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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그렇게 보였어요?

Author: 꽃길마다
도경란의 초대장이 하씨 저택으로 도착했을 때, 안영은 정원에서 장미를 손질하고 있었다.

“모임 초대장?”

안영은 금박으로 장식된 청첩장을 들여다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내가 그 사람하고 친했나?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집사가 공손히 말했다.

“도경란 사모님께서 특별히 전하셨습니다. 두 자제분의 사모님도 함께 모시고 오시길 바란다고요.”

안영은 곧 이 모임은 단순히 차를 마시자는 게 아니라는 것을 꺠달았다.

이에 안영은 낮게 코웃음을 치고는 곧바로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가야, 도경란이 우리를 저녁 모임에 초대했네. 같이 갈래?”

[언제요?]

회의를 마치고 막 앉은 시아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

“내일 오후.”

안영의 목소리는 가볍고 태연했는데 마치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해 보였다.

“네가 가기 싫으면 내가 대신 거절해도 돼.”

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갈게요.]

안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그냥 두지 못할 줄 알았다. 은산이 그 아이도 같이 갈 거야.”

[형님도 간다고요?]

“그 애는 시끌벅적한 데라면 주저할 리가 없지. 초대받자마자 바로 승낙했어.”

전화를 끊고 나서, 시아는 컴퓨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경란이 갑자기 초대한 이유가 단순히 차 한 잔일 리 없었다.

다음 날 오후, 향산펜션.

도경란이 준비한 부인 모임은 호화로움 그 자체였다.

정원에는 네덜란드에서 공수한 튤립이 가득했고, 햇살을 받은 샴페인 타워는 눈부신 빛을 쏟아냈다.

시아와 안영, 은산이 도착했을 때 도경란은 여러 사모님에게 둘러싸여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모님, 오셨네요.”

도경란이 다가왔지만 시선은 곧장 시아에게 향했다.

“이분이 시아 씨군요? 드디어 뵙네요.”

시아는 담담하게 인사했다.

“도경란 사모님.”

도경란의 웃음은 한층 더 깊어졌다.

“너무 서먹하게 굴지 말아요. 따지고 보면 우리도 한집안 식구나 다름없지 않나요?”

시아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

“사모님 같은 분을 제가 감히 넘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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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지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일 출장 가야 하잖아. 오늘 밤은 무조건 쉬어야 해.”시아가 반박하려 하자 지호는 곧바로 고개를 숙여 여자의 입술을 막았다.“말 들어.”지호가 시아의 입술 가장자리에 속삭였다.“날 믿어. 내가 다 처리할게.”시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다짐했다. 만성 일만 끝나면 곧장 돌아와 마씨 집안 산림 별장의 진실을 캐내겠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죽음,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겠다고.깜깜한 어둠 속에서 시아는 지호의 고른 심장 박동을 들으며 눈을 감았으나 마음은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다음 날 이른 아침, 공항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시아는 캐리어를 끌고 VIP 라운지로 향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두드렸다.[와우, 드디어 우리 사모님이 날 기억해 주셨네? 내가 뭐 도구인 줄 알아요?]수화기 너머로 조강국 특유의 장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배경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시아는 웃으며 휴대폰을 반대쪽 귀에 옮겼다.“왜, 내가 안 찾으니까 너무 한가했어?”[당연하죠. 요즘 누나가 연락도 없으니, 내가 신뢰 못 받는 줄 알았다니까요.]강국은 짐짓 서운하다는 듯 투덜거렸다.시아는 주변을 둘러본 뒤 목소리를 낮췄다.“그럴 리가 있나? 다만 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지.”겉으로는 연예계 가십을 다루는 파워 블로거였지만 사실 강국은 재계의 은밀한 정보통으로, 손에 쥔 인맥과 자료가 방대했다.[좋아, 이번엔 누구 감시하면 돼요?]시아의 목소리가 진지해지자 강국도 한층 무거운 톤으로 되물었다.이에 시아의 눈빛은 서늘해졌다.“주시우. 요즘 수상쩍은 움직임이 많아.”짧은 정적이 흐른 뒤, 수화기 너머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허, 누나가 움직이니 스케일이 다르구만. 큰 고기 잡으려는 거네요.]강국의 가벼운 농담에도 시아는 걱정스레 당부했다.“조심해. 주시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위험하면 무조건 네 안전부터 챙겨.”[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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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원이 옅게 웃음을 흘리자, 눈가에 드물게 온화함이 번졌다.“그날 아버지께 들켜 종일 사당 앞에 무릎 꿇었었지. 전 비서는 밤에 몰래 먹을 걸 가져다줬던 게 아직도 기억나거든.”“선생님 기억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전성권도 따라 웃었으나 곧 표정이 다시 잦아들었다.“전 비서, 그동안 수고 많았어.”뜻밖의 인정에 전성권의 가슴이 뭉클했고, 핸들을 쥔 손이 절로 힘을 주었다.“선생님, 그런 말씀 마세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마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한 건 없어. 전 비서는 그렇게까지 헌신할 필요가 없었으니까.”그러나 전성권은 잠시 말을 고르고는 낮게 답했다.“저는 마씨 가문 덕에 살아난 사람이죠. 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한 고아를 거둬주신 건 옛 어르신이었고요. 제 목숨은 원래부터 빚진 거예요.”“그래도 내가 전 비서한테 수많은 지저분한 일을 시켜왔잖아.”그의 고백에도 전성권은 흔들리지 않았다.“선생님이 시키신 일이라면, 저는 무엇이든 했죠.”마지원은 눈을 뜨고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묘한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심지어 그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전성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교차로를 지나는 순간, 노란 가로등 불빛이 전성권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세월의 주름을 드러냈다.그제야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람은 누구나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사람이 있죠. 그리고 저에겐 그게 선생님이셨고요.”마지원은 전성권을 뚫어지게 보더니 쓸쓸하게 웃었다.“전 비서, 나보다 훨씬 더 제대로 살아왔구나.”이에 전성권은 고개를 저었다.“선생님은 그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신 겁니다.”그 말에 마지원은 낮게 웃었다.“어쩔 수 없는 상황? 그건 다 비겁한 핑계일 뿐이야.”그러더니 목소리가 점점 차갑게 굳어졌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거야.”전성권은 백미러로 마지원을 흘끗 보았다. 그 눈빛에 단단한 결심이 박혀 있음을 알아채자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는 마씨 저택으로 들어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382화 내가 남긴 유언을 기억해

