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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강맹아
다음날 위너 회사.

강성연은 그녀의 사무실에 앉아 여태까지의 위너 주얼리 작품 디자인을 살펴본 후 서류를 탁자에 던졌다.

"식상하고 디자인의 정의도 모르고 있어. 위너 주얼리가 여태껏 돈을 주고 만든 주얼리는 모두 이따위들인 건가?"

사무실에 서있던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Zora 님, 강 디렉터님께서는 위너 브랜드가 예전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강성연은 팔짱을 끼고 의자 앞에 기대더니 웃었다.

"원래 어떤 스타일을 유지하는 건데?"

그녀는 서류 안에 주얼리 제품을 들었다.

"이것들은 패션 주얼리 업계에서 눈에 뜨이지도 않는 쓰레기일 뿐이야. 너희 강 디렉터는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서 엘리터들을 모두 바꾸었지. 지금 위너는 스스로의 제품도 만들지 못하네."

직원은 답하지 못했다.

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료 창고에 가봐야겠어, 안내해."

"네."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과 직원이 원료 창고로 걸어갈 때 마침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반지훈은 그녀가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어두워진 눈빛으로 돌아섰다.

"사람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나?"

강성연은 자리에 멈춰 섰다. 결국 그녀에게 1942억을 지불할 남자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다가 몸을 돌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네, 반 사장님. 안녕하세요?"

"강성연 아가씨는 어디로 가는 거지?"

강성연은 멈칫 했다. 그는 그녀가 강 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 앞에 다가갔다.

"어디로 가려던 거지?"

이 여자는 참 한가해 보였다.

강성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원료 창고에 가는 것까지 반 사장님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강미현의 남자친구는 참 오지랖도 넓네?

"마침 잘됐어. 나도 당신이 원료 창고에 가서 뭘 보는지 궁금하거든."

"......"

원료 창고는 원석과 주얼리를 만드는 재료를 놓는 곳이었다. 여직원이 스위치를 누르자 커다란 창고 구석에 박스가 겹겹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고 탁자와 선반 위에는 아직 절단하지 않는 보석 원석이 있었다.

탁자 위에 절단 공구 세트가 놓여있었고 재료도 구비되었다.

강성연은 선반 앞에 다가가 원석 하나를 꺼내 보았다. 그녀는 원석을 들고 절단 기계 앞에 걸어갔다.

여직원은 멍하니 있다가 다급하게 물었다.

"Zora 님, 뭐 하려는 건가요?"

강성연은 답하지 않고 기계로 원석을 절단했다. 강성연은 원석 하나를 자르기 바쁘게 이상함을 느꼈다.

"대단해, 위너에서도 이젠 속임수를 써?"

강성연은 절단한 원석을 들고 여직원 앞에 다가갔다.

"누가 원료 창고를 책임지지?"

여직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팀장입니다."

강성연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장 김팀장더러 오라고 해."

반지훈은 절단된 원석 앞에 다가가 검지에 낀 반지로 보석을 그어보았다. 그는 보석에 옅은 흔적이 나는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강성연은 팔짱을 끼고 그의 곁에 다가가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님, 사장님 여자친구 회사에서 진짜와 가짜 원석을 섞어 파는데 관계하지 않을 거예요?"

반지훈은 눈을 내리깔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이곳은 당신의 어머니가 창립한 회사잖아?"

그의 말에 강성연의 미소가 굳어졌다.

"일을 크게 벌여도 당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어. 사적에서 해결하면 돼."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

사적으로 해결한다고?

허, 이번에 매입한 원석들도 모두 강미현의 동의를 거쳤을 것이다. 시장 가격에 따른다면 좋은 원석의 가격은 매우 높을 것이지만 반반 섞인 원석 가격은 훨씬 낮을 것이다.

강미현이 몰라서 한 일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비싼 원가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진짜와 가짜를 섞은 원석을 사용한다면 그녀는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만약에 정말 강미현이......"

"미현이는 주얼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속임을 당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

반지훈은 몸을 돌려 강성연을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진짜 사실을 밝혀내기 전에 쉽게 결론을 내지 않았으면 해."

강성연은 속으로 냉소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성격은 시언이와 좀 비슷하네......

잠깐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김팀장이 왔어요."

여직원이 김팀장을 데리고 들어왔다. 당당하게 여직원에게 뭐라고 말하던 김팀장은 반지훈을 보자 순간 표정이 바뀌었다.

"사......사장님께서 어찌 이곳에?"

김팀장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반지훈은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진짜와 가짜 원석을 섞어 사용하는 건 어떻게 된 일인가?"

김팀장 이마에서 식은 땀이 났다. 망했어, 원석은 강 디렉터님의 요구대로 제작한 건데, 만약 들통난다면......

그가 강미현의 짓이라고 말해도 봉변을 당하는 것은 그일 것이다! 왜냐하면 강미현은 반지훈의 여자니깐.

"이번... 이번 원석은 처음에 제가 책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퇴직한 조팀장이 계속 원석을 책임졌었습니다. 저도 원석에 가짜와 진짜가 섞였는지 몰랐습니다."

그는 퇴직한 직원에게 덤터기를 씌웠다.

"거짓말."

강성연이 날카롭게 질문했다.

"조여남이 있을 때 위너 원석에는 문제가 생긴 적이 없어. 그는 위너에서 15년 동안 일했었지.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면 일찍부터 해고되었을 거야. 어떻게 여태까지 남아있을 수 있어?"

김팀장은 멍해졌다. Zora가 어떻게 조여남이 위너에서 일했다는 걸 알고 있지?

"그건...... 전 정말 모릅니다."

"당신 누군가를 위해 덤터기를 쓰는 게 아니야?"

강성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반지훈은 그녀를 흘깃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문 앞에 강미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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