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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Author: 코코넛 서고
라운석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말은 또렷했다.

“너, 요즘… 우리 어머니를 조심하거라.”

막효연은 순진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머니께서 왜요?”

막효연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인경은 속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겁니까?”

뜻밖에 끼어든 질문에 간신히 가라앉아 있던 라운석의 목소리는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두 손은 진정이 되지 않은지 가슴 앞에서 계속 허우적댔다.

“저, 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서인경은 속으로 혀를 찼다.

‘됐어, 차라리 막효연에게 묻는 게 낫지.’

막효연은 부드럽게 바통을 이어받았다.

“혹시, 어머니께서 또 오라버니한테 뭐라 하셨습니까? 그럼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며칠 우리 막부에서 지내도록 하면 되잖습니까?”

라운석은 고개를 연달아 저었다.

“아냐, 아니다! 우리 어머니는… 네게 해코지하려는 것이다. 나… 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서인경 같았으면 벌써 멱살을 잡고 추궁했을 터였다.

이 녀석,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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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36화

    태후가 아직 분노를 다 삭이기도 전에,서인경이 그녀를 더욱 깊이 증오하게 만들 일이 이어졌다.서인경은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 형식적인 인사 한마디조차 없이 곧바로 한 장의 자백서를 식탁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태후께서 먼저 이걸 보시죠. 다 읽으신 뒤에 우리 제대로 이야기합시다.”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단 한 줄을 읽은 순간,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하선준… 저 자가 감히 이런 헛소리를 지어내다니! 나를 모함하고 있어. 이 일들, 나는 단 한 가지도 한 적이 없다.”태상황은 그 종이를 힐끗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그 안의 내용이 이미 익숙하기라도 한 듯, 얼굴에는 놀라움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내가 여러 번 너를 봐줬지. 보아하니, 이제 네 업보가 돌아올 때가 된 모양이구나.”태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제가 그런 짓을 한 것도 결국 당신 후궁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 곁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들은 하나같이 속셈을 품고 있었지요. 제가 때때로 단속하지 않았다면 벌써 궁 안이 뒤집혔을 겁니다. 어쩌면 당신의 황위조차 누군가에게 빼앗겼을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태상황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네가 내 자식들을 해쳤다는 사실을 따지지 않은 건, 황후로서의 체면을 세워주려 했기 때문이다.”태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체면을 세워준 거라고요? 그때 당신은 하 씨 가문을 건드릴 배짱이 없으니 저를 벌하지 못했던 거겠지요. 당신은 하 씨 가문의 힘으로 황위를 굳혔습니다. 헌데 제 황아가 여러 황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다른 신하들을 끌어올려 하 씨 가문을 견제했잖아요. 당신이야말로 은혜를 모르는 혼군입니다.”“방자하다!”태상황이 탁자를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이 곧바로 태후의 뺨 위로 날아갔다. 순간, 태후의 단정하던 화장과 머리 장식이 흐트러졌다.서인경은 옆에 서서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자신이 따져 묻기도 전인

  • 시간을 거슬러   제1035화

    “그 뒤로 열일곱 째 황자에게도 태후가 손을 댄 적이 있습니다. 다만 신태비와 열일곱 째 황자가 복이 두터웠지요. 열일곱 째 황자가 조산으로 태어나면서 신태비가 경계심을 품게 되었고 그 뒤로는 더 이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하선준의 말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더듬는 기색조차 없었다.이 모든 일들이 그의 기억 속에 얼마나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지금의 태자가 태어났을 당시 하선준이 정말로 태후를 막았던 것인지, 아니면 손을 썼다가 실패한 것인지는 서인경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하 씨 가문은 이미 힘을 잃었다. 하선준이 가문을 지키고 싶어 한다면 서인경은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선준이 진술을 이어 가는 동안 어느새 대리시 소경이 들어와 있었다. 하선준이 말을 마치자 그는 붓을 멈추고 빼곡하게 적힌 진술서를 하선준에게 내밀었다.“하 공께서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문제가 없으시면 서명하고 지장을 찍으시면 됩니다.”하선준은 잠시 멍해졌다.서인경과 연기준이 이토록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정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연기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곧바로 곁에 있던 풍 내관에게 명했다.“하 공을 모시고 하부로 가서 짐의 칙령을 전하거라. 하 공이 대의를 위해 친족의 죄를 밝혔으니 황금 천 냥을 하사한다. 하부에서 조정에 나와 있는 모든 관리들은 한 계급씩 승진시키고 하 노부인에게는 일품 고명부인의 작위를 내린다.”풍 내관이 곧바로 허리를 굽혔다.“명 받들겠습니다.”하선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연기준이 약속을 이렇게 즉시 지킬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미 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세상 인심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 똑똑히 겪고 있었다. 집안의 젊은이들조차 관직에서 적지 않은 배척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기준이 집안의 여인에게

  • 시간을 거슬러   제74화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연기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정녕 내가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서인경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피차일반입니다!”두 사람은 팽팽하게 대립하며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연기준이 아무 말없이 뒤돌아서 방을 나가버렸다.그는 살면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이 거의 없었다.서인경의 처소에서 나온 그는 사방으로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정처없이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한편 방 안이 조용해지자, 서인경은 안도하는 동시에 기가 빨린 듯, 멍하

  • 시간을 거슬러   제88화

    연기준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러나 호청은 눈치도 없는지 계속해서 주절주절 떠들 뿐이었다.“한설 아씨가 나이는 어려도 참으로 속 깊은 분입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왕야의 위세를 등에 업고 여기저기 자랑을 떠벌리고 다녔겠지요. 하오나 한설 아씨는 혹여 왕야께 폐가 될까 별원을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을 담장 안에 갇혀서 지내는 걸 보면 제가 다 가슴이 아픕니다.”연기준은 묘한 눈빛으로 호청을 노려보며 물었다.“자네 그 애에게서 뭘 받았지?”호청의 손이 멈칫하며 떨리더니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허허

  • 시간을 거슬러   제66화

    “겉보기만 성인군자고 사실상 망나니야! 은영아, 명심해야 해. 절대 남자의 겉모습을 믿으면 안 돼. 남자는 현실적인 동물이거든?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지.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돈밖에 없어.”그러나 평생 돈 걱정없이 사랑만 받으며 살아온 맹은영은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그녀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서인경에게 물었다.“마마는 돈이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서인경은 술단지를 끌어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일단 먼저 커다란 집을 마련하고 남첩을 사들일 거야. 그리고 매일 미색을 감상하며 한가로운 삶을 살

  • 시간을 거슬러   제108화

    “우리도 들어가자.”모두 떠난 뒤 바람 속에 홀로 남겨진 이는 연풍뿐이었다. 주인끼리 다투면 그 뒤치다꺼리는 늘 종의 몫이었다.서인경이 마차를 몰고 왕부에 돌아오니 대문 앞에서 평이가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녀가 내리자마자 평이가 달려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가씨, 방금 왕야께서 먼저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가씨께서 보이지 않아 걱정했사옵니다. 혹여 궁에서 무슨 일을 당하신 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다고요.”그 말에 서인경의 발걸음이 순간 멈칫했다.“그는 어떻게 온 것이냐?”“말을 타고 왔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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