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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적당한 거리감이 깨진 거지 (2)

Author: 전왠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1 16:20:37

“휘안아. 너 낯빛이 심각한데. 왜? 할아버지 보내드린 게 계속 마음에 쓰여서 그래?”

휘안과 둘도 없는 절친이자 같은 반 반장인 도준은 다른 친구라면 몰라도 휘안의 표정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이걸 좀 더 다르게 표현하자면 휘안의 사색을 방해하는 일등공신이라는 거고.

“후... 괜찮아. 할아버지 편찮으신 건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좋은 마음으로 보내 드렸어. 그보다 체리 DM에 마음이 복잡해져서 그렇지.”

“휘안아! 너 또 체리 타령이야?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SNS 펜팔은 범죄라니까. 걔한테 넌 심심풀이 땅콩이라고. 제발 현실을 살아.”

매번 그렇듯 소연은 선과 악이 분명하다.

저와 접점이 없는 체리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못된 말로서 나쁜 아이로 몰아가기.

평소 같으면 소연의 말에 칼같이 대꾸를 했겠지만 어째서인지 오늘은 입에 본드라도 발랐는지 입이 쉽게 떨어지지를 않는다.

현재 날씨는 화창해도 현재 기분은 우울함.

정말 그럴까? 나만 이런 마음인 건가?

나만 체리가 실제로 보고 싶은 걸까?

일상에서 무료함을 느끼거나 지치는 매 순간, 체리가 올린 사진들을 찾아보거나 주고받은 메신저들을 찾아보는 건 습관이 된지 오래인데.

그렇게 작은 습관에 불과했던 행동들은 눈덩이마냥 크게 부풀어 제 하루에 안착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체리가 남긴 흔적들을 따라갈 때라면 저는 비로소 편안해졌으니까.

“성소연. 말 좀 예쁘게 해라, 어? 휘안이 얘 할아버지 보내드리고 온 지 얼마 안됐어. 굳이 또 최선에 최선을 다해 시비조로 말해야 해?”

“야, 이도준. 너까지 체리 편드는 거야? 막말로 걔가 우리랑 동갑도 아니고 신분을 속였을 수도 있잖아. 그럼 휘안이 얘만 바보 되는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안 그래?”

***

하여튼 제 말투는 생각도 못하고 남의 말투에 쏜살같이 불편함을 느끼는 도준이나.

체리라는 단어만 나왔다 하면 뭐 못 들은 것 들은 거 마냥 길길이 날뛰기 바쁜 소연이나.

다행히 제 옆에서 한 판 붙기 전 교실을 벗어나기 적당한 명분이 들려왔다.

그렇다고 제가 아침 댓바람부터 교무실에 방문하는 걸 선호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부반장… 아니, 나예린 말 듣고 왔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찾으셨다고.”

“어, 그래~ 다행히 일찍들 등교했네.”

낯을 가리고 대외적으로 조용한 성격인 휘안은 담임의 호출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담임이 콕 찍어 저도 도준과 같이 교무실에 들르라 했다니 도준의 반 보 뒤에서 사람 좋은 미소로 목례를 한다는 거였다.

“휘안이는 할아버님 잘 보내 드렸고? 지난주… 그래, 목요일! 아침 조회 끝나고 정신없이 집으로 갔잖아. 선생님도 경황이 없어서 휘안이한테 말을 못 건넨 거 있지.”

“네. 원래 아침 조회 때가 제일 바쁘잖아요. 선생님께서 걱정해주신 덕분에 저희 할아버지 잘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조부상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되니깐 걱정하지 말라는 거. 그 말 하려고 휘안이 부른 거야. 본인 출석은 본인이 챙겨야지. 다 대학 입시에 직결되잖아.”

아, 이 정도 안내라면 아침 조회 다 끝나고 저만 따로 불러 말해줬어도 그만 아닌가.

굳이 이렇게까지 부를 건 아닌 거 같은데.

보아하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거 같다.

“그리고 도준이!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올 예정이야. 그래서 아침 조회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선생님 대신 이 유인물 좀 들고 가서 애들한테 나눠줘. 휘안이랑 들고 갈 수 있지?”

역시나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분답네.

우리 반에 오는 전학생 소식은 꽤 의외인 게 맞지만 그렇다고 원 플러스 원인 제 심부름꾼 처지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네. 이렇게 두 줄 맞죠?”

“고맙다~ 무거우니깐 편하게들 나눠들어.”

무거우니까 편하게들 나눠들라는데 저희가 들 유인물은 기가 막히게도 높이도 같은 두 줄.

고로 이건 편할 수도 없고 나눠들 수도 없지.

물론 담임 눈에는 안중에도 없겠지만.

그렇게 담임에게 목례를 끝마치고 도준과 얼른 돌아가자는 눈짓을 주고받는데 들어올 때와는 달리 자동문이 된 교무실 문이었다.

“……!”

하얗다 못해 투명한 피부.

칠흑같이 검은 생머리.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표정.

제가 본 이름 모를 아이의 첫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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