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 <4화> 같은 하늘 아래인데 (1)

공유

<4화> 같은 하늘 아래인데 (1)

작가: 전왠지
last update 게시일: 2026-07-02 16:40:23

그래도 학생은 학생이고 선생은 선생인 법.

하마터면 선생으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릴 뻔 했지만 겨우내 마음을 다잡은 김미영 선생은 눈앞의 존재를 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잠깐 대화를 나눠본 것만으로도 야물딱지고 부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게 우리 반에 제대로 된 전학생이 온 게 확실했다니까.

“그럼 우리 율혜는 어려운 말이나 사투리만 아니면 잘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지?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께 율혜 특이사항 전달해놓을게.”

“감사합니다. 저 이제 교과서 다 넣었어요.”

“그래~ 우리 율혜는 손도 참 빠르네. 아 참, 아까 교무실에 들어올 때 마주쳤던 남학생 두 명 기억하니? 걔들도 우리 반 학생들이었는데.”

“아, 그럼 교실에 가면 볼 수 있는 거예요?”

“맞아. 우리 반 애들 다 순하지만 걔들은 특히나 더 순해. 한 명은 반장이기도 하고.”

전학 첫 날이라면 정신없을 게 당연하지만 작년보다도 배로서 그 정도를 뛰어넘는 중.

제 신상 정보를 다 확인했으면서도 아직도 더 할 말이 남았는지 여전히 말이 많으신 모습.

그래도 율혜는 저에게 좋은 의미로서 관심을 보이는 김미영 선생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렇구나. 그 애들이 나랑 같은 반이었구나. 둘 다 엄청 지쳐 보였는데. 특히 한 명은 더.’

타인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잡아내는 건 율혜가 가진 주된 특기 중의 하나였다.

타고나기를 주변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인 것도 맞았지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봐와서인지 또래들보다는 비교도 못할 경험치가 더 쌓였던 거다.

“자, 아무튼 이렇게 서류도 다 확인했고. 율혜 교과서도 다 받았고. 이제 교실로 이동해볼까?”

“어, 근데 저 할 말이 있어요! 모든 교과서를 다 받은 거 같지는 않거든요. 교과서가 없는 수업을 들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오늘 못 받은 건 내일 중으로 받을 수 있을 거야. 시간표 보니까 오늘 있는 수업 중에 율혜가 교과서 없는 수업은 없더라고. 아주 예리한데? 첫날부터 나이스~”

***

도준과 함께 반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한 휘안은 좀 전에 교실을 나설 때와는 다른 의미로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

놀랍게도 그 사색의 주제는 체리뿐만이 아니었고 새로운 인물도 함께였고 말이다.

체리와 이름 모를 여자 아이.

체리에서 그 여자 아이로.

다시 또 그 여자 아이에서 체리로.

휘안은 그저 그 이름들이 알고 싶었다.

“아침부터 호출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이야. 예린이가 가방도 안 내려놓고 우리한테 와서 진짜 식겁했잖아. 월요일부터 뭔 일일까 하고.”

“별 거 아니었어. 휘안이 지난 주 이틀 빠진 거 출석 때문에 불렀대. 뭐 실질적으로는 나랑 유인물 심부름이나 하라고 부른 거였지만.”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난 또 아침부터 어떤 꼬투리를 잡혔을까 엄청 걱정했거든~”

“글쎄다. 지금 네 말투를 보아서는 걱정한 게 전혀 아닌 거 같은데. 특히나 휘안이는 몰라도 나까지 불려가니까 깔깔 웃던 게 누구였는데.”

저를 빼고 제 이야기를 하는 두 친구들의 대화에도 깊은 사색은 쉬이 그치지 않는 법.

보통 학기 중 전학생이 온다 하면 한참 전부터 들썩이는 게 정석인데 이번 전학생에 관해서는 별 다른 소문이 없었던 거 같다.

저나 도준이야 학교 소식에 관심이 없다 해도 소연과 같은 여자 애들은 떡밥 하나를 던져주면 반응이 즉각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응. 나도 도준이랑 똑같이 생각해. 소연이가 도준이를 좀 많이 비웃었어야지. 근데 말이야. 오늘 날씨 너무 좋지 않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새로운 전학생 맞기에도 아주 훌륭해.”

