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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Penulis: 서은월
눈 깜짝할 사이, 어느덧 연말이 다가왔다. 경성의 골목골목에는 이미 붉은 등롱이 걸려 있었고, 온 도시는 새해를 앞둔 들뜬 기운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진국공부 안은 어딘가 적막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외조부도, 오라버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도착한 것은 두툼한 서신 두 통과 서로 다른 두 곳에서 따로 보내온 수레 두 대를 가득 채울 만큼의 연례 선물뿐이었다.

외조부의 편지는 마치 맹여산 자체를 닮은 듯 강건한 필체로 쓰여있었다. 그 속에는 오직 평안을 알리는 소식과 그녀더러 자신과 아이들을 잘 돌보라는 당부뿐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전장을 누비는 무장의 간결함과 절제가 담겨 있었다.

오라버니의 편지는 그보다 훨씬 길고 자상했다. 그는 광산의 상황을 하나하나 상세히 적어 내려갔다.

‘산에서 새로운 고품질 광맥이 발견되었어. 지금이 채굴의 가장 중요한 시기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봄이 오기 전에 첫 쇳물을 뽑아낼 수 있을 거야.’

아설은 마당 가득 쌓인 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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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6화

    큰 마님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얼굴에 깊게 패여 있던 주름마저 부드럽게 펴졌다.“그래, 그래, 착한 아이야…”흐릿해진 눈동자가 탐욕스럽게 손자의 얼굴을 더듬었다. 아무리 보아도 모자란 듯,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무심코 주종현의 어깨 너머를 스치며, 문가에 서 있는 맹시은을 향했다. 큰 마님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너!”갈라진 입술 사이에서 억지로 밀어낸 한 글자였다. 그 음성은 날카롭게 찢어져 마치 밤까마귀의 울음처럼 섬뜩하게 울렸다.“여기 와서 뭘 하는 게냐! 당장 나가! 당장 꺼져라!”큰 마님은 갑자기 광증이라도 오른 듯 몸부림치며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격한 감정이 폐부를 건드리자 숨이 끊어질 듯한 격렬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콜… 콜록… 콜록콜록…!”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몸은 고통에 웅크러지며 금세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큰 마님!”고 유모가 황급히 달려들어 등을 두드리고 숨을 고르게 했다. 조 씨 역시 얼굴이 새파래져 급히 다가와 거들었다.순식간에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주종현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맹시은을 보려 했으나 큰 마님의 손이 쇠집게처럼 그의 손을 움켜쥔 채 놓아주지 않았다.고 유모는 큰 마님의 숨을 고르며 독이 어린 시선으로 맹시은을 향해 사납게 노려보았다.“마님! 이 늙은 종이 간청드립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신다 생각하시고 한 번만 물러나 주십시오! 어서 나가 주십시오! 더 이상 여기서 큰 마님을 자극하지 마십시오! 큰 마님의 몸은 더 이상 이런 자극을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달려들었다. 거의 밀치다시피, 억지로 맹시은을 문 밖으로 내몰았다.쾅!조각문이 그녀의 눈앞에서 거칠게 닫혔다.그 문은 단순히 공간을 가른 것이 아니었다. 안쪽에 있던, 정과 염려로 가득한 세계와 그녀를 완전히 단절시켜버렸다.문 안에는 주종현의 다급한 목소리, 큰 마님의 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5화