    “마 선생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모든 잘못이 선생님 탓은 아니니까요.”전성권은 마지원의 얼굴빛이 갈수록 어두워지자 차마 못 본 척할 수 없어 조심스레 위로했다.마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젊었을 땐 허황한 짓만 일삼았지. 인제 와서야 깨닫는 건,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시아 엄마 한 사람뿐이었다는 거야.”마지원은 말을 멈추더니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아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마음에 두는 건 그 애 하나뿐이었어.”전성권은 잠시 침묵하다 낮게 말했다.“아가씨도 언젠가는 그 마음을 알게 될 거예요.”“아니, 안다 해도 용서하진 않을 거야. 분명히 선을 그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용서를 받을 자격도 없어.”차가 천천히 달리던 중, 마지원은 닫혀 있던 눈을 번쩍 뜨더니, 예전의 허무한 기운이 사라지고 차갑고 결연한 빛이 서렸다.그러고는 저음으로 단호히 말했다.“철저히 조사해. 도대체 누가 시아를 해치려 했는지 반드시 밝혀.”“네. 다만 사모님 쪽이...”전성권이 머뭇거렸다.“도경란?”그 이름을 듣자마자 마지원은 비웃듯 낮게 웃었고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번뜩였다.“그 여자가 무슨 사모 타령을 해?!”마지원의 격한 반응에 전성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선생님, 사모님께서 수년간 마씨 가문을 관리해 온 것도 사실이라, 성급히 드러내면...”“두려워할 게 뭐 있나? 마씨 가문을 감히 그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말이야? 수년 동안 나 몰래 해온 짓들 내가 모를 줄 알았나?”마지원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전성권은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 주인과 안주인 사이의 갈등은 일개 직원이 언급할 자리가 아니었다.“전 비서, 내가 남긴 유언을 기억해.”마지원이 불쑥 꺼낸 말에 전성권은 순간 긴장하며 얼굴이 굳었다.“선생님?”마지원은 무릎 위에 손가락을 천천히 두드리며, 눈빛은 점점 예리하게 바뀌었다.낮은 목소리는 마치 성대에 단단히 박힌 쇳덩이가 있는 것 같았다.“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그때 공개해. 마씨 가

  •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제381화 이건 업보였다

    마지원은 시아가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려 하자 다급해져, 닫히려는 차 문을 덥석 붙잡았다.“시아야!”마지원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섞여 있었고, 간절한 기색마저 어려 있었다.“너 납치됐을 때 내가 마음 놓고 있었던 게 아니야. 도경란 그 미친 여자가 날 S국에 붙잡아 뒀어. 내가 서둘러 돌아왔을 땐 이미...”시아의 손가락이 차 손잡이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고 관절은 힘이 들어가 희게 질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린 시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래서요? 지금 와서 아버지 사랑을 증명하겠다는 건가요?”마지원은 그 말에 가슴이 찔린 듯 잠시 굳어 섰다. 목젖이 울컥 움직이고 목소리가 낮아졌다.“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번 일들이 내 친자 공개 파티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필요 없어요.”시아는 싸늘하게 마지원의 말을 끊었다.“어릴 때부터 난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웠으니까요.”마지원은 씁쓸하게 웃으며 복잡한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봤다.“이런 점은 네가 정말 네 엄마를 닮았구나.”“내 엄마 얘기 꺼내지 마요!”시아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져 주변의 시선이 둘에게 쏠렸다.마지원은 감히 자신의 엄마를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었다.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분노를 억눌렀으나 목소리는 낮고 단단하게 갈라졌다.“엄마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어요. 제발, 그 일에 당신이 관련돼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요.”이에 마지원의 얼굴빛이 삽시간에 변했고 눈 속에는 뼈저린 통증이 스쳤다.“시아야, 내가 아무리 못된 놈이라도 네 엄마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어!”“그래요?”시아는 냉랭하게 웃었고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번뜩였다.“그럼 맹세할 수 있어요? 엄마의 죽음이 당신과 전혀 상관없다고요?”마지원은 몸속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듯 힘없이 떨었고, 손가락이 미세하게 흔들리다 결국 차 문을 놓고는 낮게 읊조렸다.“그래. 나 때문에 죽은 거야.”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마지원의 선택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았다.시아의 가슴은 크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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