“전학생? 아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이도준 네가 말해봐. 오늘 진짜 전학생이 온다고?”

“뭐 대충은 눈치 챘지. 지난 주 금요일에 교무실 들렀다가 우연히 선생님들 대화를 엿들었거든. 그리고 좀 전에 마주치기도 했고.”

그래, 들뜬다는 건 불가항력이라는 거다.

자신의 SNS 친구인 체리 역시 오늘부터 새로운 학교로 등교할 예정인데 하필 또 오늘 자신의 반에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다니.

교무실 문 앞에서 스쳐지나간 게 전부였지만 전학생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상승했다니까.

“설마… 여자야?”

“뭐야. 성소연 왜 저래. 성별이라고는 여자 아님 남자인데 설마라는 말이 왜 필요하지?”

“묻는 말에나 답해! 그래서 여자냐고?”

“하여튼 성질은... 여자 맞아. 그리고 아마도 휘안이 짝꿍이 되겠지. 담임 성격에 전학생 왔다고 자리를 바꾸는 수고는 안 더할 테니까.”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13화> 올해의 진저브레드 쿠키 (2)

    제 아기 토끼를 보호하는 하나뿐인 본부의 입장이라면 그 취향도 쏙쏙 들어 내놓는 편.율혜는 휘안의 질문이 들어오기 무섭게 망설임 하나 없이 그 정답을 외치는 동시에 저만이 알고 있는 부가 설명도 이어갔다.“물론 휘안이는 떡을 즐겨 먹지 않아서 그 모습은 보기 드물다는 거야. 음~ 시험 기간에 떡 하나 쥐어주면 겨우 볼 수 있는 쪽이니까.”“부끄러워... 율혜는 나를 막 하나하나 다 뜯어봤나봐. 난 단지 율혜한테 딸기 찹쌀떡 하나를 받아서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뿐인데. 그게 전부 다 우리 율혜의 계략이었다고?”“어쩔 수 없지. 그냥 막 관심이 가는 걸 어떡해. 휘안이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만 여러모로 더 큰 성장이 가능한걸.”보통 본인의 호불호를 나열할 시점이 되면 많은 이들이 멈칫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하지만 우리 율혜만은 예외라는 거지.저만의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모아온 관심.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마주하자면 더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천사 표와 같은 진심.율혜는 호불호고 관심이고 그 기준이 아주 명확해서는 제 사람들을 칼같이 챙긴다.그래서 그 주변 사람들은 율혜에게 저는 몇 등일지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거고.***방학을 맞이하고서야 다시금 주말다운 주말.연기 학원은 물론이고 다른 학원들 역시 평일 쪽으로 몰아서 다닐 수가 있다니 이제야 살맛을 되찾은 휘안이었다.사실 진짜 살맛을 되찾게 된 데에는 어제 하루에서 기인된 도파민이 오늘까지도 쭉 이어지게 된 배경도 상당했지만 말이다.“자, 후식으로 떡들 좀 드세요~”“뭐야? 이게 웬 떡이래.”“헤헤. 율혜가 나만 사줬어. 다른 애들은 내가 사주는 조건으로. 어제 내가 한 소비 중 제일 합리적이었지. 엄카 님께 다시 한 번 영광을 돌립니다. 향후 오 년 안에 배로 갚겠나이다.”율혜가 골라준 딸기 찹쌀떡과 핑크빛 꿀떡.제 담백한 취향은 고사하고 지극히 달달한 맛만을 좇는 율혜 취향으로 선정된 떡들이지만 그래서 더 먹을 맛이 난다는 거다.“그래? 율혜가 휘안이만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12화> 올해의 진저브레드 쿠키 (1)