    숨조차 막힐 듯 억눌린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회랑 아래, 하인과 부녀자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호흡마저 극도로 억눌러 겨우 이어가고 있었다.주종현은 영벽 뒤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깊었다. 천 년 묵은 한못처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맹시은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는 곧장 다가서지 않았다. 그저 그 깊은 눈동자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그녀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연약해 보이면서도 단단했다.예전에도 그녀는 이렇게 힘겨운 시간을 견뎌왔던 걸까. 그래서 목숨을 내놓을 각오까지 하며 죽음을 가장해 떠나려 했던 걸까.조 씨는 아들이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방금 전 벌어진 일은 마치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친 것처럼 느껴졌다.“현아…”주종현의 시선이 마침내 맹시은에게서 떨어져,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조 씨에게로 향했다.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어머니, 할머니 상태는 어떻습니까?”조 씨는 그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버렸다.미리 준비해두었던 수많은 말들이 목구멍에 걸린 채,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했다.“네 할머니는...”“어머니.”주종현이 조용히 말을 끊었다.“옳고 그름은 제가 직접 보았고, 제 나름의 판단도 있습니다. 지금은 할머니의 병환이 더 급합니다.”그는 더 이상 조 씨를 바라보지 않았다. 곧장 발걸음을 옮겨 그녀를 지나쳤고 곧장 맹시은의 앞에 섰다.그는 손을 내밀었다. 넓고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차갑게 식은 손등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두려워 말거라. 내가 있다.”낮고 단단한 목소리였다. 그 한마디는 따뜻한 기운처럼 스며들어 맹시은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기 냉기를 단숨에 밀어냈다.맹시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온전히 기대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의탁하는 그 모습에 주종현의 가슴이 순간 저릿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4화

    “뭐라고? 진국공께서 적을 너무 많이 베어서, 그 외손녀 몸에 흉한 기운이 깃들었다고?”순간 주변은 잠잠해졌다가 이내 더욱 거센 소란으로 들끓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맹 장군께서는 평생을 전장에서 보내며, 우리에게 변방 수십 년의 평안을 가져다주신 분일세! 그분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디서 편히 살았겠는가!”“맞네! 당당한 영국공부가, 출처도 알 수 없는 떠돌이 중의 헛소리를 믿고 공신의 후손을 이렇게 괴롭힌다고?”“내가 보기엔 일부러 트집 잡는 것이네! 세자께서 데릴사위로 들어간 일 때문에 아직도 속이 뒤틀린 게지!”“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이네! 정말 배은망덕한 것들이 따로 없군!”분위기는 순식간에 들끓었다.백성들이 비록 고관대작 집안의 복잡한 속사정까지는 알지 못해도 그들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저울이 있었다.누가 영웅이고 누가 나라를 지켜왔는지, 그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공훈을 사람을 해치는 ‘흉한 기운’이라 부르다니.그건 그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라 피를 흘리며 싸워온 모든 장수들의 가슴에 칼을 꽂는 짓이었다.조 씨의 얼굴빛은 이미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세상이 빙글 도는 듯했고 귓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만 맴돌았다.일이 완전히 통제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도움을 구하듯 고 유모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독이 서린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 쓸모없는 늙은 것! 일은 망치고 화만 키워놓는구나. 하필 대문 앞에서 무릎 꿇릴 생각을 하다니... 괜히 약점만 잡혀 일을 더 크게 만들어버린 셈이잖아.”오늘 일이 퍼져 나가기만 하면 내일 영국공부를 탄핵하는 상소가 어서재를 가득 메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공께서 크게 노하실 게 분명하고 자신 또한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고 유모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자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었던 그 첩실이, 어느새 이렇게 혀가 날카롭고 수단까지 잔혹해졌단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3화

