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나는 멍하니 턱을 하영의 어깨에 기대었다.“하영아, 너 그거 알아?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정말 무서웠어. 그러나 현욱 씨에게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준 후, 정성껏 날 돌보는 그 남자를 보았을 때, 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 아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렇게 난 내 아이와 하나로 되어 서로 갈라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마찬가지로 나도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을 줄곧 기대하고 있었어. 이 아이는 내 혈육이고 내 핏줄이니, 만약 누가 그를 해치려 한다면, 난 필사적으로 그 사람과 싸울 거야! 그런데 내가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 아이는 어떡하지? 현욱 씨는 또 어떡하지? 하영아, 의사 선생님이 이 아이도 감염될 것이라고 말했어. 만약 내가 정말 이 아이를 낳았다면, 앞으로 그는 평생 이런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을 거야. 그러나 이 아이를 지우기엔 너무 아까워,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만약 내가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내가 더러운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아닌데...”인나는 온몸을 떨며 더 이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하영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너 자신을 이렇게 말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우리 이제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으면 돼.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인나야, 자포자기하지 마. 네 곁에 아직 우리가 있잖아...”인나는 하영의 어깨에 기대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녀는 하영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하영에게 안긴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오장육부는 터질 것처럼 아팠고, 인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죽고 싶어...’하영은 조용히 인나의 곁에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인나는 서서히 하영을 밀어냈다.그녀는 붉게 부은 두 눈을 반쯤 드리우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자, 날씨가 춥네.”하영은 인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두
말을 마치자, 인나는 하영의 손을 꼭 잡았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하영아, 제발, 제발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말아줘! 그리고 나랑 같이 이 아이를 지우러 가면 안 돼? 난 이 아이가 계속 고통 속에서 살게 할 순 없어!”가슴이 아픈 하영은 인나를 바라보았다.“현욱 씨도 이 일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안 돼!” 인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영아,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현욱 씨에게 말하지 마!”“네가 아이를 지운 일은 언젠가 들킬 거야.”하영은 설득했다.“인나야, 만약 이 일을 숨긴다면, 앞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현욱 씨와의 오해도 더욱 깊어질 지도 몰라.”“난 현욱 씨가 평생 날 오해했으면 좋겠어!”인나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내가 지금 현욱 씨와 함께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난 에이즈에 걸렸어! 다른 병이 아니라 에이즈라고!! 난 현욱 씨가 나에게 실망을 느끼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 하지만 난 현욱 씨가 나 때문에 무슨 일 생기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다고!!”하영은 마음이 아팠다.“그래서 이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거야?”“이건 다 내가 지은 죄야.” 인나는 울면서 무기력하게 웃었다.“제발, 하영아, 내가 처음으로 너한테 애원하는 거니까 날 도와주면 안 돼? 제발 내 소원 좀 들어줘...”“현욱 씨가 이런 널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하영이 물었다.“난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난 현욱 씨에게 미안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정말 그이를 사랑하거든.”인나는 다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하영은 인나의 눈빛에 드러난 쓸쓸함과 고통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영은 자신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계속 유준 씨와 함께 하려 했을까?’순간이지만 그 답은 너무나도 뻔했다.‘그럴 리가 없지.’‘난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유준 씨에게서 멀어지도록 노력할 거야.’‘혼자 견디더라도, 혼자 어둠에 빠지더라도 난 그 남자를 어두운 구렁텅이로 끌어들이지 않을 거야.’하영은
