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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Author: 코코넛 서고
권력 다툼의 도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없다. 자신의 피와 목숨을 바쳐 누군가의 발판이 되는 일 따위, 누가 도맡아 하고 싶겠는가.

그런데도 예정훈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눈 속에서 은근히 꿈틀대는 욕망이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예전에 연기준이 했던 말이 결국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야랑국의 황위. 아마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한 대신이 입을 열었다.

“단 장군, 혹시 팔황자의 뜻을 오해하신 건 아닙니까?”

단진혁이 의아한 눈으로 그 대신을 바라봤다.

“무슨 뜻이지?”

그 대신이 말을 이었다.

“소신이 오늘 입궁이 조금 늦었습니다. 막 진국에서 전해져 온 따끈한 소문을 들었는데 우리 팔황자와 진국의 대황자가 용양지호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소란에 흔들렸다.

단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자하다! 함부로 지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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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65화

    검은 옷의 사내가 음산하게 웃었다.“내가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장생불사 약을 손에 넣으면 진국의 황위는 내가 잠시 앉아 보겠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손을 한 번 휘둘렀다. 순간 바닥에 널려 있던 시위의 시체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대전 안으로 날아들었다.서인경은 갑작스레 몰려오는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검은 그림자 하나가 섬뜩한 살기를 두른 채 곧장 날아들고 있었다.서인경이 몸을 피하려는 찰나, 곁을 지키고 있던 안포가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는 공중에서 시위의 시체를 힘껏 걷어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쿵!시체가 바닥에 부딪히며 굴러 떨어졌다.그때였다.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가린 사내 하나가 시위의 시체를 밟고 천천히 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안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 사람은 대전 밖의 시위들을 아무 소리도 없이 처리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은 서인경의 바로 곁을 지키는 호위였는데도 아무 기척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이 무공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렇다면 자신 같은 호위는 죽어도 마땅한 존재였다.갑작스러운 변고에 대전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신들과 그 가족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문관들은 잽싸게 무장들의 뒤로 몸을 숨겼다. 괜히 화를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무장들은 그런 문관들을 속으로 비웃으면서도 의리를 지켜 앞에 나서서 막아섰다.“네놈은 누구냐! 감히 후궁에 침입해 황후 마마를 암살하려 하다니. 삼족을 멸할 죄다!”그때 허공에서 웃음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후후.”그 목소리는 내력을 실은 음성이었고 공허한 울림처럼 대전 위를 맴돌았다.“나는 너희의 조상이다.”서인경의 눈빛이 순간 번쩍였다. 그녀는 눈을 떼지 않고 앞에 선 검은 그림자를 노려보았다.익숙했다. 너무도 익숙했다. 단지 체형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 그것은 설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냉혹한 기운이었다.설산에서 온 사람?순간, 일불락 시절

  • 시간을 거슬러   제1064화

    육승은 한 번 궁 밖으로 다녀오더니 곧장 다시 돌아왔다. 그는 서인경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서왕과 서왕비께서 어떤 정체 모를 힘에 의해 저택 안에 갇혀 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결계 같은 것이 둘러져 있습니다. 속하는 들어갈 수 없고 안에 있는 사람도 나올 수 없습니다. 어떤 소식도 알아낼 수 없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서인경의 심장이 잠깐 멎은 듯했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지금 상황은 마치 일불락의 결계와도 같았다. 하지만 일불락 사람들 말고 경성에서 이런 술법을 쓸 수 있는 자가 또 있을까?설마 화족이 나타난 것일까?서인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대전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오늘 궁연에는 삼품 이상 대신과 그 가족들이 전부 참석해 있었다. 단 한 사람, 빠진 사람이 있었다.바로 서왕과 서왕비였다. 그들은 줄곧 서인경과 연기준이 가장 신뢰하고 존중하던 어른이었다.부디 그들이 적이 되지만은 않기를.서인경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표정에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태황태후를 바라보았다.“열셋 째 황자는 이미 끝났습니다. 후궁에는 더 이상 황자가 없으니 이제는 태황태후께서 지지하실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서인경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차라리 궁으로 돌아가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무부 사람들을 보내 새 옷을 맞추고 생활용품도 새로 들여놓게 하겠습니다. 밖에서 계속 저희가 마마를 학대한다고 말씀하시니 괜한 오해만 커질 뿐입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태황태후께서는 황실의 어른이십니다. 하루라도 살아 계시는 동안 저와 폐하는 반드시 효를 다할 것입니다. 그러니 괜히 밖에서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의심이 간다면 언제든 내무부 장부를 확인하시면 됩니다.”사실상 태황태후가 일부러 연극을 하며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태황태후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리를 하나 끌어다가 대전 안에 앉아 버렸다.“오늘 일은 끝

