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계적인 록스타 남친이 나만 바라본다 (실버라인): Chapter 1 - Chapter 10

120 Chapters

1화- 전학생

가을이 막 시작된 아침이었다.그리고 애리는 길을 잃고 있었다.학교 복도는 이미 시끄러웠다.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웃음소리, 어딘가에서 울리는 종소리.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지만, 애리는 그 흐름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있었다.전학 첫날이었다.한국에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애리에게, 리지우드 고등학교는 너무 낯선 공간이었다.교복 치마 길이도 아직 어색했고, 책가방도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담임이 건네준 시간표였다.English Literature – Room 214애리는 종이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그리고 복도를 둘러봤다.문은 많았지만 번호는 잘 보이지 않았다.“214…”작게 중얼거렸다.문 앞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볼까 고민했다.하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그래도 아직은 머릿속에서 한 번 번역을 거쳐야 했다.잠깐 망설이는 사이,종이 울린 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다.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첫날부터 결석 처리될지도 몰랐다.애리는 그냥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왼쪽으로.오른쪽으로.계단도 한 번 내려갔다.어느 복도 끝에 다다랐다.여기는 아까보다 훨씬 조용했다.수업이 이미 시작된 것 같았다.그때, 어딘가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애리는 멈췄다.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 문틈 사이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기타였다.천천히, 느린 코드.서두르지 않는 리듬이었다.애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깐 서 있었다.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문을 살짝 밀어 열었다.조용히 열렸다.안에는 작은 음악실이 있었다.벽에는 악보들이 붙어 있었고, 한쪽에는 오래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창가 쪽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기타를 들고 있었다.애리는 가만히 서서 그 남자를 바라봤다.수업 시간 같은데.왜 혼자 있지?기타 소리가 멈췄다.남자가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애리는 순간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2화 - 무도회 초대

이든은 원래 학교 행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체육대회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축제는 얼굴만 잠깐 비추고 사라졌고, 무도회는 말할 것도 없었다.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래서 다들 알고 있었다.이든은 학교 행사 같은 건 안 간다는 걸.그런데 올해는 달랐다.복도 사물함 앞에서 에릭이 말했다.“이든.”이든이 사물함 문을 닫으며 말했다.“뭐.”“너 무도회 간다며.”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갈 수도 있지.”에릭이 웃었다.“전학생 때문이지.”이든이 바로 말했다.“아니거든.”그때 옆에서 누가 말했다.“애리?”이든의 손이 멈췄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왜.”그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걔 이미 파트너 세 명 있다던데.”이든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뭐?”“동급생 셋이 먼저 신청했다더라.”복도 소리가 그대로인데, 이든에게는 잠깐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그가 물었다.“…셋?”에릭이 웃었다.“경쟁자 많네.”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물함 문에 기대 서 있었다.잠시 후 그가 말했다.“…상관없어.”에릭이 웃었다.“그래?”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어차피.”“…나한테 올 거니까.”에릭이 고개를 갸웃했다.“근거는?”이든이 말했다.“없어.”“…그냥.”***그 시각.애리는 사물함을 닫고 있었다.금속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옆에서 친구가 물었다.“그래서 누구랑 갈 거야?”애리가 말했다.“몰라.”친구가 웃었다.“세 명이나 신청했다며.”“맞아.”“농구팀 주장도 있고, 학생회 애도 있고, 연극부 애도 있다던데.”애리가 웃었다.“그래도.”“아직 결정 안 했어.”친구가 물었다.“왜?”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사물함 문에 기대서 복도를 바라봤다.학생들이 오가고 있었다.하지만 애리가 찾는 사람은 없었다.애리가 말했다.“…기다리는 사람 있어.”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누구?”애리는 창밖을 봤다. 운동장 쪽이었다.“…몰라.”친구가 웃었다.“뭐야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3화- 사귀기로 했다.