    밥 한 끼 함께하는 김에 얕은 탐색전도 펼쳐봤고, 게임 센터에 들어선 김에 합법적인 체급 확인의 시간도 가져봤고.오늘은 사자대면의 첫날이니만큼 길거리 아이 쇼핑을 끝으로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아무래도 이 네 명의 조합으로 카페까지 가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니까.따라서 리짱은 오늘의 사자대면을 장식하는 마지막 코스로 떡집 방문을 주장했다는 거지.원래 한국에서는 각자 의미가 있는 날에 주변에 떡을 돌리는 문화도 있다니 뜻이야 끼워 맞추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래운아. 너 호박설기 먹어봤어?”“호박? 호박을 썰어서 먹어봤냐고?”“아니~ 내가 말한 건 호박설기. 호박설기는 호박 맛이 나는 백설기야. 래운이 너 백설기 좋아하잖아. 그래서 호박이 들어간 백설기도 좋아하냐고 물어본 건데. 아니면 말고.”“음... 안 먹어본 거 같아. 근데 좋아할 거 같은데? 체리 추천이니까 한 번 시도해볼게.”호박설기의 호박이 샛노란 늙은 호박인지, 연두색의 애호박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도 두 선택지 모두 좋다는 판단 하에 긍정적인 대답.모르는데 알은체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로 둔 래운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율혜 옆자리를 적극적으로 사수하며 율혜가 뭔 말만 했다 하면 그 말이 정답이라는 둥 설레발을 치는 휘안을 봐라.그러니 저도 저 화려한 반응에 밀리고 싶지 않아 맥락 상 대략적인 뜻을 이해했다면 굳이 주변 이들에게 되묻지 않고 핸드폰 자판 쪽을 눌러보는 나머지 공부를 자처하기로 한 거지.“좋았어. 그렇다면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아주 훌륭해. 떡집에 들러서는 각자가 원하는 떡을 사고 쿨하게 헤어지자는 계획이니까.”“응~ 누가 세운 계획인지 흠 잡을 데 없어. 그래서 우리 율혜는 뭐가 먹고 싶다는 거야?”“경단! 오늘은 앙꼬가 든 경단을 먹을 거야.”“그래. 경단 앙꼬야 무르고 달달하니까 율혜 입맛에 꼭 맞겠다. 가서 경단부터 쓸어 담자.”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꿀떡을 입에 달고 사는 중이라 들었는데 그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11화> 유난도 관심이라는 거야 (3)

    누가 저희 넷의 공통점을 찾아달라고 했나.이건 누가 봐도 제 뜻을 바로 읽었지만 제 말의 의도를 무시하겠다는 거절과도 같았다.그럼 뭐 저도 독자 노선 타면 그만인 거지.녀석을 공격해서 우위를 잡는 쪽으로 말이다.“우리 넷 다 오른손잡이라고? 그건 모르지. 우리 중에 스파이 하나가 있을지. 오른손잡이가 아니라 양손잡이가 섞여있을 수도 있잖아.”“에이~ 설마 양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라고 속였을까. 그런 가정은 너무 유치하잖아.”“……!”“아... 너 살짝 유치했구나?”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바로 들어온 반격.래운은 한껏 놀란 표정으로 제가 들은 말이 정녕 저를 겨냥한 말인지를 되묻기 시작했다.“너, 지금 나보고 유치하다 한 거야? 나 누군지 몰라? 나 라디안 래운인데?”“알지~ 이 시대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래서 그런지 생각하는 게 참 남달라. 본인이 라디운 래운이라는 사실이 어디서든 통할 거 같나봐. 나도 왠지 그 매력에 빠져서는 럭키원이 다 될 거 같은데? 너 정말 대단하다, 래운아.”무릇 이 시대 최고로 귀여운 아기 토끼란 제 하나뿐인 주인의 애정에 힘입어 나날이 배포가 커져만 가는 중.그러니 휘안은 애교살까지 부풀려가며 방긋 웃는 얼굴로 제 앞의 래운을 칭찬했던 거다.좀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간 좀 봤던 건 저희 둘 다 비슷한 의도였다니 말이다.“그럼. 래운이 얘 엄청 다재다능해. 형 말로는 뭐든 배우는 게 빠르다고 하더라고. 그니까 이 나이에 벌써 사회생활 중인 거 아니겠어. 아마 웬만한 애들은 위로 형 다섯이나 두고 하루도 못 버틸 거야. 안 그래, 율혜야?”“맞아. 래운이는 사랑둥이 막내야. 래운이도 형들을 엄청 좋아하고 형들도 래운이를 엄청 아낀다고 했어. 물론 심부름은 못 피한다지만. 심부름이란 막내의 숙명이라는 거거든.”휘안이 틀어준 물꼬에 저를 향한 칭찬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자 점차 경계가 낮아진 눈빛으로서 수긍하는 표정의 래운.과연 처음 보는 이에게 통성명부터 시도한 전적이 있는 주인공답게 브레이크보다는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10화> 유난도 관심이라는 거야 (2)

