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장례는 사흘 뒤에 치렀다.곡과 잔치가 한 계절에 있어야 산 사람이 산다던 사람의 장례였다. 잔치는 아직 못 하더라도 산 사람의 숨을 장례 뒤에 두어야 한다고, 흑요가 법도를 세웠다. 안채 병상의 등불은 장례 내내 꺼뜨리지 않았다.어머니의 자리는 왕의 곁이었다.열여덟 해를 기다린 자리가 벌판 위쪽에 열렸다. 부수 노인이 가쁜 숨으로 자리를 짚었고, 휘월이 언 땅을 제 심법으로 열었다. 궁을 지은 손이 형수의 무덤을 파는 것으로 값의 한 줄을 더 치렀다.곡은 삭월의 법대로 이야기를 놓는 것으로 했다.흑요는 예복 이야기를, 묵할멈은 하루 종일 손짓말을 놓았다. 여리는 땋음머리 이야기를 하다 울어서 연지가 뒷말을 이었다. 혈비는 벽장의 이틀 이야기를 놓았다. 열두 살이 벽장에서 나와 열여덟 해를 돌아 어머니의 무릎에 닿기까지, 언니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울지 않고 놓았다. 우는 것은 듣는 사람들 몫이었다.운설은 맨 마지막에 섰다."마지막 숙제를 받았습니다."눈발이 말과 말 사이에 내렸다."제 손을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자꾸 틀리면 꿈에 와서 잔소리해 주세요. 숙제는 미뤄도 버리지는 않겠습니다."그녀는 무덤 앞에 달무리 수에서 풀어 둔 실 한 올을 놓았다. 어머니는 물건보다 이야기를 좋아했으나, 딸은 그날만큼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표식을 남기고 싶었다.그리고 곡이 끝나기 전에 궁으로 돌아왔다.장례를 다 지키지 못했다고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 산 사람의 숨을 장례 뒤에 둔다는 법도를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사람이 그녀였으므로.병상 곁에는 연도하가 앉아 있었다. 그는 선우현의 손목에 두 손가락을 댄 채 창밖의 곡소리를 듣고 있었다. 운설이 들어서자 바로 자리를 내주었다."어땠어요.""열일곱 번 흔들렸고 열일곱 번 돌아왔소.""열일곱 번이나?""그대가 없어서 심심했나 보지."농을 하는 입술과 달리 눈 아래가 짙게 꺼져 있었다. 운설은 선우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박동은 약했으나 어제보다 조금 고르게 이어졌다."고마워요.
어머니는 선우현을 안채에 눕히게 했다.제 이부자리를 내주었다. 사양하는 손들을 실낱의 목소리가 눌렀다. 사위가 언 몸으로 왔는데 장모의 자리가 아니면 어디에 눕히느냐고. 그리고 어머니는 묵할멈의 부축으로 그 곁에 앉아, 잠든 낯을 오래 들여다보았다."곱기도 하지." 어머니가 말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 낯이구나."운설은 그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 마루에서부터 준비해 온 말들이 — 사죄와 경위와 셈들이 —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딸의 손을 찾아 잡았다."네 탓을 하고 있구나.""제 강이었습니다.""네 강이었지. 한데 설야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실낱인데, 실낱이 철사였다. "열여덟 해 전 어미가 너를 눈밭에 내밀 때 그것은 어미의 손이었다. 손은 제가 한 일을 평생 지고 산다. 지고 사는 것과 제 손을 미워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어미는 이 손을 미워하는 데 여덟 해를 썼다. 아깝더구나. 그 여덟 해가 평생 제일 아까워."어머니는 딸의 손을 제 무릎 위에 폈다. 침 쥐는 자리의 굳은살을 엄지로 오래 쓸었다."마지막 숙제를 주마.""예.""이 손을 미워하지 마라."운설의 눈이 병상으로 갔다. 고른 듯하다가 한순간씩 얕아지는 숨.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할 몸. 살아 있으니 안도해야 하는데, 살려 냈으니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 제 마음이 더 미웠다."그이는 저 때문에 모든 걸 잃었습니다.""모든 것?""검을."어머니가 작게 혀를 찼다."저 아이가 검이냐."운설은 대답하지 못했다."사람에게서 가장 큰 것 하나가 부서졌다고 사람 전부가 부서지는 것은 아니다. 그 셈을 네가 먼저 틀리면, 깨어난 저 아이는 평생 저를 반쪽으로 여길 게다.""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묻지 마라. 기다려라." 어머니가 말했다. "고치는 손은 자꾸 먼저 답을 주려 하지. 한데 사람이 잃은 것을 애도하는 데에도 제 시간이 있다. 울거든 울게 두고, 성내거든 듣고, 네게서 달아나거든—"어머니가 잠깐 웃었다."쫓아가거라. 저 아이는 네가 안