끊임없이 아픈 복부는 인나의 아이가 이미 없어졌단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그렇게 고통을 감추며 인나는 다시 현욱을 바라보았다.“배현욱 씨.”인나의 허약한 목소리에 현욱은 즉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바로 침대로 달려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나 여기에 있어. 인나 씨, 대체 왜 그래? 나한테 말해봐, 응?”인나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현욱 씨...”“응!”“우리 헤어져요.”쿵 하는 소리와 함께 현욱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는 깜짝 놀라 하며 인나의 두 눈과 시선을 마주쳤다.“뭐, 뭐라고?”인나는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헤어져요.”현욱은 온몸이 갑자기 굳어지자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거야? 하나도 안 웃겨. 어디 아프면 나한테 말해. 내가 고생할까 봐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너와 아이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다...”“이제 아이 같은 거 없어요.”인나는 현욱의 말을 끊었다.“그러니 더 이상 날 위해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고요. 난 이미 아이를 지웠어요.”그 말에 현욱의 잘생긴 얼굴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인나를 쳐다보았고, 안색은 점차 창백해졌다.“뭐라고?”“몇 번을 더 말해요?” 인나는 힘없이 말했고, 목소리는 무척 싸늘했다.“아...”현욱은 당황함에 시선은 인나의 배에 떨어졌다.“아니, 이유가 뭐야?”현욱은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에 목 졸린 듯 숨이 막히더니 거의 숨을 쉬지 못했다.“당신이 너무 짜증 나서요. 매일 할 일 없는 것처럼 나만 에워싸고 있잖아요. 너무 나한테 매달리기만 하니까 이제 질렸어요.”이 말을 듣자, 하영은 두 눈을 꼭 감더니 얼굴을 돌렸고 감히 두 사람을 보지 못했다.“아니...”현욱은 당황해하며 말했다.“난 할 일이 없는 게 아니야. 나도 바쁜 사람이지만 지금은 단지 너와 함께 임신기간을 보내고 싶을 뿐인데... 인나 씨,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오늘이 만우절인가? 왜 나에게 이런 농담을 하는 거
“이런 터무니없는 이유로 내 아이를 지우다니!? 우인나, 너 정말 대단해!”현욱은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내가 네 곁에 없을 때,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말해 놓고는, 이제 계속 곁에 있어주니까 또 귀찮다니! 그리고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지? 이제 곧 손과 발이 다 자랄 텐데! 너 도대체 얼마나 악독하길래 아이를 이렇게 쉽게 지운 거야?! 만약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나에게 맡기면 되잖아! 지금 날 뭘로 보고, 내 아이를 뭘로 본 거야?? 우인나, 너한테 이럴 자격이 있는 거냐고?!!!”인나는 울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얼굴을 돌려 입술을 꽉 물었다.인나의 냉담하고 매정한 태도를 보며, 현욱은 마치 무엇을 깨달은 것 같았다.그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이제야 알겠네. 우리 어머니의 말이 맞았어. 사실 넌 이 아이를 낳을 엄두가 없었던 거야!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지?! 너 정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다음 나한테 매달린 거였어! 맞지?!”현욱이 어떻게 말하든 인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현욱은 이성을 잃고 앞으로 다가가 인나의 팔을 잡아당겨 억지로 그녀를 끌어올렸다.“말해봐!” 현욱은 노호했다.“설명 좀 해보라고!! 평소에 말 잘 했잖아? 왜 이제 와서 벙어리인 척하는 거야?!”하영은 얼른 가서 현욱을 막았다.“현욱 씨, 진정해요!! 인나 지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요!”“넌 빠져!!”현욱은 화를 내며 하영을 뿌리쳤다.그가 너무 많은 힘을 주는 바람에, 하영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인나는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더니 현욱을 노려보았다.“왜 하영을 때리는 거예요?! 당신 미쳤어?!”“그래, 나 미쳤다!” 현욱은 눈에 핏발이 섰다.“말해봐! 왜 그랬어? 나한테 왜 그랬냐고?! 말해!!”인나도 덩달아 소리쳤다.“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예요? 배현욱 씨, 내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두 번 다시 당신 보고 싶지 않다고요!!”“대체 왜?!” 현욱은 서랍을 향해 주먹을 세게 내리쳤다. “대체 나한테
