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 시작된 아침이었다.그리고 애리는 길을 잃고 있었다.학교 복도는 이미 시끄러웠다.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웃음소리, 어딘가에서 울리는 종소리.학생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지만, 애리는 그 흐름에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있었다.전학 첫날이었다.한국에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애리에게, 리지우드 고등학교는 너무 낯선 공간이었다.교복 치마 길이도 아직 어색했고, 책가방도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담임이 건네준 시간표였다.English Literature – Room 214애리는 종이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그리고 복도를 둘러봤다.문은 많았지만 번호는 잘 보이지 않았다.“214…”작게 중얼거렸다.문 앞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볼까 고민했다.하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그래도 아직은 머릿속에서 한 번 번역을 거쳐야 했다.잠깐 망설이는 사이,종이 울린 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았다.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첫날부터 결석 처리될지도 몰랐다.애리는 그냥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왼쪽으로.오른쪽으로.계단도 한 번 내려갔다.어느 복도 끝에 다다랐다.여기는 아까보다 훨씬 조용했다.수업이 이미 시작된 것 같았다.그때, 어딘가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애리는 멈췄다.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었고 그 문틈 사이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기타였다.천천히, 느린 코드.서두르지 않는 리듬이었다.애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깐 서 있었다.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문을 살짝 밀어 열었다.조용히 열렸다.안에는 작은 음악실이 있었다.벽에는 악보들이 붙어 있었고, 한쪽에는 오래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그리고 창가 쪽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기타를 들고 있었다.애리는 가만히 서서 그 남자를 바라봤다.수업 시간 같은데.왜 혼자 있지?기타 소리가 멈췄다.남자가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애리는 순간 말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