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극 로맨스 / 설야팔부 (雪夜八部) / 제182화 — 한 무덤과 한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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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 한 무덤과 한 숨

작가: moominkiller
last update 게시일: 2026-07-30 17:01:18

장례는 사흘 뒤에 치렀다.

곡과 잔치가 한 계절에 있어야 산 사람이 산다던 사람의 장례였다. 잔치는 아직 못 하더라도 산 사람의 숨을 장례 뒤에 두어야 한다고, 흑요가 법도를 세웠다. 안채 병상의 등불은 장례 내내 꺼뜨리지 않았다.

어머니의 자리는 왕의 곁이었다.

열여덟 해를 기다린 자리가 벌판 위쪽에 열렸다. 부수 노인이 가쁜 숨으로 자리를 짚었고, 휘월이 언 땅을 제 심법으로 열었다. 궁을 지은 손이 형수의 무덤을 파는 것으로 값의 한 줄을 더 치렀다.

곡은 삭월의 법대로 이야기를 놓는 것으로 했다.

흑요는 예복 이야기를, 묵할멈은 하루 종일 손짓말을 놓았다. 여리는 땋음머리 이야기를 하다 울어서 연지가 뒷말을 이었다. 혈비는 벽장의 이틀 이야기를 놓았다. 열두 살이 벽장에서 나와 열여덟 해를 돌아 어머니의 무릎에 닿기까지, 언니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울지 않고 놓았다. 우는 것은 듣는 사람들 몫이었다.

운설은 맨 마지막에 섰다.

"마지막 숙제를 받았습니다."

눈발이 말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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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5화 — 담 앞의 불

    담 앞은 불과 소리의 바다였다.횃불 백여 자루가 정문 앞 마당을 메우고 있었다. 낫과 도끼와 몽둥이 — 살림살이들이 무기가 되어 있었다. 원한은 늘 살림살이부터 드는 법이었다. 담 안쪽에는 감찰 여섯이 창백한 낯으로 문을 등지고 섰고, 담 위로 저택의 늙은 종들이 물 양동이를 나르는 것이 보였다. 이길 수 없는 셈을 하는 사람들의 부지런함이었다."열두 줄의 첫 줄이 이 담 안에 있다!"무리의 앞에서 목청 하나가 불을 부채질했다."법이 느리면 불이 빠르다! 십팔 년을 기다렸다 — 하루를 더 못 기다린다!"함성이 마당을 흔들었다. 첫 횃불이 담을 향해 치켜들렸다.일행의 배치는 이미 끝나 있었다. 사백과 사수는 맞은편 지붕에 — 시위를 얹되 살촉에 천을 감고. 사람 무리에 겨눌 활이 아니라, 날아드는 횃불을 떨어뜨릴 활이었다. 우르와 진눈은 무리의 뒤쪽 어귀에. 혈비는 담 모퉁이의 어둠에. 휘월과 무진은 언덕에 남았다. "늙은이 둘은 구경이 소임이다. — 급하면 부르고." 눈먼 노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지팡이의 방울을 미리 손에 감아쥐고 있었다.그때 무리의 등 뒤에서, 여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무명옷에 약 봇짐. 등에 아무것도 지지 않은 빈 손. 여자는 무리를 헤치지 않고 가장자리를 돌아, 담과 무리의 사이 — 횃불의 사거리 한가운데 — 섰다.그녀의 반 보 뒤에는 갓을 깊이 눌러쓴 사내가 있었다. 검은 없고 지팡이만 있었다. 여자의 어깨를 빌리지 않고 서는 데 온 힘을 쓰는지, 지팡이를 쥔 손등이 가늘게 떨렸다. 그럼에도 자리는 정확히 반 보 뒤였다."비켜라! 뉘냐!""의원입니다."여자가 답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인데 마당의 소리가 이상하게 잦아들었다."불 앞이라 왔습니다. 불이 나면 다치는 사람이 있고 — 다치는 자리에 서는 것이 제 소임이라.""저 담 안 것들 편이냐!""저는 저 담이 세운 세상에 제일 크게 진 사람입니다."여자가 두건을 벗었다.앞줄부터 술렁임이 번졌다. 물을 고치는 손. 이야기 속의 그 의녀. 그리고 — 더 오래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4화 — 내려가는 길