    “아무튼 래운아. 괜히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 율혜가 휘안이를 많이도 아껴. 그건 휘안이도 마찬가지지. 래운이 너도 보자마자 알 수 있을 거야. 그래서 그 둘이 만나는 거구나 하고.”“몰라. 그 둘이 가깝게 지낸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안 들어. 차휘안 걔가 그렇게까지 아기 토끼 상 그 자체라고? 글쎄, 그건 모르는 거지. 내가 본 사진이 다 보정했던 걸 수도 있잖아.”휘안과의 사자대면 약속을 잡기 한참 전부터 휘안의 눈코입이 나온 사진 한 장이라도 보여 달라고 온갖 떼를 다 쓰던 녀석.의외로 래운의 주장은 근거가 타당했다.상대방은 저를 실제로 보기도 전 사진이며 영상이며 모든 정보를 접했을 텐데 저는 그 생김새 하나 모른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쪽.그렇게 율혜는 휘안에게도 동의를 구한 뒤, 제 선에서 휘안의 얼굴을 공개하게 되었다니까.“글쎄. 아무 것도 안 믿는다는 애치고는 엄청 관심 있게 구경했다던데. 율혜는 그 모습이 인상 깊었나봐. 그렇게까지 조용할 줄 몰랐대.”“뭘 엄청 관심 있게 구경해. 상황 상 저장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거지. 체리가 자기 핸드폰으로만 보여줬다니까. 차휘안 초상권 엄청 소중하다고 전송 같은 거 안 된댔어.”제 핸드폰에 휘안의 사진을 저장할 수는 없었지만 제 머릿속에는 저장했다는 래운.다만 아직은 실물을 접하기 전이라니 녀석이 웬만큼 생겼다는 건 진실로라도 입에 발린 소리로라도 내뱉지 않겠다는 입장인 거다.“응. 율혜가 잘 행동한 거 같아. 솔직히 너도 다행이지. 네가 휘안이 사진 갖고 있으면 뭐해. 아마 수시로 확인하다 밤만 지새웠을 텐데.”“아, 몰라~ 그래서 차휘안 걔는 알기는 알까? 내가 걔 때문에 이렇게 심란하다는 거 말이야.”어떻게 제 마음 한 번 바로 읽어줬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동시에 이리저리 앓는 소리.그러다 뒹굴뒹굴 굴러 침대 프레임 가까이로 다가가는데 그건 또 못 참겠지 싶어 한 소리 크게 나간 방주인이었다.“야! 너 또 침대로 올라가기만 해. 난 외출복 입고 침대 위로 안 올라간다고 말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09화> 유난도 관심이라는 거야 (1)

