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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작가: 꽃길
역시 뻔뻔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나를 향해 걸어오는 조나연을 보고 이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내연녀의 신분으로 이토록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조나연은 당당하고도 남았다. 그녀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듯이 으스댔다.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지원 씨. 밥 먹으러 왔어요?”

조나연은 나와 말하면서 진정우를 힐끔댔다. 사실은 처음부터 진정우를 바라보며 걸어왔다.

전정우는 원래도 시선이 가는 타입이니 할 말은 없다. 나이 많은 아주머니도 그를 힐끔거리기 마련이다. 조금 전 집에서도 그러지 않았는가?

“안 그러면 구경하러 왔겠어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내 성격이 못된 게 아니라, 그냥 그녀가 착한 척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만약 그녀가 당당하게 강유형을 좋아한다고 인정하면, 나는 흔쾌히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일부러 내 신경을 거스르기만 했다.

나의 말을 들은 그녀는 곧장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유형도 없는데 연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이번 표적은 정우 씨인가?’

세상에는 자기 주제를 모르는 사람이 꽤 된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세상 모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사람 말이다.

조나연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과부 주제에 남자한테 잘 보이겠다고 가면을 쓴 모습이 퍽 우스웠다.

‘쟤 강유형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더 좋은 남자를 보면 바로 넘어갈 가벼운 마음이었나? 아니면 그냥 내 곁에 있는 남자라면 다 좋은 건가?’

나와 진정우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조나연이 치근덕대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서 임산부 세트나 먹어요. 여기 음식 꽤 건강하거든요. 나연 씨 같은 임산부한테 꼭 맞아요.”

조나연의 안색은 순간 빨개졌다가 다시 창백해졌다. 그리고 속셈이 뻔히 보이는 표정으로 진정우를 힐끔댔다.

“하.”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날렸다. 조나연이 이 꼴을 하고서도 진정우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웃겼다.

조나연이라면 유강후와 만나면서도 여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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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56화

    “가자.”안성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리고 손을 뻗어 조수민의 어깨를 감싸며 너무 세게 나가지 말라고 눈치를 줬다.돌아가는 길.조시언이 운전했고 안리영은 조수석에 앉았다. 조수민과 안성수는 뒷좌석에 앉았다. 차 안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조시언은 차를 세우고 안리영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 들어간 뒤 거실 소파에 앉았다.“시언아, 네가 조씨 가문과 선을 그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안성수가 먼저 물었다.조시언은 공손한 태도로 소파에 앉았다. 예비 사위와 예비 장인어른인 두 사람은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아들과 아버지 같은 사이였다. 조시언은 약간 긴장한 듯 대답했다.“네. 제가 예전부터 리영이를 좋아했거든요.”“그럼 오래전부터 네 친부모님을 찾은 거야?”안성수가 이어서 물었다.“네. 제가 만으로 18살이 될 때부터요.”조시언의 대답에 안리영은 마음이 약간 떨렸다.그 말인즉슨 18살 전부터 안리영을 좋아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의 안리영은 그저 조시언은 삼촌으로 대했다. 게다가 조시언에게 구안석을 좋아한다고 얘기하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그동안 조시언은 아마 아주 많은 가슴앓이를 했을 것이다.“그럼 두 사람 언제부터 사귄 거야?”안성수가 또 물었다.“두 달 정도 됐어.”안리영이 먼저 얘기했다.안성수는 안리영을 쳐다보았고 안리영은 조수민을 쳐다보았다. 오늘의 조수민은 약간 이상했다. 평소였다면 이미 언성을 높이고 안리영과 조시언을 발로 차버렸을 텐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그럼 한지은과는 무슨 사이였어?”안성수는 예비 사위를 심문하듯 물었다.조시언은 안리영의 손을 꼭 잡고 얘기했다.“리영이가 저를 거절해서, 일부러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한지은 씨한테 연기를 부탁한 겁니다.”안리영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배알이 꼴렸지만 조시언에게 맞춰서 해명했다.“두 사람은 정말 연기만 한 거야.”안성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두 사람이 공개 연애나 결혼을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55화

    안리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시언이 안리영을 품에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뭐 하는 거야. 이거 놔.”안리영은 약간 쑥스러워 했다.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놓아주지 않았다. 안리영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그의 품에 묻었다. 떠나기 전, 발렛파킹을 맡은 직원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감사합니다. 다음에 결혼식에 초대하죠.”오늘 밤의 조시언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그 분위기에 같이 젖어, 안리영도 조시언의 품속에서 가볍게 웃었다.“조시언 낯짝이 점점 두꺼워지는 것 같아.”“그래? 얼마나 두꺼운 것 같은데?”“그건 한 번 재봐야 할 것 같은데?”안리영이 손을 뻗어 조시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고 늘렸다.“3센티미터? 아니다, 한 10센티미터는 되는 것 같아.”그렇게 장난치는 안리영을 두고, 조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우뚝 서버렸다.안리영은 그런 조시언을 보면서 장난스레 얘기했다.“왜 멈춰 선 거야? 체력 바닥 났어? 내가 돌아가서 보약이라도 지어줄까.”“네 엄마야.”조시언이 안리영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하지만 그 낮은 목소리는 하이텐션인 안리영의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뭐라고?”“누나... 매형...”조시언은 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고 그 호칭을 입에서 흘렸다.안리영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조시언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손을 들어 조시언을 가볍게 쳤다.“날 놀리는 거지?”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린 순간, 안리영은 굳어버리고 말았다.조수민과 안성수가 왜 여기에...두 사람의 눈빛은 보아하니 이미 모든 것이 들통난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조시언이 안리영에게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안리영은 정신을 차리고 조시언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이윽고 조시언이 그런 안리영의 손을 꼭 잡았다. 마치 묵묵히 힘을 주는 사람 같았다.그 순간 안리영은 긴장이 약간 풀렸다. 어차피 두 사람의 연애는 언젠가는 공개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순간이 올 거라는 예상은 했었다.게다가 연애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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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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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52화

