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다음 날 아침에도 엄마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한국.
정말 돌아가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애리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꼭 한국에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
한 달 안에 다른 집을 구하면 됐다.
엄마와 둘이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자신은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면 됐다.
그러다 문득 뉴헤이븐의 집이 떠올랐다.
방도 있었다.
당장 들어가도 됐다.
줄리안에게 말하면 분명 오라고 할 거였다.
엄마와 같이 있어도 된다고 할 게 뻔했다.
애리는 그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집은 줄리안이 구한 집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 줄리안의 집으로 들어가는 건 싫었다.
엄마에게 말할 생각도
다음 날부터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막상 한국에 가기로 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가져갈 것과 두고 갈 것을 나눠야 했고, 가구와 가전도 정리해야 했다.엄마는 아침부터 집 안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확인했다.“이건 가져갈 필요 없겠지?”거실 한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이었다.애리가 고개를 저었다.“응. 한국 가서 다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소파도 그렇고.”“응.”큰 가구는 대부분 두고 가거나 처분하기로 했다.어차피 한국까지 가져가는 비용이 더 들었다.애리는 빈 상자를 하나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자기 방부터 정리할 생각이었다.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한국으로 가져갈 것.버릴 것.당장은 필요 없지만 두고 가기 아까운 것.몇 벌을 꺼내 나누다가 옷장 안쪽에 걸린 드레스에서 손이 멈췄다.프롬 때 입었던 드레스였다.애리는 옷걸이째 꺼내 한동안 바라봤다.졸업하고 나서는 한 번도 입지 않았다.한국에 가져가 봐야 다시 입을 일도 없을 것 같았다.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었다.애리는 망설이다가 드레스를 따로 빼 두었다.두고 가기 아까운 것.그쪽이었다.몇 번 나누다 보니 금세 바닥에 옷이 쌓였다.애리는 그 앞에 앉아 한동안 바라봤다.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걸 정리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방학이 끝나면 다시 예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봄 학기가 시작되면 뉴헤이븐으로 가고.주말이면 집에 왔다가 줄리안이 투어에서 돌아
다음 날 오후.애리의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처음 보는 번호였다.“여보세요.”“제수씨.”목소리를 알아듣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애리 엄마의 표정이 굳었다.“이사님?”“네.”서정필이었다.먼저 입을 연 건 애리의 엄마였다.“무슨 일이세요?”“정호 일 때문에 드릴 말씀이 좀 있습니다.”애리의 엄마는 자세를 바로 했다.“무슨 말씀이요?”“전화로 하기에는 좀 그래서요.”“회사로 가면 되나요?”서정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니요. 밖에서 보시죠.”애리 엄마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밖에서요?”“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그녀는 망설였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류정호의 계약 건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퇴직금도, 보험도, 회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알 수 없었다.“어디로 가면 되나요?”약속 장소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카페였다.애리의 엄마가 도착했을 때 서정필은 이미 안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셨네요.”“네.”애리 엄마는 맞은편에 앉았다.직원이 다가와 주문을 받고 돌아간 뒤에도 서정필은 바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애리 엄마가 먼
다음 날 아침.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줄리안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일어나면 전화해.]애리는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두 번 가기도 전에 줄리안이 받았다.“일어났어?”“응.”“잘 잤어?”“그냥.”줄리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제 무슨 일 있었어?”“왜?”“그날 밤에는 그냥 잔다고 했고, 어제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잖아.”애리는 침대에 기대앉았다.“그냥 좀 생각할 게 있었어.”“무슨 생각?”애리는 망설였다.어차피 말해야 할 일이었다.“오빠.”“응.”“엄마 한국 갈 수도 있대.”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한국?”“응.”“갑자기?”“집도 나가야 되고.”“집을 왜 나가?”애리는 회사에서 들은 이야기를 설명했다.아빠가 죽기 전에 진행했던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회사에서 그 일로 손해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조사가 끝날 때까지 퇴직금 정산도 보류됐고, 보험도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까지.줄리안은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다.“사택도 2월 말까지 비워야 된대.&rd
다음 날 아침에도 엄마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한국.정말 돌아가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애리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꼭 한국에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한 달 안에 다른 집을 구하면 됐다.엄마와 둘이 살 수 있는 곳을 찾고, 자신은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면 됐다.그러다 문득 뉴헤이븐의 집이 떠올랐다.방도 있었다.당장 들어가도 됐다.줄리안에게 말하면 분명 오라고 할 거였다.엄마와 같이 있어도 된다고 할 게 뻔했다.애리는 그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 집은 줄리안이 구한 집이었다.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 줄리안의 집으로 들어가는 건 싫었다.엄마에게 말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애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때 아래층에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애리야.”“응.”“잠깐 내려와 봐.”애리는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마는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어제 정리해 둔 서류가 다시 펼쳐져 있었다.애리가 맞은편에 앉았다.“왜?”“회사에서 전화 왔어.”애리의 표정이 굳었다.“뭐래?”“아빠 퇴직금이랑 보험 때문에.”“얼마 나온대?”엄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아직 확정된 게 아니래.”“그럼?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엄마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애리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이 끝난 지 이틀 뒤였다.애리의 엄마에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