러 감정 소비할 대상도 아니었으니까.그렇다면 저에게 있어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을 보다 더 활성화시킬 이들은 누구냐고?나름 한 손이 아닌 두 손 더해 꼽을 수 있다지만 이성 친구만을 기준으로 잡으면 지금으로서는 한 사람뿐일 거 같다.생활 반경이 넓어
제 선택에 의해 입영일자가 결정됐다는 통보가 떨어졌을 때는 오래도록 앓던 이를 빼낸 것 마냥 홀가분한 기분이었다.하지만 막상 하루하루가 지나가니 시작하니 이거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 거지.제가 민간인의 신분을 반납해야 한다고요?아니, 신청한 사람이 제가 맞기는 한데 전산 시스템 내 착오가 생겼을 가능성은 없을까요?현실 수긍과 부정, 그 한가운데의 줄다리기.이래서 사람은 뭐든 겪어봐야 한다고 주변 선배들의 조언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다.너희가 입학한 올해는 금방이고 떠나갈 거다.그러니 새내기로서 많은 추억을 쌓아두는 게 앞으로의 미래에 대비해 큰 자산이 될 거다.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올해 남들보다 뭘 좀 해봤다고 내세울만한 경력은 짜장 라면 냄새 숱하게 맡아본 게 전부였다.이 이상 더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내고 싶다?솔직히 군대 말고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지.그렇게 올해가 다 가기 전 반신반의하며 3차 접수를 진행했다는 건데, 저도 그렇고 휘안도 그렇고 저희 운명이 한 큐에 확정될 줄이야.덕분에 내년부터 내후년 상반기까지는 아예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몸소 시련과 고난을 받아낼 현역병으로 지내게 생겼다니 말이다.“소안 언니~ 나는 화이트 밀크에 레인보우 스프링클로 했다. 이것 봐! 진짜 예쁘지?”“우와~ 진짜 예쁜데? 근데 민트 초코가 아니라 화이트 밀크? 율혜 민트 초코 먹을 거라고 엄청 기대했잖아. 설마 품절이었어?”“응. 민트 초코가 다 떨어졌어. 그래서 엄청 고민하면서 화이트 밀크를 골랐는데 사장님이 오늘의 추천 토핑을 무료로 주시겠다는 거야. 덕분에 아주 이득이었다는 거지.”“거기 사장님 장사 잘하시네. 안 그래도 요즘 민트 초코가 대세잖아. 민트 초코에 민트 초코 볼 추가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지만 이것도 꽤나 맛있어 보여. 그나저나 초코는 떨어지지 않았겠지? 율혜랑 한 입씩 바꿔먹기로 했는데.”요즘 하도 싱숭생숭할 수밖에 없다는 휘안과 도준의 마음을 위로해줄 달콤한 주전부리 시간.율혜와 휘안은 소안에
흐르는 물에 흙과 같은 이물질을 뽀득뽀득 씻어낸 뒤 유기농 당근을 베어 물자면 단 한 번도 부정적인 감정 따위 느껴본 적 없다는 이.그런 율혜가 길쭉한 당근 스틱을 오도오독 베어 물며 제 분함을 떨쳐내려 안간힘이었다.올해 성인이 된 휘안인 만큼 어디를 가도 계속해서 말이 나왔던 휘안의 복무 계획.그렇게 율혜는 아빠에게 그 시절 군대 이야기를 들려 달라 하는 둥 제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지만 그럼에도 착잡한 마음을 다 떨쳐내기에는 많이 모자란 준비였다는 거다.휘안의 입영일자가 확정 났던 시기에는 각종 과제 제출일과 기말고사 준비 기간도 맞물려 있던 때라 괜한 걱정은 나중에 미뤄두었지.하지만 막상 종강을 맞이해서 여유로워진 이 시점에서는 그저 복무라는 두 글자에도 분한 감정이 쉽게 밀려오게 된 율혜였다.그리고 휘안은 벌써부터 그런 율혜가 눈에 밟혀서는 제 입대일 전까지 부디 그 여린 마음 한 조각이라도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는 거고.“아이고, 내가 혹시라도 군대에서 가서 다쳐 올까봐~ 우리 율혜는 그게 걱정인 거구나. 그래서 분하다는 거고. 그게 납득이 안 됐어?”“응... 휘안이 다치는 거 싫어... 손가락에 조그만 가시가 박혀도 반창고를 붙여줘야 안심이라는 말이야. 근데 휘안이가 군대에 들어가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잖아. 그건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올 거라는 말이야.”가정에 가정을 더하다 눈망울부터 울망울망.이내 코끝마저 찡해진 느낌을 감지했는지 율혜는 그제야 휘안이 너른 가슴팍에 기대 제 호흡을 바로 가다듬기 시작했다.“에구구...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율혜 당근 스틱 흔들다 눈물이 다 나게 생겼네. 그니까 우리 율혜는 혼자서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 돌려보다 말도 못하게 속상해졌다는 거잖아.”제 스스로 휘안의 품에 찾아들었어도 제 당근 스틱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고사리 손.휘안은 그 고사리 손 위에 제 손을 덧대고 율혜의 잔머리를 살살 매만져 나갔다.그리고 겨우내 고개를 든 율혜를 확인하고는 율혜의 이마 위로 작은 입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