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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작가: 꽃길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차 한 대가 아까부터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몰래 한번 알아봐.”

“왜 우리 쪽에서 이미 눈치챘다는 사실을 숨기는 거야?”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괜히 놀라게 할 필요 없잖아. 만약 정말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쫓아오는 거라면 다음번에 또 쫓아올 수 있어.”

나는 진정우의 말을 듣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이해가 갔다.

나와 진정우는 안리영의 짐을 챙긴 뒤 돌아가는 길에 백미러로 확인해 보니 그 차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접촉 사고를 당한 듯해 보였다.

그리고 길옆에 차를 세우니 누군가가 진정우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연성이면 우씨 가문?”

진정우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도 사진을 확인해 봤는데 운전기사의 반쪽 얼굴만 찍혀 있었다. 그는 겁을 먹었는지 차창도 반쯤만 열어둬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저 흐릿한 형태만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 진정우 쪽의 사람들은 이를 대비해 고화질 카메라로도 찍었는데 사진 속 뒷좌석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진정우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나를 위해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분명 우리 과실인데도 그냥 가라고 하네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보이는데 계속 미행해 볼까요?”

“응, 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쫓아가 봐. 그리고 연성에 우씨 가문의 현황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나한테 알려줘.”

진정우는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

“연성에 우씨 가문과 만난 적 있어?”

“아니, 연성에서 우씨 가문은 꽤 큰 가문이라고 할 수 있어. 나도 들은 얘기인데 얼마 전에 우씨 가문의 자손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서 지금 거의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 했어.”

진정우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이 일은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는데?”

그러자 진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그런데 왜 우리를 미행했는지 다시 조사해 보려고.”