    산을 내려가는 데 열흘, 남쪽까지 다시 스무 날의 길이었다.내려갈수록 계절이 앞서 달렸다. 관도에는 보리가 패어 있었다. 무진은 보리 냄새와 수레 소리를 아이처럼 구경했다.선우현은 오전에는 수레를 타고 오후에는 걸었다. 스무 걸음이 넘으면 부부가 길에서 싸웠다."오늘 몫은 끝났어요.""한 걸음 남았소.""검객의 셈.""검객 아니잖아요."둘 다 멈췄다가 그가 먼저 지팡이를 짚었다."그럼 선우현의 셈으로 한 걸음."운설은 대답 대신 그의 팔을 제 어깨에 둘렀다. 둘이 같이 딛는 것으로 마지막 한 걸음을 셌다.세상은 정말 달라져 있었다.고을마다 격문이 있던 자리에 재판의 방이 붙었다. 열두 가문의 죄목과 선고 일정. 가는눈의 붓이 쓴 방들이 북쪽까지 올라와 있었다.그리고 주막마다,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 의녀가 어쨌느냐! 만인이 보는 앞에서 그 물을 제 손으로 떠 마셨다 이 말이야. 요녀가 풀었다는 그 독물을!"어느 주막에서 운설은 왕철의 자락을 남의 입으로 들었다. 이야기 속 물장수는 실제보다 말이 많고 의녀는 더 침착했으나, 뼈대는 맞았다."물장수가 마지막에 어찌 됐는지 아는가." 이야기꾼이 목청을 낮췄다. "북쪽 얼음 골짜기에서 — 제 아내의 강을 제 몸으로 받았다네. 그래서 북쪽 사람들은 겨울 강물 소리가 유난한 밤이면 그런다지. 물장수가 물을 지고 가는 소리라고."주막이 조용해졌다가, 누군가 잔을 비우는 소리로 깨졌다.구석자리에서 국밥을 먹던 선우현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행인 옷에 갓을 깊이 눌러쓴 탓에 알아본 사람은 없었다."죽었군."운설이 눈을 흘겼다. "웃음이 나요?""내 죽음인데 너무 길지 않소. 검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저렇게 오래 말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제가 고쳐 줄까요?""두시오. 죽은 검신보다 산 환자가 다니기 편하오."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의 손은 탁자 아래서 운설의 손을 찾았다. 운설은 손가락을 얽고, 살아 있는 맥을 엄지로 한 번 눌렀다.문을 나설 때 강이 깊은 데서 굽이쳤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3화 — 기별

    올라온 것은 진눈이었다.종이에 못 싣는 기별이라 젊은 무사는 상한 폐로 설산을 올랐다. 눈집에 들자 반 시진을 기침했고, 운설의 잔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서른 넘게 사는 내기 중입니다."기침이 가라앉고서야 진눈은 방 한편의 사내를 제대로 보았다.선우현은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걷는 데 쓰고 남은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야윈 낯도 내려앉은 어깨도 예전 검신과 달랐다. 한데 눈은 같았다.진눈의 입이 벌어졌다."살아—""그 말을 백열이틀째 듣고 있소."퉁명스러움은 온전했다. 진눈은 웃다가 울었다. 선우현이 떨리는 팔로 밀어 준 물을 두 손으로 받았다."물장수 솜씨는 그대로군요.""값은 두 푼이오."기별은 두 갈래였다.궁은 무사했다. 부수의 폐가 반은 돌아왔고 여리가 파발을 썼다. 언덕의 살구나무 두 그루도 모두 싹을 냈다."나쁜 소식은.""남쪽입니다."진눈의 낯이 어두워졌다.재판은 이기고 있었다. 한겸의 법정이 열두 가문의 죄를 차례로 앉히는 중이었다. 한데 종이가 이기는 속도보다 — 불이 번지는 속도가 빨랐다."원한이 임자를 찾았습니다. 단죄 전에 무리가 가문들의 담을 넘습니다. 곳간과 사당, 지난달에는 사람도 탔습니다. 불은 죄를 안 가립니다.""법은.""법이 느립니다. 지금 제일 큰 불이 모이는 데가 선우가입니다."선우가.그 두 글자에 눈집이 조용해졌다.공훈록 첫 줄의 가문. 열두 줄의 머리. 죄로 치면 선고를 피할 수 없는 집. 한데 그 집은 — 그의 집이었다. 열아홉 금의 검집이 자란 집. 데인 흉이 새겨진 집. 물으면 집안이 조용해지던, 그가 평생 등에 지고 다닌 집."가주는 이미 옥에 있습니다. 재판을 기다리고요. 한데 무리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저택에 남은 것은 늙은이들과 아녀자들과 종들뿐인데 — 담 밖에 횃불이 밤마다 늘어납니다. 한겸 당주가 감찰 여섯을 보내 지키게 했는데 여섯으로 될 수가 없고, 남궁 아씨가 세가의 격으로 무리를 눌러 보려다 — 격이 안 먹히는 무리라는 것만 확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2화 — 다섯 번째 침