무도회장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체육관 천장에는 작은 조명이 줄처럼 걸려 있었고,바닥에는 색색의 빛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들었고,음악은 꽤 크게 울리고 있었다.이든과 애리는 입구 쪽에 서 있었다.이든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애리는 드레스 치마를 한 번 정리하며 체육관 안을 바라봤다.둘 다 어딘가 조금 어색했다.그때 음악이 바뀌었다.빠르던 리듬이 천천히 가라앉더니 부드러운 곡이 흐르기 시작했다.체육관 중앙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커플로 모여들었다.누군가는 웃으면서 손을 잡았고,누군가는 장난스럽게 허리를 끌어당겼다.애리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그리고 옆을 봤다.이든도 같은 걸 보고 있었다.둘의 시선이 마주쳤다.이든이 말했다.“…가자.”애리는 웃었다.“춤?”“응.”애리는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체육관 가운데로 걸어갔다.이미 몇 쌍이 춤을 추고 있었다.이든이 천천히 애리 앞에 섰다.그리고 망설였다.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애리가 먼저 웃었다.“왜요.”이든이 말했다.“아냐.”그리고 조심스럽게 애리 허리에 손을 올렸다.생각보다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애리는 순간 조금 긴장했다.몸이 살짝 굳었다.이든이 바로 눈치를 챘다.“불편해?”애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애리도 이든 어깨에 손을 올렸다.둘은 천천히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발이 서로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하지만 몇 걸음 지나자 자연스럽게 리듬이 맞기 시작했다.둘 사이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다.애리는 이든의 셔츠에서 은은하게 나는 향을 느꼈고,이든은 애리 머리에서 나는 아주 약한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둘 다 말이 없었다.음악만 천천히 이어졌다.애리는 괜히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고,이든은 그런 애리를 계속 보고 있었다.애리가 말했다.“…이든 오빠.”이든의 입가에 살짝 웃음이 번졌다.“왜.”“생각보다 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4화- 깨진 유리온실

무도회가 끝난 뒤 다음 등교 날이었다.학교 복도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러웠다.사물함 앞에서 두 학생이 이야기하고 있었다.“야.”“뭐.”“무도회 갔냐?”“아니.”“큰일 났다.”“뭐가.”“유리온실.”“…뭐?”“키스했대.”정적.“누구랑.”“전학생.”“애리?”“응.”“…진짜?”그때 뒤에서 누가 끼어들었다.“나 봤어.”둘이 동시에 돌아봤다.“뭐?”“체육관 가운데.”“진짜로?““응.”그리고 한 명이 중얼거렸다.“…온실 깨졌네.”그 순간, 복도 반대편에서도 같은 얘기가 들렸다.“야 들었어?”“뭐.”“유리온실.”“전학생이랑 키스했대.”소문은 그렇게학교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점심시간이었다.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한꺼번에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사물함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친구를 부르며 뛰어가는 발소리가 복도 안을 정신없이 채우고 있었다.누군가는 벽에 기대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누군가는 다음 수업 이야기를 하며 지나갔다.복도 끝 정수기 앞에는 애리가 서 있었다.투명한 플라스틱컵 안으로 물이 천천히 차올랐다.애리는 멍하니 정수기만 바라봤다.머릿속에는 조금 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이 계속 남아 있었다.“나랑 먹잖아.”이든이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았던 순간.분명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사귀는 거야?”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당연한 것처럼 같이 다니고 있었다.애리는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때 뒤쪽에서 여자애들 목소리가 들려왔다.“…봤어?”애리는 무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였다.“응.”“진짜야?”“진짜라니까.”애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컵을 다시 정수기에 갖다 댔다.그 순간, 여자애 한 명이 작게 말했다.“이든.”애리 손이 잠깐 멈췄다.컵 벽을 때리는 물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여자애들이 가까이 붙어 속삭였다.“아까 복도에서.”“봤어.”“손 잡던데.”애리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손?”“유리온실이.”다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5화- 열여섯번째 생일