    ‘어디로 가는 거지? 선약이 있었나? 혹시... 여자?’안리영은 본능적으로 나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또 본인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조시언이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안리영이 여기 누워있을 수 있겠는가.아마도 중요한 일 때문에 나간 것 같았다.‘하지만 이 늦은 시간에 샤워를 다 마치고 누구를 보러 가는 거지?’공기 속에 조시언의 향기가 남아있었다. 웬만한 방향제보다 더욱 향긋했다.안리영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듣고 조시언이 떠났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른 이불을 걷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지금이라도 당장 따라가서 조시언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고 싶었다.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걱정이 되니까 말이다.안리영은 얼른 옷을 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살짝 열었다.하지만 나가기도 전에 조시언이 다시 돌아왔기에 안리영은 깜짝 놀라서 돌아갔다.조시언은 침실로 돌아오지 않고 서재로 갔다. 안리영은 살짝 열린 문틈을 보면서 이 기회에 도망가려고 했다.조시언 차 앞으로 달려가 얼른 뒷좌석에 몸을 숙여넣었다.조시언이 돌아와 운전석에 앉아 운전을 했다. 그리고 음악까지 띄웠다.조시언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안리영이 왜 노래를 듣지 않냐고 물었을 때는 너무 시끄러워서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했다.하지만 오늘은 노래까지 듣는 걸 보니 상황이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안리영은 도둑고양이처럼 뒷좌석에 앉아 오늘의 조시언이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이미 따라왔으니 멈출 수는 없었다.20여 분이 지났다. 조시언의 차는 공간이 아주 컸지만 안리영은 움직이면 들킬까 봐 그대로 웅크리고 있었다. 조시언은 한 당구장에 도착해 차를 맡기고 떠났다. 안리영은 그사이에 기지개를 폈다. 발렛파킹을 맡은 직원은 갑자기 나타난 안리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주차해요.”안리영은 그렇게 얘기하고 눈앞의 직원에게 돈을 준 뒤 얘기했다.“그리고 나를 데리고 아까 저 남자를 찾아가 줘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요.”직원은 무슨 일인지 바로 알았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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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만해하는 안성수를 보면서 조수민이 가볍게 그를 발로 차버렸다.“그러게 눈을 다른 데로 좀 돌려볼걸. 못난 사람 중에 덜 못난 사람을 골랐으니.”“그래도 못난 사람 중에는 내가 제일 잘났지.”안성수는 또 조수민을 어르고 달래면서 얘기했다.조수민은 화제를 돌리는 안성수를 보면서 얘기했다.“지금 리영이 얘기를 하는데 왜 갑자기 말이 거기로 새는 거야.”“이상한 남자라는 게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겠어. 뭔가를 눈치챈 거야? 아니면 리영이가 뭐라고 한 거야? 리영이도 성인인데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시대는 부모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야.”안성수는 열려있는 사람이었다.조수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얘기했다.“시언이는 내 동생이지만 나는 시언이를 아들처럼 키웠어.”화제가 갑자기 안리영에서 조시언으로 돌아갔다. 안성수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내일 병원 가보는 게 좋겠어.”그러자 조수민이 또 발로 안성수를 찼다.“갑자기 병원은 왜 가. 난 멀쩡해. 만약에 말이야, 리영이랑 시언이가 사귀면 어떨 것 같아?”안성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어서 손을 들어 조수민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얘기했다.“오늘 무슨 약을 잘못 먹었길래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조수민은 안성수를 보다니 확 불을 끄고 누웠다.한참 있다가 안성수가 대답했다.“두 사람이 사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시언이는 우리가 예전부터 봐 온 아이니까.”공기는 아주 조용했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안리영은 집에서 나온 뒤 조시언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지 않고 바로 찾아가서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다.침실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안리영은 표정이 확 밝아졌다.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거실에 무드등이 켜져 있었다. 안리영은 가방과 외투를 현관에 두고 슬리퍼도 신지 않은 후 맨발로 침실 문을 열었다.침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화장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안에서는 샤워 소리가 들려왔다.안리영은 침대로 들어가 조시언을 기다렸다.평소의 조시언을 생각하면 10분 정도면 샤워가 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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