  • 시간을 거슬러   제1063화

    열셋 째 황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충격에 굳어 버렸다.그는 허겁지겁 바닥에 떨어진 상소문을 주워 들고는 눈을 부릅뜬 채 몇 번이고 읽어 내려갔다. 읽을수록 얼굴빛이 점점 더 굳어 갔다.“이럴 수가…!”그가 다급히 외쳤다.“재해 소식이 경성에 전해진 건 겨우 사흘 전이다! 어떻게 반달 전부터 준비할 수 있었다는 말이냐!”태자가 냉소를 머금고 웃었다.“사흘 전이라는 말은 귀신이나 속일 소리입니다.”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서북의 재해는 아직 통제 가능한 수준입니다. 형님께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지요. 그리고 방금 말한 열세 개 성의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단 한 곳만 중재해 지역이었고 나머지는 그저 약간의 피해만 입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구호 물자가 도착하면 곧바로 해결될 문제지요.”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제혁은 이미 현지 백성을 조직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고 현지 관아의 인력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굳이 병력을 더 동원할 필요도 없지요.”태자의 시선이 차갑게 빛났다.“본래 이 일은 괜히 백성들을 불안하게 만들까 봐 조용히 처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인데 어떤 자가 이를 이용해 경성에 소문을 퍼뜨리고 민심을 어지럽혔습니다.”그는 한 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이 죄는 가볍지 않으니 반드시 처벌받아야 합니다.”열셋 째 황자는 숨이 거칠어졌다.연기준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했던 약점이 이 어린 태자에게 단번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 있었다.그때 태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태자는 일부러 말을 멈추며 그의 반응을 바라보았다.열셋 째 황자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보자 태자의 눈빛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황숙께서는 서북의 요현을 열일곱 째 아우에게 봉지로 하사하셨습니다. 그곳에 가서 서북 구호 사업을 돕게 하기 위함이었지요. 열일곱 째 아우는 아직 어리지만 신태비께서는 혼인하기 전 초원 부족의 공주셨습니다. 중재해 지역이 바로 초원과 맞

  • 시간을 거슬러   제1062화

    태황태후는 용머리 지팡이를 들어 올려 대전에 모인 대신들을 향해 내보였다.그 모습을 본 대신들은 곧바로 무릎을 꿇고 외쳤다.“성조 선제 만세!”서인경은 속으로 씁쓸하게 생각했다.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도 남겨 놓은 물건 하나의 위세가 이토록 크다니.태황태후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렸다.“나는 성조 선제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태상황의 열셋 째 황자, 연기훈이 황위를 계승하는 것을 지지한다. 연기준은 덕이 부족하여 황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나를 학대하고 태상황을 감금했으니 마땅히 처형되어야 한다!”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대전 안은 숨조차 삼킨 듯 고요해졌다.얼마 전에도 이와 같은 황위 다툼의 장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연기준이 우위를 점해 태상황의 자리를 빼앗았다. 그런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고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인경에게 향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고 있었다.그 순간,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다.“누가 황숙이 전쟁밖에 모르는 무장이라고 했습니까?”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자 태자가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그는 검은 옷을 입고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서 있었다. 키는 아직 어른들보다 작았지만 몸에서 풍기는 기세와 눈빛의 날카로움은 어딘가 연기준을 닮아 있었다.그동안 사람들은 그를 그저 허수아비 태자로만 여겼을 뿐,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그가 이런 자리에서 나설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열셋 째 황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이 결국 가장 무해해 보이던 열다섯 째 아우에게 막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태자를 보자 그의 얼굴에서 이전의 온화함은 사라졌다.“열다섯 째 아우는 아직 어려 속아 넘어간 것도 이해는 한다. 황숙의 공적은 전장에서 빛난 것이지 조정이 아니다. 지금 상황만 봐도 그렇지 않느냐. 요동 변방과 서북이 동시에 문제를 겪고 있는데 황숙은 서북의 수만 백성을 버려둔 채 변경의 학살 사건에만 매달리고 있다. 죽은 자들은