    선우현은 눈을 뜨고도 사흘 동안 말보다 잠을 더 많이 잤다.첫날에는 이름 하나. 둘째 날에는 물 한 글자. 셋째 날 아침에야 문장다운 문장이 나왔다."얼마나."운설은 그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백열하루요."그는 오른손을 들려 했다. 팔은 이불 위에서 반 치도 오르지 않았다."검은.""산 아래 있어요. 단전은 부서졌고 남은 내력은 심맥을 붙들고 있어요. 검으로 돌리면 죽어요."그는 물그릇 하나 못 들 손을 오래 보았다."검신은 죽었군.""선우현은 살아 있어요.""둘이 다른지 모르겠소.""그럼 같이 배워요. 나도 검이 아닌 날의 당신을 배울 테니까.""장모님은."운설은 그의 손을 제 뺨에 댔다."당신이 돌아온 것까지 보고 가셨어요. 달아나면 쫓아가라고 하셨고."그의 손가락이 눈물 위에 겨우 머물렀다."그대에게 또 빚졌군.""빚 아니에요. 평생 치예요."운설이 몸을 받치자 그의 이마가 어깨에 내려앉았다."무겁습니까.""살아 있는 건 다 무거워요. 그래서 좋아요."선우현은 날마다 잃은 것을 확인했다.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두 걸음 만에 무릎이 꺾였다. 나흘째 물그릇이 깨지자 처음 성을 냈다."나가시오. 그대 앞에서 이 꼴로—""어떤 꼴인데요."운설은 칼을 쥐던 손을 펴 제 가슴 위에 올렸다."느껴져요?""예.""나는 이 손이 검을 드는 것보다 내 심장을 아는 게 더 좋아요."선우현은 포개진 손에 이마를 댔다. 운설은 검신의 애도를 재촉하지 않고 그 정수리를 쓸었다.봄은 설산에도 왔다. 눈이 안 녹는 산이라더니, 볕 드는 바위의 남쪽 낯만은 하루 한 뼘씩 젖어 갔다.강이 죄인의 옷을 벗고 선우현이 눈을 뜬 뒤 밤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 운설은 아침마다 개울가에서 강과 하루를 열었다. 이야기도 사는 말이 되었다. 오늘 눈이 밝습니다. 언니가 국을 태웠어요. 현이 세 걸음 걸었습니다.그 봄의 어느 아침, 휘월이 그녀 앞에 소매를 걷고 앉았다."놓아 보아라."운설은 노인의 낯을 보았다. 어린 눈이 고요했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1화 — 얼음여울의 자락