심장은 돌아왔으나 선우현은 돌아오지 않았다.그의 몸은 눈밭 위에 길게 누워 있었다. 숨은 세 번에 한 번씩 길을 잃었고, 맥은 손가락 밑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운설은 무릎 아래가 얼어붙는 것도 모르고 그의 심맥에 가느다란 강을 대고 있었다."더 흘리면 그대가 먼저 무너지오."연도하가 말했다."입 다물어요.""그럼 들으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큰 강이 아니라 작은 그릇이오."운설의 눈이 들렸다. 사내는 선우현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였다. 평소의 느슨한 웃음도, 사람을 값처럼 헤아리는 눈도 없었다. 제 안이 텅 비어 있어 타인의 맥을 더 또렷이 듣는 사람의 낯뿐이었다."한 번에 한 방울. 박동이 오기 전에 넣으면 밀어 죽이고, 지나간 뒤 넣으면 못 받소. 올 때 같이.""당신이 가르치지 않아도—""알면 하시오. 지금은 화낼 시간이 없으니."미운 말이었다. 미워할 틈이 없어서 운설은 따랐다.연도하가 맥을 세었다. "지금."강 한 방울이 들었다."멎고. 기다려."눈 한 송이가 선우현의 속눈썹에 앉았다 녹았다."지금."또 한 방울.둘은 그렇게 한 사람의 목숨을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같은 박자를 탔다. 손목에서 듣는 자와 가슴으로 흘리는 자. 한 번이라도 어긋나면 끊어질 실낱을, 서로를 싫어할 겨를도 없이 이어 붙였다.혈비와 휘월이 닿았을 때는 박동이 열둘까지 이어진 뒤였다."살았느냐."언니의 물음에 운설은 대답하지 못했다. 살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맥이 놀라 달아날까 무서웠다. 대신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휘월이 부서진 등과 단전을 짚었다. 어린 낯의 노인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검은.""그런 것 묻지 마세요.""묻는 것이 아니다." 휘월이 낮게 말했다. "값을 세는 게다. 이 아이 안에서 검은 끝났다. 남은 내력도 모두 심맥을 받치는 데 써야 한다. 다시 칼을 들겠다고 한 줌이라도 돌리면 — 그날이 끝이다."운설은 그의 손을 감싸 쥐었다. 검을 못 들어도 됐다. 걷지 못해도 됐다. 저를 몰라봐도 됐다.
세상은 완전한 침묵이었다.나루의 끊김은 반쪽이었다. 이것은 전부였다. 물소리가 있던 자리가 지워지고, 자리의 기억까지 지워지는 — 골짜기 하나 치의 바람이 가져온 침묵. 운설은 그 침묵의 밑바닥에 혼자 서 있었다.그리고 침묵의 바깥에서, 세상이 부서지고 있었다.얼음여울의 겨울 강이 하늘로 서 있었다. 검은 물의 벽. 깨진 얼음장들이 그 안에서 맷돌처럼 돌았다. 사람들이 흩어져 달리는 것이 보였다. 입을 벌려 외치는 언니가 보였다. 눈밭에 무릎을 꿇고 길을 놓는 휘월의 손이 보였다.모두 소리가 없었다.제 강이 세상을 부수는 것을, 임자는 소리 없는 유리창 너머로 보고만 있었다.달려라. 어디로든. 강에서 멀리, 사람들에게서 멀리. 다리에 명을 내리는데 다리가 듣지 않았다. 폭주는 몸까지 삼키고 있었다. 물의 벽이 골짜기를 천천히 쓸며 이쪽으로 왔다. 임자를 찾는 것이다. 못 듣는 임자를, 저를 놓아 버린 세상을.그때 물의 벽 앞에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검은 물을 등지고,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안 돼.소리가 나오는지도 알 수 없는 목으로 그녀는 외쳤다. 오지 마세요. 달아나요. 언니에게 한 맹세를 지켜요. 한데 그는 맹세를 어기는 걸음으로 달렸다. 그믐의 우물가에서처럼. 온몸으로.첫 물살이 그의 어깨를 쳤다. 그는 반 보 밀리고 나아갔다. 얼음 조각이 옆구리를 갈랐다. 부서진 물살이 산 짐승처럼 그를 물었고, 검 없는 검신의 마지막 보법은 앞으로만 있었다.마침내 그가 닿았다.두 팔이 그녀를 감쌌다. 젖은 품. 얼음보다 찬 옷자락 밑에서 심장 뛰는 자리가 그녀의 뺨에 닿았다.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데 닿았다. 그가 그녀의 낯을 두 손으로 받쳤다. 물의 벽이 두 사람의 위로 그림자를 세웠다.입술이 움직였다. 그녀는 평생 그 입모양을 읽어 온 사람이라 읽었다.설야.입술이 닿았다.멎으라고 닿은 입술이 아니었다. 들리지 않는 강은 멎지 않는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알고도 닿은 입술이었다. 마지막까지 곁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 뜻도