  • 시간을 거슬러   제1061화

    “그렇다면 열셋 째 황자의 뜻은 무엇이냐? 폐하께서는 어떻게 하셨어야 한다는 것이냐?”서인경이 차갑게 묻자 열셋 째 황자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폐하라면 당연히 경성에 머물며 조정을 지켜야 합니다. 황숙께서는 예전부터 무장이셨으니 칼과 창을 휘두르며 싸우는 데 익숙하시겠지요. 툭하면 변경으로 달려가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헌데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황숙은 황제입니다. 눈에는 변경의 전쟁만이 아니라 진국의 모든 백성과 천하의 일을 담아야 합니다.”말의 속뜻은 분명했다. 연기준은 여전히 예전처럼 칼만 휘두르는 무장에 불과하며 국정을 감당할 그릇이 아니라는 뜻이었다.서인경의 눈빛이 순간 얼음처럼 식어 갔다. 그 시선이 열셋 째 황자를 향했다.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이 그녀의 약점을 제대로 찔렀다고 여긴 듯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물론 조카도 이해는 합니다. 황숙께서는 국정을 다루는 경험이 부족하십니다. 부황께서 재위하실 때 저는 운 좋게도 부황을 도와 정사를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재해와 기근을 다루는 일이라면 저에게는 경험이 있습니다.”그는 대전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황숙께서 그렇게 변경을 좋아하신다면 황제가 되셨더라도 그곳에 계시게 두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국정은…”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제가 대신 맡겠습니다.”대놓고 황위를 노리는 말이었다.순간 대전 안이 조용히 술렁였다. 대신들과 그 가족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들은 멍하니 굳어 있었다.그저 궁연에 참석했을 뿐인데 어쩌다 황위 다툼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어떤 이들은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이미 열셋 째 황자와 손을 잡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오늘 서인경이 끌어내려지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또 어떤 이들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분노가 떠올랐다. 이미 황위는 안정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또 변란이 일어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서인경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열셋 째 황자. 지금 반