그의 말에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러고 보면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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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안리영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거짓말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저걸 믿으라는 거야?’나는 안리영을 살짝 꼬집으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갔고 안리영은 그제야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나도 우리 병원 사람들한테서 들은 얘기야.” “말해봐.”나랑 안리영이 속도를 늦춰서 걷는 바람에 진정우는 어느새 집안으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내는 걸 보면 부대에 있을 때 어떻게 생활했을지 알 것 같았다.“얼마 전에 연성 우씨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가 사고당했대. 어디 선반에서 떨어져서 머리가 깨졌는데 지금 식물인간이 됐다나 뭐라나.”이미 진정우한테서 들었던 내용이다.“이게 끝이야?”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하자 안리영이 다시 코웃음을 쳤다.“더 있지.”“우씨 가문에서는 이 상속자를 치료해 주기 위해 정말 별의별 방법을 다 썼나 봐. 국내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해외 의사들도 많이 데려왔대. 항공사 측에서는 그들에게 올해의 최고 공로상까지 수여할 예정이라고 하더라.”“효과는 있었고?”“전혀. 여전히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했지. 우씨 가문에서는 의학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했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수소문 끝에 국내의 여러 유명한 스님이나 점쟁이들을 찾아가서 물어봤대. 그런데 어떻게 되었게?”“왜, 설마 알아낸 거야?”“응, 보니까 우씨 가문에서 한때 천리에 어긋나는 아주 나쁜 일을 저질렀나 봐. 그래서 액운이 우씨 가문에 깃들게 되었는데 그 식물인간을 깨나게 하려면 무조건 이 빚을 갚아야 한다고 알려줬대.”비록 우스꽝스러운 스토리지만 빚을 졌으면 갚는 게 도리다.아무리 도망쳐도 언젠가는 꼭 벌을 받기 마련이니까.“그래서 빚은 다 갚았대? 어떻게 갚았대?”순간 나는 뒷얘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재밌는 건 지금부터인데 그쪽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그 빚을 갚아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야.”안리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순간 내 머릿속에는 아까 우리를 쫓아오던 그 차와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이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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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씨 가문과 강진혁 사이의 일이 해결되고 진정우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나는 이제부터 위험한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그런데 진정우가 갑자기 저렇게 말하니 나는 또다시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지금 뱃속에 아이도 있는데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보내고 싶고 내 아이가 안전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랐다.백미러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차를 보니 덩치가 큰 SUV였다.“만약 뒤에서 우리 차를 박으면 우리가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내 물음에 진정우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네 생각에는?”승하차의 편리함과 편안함만 고려해서 진정우는 일부러 승합차를 골랐는데 그래도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차가 훨씬 컸다.“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없게 해야지.”진정우는 말하면서 내 손을 잡아줬다.“너무 긴장하지 마. 중간에서 내려줄 테니까 너는 물건 사러 가는 척해. 난 뒤에 차랑 진지한 대화 좀 나눠야겠어.”“안돼. 정우 씨만 혼자 보내기 싫어.”나의 말에 진정우는 그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뜨거운 눈빛 때문에 내 심장은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래. 그럼 일단 넌 차 안에 있어. 문도 잠글 테니까 나오지 마. 가서 왜 그러는지만 물어보고 올게.”그의 말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진짜 물어보기만 할 거야?”그러자 진정우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아니면 차로 박아버릴까? 어디 몽둥이라도 들고 가서 싸우게?”그러다가 다시 나의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마. 시퍼런 대낮에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우리한테 뭐 어쩌겠어?”“날 차에 가두겠다는 것도 다 정우 씨가 없는 틈에 날 납치해 갈까 봐 그런 거잖아.”“보통 임신하면 사람이 좀 멍청해진다던데 우리 아내는 반대로 똑똑해지는 것 같아!”진정우는 한껏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러나 나는 여전히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차가 신경 쓰여 그에게 다시 물었다.“누가 우리를 쫓아오는 걸까? 아직 나쁜 사람들이 남았나?”그러자 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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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깔깔거리는 모습을 마침 진정우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게 되었다.“뭐가 그리 좋아?”내가 TV를 보는 것도 아니고 핸드폰도 꺼져있는데 왜 혼자 웃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던 것 같다.그러다가 문득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두리안을 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요즘 따라 두리안이 너무 먹고 싶었다.“손 씻고 내가 열어줄게.”진정우는 나더러 먹기만 하면 된다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너도 씻자.”그러면서 내 손도 같이 씻어줬는데 나는 방금 안리영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에게 해줬다.“그러면 뉴스에 나온 교통사고가 리영 씨 삼촌이었던 거야? 뉴스에는 그저 서씨 가문의 사람이라고만 하던데.”“조시언 씨는 항상 베일에 가려진 것처럼 신비로운 사람이니까.”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차...”그러나 뒷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돌아서다가 마침 그의 입술과 부딪히게 되었다.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정확하게 딱 들어맞았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역시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런 장면들도 다 지어낸 게 아니라 다 그럴만한 확률이 있었다.비록 나랑 진정우는 함께 산 지 오래된 노부부였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부딪히니 어김없이 설레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진정우도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살짝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내 입술을 다시 베어 물었다.부드럽고 천천히...나는 혹시나 그가 감정 조절이 안 될까 봐 최근에는 거의 만지게 하지도, 심지어 뽀뽀도 금지했다.하여 이번에도 살짝 그의 입술을 피했는데 이 모습은 마치 막 연애를 시작한 소녀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입 맞추고 싶지만 또 그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러나 진정우는 아주 처음부터 차분하게 내 입술만 쫓아가다가 나중에는 지쳤는지 다시 한번 깊게 빨고는 입을 뗐다.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생을 사서 하네.”“맞아, 그래도 하고 싶어.”한 번 더 가볍게 입을 맞춘 뒤 그는 나를 데리고 거실에 가서 두리안을 열어줬다.한창 맛있게 먹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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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리영은 다시 조시언의 집으로 들어가면 들어갔지, 자기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조수민은 안리영을 설득할 수는 있어 조시언은 꿈쩍도 안 하는 모습에 결국에는 포기했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둘 다 정말 고집불통이다!”그러다가 다시 안리영더러 조시언을 설득할 수 있도록 눈치를 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안리영, 오늘부터 삼촌이 다 나을 때까지 네가 옆에서 돌봐드려. 붕대도 갈아주고 검사받을 때도 같이 가주고 집에서 밥이랑 이불 빨래도 다 네가 해.”조수민은 언제나 이렇게 강압적으로 안리영을 대했다.안리영은 이 일로 조수민과 다퉜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사춘기 때는 모녀가 거의 매일 전쟁을 치르다시피 싸웠다. 만약 그 당시 조시언이 없었다면 안리영은 극단적인 생각도 했을 만큼 괴로워했다.그러고 보니 조시언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할 수 있었다.“네네, 알겠습니다, 주 여사님. 이토록 소중한 삼촌인데 무조건 24시간 내내 돌봐드려야죠.”안리영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늘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 않아 보였다.“잔머리 굴리지 말고, 어디 두 번 다시 삼촌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면 네 양심상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그녀는 조시언이 이렇게 된 게 마치 안리영 때문인 것처럼 말했다.안리영은 자기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이 상황에서 대꾸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수민은 가기 전까지 그녀에게 당부했다.“날 속일 생각하지 마. 기습적으로 검사할 수 있으니까.”그렇게 조수민을 떠나보낸 후 안리영은 의자에 앉아 천장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가 또다시 자신이 진짜 친자식이 맞는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날을 잡아 머리카락으로 친자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무슨 생각해?”이때, 조시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그는 지금 팔만 다쳤을 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순간 조시언이 다리를 다치지 않게 도와준 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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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친 건 괜찮아요?”“응... 괜, 괜찮아.”서민호는 괜히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했다.멀쩡한 머리에 이렇게 붕대를 감으니 왠지 모르게 진짜 심하게 다친 것처럼 점점 어지러운 것 같기도 했다.“그럼 몸조리 잘해요. 삼촌은 어느 병실이에요?”“저기야, 내가 데려다줄게.”“아니에요. 저 혼자 갈게요.”그의 적극적인 태도에도 안리영은 한사코 혼자 가겠다고 했다.마침 서민호의 핸드폰이 울리게 되면서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안리영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조수석에 앉았던 서민호가 이 정도로 다쳤으면 분명 조시언의 부상도 가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조시언의 병실로 가려는데 갑자기 뒤쪽 처치실의 문이 열리면서 간호사 두 명이 나왔다.“생각만 해도 웃겨.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붕대는 왜 감아 달래?”“아까 못 들었어? 여자 친구가 보고 가슴 아파할 수 있게 일부러 그런다고 했잖아.”“정말 남자들은 믿을 게 못 돼.”지금 혹시 서민호를 말하는 건가 싶어 안리영의 눈살이 순간 찌푸려졌다.‘그러면 다친 게 아니란 소린가?’평소에 다소 얼빠진 모습을 자주 보여준 걸 고려하면 왠지 그런 행동도 서슴없이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안리영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조시언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왼쪽 팔에 깁스를 한 조시언의 모습이 보였다.“여기에는 왜 왔어?”안리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갔다.“조시언 씨, 아무리 살기 싫어도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잖아!”삼촌이라고 부르지 않는 걸 보니 진짜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내 잘못이야, 나도 반성하고 있어.”조시언은 한껏 낮은 소리로 답했다.“충동적인 사람도 아니면서 왜 술을 마신 상태로 차까지 끌고 나갔던 거야?”안리영은 병원으로 오는 내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어제 같이 국수를 먹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고 여태껏 조시언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절대 이런 사고를 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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