10월 24일이었다.가을이 꽤 깊어져 있었다.학교 운동장 옆에 서 있는 단풍나무들은 거의 절반쯤 잎이 떨어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잎들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작게 났다.점심시간이 끝난 뒤였다.체육관 뒤 계단.애리는 계단 중간에 앉아 있었다.무릎 위에는 수학 문제집이 펼쳐져 있었고, 연필 끝으로 천천히 식을 따라 계산을 하고 있었다.가끔 바람이 불면 책장이 살짝 들리기도 했다.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애리는 고개를 들었다.이든이었다.그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채 계단을 내려왔다.애리 옆에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또 공부야?”애리는 연필을 굴리며 웃었다.“시험 있잖아.”“너는 맨날 시험이야.”“공부하는 학교에 왔으니까.”이든이 피식 웃었다.“그건 맞네.”갑자기 조용해졌다.이든은 애리 옆에 놓여 있는 문제집을 집어 들었다.페이지 사이에서 뭔가 얇은 카드가 하나 떨어졌다.“이거 뭐야.”애리는 고개를 들었다.“학생증인데.”이든이 카드를 집어 들었다.플라스틱 카드 위에는 애리 사진과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이든이 멈췄다.“애리.”“응?”이든이 카드 아래쪽을 가리켰다.“이거.”애리가 몸을 기울여 봤다.DOB: Oct 25이든이 말했다.“내일 생일이네.”애리는 카드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응.”이든이 물었다.“왜 말 안 했어.”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별거 아니잖아.”“원래 생일 크게 안 챙겨요.”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냥 카드를 다시 문제집 위에 올려놓았다.“그래?”“응.”잠시 후 이든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일 연습 있어.”애리는 그를 바라봤다.“…응?“이든이 덧붙였다.“마커스랑 노아 온다.”“연습 많이 하네?”“요즘 좀.”한 박자 쉬고 이든이 말했다.“실버라인 곡 마무리해야 돼. 이번에 만드는 곡."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바쁘네.”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좀.”그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6화- 첫 공연

쇼핑몰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토요일 오후.도심 외곽에 있는 오래된 쇼핑몰이었다.유리 천장이 있는 중앙 공간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특별한 공연장이 아니라, 주말이면 지역 밴드들이 와서 노래를 하는 자리였다.무대 앞에는 작은 스피커 두 대와 간이 조명 몇 개가 세워져 있었다.조명이라고 해 봐야 쇼핑몰 천장에서 내려오는 노란 불빛이 대부분이었다.애리는 집을 나서기 전에 책상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작은 디지털 캠코더가 들어 있었다.은색 바디에 접히는 LCD 화면이 달린, 그 시절에 흔히 쓰던 모델이었다.애리는 망설이다가 그걸 꺼냈다.배터리를 확인했다.테이프도 넣어 두었다.그리고 가방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오늘은 그냥 공연을 보러 가는 게 아니었다.이든의 공연을 처음 제대로 보는 날이었다.***공연 시작 전의 쇼핑몰 무대 뒤쪽은 생각보다 어수선했다.케이블들이 바닥에 얽혀 있었고,마커스와 노아는 스피커 옆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노아의 백금발이 쇼핑몰 조명 아래에서 거의 은빛처럼 보였다.애리는 가방에서 캠코더를 꺼냈다.이든이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뭐야 그거.”“캠코더.”“…왜.”애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오늘 공연 찍으려고.”이든이 작게 웃었다.“뭘 그렇게까지 해.”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래도 내가 처음 보는 오빠의 정식 공연인데.”이든이 말했다.“그러든가.”그리고 덧붙였다.“근데 나만 찍지 마.”애리가 물었다.“왜?”이든이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쪽팔려.”애리는 웃었다.“알았어.”“근데 제일 많이 찍을 거야.”이든이 한숨 쉬듯 말했다.“…그러지 마라.”***공연이 시작될 시간이 가까워졌다.사람들이 쇼핑몰 중앙 공간에 조금씩 모이고 있었다.누군가는 쇼핑백을 들고 서 있었고, 누군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애리는 무대 앞쪽으로 조금 다가갔다.그리고 캠코더 화면을 펼쳤다.작은 LCD 화면이 켜졌다.화면 속에 무대가 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7화- 공연 그 후