  • 시간을 거슬러   제1060화

    서인경을 이렇게 얼버무리게 둘 수는 없었다.손산이 상황을 보자마자 곧장 앞으로 나섰다.“황후 마마께 여쭙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처럼 큰 궁연인데 어째서 황후 마마와 태자만 계신 것입니까?”이 질문은 사실 대전에 모인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던 것이었다.그동안 황제는 중병이라는 말만 전해졌던 터라 요즘 궁 밖에서는 온갖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어떤 이는 황제가 황후에게 연금되었다고 말했고 또 어떤 이는 황제가 이미 경성을 떠난 틈을 타 황후가 대신들을 불러 세력을 모으려 한다고 했다. 심지어는 황제가 이미 살해되었고 지금 진국의 강산은 서 씨 가문 손에 넘어갔다고까지 떠들어대는 자들도 있었다. 서인경이 서 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옛 장군부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까지 덧붙여졌다.이처럼 온갖 유언비어가 뒤섞여 대신들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의문이 쌓여 있었다. 오늘 그들은 반드시 진실을 확인하고자 했다.서인경의 시선이 대전을 천천히 훑었다.그러다 문득 맹국공 곁을 보았다. 예전 같으면 늘 함께 있던 사람이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서왕과 서왕비는 어디 있느냐?”풍 내관이 앞으로 나와 대답했다.“군주께서 갑자기 병이 났다고 합니다. 그 일로 서왕과 서왕비께서는 궁으로 오시던 도중에 급히 돌아가셨습니다. 조금 전 사람을 보내 사죄를 전했습니다. 오늘 궁연에는 참석하지 못하니 황후 마마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입니다.”서인경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이상했다. 병이 나기에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그녀는 슬쩍 아래쪽에 서 있던 육승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육승은 뜻을 알아차리고 곧장 대전을 빠져나갔다.서인경은 다시 계속 문제를 걸어오던 손산을 바라보았다.“손 대인은 본궁에게 꽤 불만이 많은 듯하군.”손산은 오늘 누군가 뒤를 봐 준다는 자신감이 있었는지 목을 꼿꼿이 세우며 물러서지 않았다.“백관이 이미 여러 날 폐하를 뵙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폐하의 병세도 석연치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를 의심할 권리가 있습니다. 황후 마마

  • 시간을 거슬러   제186화

    “장을 봐 온 것이냐?”연기준이 고개를 들고 물었을 때, 서인경은 양손 가득한 짐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지친 듯 침상에 털썩 앉아 손을 내저었다.“평이야, 아까 그 목도리, 얼른 찾아보거라!”평이가 짐을 뒤적이더니 금세 회색빛의 보송보송한 털목도리 하나를 꺼냈다.서인경은 그것을 받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기준의 앞에 섰다.“고개 숙여 보세요.”그가 미소 섞인 눈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자 서인경은 능숙하게 목도리를 그의 목에 두르고 두어 번 감아 정리해 주었다. 그러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 뿌듯하게 바라보았다.“흠, 잘

  • 시간을 거슬러   제166화

    서인경은 힘이 약해 금세 연기준에게 제압당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그때 창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 궁에서 전갈이 왔사옵니다.”연풍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왕야와 왕비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젯밤 연기준이 명을 내린 바 있었다. 어떤 상황이든 결과는 즉시 보고하라고.그의 말에 연기준의 동작이 잠시 멈칫했다.“말하거라.”서인경도 잠시 반항을 멈추고 귀를 쫑긋 세웠다.“단 가의 본래 의도는, 지난 섣달 그믐밤에 단평안을 데리고 폐하께 직접 아뢰어 과거의 죄를 사면 받는 것

  • 시간을 거슬러   제212화

    살아 있는 어미를 다 이용해 먹은 뒤 죽은 아비까지 들먹이다니.서인경은 라은정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라채월은 눈빛을 곤두세우며 서인경을 노려보다 곧 막수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당신이 말했었죠. 제가 지하흑시에 있는 한, 우리 모녀는 보호하겠다고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외부인에게 모욕당하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만 볼 것입니까?”막수한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침착히 대답했다.“유모가 오면 알게 되겠지요.”곧 진실이 드러날 터였다.뜻밖의 전개에 라은정은 즉각 땅바닥에서 구르며 울부짖었다.“모두가 날 괴롭혀! 내가

  • 시간을 거슬러   제203화

    서인경은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금 전의 결과는 그녀가 예견했던 바였다. 그녀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탕후루를 품에 넣었다.“잠시 후 평이와 온조를 데리고 거리를 좀 거닐까 하는데. 그대도 함께 가겠는가?”막효연은 이런 제안을 가장 좋아했다. 그녀는 곁에 있던 묵염의 손을 홱 놓아버리더니 서인경의 팔에 매달렸다.“같이 가세! 묵염 오라버니, 아버님 어머님께 저는 지금 경이와 함께 있다고 전해 주세요. 그래야 안심하실 테니까요.”묵염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툭하고 떨어졌다. 그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연기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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