    이야기는 아침의 눈빛에서 시작해, 한 걸음씩 그 하루를 걸었다."덫인 줄 알고 들어갔습니다. 사백이 앞에 서고, 그이는 제 반 보 뒤에 — 늘 있던 자리에 있었어요."수레가 비어 있던 것.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불던 것. 비탈의 눈이 부옇게 일어서던 것. 그녀는 하나도 건너뛰지 않았다. 건너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서. 세상의 반이 지워지던 순간에 닿자 목소리가 흔들렸고, 흔들리는 채로 계속했다."물이 일어섰습니다. 제 강이 — 제가 못 듣는 사이에 — 골짜기의 강을 통째로 세웠어요."얼음 밑의 물이 무겁게 출렁이기 시작했다."그이가 달려왔습니다. 오지 말라고 소리쳤는데, 나오는지도 모를 소리였고 — 그이는 어차피 들어도 왔을 사람이라."물의 벽. 밀리고 나아가고 물리면서 나아가던 걸음. 닿던 두 팔. 읽히던 입모양. 입술. 그리고 —"등으로 받았습니다. 전부."개울이 일어섰다.얼음장이 깨지며 물이 새벽 어둠 속에 검게 솟았다. 무거운 물이었다. 반년 치의 문장을 먹은 물. 임자를 겨누고 — 겨누다 — 부들부들 떠는 물. 운설은 달아나지 않고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끝까지 지나가 보기로 한 하루였다."그리고 물소리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일어선 물을 올려다보며, 이야기의 마지막 조각을 놓았다. 반년 동안 한 번도 소리 내지 못한 조각을."제일 먼저 한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너였다 — 였습니다. 네가 망가뜨렸다. 내 강이. 내 것이. 나의 — 나가."물이 크게 흔들렸다. 임자의 미움을 정통으로 받은 물이 마지막으로 몸을 세웠다. 칠 것인가. 칠 수 있는가. 벌을 원하는 임자와 벌하지 못하는 물이 어둠 속에서 마주 서 있었다.한데 그 하루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걸어온 입이 — 이야기의 법대로, 멈추지 못하고 — 다음 문장을 냈다."한데 오늘 그 하루를 다시 걸어 보니."일어선 물이 귀를 기울였다."강은 그날 — 부탁을 들었습니다."멎어라. 돌아온 귀로 온 존재로 외친 그 한마디에, 골짜기 하나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90화 — 무명업화

    "자락이 하나 남았지."봄이 멀지 않은 어느 아침, 무진이 말했다. 눈 치우는 삽을 든 채였다."다 들려드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끝이 빠졌다." 노인의 감은 눈이 그녀를 향했다. "얼음여울의 자락. 네 이야기는 사냥막의 밤에서 궁으로 건너뛰더구나. 그 사이의 하루 — 그 하루만 강이 아직 못 들었다."운설의 손에서 삽이 멎었다.그 하루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야기가 되려면 말이 되어야 하는데, 그 하루의 것들은 말이 되기를 거부했다. 물의 벽. 소리 없는 유리창. 등을 타고 전해지던 충격의 셈. 멎던 소리. — 그것을 소리 내어 강에게 들려준다는 것은."못 합니다.""어째서.""그 이야기의 끝에서 강이 —" 그녀는 말을 골랐다. 고르다가, 고르지 못한 채로 나왔다. "제 강이 그이를 부쉈으니까요."말해 놓고 그녀는 제 말에 베였다. 반년을 안에서만 돌던 문장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얼음 개울가의 아침 공기 속에, 그 문장이 칼처럼 놓였다.무진은 오래 말이 없었다. 이윽고 삽을 눈에 꽂고, 노인은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 강을 벌하는 중이냐, 너를 벌하는 중이냐.""…무슨 말씀이신지.""네 폭주 말이다." 노인이 말했다. "슬픔이 무거워 일어서는 물인 줄 알았는데 — 곁에서 들을수록 이상했다. 네 강이 일어설 때마다 겨누는 자리가 있어. 세상이 아니다. 임자다. 물이 벽처럼 서서 — 제 임자를 치려다, 치려다, 못 치고 내려앉는다. 몇 번이고."운설은 개울의 얼음을 내려다보았다."강은 임자의 것을 다 듣는다 했지. 네가 반년 동안 안에서 그 문장을 돌리는 것을 — 내 강이 그를 부쉈다, 살아도 예전으로는 못 돌린다, 나를 벌해야 한다 — 강이 다 들었다. 착한 물건이라, 임자가 미워하는 것을 저도 미워하지. 임자가 저를 미워하니 저도 저를 미워하고, 임자가 벌을 원하니—" 노인은 거기서 숨을 골랐다. "벌하는 시늉을 하는 게다. 차마 못 하면서. 그것이 네 폭주의 정체다, 아이야."무명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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