쇼핑몰 공연이 끝난 뒤 첫 월요일이었다.밴드 작업실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작업실 안에는 기타 케이스와 케이블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벽에는 오래된 공연 포스터 몇 장이 붙어 있었고, 한쪽에는 드럼 세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마커스는 바닥에 앉아서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고,노아는 베이스를 들고 느리게 음을 맞추고 있었다.그때 문이 열렸다.“야.”낯익은 목소리였다.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왔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레이첼이었다.레이첼은 마커스의 여자친구이다.고등학교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함께였다.붉은 머리를 어깨까지 내려오게 잘랐고, 눈매는 날카롭지만 웃을 때는 시원하게 풀렸다.예쁘다기보다는, 멋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가죽 재킷을 자주 입었고 실제로 오토바이도 탔다.요즘은 밤마다 클럽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그래서 토요일 쇼핑몰 공연에는 오지 못했다.클럽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알바를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레이첼은 그게 꽤 속상했다.그래서 오늘은 알바가 끝나자마자 바로 작업실로 들렸다.레이첼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나 공연 못 봤어.”노아가 웃었다.“알아.”레이첼이 눈을 가늘게 떴다.“알면 뭐.”“영상 있냐?”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있지.”그리고 고개를 돌렸다.“애리.”작업실 한쪽에 앉아 있던 애리가 고개를 들었다.“네?”“캠코더.”애리는 바로 가방을 열었다.그 안에는 토요일에 가져왔던 디지털 캠코더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사실 애리는 아직도 그걸 집에 두지 못했다.쇼핑몰 공연을 찍은 영상이 아직 그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애리는 캠코더를 꺼냈다.그리고 LCD 화면을 펼쳤다.“여기 있어요.”레이첼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보자.”작은 화면이 켜졌다.영상이 재생됐다.쇼핑몰 중앙 무대.조금 흔들리는 화면.기타 리프.마커스가 노래를 시작했다.이든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8화- 이든의 생일

11월 25일.오늘은 이든의 생일이었다.애리는 아침부터 일찍 눈을 떴다.괜히 거울 앞에 서 있었다.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머리를 정리하고 아주 얇게 화장을 했다.그리고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쇼핑봉투를 집어 들었다.안에는 지난번에 산 기타 스트랩이 들어 있었다.짙은 갈색 가죽에 은색 버클이 달린 것.애리는 봉투 안을 들여다봤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닫았다.생일 파티는 늘 그렇듯 작업실에서 열렸다.참가자는 단촐했다.이든.애리.마커스와 레이첼.그리고 노아.늘 그 멤버였다.작업실 한쪽 테이블 위에는 작은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촛불이 켜져 있었고, 종이접시와 플라스틱 포크가 옆에 있었다.마커스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자, 빨리 불어.”노아가 바로 덧붙였다.“초 녹는다.”이든이 피식 웃었다.“소원 빌 시간은 줘야지.”다들 대충 음정도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생일 축하합니다.”애리는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보고 있었다.손에는 작은 쇼핑봉투가 들려 있었다.짙은 갈색 가죽 스트랩이 들어 있는 봉투였다.애리는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천천히 이든에게 다가갔다.“…오빠.”이든이 고개를 들었다.“응?”애리는 봉투를 내밀었다.“…생일 선물.”이든이 봉투를 받아 들었다.“뭐야.”봉투 안에서 갈색 가죽 스트랩이 나왔다.이든이 잠시 멈췄다.“…”스트랩을 한번 만져 봤다.“이거 비싼 거 아니야?”애리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오빠 생일이잖아.”마커스가 웃었다.“이거 좋다.”노아가 스트랩을 보며 말했다.“가죽 괜찮은데.”그는 아무 말 없이 기타에 스트랩을 걸었다.이든이 스트랩을 뒤집었다.그리고 잠깐 멈췄다.가죽 안쪽에 작은 글자가 찍혀 있었다.E.W. & A.R.이든이 애리를 한번 봤다.애리는 괜히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그가 피식 웃었다.“애리.”“고마워.”그때, 작업실 문이 열렸다.“생일 파티 여기야?”노아가 고개를 들었다.“리아?”노아의 쌍둥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9화- 리아