    이건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하늘에라도 구멍을 뚫어버릴 기세의 미친 사람 같았다.고 유모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맹시은을 가리켰다. 입술이 덜덜 떨렸지만 끝내 욕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맹시은이 내뱉는 모든 말이 하나같이 ‘효’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를 꾸짖는 순간, 그건 곧 그녀의 효를 막는 일이 되고, 큰 마님을 공경하지 않는 일이 되어버린다.그러나 맹시은은 그런 기색조차 느끼지 못한 듯, 여전히 절절하게 울음을 이어갔다.비통한 울음소리는 처연하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고개를 살짝 떨군 눈동자 깊은 곳에는 싸늘한 조롱과 단호한 결의가 가라앉아 있었다.우는 걸 누가 못하겠는가? 불쌍한 척하며 동정을 얻는 법이라면 그녀는 이미 주 가 뒷마당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다.어차피 체면을 잃을 일이라면 어째서 자기 혼자만 이 자리에서 저들에게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망신을 당할 거라면 차라리 모두 함께 당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맹시은은 오늘 온 경성 사람들이 똑똑히 보게 만들 작정이었다.이 명문 사족, 공후 가문의 번듯한 문패 아래에 도대체 어떤 추악한 낯짝이 숨겨져 있는지를.회랑 아래에 서 있던 조 씨는 막 돌아서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마치 바닥에 못이라도 박힌 듯,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문밖으로 몰려드는 인파, 탐색하듯 호기심 어린, 그리고 은근한 멸시가 섞인 시선들이 달궈진 쇠바늘처럼 그녀의 얼굴을 사정없이 찔러댔다.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수없이 따귀를 맞은 듯한 통증이 번져갔다.이대로는 안 된다!조 씨의 가슴속에서 경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그러고는 순식간에 얼굴 위에 알맞은 초조함과 애틋함을 덧씌운 뒤,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시은아, 내 착한 아이야, 얼른 일어나거라!”그녀의 목소리에는 다정한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딸을 보는 자애로운 어머니처럼. 그녀는 재빨리 맹시은 곁으로 다가가 몸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2화

    붓과 먹, 종이와 벼루까지, 필요한 것은 이미 빠짐없이 갖춰져 있었다.회랑 아래에 선 조 씨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걸린 냉소가 스쳐 지나갔다.이 첫 기선 제압.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그녀로서는 오히려 반가웠다.맹시은은 등을 곧게 편 채, 시선을 가만히 떨구었다. 그녀의 눈길이 한 번 스치듯 훑고 지나갔다.향로에는 값싼 단향이 이미 피워져 있었고 푸른 연기는 가늘게 피어오르며 어딘가 싸구려 같은 조롱의 기운을 풍겼다.고 유모는 두 팔을 끼고 서서 턱을 살짝 치켜들고는 기다리고 있었다.이 국공부 대문 앞에서, 온 경성의 시선이 쏠린 이 자리에서, 그녀가 어떻게 체면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웃음거리가 되는지.그러나 맹시은은 눈꺼풀 하나조차 들지 않았다.그때였다. 그녀가 움직였다. 하지만 향안 앞으로 향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붉은 칠에 금박이 더해진 위엄 어린 영국공부 대문을 마주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그녀는 천천히 치맛자락을 들어 올렸다.“쿵.”두 무릎이 차갑고 단단한 청석 바닥 위에 깊게 부딪혔다. 둔중하고 단호한 소리였다.마치 무거운 망치가,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가슴을 세게 내리친 듯했다. 이어 그녀는 깊이 몸을 숙였다.이마가 바닥에 닿을 만큼, 조금의 흠도 없는 완전한 오체투지의 큰절이었다.“손부(孫媳)가 조모님께 절을 올립니다!”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맑고 또렷해 찬 바람을 가르며 현장에 있던 모든 이의 귀에 선명하게 꽂혔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다.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비통함과 울먹임이 짙게 배어들었다.“손부가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조모님께서 위중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불타는 듯 조급하여 당장이라도 침상 곁으로 달려가 약을 시중들고 싶었습니다! 허나 손부의 몸에 ‘흉한 기운’이 있다 하여, 조모님의 평안을 해칠까 두렵고, 병세를 더 악화시킬까 염려되니, 이 또한 크나큰 불효입니다!”그녀는 손수건으로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41화