유준은 하영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 어디야? 무슨 일 생겼어?”하영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인나가 지금 병원에 있어서, 같이 있어줘야 하거든요.”“이런 일은 현욱한테 맡겨.” 순간, 유준은 기분이 안 좋아졌다.“인나와 현욱 씨는... 헤어졌어요.”“헤어져??” 유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인나 씨 임신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지?”“인나가 아이를 지웠어요. 그리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고요. 현욱 씨 오늘 정말 이성을 잃은 것 같던데, 당신도 가서 현욱 씨 찾아봐요.”유준은 그제야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알았어, 내가 지금 바로 현욱에게 전화할게.”“네.”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병실로 돌아왔다.통화 시간은 겨우 몇 분밖에 안 됐지만, 인나는 이미 눈을 뜨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영은 마음이 아파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배고프지? 내가 경호원더러 먹을 거 좀 사 오라고 했는데, 좀 먹자, 응?”“하영아, 나 정말 이해가 안 돼.” 인나는 화제를 돌렸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하영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나만 믿어. 지금 틀림없이 누군가가 고의로 널 해치려 한 게 분명해.”인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양다인은 에이즈에 걸렸지만, 난 그 여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접촉한 다른 그 누구에게도 이런 병이 없었고.”“자세히 생각해 봐. 양다인 말고 최근에 수상한 사람이랑 만난 적 있는지.”인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히 생각했는데, 순간, 그녀는 주민을 떠올렸다.인나는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주민... 임신해서부터 지금까지, 너희들을 제외하면 주민 그 여자밖에 없어! 그러나 주민도 나한테 손을 댄 적이 없는데. 그리고 그 여자에게도 이런 병이 없잖아. 정말 그녀일까?”하영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주민과 양다인도 모르는 사이일 텐데.”인나의 눈빛은 다시 어두워졌다.“만약 주민이 아니라면, 나도 정말 모르겠
“그래서, 내가 우인나 씨의 사장으로서 안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유준은 나지막이 말했다.“이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현욱은 고개를 저었다.“너랑은 상관없어. 내가 사람을 잘못 봤으니까.”“난 사장으로서 우인나 씨의 인성을 꿰뚫어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인나 씨를 디자인팀 팀장의 자리에 앉히기까지 했어.”현욱은 멈칫했다.“넌 신도 아니니 어떻게 모든 것을 알 수 있겠어?”유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의미심장하게 현욱을 쳐다보았다.현욱은 얼떨떨해졌다.“잠깐만, 너 지금 나한테 뭐 암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인나 씨가 단지 이런 핑계로 날 속이고 있을 뿐, 사실 다른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건가?”“하영이 왜 지금까지 나에게 아이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을까?”“네 아버지가 아이들 빼앗아갈까 봐!”“그러니 인나 씨의 일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 봐.” 유준은 일어서서 말했다.“술도 더 이상 마실 필요가 없는 것 같고.”“잠깐!”유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현욱을 바라보았다.“인나 씨가 무슨 이유로 아이를 지웠을까?”현욱이 물었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영 씨한테 물어봐!” 현욱이 말했다.“나 오늘 화가 나서 실수로 하영 씨를 밀었는데, 지금은 네가 하영 씨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어. 난 물어볼 면목이 없거든...”순간, 유준의 안색은 차가워졌다.“하영에게 손을 댔어?! 너 죽을래??”현욱은 얼른 두 손을 들었다.“맹세하지만 나 그때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단 말이야.”유준은 더 이상 현욱을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룸을 떠났다.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그는 휴대전화로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한참이 지나서야 받았는데, 하영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유준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너 오늘 넘어졌다며? 어디 다친 데 없어?”하영은 잠시 멈칫했다.“현욱 씨가 말했어요? 지금 상태는 좀 어때요?”“인나 씨 지금 네 곁