여울로 드는 걸음마다, 선우현은 숙제를 생각했다.장모의 머리맡에서 받은 평생 치 숙제. 때가 되면 알게 된다던 그 말은 반은 틀렸다. 받은 그 자리에서 이미 알았으니까. 다만 입 밖에 내지 못했을 뿐이다. 아내에게도, 저 자신에게도.설야가 너 없이 살아야 하는 날이 오거든 — 그 아이가 살게 해 다오.장모는 그렇게 말했다. 실낱같은 목소리로, 실낱 같지 않게. 사위는 어째서 그런 숙제를 주시느냐 묻지 못했다. 물으면 답을 들을 것 같아서였다. 열여덟 해 닻 노릇을 한 사람의 눈은 닻의 끝을 보는 눈이라서 — 그 눈이 사위의 평생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는 묻지 않는 쪽을 골랐다.대신 파수를 섰다. 새벽마다 하늘을 보는 파수. 첫눈의 파수라고 아내에게는 반만 말했다. 나머지 반은 — 날들의 파수였다. 주어진 날들이 하루씩 오는 것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하루씩 온전히 쓰는 파수.오늘도 하루가 왔다. 여울의 하루가.연도하를 싫어하는 데는 아흐레면 충분했다.그 사내는 아내를 왕녀도 요녀도 의녀도 아닌 여자로 보았다. 감추지 않았다. 더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손을 뻗을 때마다 한 치 앞에서 허락을 물었다는 점이었다. 나쁜 자라면 베면 그만이었다. 거리를 아는 사내는 벨 구실이 없었다.선우현은 끝내 검을 뽑지 않았다. 연도하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설야를 믿었다. 제 마음보다 더 오래, 더 깊이.폐사의 언덕에서 그녀를 처음 보던 날, 검병에 땀이 났었다. 평생 마르던 손이었다. 그 땀의 뜻을 몰라 반년을 헤맸고, 알고 나서는 평생이 정해졌다. 소매의 은침을 수습하던 손이, 이제 그 임자의 평생을 수습하는 손이 되어 있었다. 돌아보면 곧은 길이었다. 검의 길보다 곧았다.골짜기는 흰 침묵이었다.얼음여울은 반쯤 얼어 있었다. 여울목의 급한 물살만 검게 살아 흐르고, 나머지는 눈 덮인 얼음이었다. 십팔 년 전 개들이 짖지 않던 그 물가. 지난봄 만군이 돌아선 그 언덕. 세상이 두 번 갈린 자리를, 행렬은 셋째로 지나는 중이었다.사백이 앞에서 손을 들었다
덫인 여울에는 밝을 때 들기로 했다. 마지막 밤이 통째로 남았다.강길 어귀의 사냥막은 반이 무너졌으나 화덕은 성했다. 셋째 눈이 소리를 덮었다.불침번 표에서 부부의 이름을 지운 것은 연도하였다. "내일 치 값은 내일 받소. 오늘 밤 빚은 내가 지지." 선우현은 빚진 적 없다고 했고, 연도하는 그러면 선물이라 했다. 사백이 두 사람을 새벽 몫에만 놓았다. 밤을 통째로 겹쳐 준 셈이었다.그가 눈 녹인 물로 차를 우렸다. 무한의 저자에서 물값 대신 받은 찻잎이었다. 두 푼짜리 찻잔이 두 손을 오갔다."봄 이야기 마저 합시다. 우물 다음은 그네요.""살구나무 심었고요.""그네요?""살구나무 굵은 가지에 매겠소. 미는 자리는 앞이 좋소. 낯을 볼 수 있게.""누가 탑니까, 그 그네는."그는 잔 너머로 웃었다. 운설도 뜻을 묻지 않고 웃었다.사람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오르고, 무너진 벽으로 눈발이 들었다. 세상이 이 방 한 칸만 하게 줄어든 밤이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오래 하고 싶던 셈 하나를 했다."처음 만난 눈밤에 그러셨죠. 그 손에 있던 걸 당신이 가졌군.""그랬소.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첫마디였지.""한데 맞는 말이었어요." 그녀는 그의 굳은살을 손끝으로 짚었다. "그날부터 자꾸 가졌으니까요. 은침도, 이름도, 밤도. 당신 것을.""셈이 틀렸소." 그가 그녀의 손을 마주 쥐었다. "가진 게 아니라 맡긴 거요. 처음부터 — 그대한테 가라고 있던 것들이오."화덕의 장작이 무너졌다. 장작을 얹고 돌아온 그가 그녀의 낯을 오래 보았다. 보는 이의 다음 행동을 잊게 하는 낯을, 세상에서 제일 오래 본 사람이었다."설야.""예.""내일 여울에서 무슨 일이 있든," 그가 말했다. 전야마다 하던 그 말을 — 한데 이번에는 끝이 달랐다. "그대는 살아서 궁에 가시오. 어머님이 기다리시니. 그 약조 하나만 받아 두겠소.""둘이 가는 겁니다.""둘이 가지." 그는 순순히 답했다. 순순한 것이 마음에 걸릴 만큼 순순히. "둘이 가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