    “지난번에 마님께서 입부하신 뒤로, 큰 마님의 몸 상태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시고요.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마님께서 지니신 흉한 기운이 큰 마님의 복과 장수를 누릴 운과 서로 충돌하여 상극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주변에서 일제히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그래서였군…”“그러니까요. 큰 마님께서 원래 그렇게 강건하셨는데 어째서 갑자기…”문간에 서 있던 맹시은의 귀로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그녀는 가만히 손을 뻗어 주종현의 소매를 붙잡았다.“주종현.”낮게 부르는 음성에는 아무런 감정의 결도 실려 있지 않았다.주종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억울함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차분한 고요만이 담겨 있었다.“효가 먼저이고 조모님이 우선입니다.”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조모님께서 위중하시니 먼저 들어가세요. 제가 들어갈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그녀의 말은 이치에 맞았고 빈틈이 없었다.주종현의 효심을 온전히 세워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말이었다.주종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 밑에서 감정이 거칠게 요동쳤다.안타까움, 분노, 자책…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와 그를 집어삼킬 듯했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이 온 집안의 칼날과 창끝을 홀로 감당하려 한다는 것을.그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이건 네가 감당할 일이 아니다. 소만에게 시켜 널 데려다주게 하겠다.”맹시은은 고개를 저었다.“기다릴게요.”지금 온 경성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대성조는 효를 근본으로 나라를 다스린다.이 자리에서 그녀가 돌아서 버린다면, 내일 주종현을 탄핵하는 상소가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그러니 맹시은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문밖에서 잠시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그 정도조차 견디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를 가볍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49화

    “설강 아가씨.”설강이 후문을 나서다 말고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멈춰 섰다. 뒤돌아보니 만천이 있었다. 평소에는 위심을 보는 일이 더 많다 보니 만천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만천 귀군.설강이 예를 갖춰 인사했다. 만천은 막 연무장에서 돌아온건지 손에 쌍극을 쥔 채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강 마님께서 나가시려는 것입니까?”세자는 최근 며칠간 반드시 강 마님을 잘 지키라고 그에게 명했었다. 설강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아니요. 제가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가는 것입니다.”그 말에 만천은 걸음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64화

    “더 볼 것도 없군. 다 타 버렸다!”옆에 있던 관병이 무언가를 밟고 몸이 굳었다. 그것은 단순히 타버린 목재가 아니었다.그가 발을 옮기자 발바닥에 묻은 검은 재가 벗겨지며 금빛이 번쩍였다.금이었다!그는 재빨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조금 변형되긴 했지만 원래는 팔찌였음이 분명했다.“꺽다리! 이걸 좀 봐. 금이야!”꺽다리는 동료의 손에 든 물건을 보고 돌아섰다. 두 사람은 바로 머리를 맞대고 금덩이를 몰래 숨겼다.“빨리! 숨겨!”“더 찾아보자. 분명 예전에 누군가 여기에 숨겨둔 물건일 거야. 화재 덕분에 밖으로 나온 거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72화

    “그녀는 어디에 있느냐?”주종현의 눈빛은 살얼음처럼 차갑고 매서웠다. 그의 등 뒤로 번개와 천둥이 뒤섞여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인을 두 갈래로 벨 듯한 기세였다.송하윤은 문틀을 붙잡고 일어섰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나 여전히 준수한 용모를 자랑하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망울이 일순 흐트러졌다.“종현 오라버니, 당신도 저를 속였나요? 왜 모두가 저를 속이는 겁니까?”주종현은 검을 뽑아 차갑게 그녀의 목덜미에 갖다 댔다.“다시 묻겠다. 강시아는 어디에 있느냐!”“강시아…?”송하윤은 마치 이제야 그 이름을 이해한 듯 허공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156화

    강시아는 손수건으로 연아의 작은 얼굴을 살며시 닦아주었다.“연아나 많이 먹거라.”하 유모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강시아의 손에서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마님, 내일부터는 연아 아가씨께서 열흘 동안 휴식을 취하신다 하옵니다.”강시아의 신분이 이토록 귀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곡식 장사에서 벌어들인 돈도 아낌없이 나눠주는 인심을 보며 하 유모는 예전부터 그녀가 복 많은 사람이라 여겼다. 얼마 전 하대우 역시 상단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곡식 가게가 자리를 제대로 잡기만 한다면, 빠르면 가을에 국공부에서 일을 관둘수도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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