“하영아, 난 이미 마음을 정했어.”인나가 말했다.“너도 봤잖아, 오늘 현욱 씨의 상태. 난 현욱 씨에게 두 번 다시 타격을 입히고 싶지 않아.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그냥 단념하라고 그래.”“현욱 씨가 평생 모를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하영은 계속 말렸다.“그의 능력이라면 언젠가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될 거야.”“나 외국에 가서 치료하고 싶어. 그리고 발견하면 뭐가 어때서?”하영은 멈칫했다.“출국하려고? 유준 씨 명의로 된 병원은 외국보다 환경과 수준이 더 좋을 텐데.”“난 이곳에서 아이를 지웠기 때문에 계속 이 병원에 남아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하영아, 날 설득할 필요 없어.” 인나는 씁쓸하게 말했다.하영은 그런 느낌을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없이 말했다.“네가 떠나기로 마음먹은 이상, 나도 다른 말하지 않겠어. 언제쯤 가려고?”“이 일을 내 부모님께 말씀드린 후에. 일찍 떠날수록 좋지...”다음날, 하영은 인나를 집으로 데려다준 다음, 스스로 아크로빌로 돌아갔다.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현욱의 차도 여기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하영은 현욱의 차를 한참 동안 쳐다본 후에야 비로소 별장으로 들어갔다.이때 현욱과 유준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있었고,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분분히 고개를 돌렸다.하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현욱은 얼른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하영 씨, 미안해요. 어제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요.”하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 씨의 마음을 내가 이해할 수 있기에 사과할 필요 없어요.”현욱은 당황해하며 손을 비볐다.“오늘 찾아온 목적은...”“인나 때문이죠? 나도 알아요.” 하영은 소파에 앉았다.“그러나 난 인나의 결정을 존중해요.”현욱도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나도 알아요. 왜냐하면 두 사람은 절친이잖아요. 그러나 내가 인나 씨의 약혼자이고, 또 그동안 열심히 인나 씨를 돌본 것을 봐서라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줄 수 없어
유준은 갑자기 허리를 굽히더니 하영을 안고 일어섰다.그는 눈동자를 드리우며 차가운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았고, 말투는 무척 엄숙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네가 스스로 잠들게끔 널 엄청 피곤하게 만들 거야.”가벼운 말 한마디에 하영은 바로 이상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부끄러워서 발버둥 쳤다.“정유준 씨, 지금 대낮인데, 그런 일 좀 안 하면 안 돼요?!”유준은 하영을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네 방 커튼만 치면 밤과 다름없지.”하영은 계속 몸부림쳤다.“나 지금 인나의 일 때문에 정말 이런 일할 기분이 아니에요.”“그럼 나한테 사실을 말해. 그럼 내가 대신 해결해 줄 테니까.”하영은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유준의 가슴에 바짝 달라붙었다.그녀도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미 인나와 약속한 이상, 하영은 그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침실로 들어가자, 유준은 하영을 소파에 내려놓았다.하영은 외투를 벗은 후, 가운을 들고 욕실로 걸어갔다.그리고 문 앞에 도착하자, 하영은 의혹한 표정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오늘 목요일인데, 회사에 안 가봐도 되는 거예요?”유준은 소파에 앉았다.“네가 자는 거 보고.”하영은 더 이상 이 고집스러운 남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그러나 하영이 들어가자마자, 유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는 번호를 확인했는데, 예준의 전화인 것을 보고 바로 받았다.“유준아.” 예준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집사가 죽었어.”유준의 표정은 무척 평온했다.“응, 내가 예상한 바야.”“이제 인증이 없어졌어.” 예준은 약간 초조해졌다.“난 정창만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어. 유준아, 우리 도대체 언제 그 사람을 감옥에 넣을 수 있는 거지?”유준은 차갑게 웃었고, 눈 밑에는 한기가 가득했다.“모레, 난 기자회견을 열어 정창만을 MK에서 쫓아낼 거야.”“너 혼자만으로는 안 될걸.”예준이 말했다.“다른 주주들의 사인이 필요하지.”“너와 하영은 그냥 앉아서 정창만이 제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