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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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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전왠지

<1화> 적당한 거리감이 깨진 거지 (1)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7-01 16:10:46

[난 체리 네가 한국에 오면 좋을 것 같아. 우린 사는 곳이 달라도 이야기가 꽤나 잘 통했잖아? 만약 체리 네가 한국에 온다면 우린 같은 하늘 아래에서 더욱 더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을 거야. 지니로서는 그래. -gni_moo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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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지율혜.

일본에서는 사카타 리츠에.

십 년이 넘게 아역배우로서 지내온 커리어.

근데 요즘은 제가 속한 화려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궁금하다는 거지.

당분간 프레임 밖을 벗어나 이 성장통을 견디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로만 알았는데.

결국 또 멍하니 카메라 주위를 맴돌고 있어.

이래서 엄마 아빠 피는 못 속인다는 거겠지.

물론 어느 상황에서든 쉽게 주눅 들 리짱은 아니지만 매너리즘이란 건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고들 하잖아.

그래서 리짱은 결심했다는 거야.

지금 이 순간 리짱의 마음이 내키는 쪽으로.

“정말이지 리짱 주변 환경을 바꿔봐? 리짱은 여권을 두 개나 갖고 있는걸. 이건 미성년자의 혜택이랬어. 키라키라 신호등은 흔치 않다고!”

***

[지니의 장점? 적당히 다정해! 그 점이 좋아. 친구끼리 크게 바라는 것 없이도 서로 아낄 수 있다는 걸 알려줬으니까. 새 학교에서도 좋은 소식 들려줄게. 지니도 알다시피 오늘은 전학 가는 날이라 바쁠 예정이거든. -cherish_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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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의 내용은 여느 때와 같이 무난했지만 그 무난함으로 인해 남자는 또 한 번 들끓었다.

잠시 두 눈을 감은 채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보자면 주변 이들의 시선을 빼앗기란 일 분 일 초를 다루는 시간문제.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의 머릿속은 사월로 잠식돼버렸으니까.

꽃이 피는 4월에 뜨는 보름달을 가리키는 말.

그렇게 4월의 어느 날로 접어들자면 한없이 예민한 사춘기 무지렁이의 감수성도 정점에 다다르는 일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거였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걸려 있었고 부디 제가 바라보고 있는 달의 이름이 핑크문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날.

평소라면 상위 피드에서 그쳤을 스크롤은 왠지 모를 반발심에 저 아래까지 파고들었고 저를 강태공이라는 운명으로 점찍어주었다.

핑크문이라는 키워드와 한 장의 사진.

정확한 형태의 달을 담아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스라이 흩어지는 달빛의 찰나와 반짝이는 물결은 기가 막히게 담아냈다.

“이거였네. 내가 그만 둘 이유.”

아무튼 누군가는 그렇게 속삭였던 거 같다.

인생은 삶과 죽은 사이 선택의 연속이라고.

뭐 있어 보이는 말로 꾸며 보인다 한들 사실은 막연한 이유가 필요했던 게 다니까.

예고 진학을 목표로 두고 입시 미술에 하루 종일 저를 끼워 맞히자면 다른 세계는 영영 들여다보지도 못할 거라는 무적의 논리.

가령 이 환상적인 사진을 찍어낸 주인공처럼 저 역시 또 다른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춘기 무지렁이 식의 되도 않는 논리.

“어떡하냐...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미친 짓을 다 하고. 그래서 지금 삭제하면 가당키나 해? 읽고 씹히는 쪽보다 안 읽고 씹히는 쪽을 더 걱정해야 하는 이 답변을 기다리는 게?”

물론 제가 세운 그 되도 않는 논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취소하지 않았던 DM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펜팔 친구를 사귀게 만들었고 저를 설렘 속으로 몰아넣었다니까.

더불어 흔하디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사춘기 무지렁이로서 제 뮤즈, 아니 체리의 정보 역시 꾸준히 수집할 수 있었고.

체리는 자신과 동갑인 여자 아이이고, 본명 역시 자기소개인 ‘체리’와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오래도록 해외에서 지내다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올해 초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점.

그렇게 약 2년 가까이 된 시간들로 저희 사이를 가늠해봤을 때, 저와 체리는 실제로 마주해도 꽤나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다만 아직도 모르겠는 건 계정 옆 공인 마크.

제 아무리 SNS 피드가 화려하기는 해도 저 공인 마크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렇다고 얼굴도 모르는 이와 약 2년이라는 들여 꾸준히 답변을 주고받는 스캠 유저라.

글쎄, 그건 수지타산에 너무 안 맞지.

그래서 저는 체리를 의심하기보다는 믿는 쪽으로 올 인해버린 순애보 지니가 됐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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