    꿀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아마도 율혜의 속담 활용 능력을 따져보자면 떡 앞에 꿀을 붙이는 레벨 정도가 맞을 거다.그러니 더더욱 박수 받아야 마땅하지.율혜는 한 평생 일본 엘리트 코스만을 밟다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지는 이제 막 일 년 반을 넘긴 열여섯 소녀라니까.“그래도 평소 생각해온 게 있으니까 이렇게 바로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고대 시가나 비문학 지문 볼 때면 눈앞이 막 핑핑 돈다며. 그게 율혜 너한테는 제2외국어 개념이라니까.”“응. 아무래도 리짱은 담임선생님 과목에서 사회적 약자라는 거거든... 안 되겠어! 오늘은 핑크빛 꿀떡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는 날이야. 우리 모두 다 가까이에서 친하게 지내야만 하는 과목이 한 가지씩은 꼭 있기 때문이야.”“그러게. 나도 율혜 너랑 뜻을 같이 해야겠어. 목메지 않게 마실 것도 사고. 괜히 막 떡 먹다 사례 걸리면 그게 진짜로 죽을 맛이거든.”“좋았어. 그렇다면 유미 씨랑 마트도 들르고 떡집도 들르는 거야! 웬만하면 그냥 꿀떡 말고 핑크빛 꿀떡만을 수집할 목적으로 말이야.”하루 웬 종일까지는 아니지만 오후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핑크빛 꿀떡의 열연.덕분에 예린 또한 새로운 결심이 가능했단다.율혜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서는 밀크 초콜릿과 핑크빛 꿀떡을 들고 귀가해보기로.만약 제 운이 빗나갔다 한들 제 손에 들린 이상한 조합들로나마 잘도 달달한 저녁 시간이 되겠지 싶었다니 말이다.***일관된 리듬으로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보면 생각 없이 내리기만 건 아닐 듯한데.그래도 그렇지.제 시야에서 두 눈이 빠져라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때때로 눈 건강을 위해 스팀 안대를 끼고 자면 뭐 하나, 평소 행실이 저 모양 저 꼴인데.“나 끝.”“……!”“할 거 다 했다고. 이제 너랑 놀 수 있어.”초시계를 앞에 두고 수학 킬러 문항을 푼 건 제 쪽인데 표정만 보면 녀석이 다 푼 거 같다.유리창에 비친 표정이 어찌나 어리벙벙해 보이는지 이쯤에서 말 걸기를

  • 사월로부터 시작된 우리   <108화> 판독 결과를 듣자하니 (3)

    아주 오랜만에 예린과 단 둘뿐인 하굣길.예린은 도준이 저희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핑크빛 꿀떡과 달나라 토끼에 관한 상세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하굣길에 남은 보충을 하기로 했고, 앞으로는 오늘의 저녁 메뉴라는 새로운 주제로 넘어갈 차례라니까.“율혜야. 그래서 넌 이제 어디로 간다고? 지금이야말로 갈피를 잡아야 할 때인 거 같아. 집이야, 사진 스튜디오야? 어딘지 딱 말해봐.”“어, 그건 말이지. 이제 막 결정이 된 참이야. 유미 씨와 마트에서 만나기로 합의를 봤거든.”“아~ 어머님과 마트 데이트를 즐기기로 한 모양이구나. 그것 참 잘됐네. 어쨌든 삼시세끼 카레와 함께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거니까.”“응. 아마도 오늘의 저녁 메뉴는 크림 스튜가 될 거 같아. 올리브 오일에 치킨이랑 야채를 알맞게 굽는 게 시작이지. 마지막으로 생크림도 한 바퀴도 예쁘게 둘러주면 완성이라는 거야.”어쩐지 중간 과정이 많이도 생략된 레시피.하지만 문제는 율혜가 아닌 예린에게 있었다.어젯밤에도 카레, 오늘 아침에도 카레.심지어 점심 급식에서까지 카레가 나왔다니 이젠 카레란 카레에는 치가 떨린다고나 할까.이쯤 되면 현재 저희 집에 남겨진 카레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확인할 법도 한데 괜한 오기가 발동했지.글쎄, 아무도 시키지는 않았지만 저 스스로 제 운을 시험해볼 작정이라며 오늘의 저녁 메뉴에 대한 힌트조차 묻지 않기로 했다니까.“근데 말이야. 예린이는 카레에 초콜릿을 넣어봤어? 안 넣어봤으면 한 번 넣어보는 게 어때? 더 맛있어질 게 분명하거든.”“초콜릿? 다크 초콜릿 말하는 거야? 예전에 어디에서 본 거 같기는 해. 카레에 초콜릿을 넣으면 풍미가 짙어진다, 그런 내용.”“음~ 다크 초콜릿도 좋지. 근데 개인적으로는 밀크 초콜릿이 더 좋아. 아무래도 난 평균보다 더 부드럽고 더 달달한 맛을 좋아해서 말이야.”“그래? 이왕 도전을 할 거라면 밀크 초콜릿을 넣어보라는 거지? 알겠어. 카레가 남아 있으면 꼭 넣어볼게.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