리아 브룩스는 리지우드 고등학교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노아의 쌍둥이 누나답게 화려한 백금발과 청록색 눈을 가진 외모.치어리더.프롬 퀸.그녀는 늘 학교 중심에 있었다.점심시간이면 항상 같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였고, 복도를 걸어가면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다.리아는 그런 시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었다.주로 사귀던 남자들도 비슷했다.럭비 주장, 농구팀 가드,혹은 학교 밴드 드러머.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먼저 다가왔다.그래서 리아는 한 번도 누군가를 쫓아본 적이 없었다.적어도 그 애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중학교 졸업 후 리지우드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든은 아직 “예쁘게 생긴 애”로 불리던 열여섯이었다.학교에 막 들어온 신입생이었던 이든과 달리, 리아와 노아, 마커스, 레이첼은 이미 졸업을 앞둔 고3 선배들이었다.이든이 마커스와 노아를 처음 만난 건 학교 별관 작업실이었다.거기에 레이첼도 있었다.퍼포먼스 크루 멤버를 찾고 있던 둘은 오디션 중에 잠시 말을 멈췄다.교복 재킷 안에 후드티를 입고 기타를 멘 이든이 눈앞에 서 있었다.눈길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다.“노래해 봐.”마커스가 말했다.열여섯 살의 이든은 기타를 고쳐 메고 마이크를 잡았다.노래가 끝나자 마커스가 먼저 박수를 쳤다.“얘다.”노아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얼굴은 여자애 같네.”이든은 그 말에 웃었다.그땐 그게 놀림인지, 칭찬인지 모를 나이였다.그날 이후 셋은 함께였다.같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리아는 그때 체육관 문 앞에서 친구들이랑 서 있었다.치어리더 유니폼.화려한 백금발이 조명에 번쩍였다.“쟤?”친구가 묻자, 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애기 같아.”그 말이 이든 귀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레이첼은 들었다.그래서 레이첼은 리아를 싫어했다.리아는 그들을 뒤에서 비웃는 쪽에 가까웠다.“애들 장난 아니야?”뒤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10화- 조금 다른 소리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리지우드 고등학교 복도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러웠다.사물함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이 평소보다 오래 서 있었고, 누군가가 화면을 들고 친구를 불렀다.“이거 봐.”“뭐야.”“아니 이거...”화면을 들이밀자 옆에 있던 애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영상 속에는 쇼핑몰 중앙 무대가 보였다.천장이 높고 유리 난간이 둘러져 있는 공간이었다.카메라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누군가 관객 사이에서 찍은 영상 같았다.기타 소리가 먼저 들렸다.짧은 리프였다.뒤이어 저음 비트가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그리고 목소리.“실버라인!”카메라가 무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움직였다.마커스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고, 노아가 무대 중앙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이든이 기타를 메고 서 있었다.복도에서 영상을 보던 학생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이거.”“왜.”“우리 학교 애잖아.”옆에 있던 애가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봤다.“누구?”“이든.”“…유리온실?”몇 초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그리고 누군가 중얼거렸다.“…노래 잘하는데.”다른 애가 말했다.“근데 이거 밴드냐?”옆에 있던 애가 어깨를 으쓱했다.“몰라.”“…근데 멋있다.”***그 시각.작업실 안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학교 뒤쪽,거의 쓰지 않는 낡은 별관 건물 안이었다.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늦은 오후 공기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노아는 소파에 누운 채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마커스는 앰프 옆에서 기타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이든은 의자에 앉아 기타 줄을 천천히 튕겼다.짧은 멜로디였다.그때.문이 벌컥 열렸다.에릭이었다.숨이 조금 차 있었다.“너네.”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왜.”에릭이 바로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노아 손에 들린 노트북을 그대로 가져갔다.“…뭐야?”에릭은 대답도 안 하고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지금 학교에서 난리 났다.”노아가 몸을 일으켰다.“…뭐.”에릭이 화면을 돌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
PREV
123456
...
1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