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그녀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공경했고, 누구에게나 선의를 베풀었다. 심지어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정혼자 곁에서도 한결같이 정성을 다하며 함께했다. 그러나 다리를 회복하고 태자의 자리에 오른 정혼자는 가장 먼저 그녀의 친여동생에게 마음을 돌렸다. 두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날로 그녀를 거듭 짓밟고 능멸했으며, 끝내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21 세기에서 온, 독의(毒醫: 독과 의술에 능한 의사).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원주의 원한을 대신 갚고, 그 천하의 쓰레기들을 제 손으로 심판하리라. 여동생이 계략을 꾸민다고? 좋다. 그렇다면 그 명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주마. 정혼자가 다리가 나았더니 변심했다고? 그렇다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그녀는 정말 궁금했다. 서로의 사랑은 그 무엇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 장담하던 두 사람. 한 사람은 흉해지고, 다른 한 사람은 불구가 된 뒤에도 과연 그 맹세를 지켜 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말했다. 태자에게 파혼당한 이상,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할 남자는 이제 없을 거라고. 하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천하를 손에 쥘 권세를 얻고, 세상을 놀라게 할 재능과 풍모를 드러낼 줄은. 그녀를 향한 인연 또한 끊이지 않았다. 복사꽃처럼 피어난 인연이 하나둘 이어지는 가운데,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십일 황숙마저 직접 그녀를 찾아왔다. “본 왕의 여인을 감히 누가 넘볼 수 있단 말이냐?”
더 보기소운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원래의 소운금이 나약한 성격이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곁에서 모시는 시녀까지 이렇게 겁 많고 눈치만 보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정작 온갖 억울함을 감내한 사람은 자신인데, 입만 열면 참고 양보하라는 말뿐이었다.대체 얼마나 순해 빠졌으면 이 지경이란 말인가.“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소운금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아가씨의 뜻은 알아요. 태자 전하께서 아가씨와 셋째 아가씨를 함께 들이겠다고 한 일은 분명 아가씨께 큰 모욕이었겠죠. 마음이 아프신 것도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아가씨께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는데도 태자 전하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잖아요. 이제 와서 달리 방법이 있겠어요…”소운금은 말없이 그녀를 노려봤다.원래의 소운금은 대체 동이를 얼마나 봐준 걸까? 어쩜 저렇게 말이 많을 수가 있지?그러자 문득 동이와 관련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랬다. 비록 주종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왔다.십수 년 동안 함께 지내며 정이 쌓인 탓에 이미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게다가 원래의 소운금은 성품이 온화하고 사람을 부드럽게 대했다.그래서 부중의 시종들조차 그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곁에서 자란 동이가 그녀를 무서워할 리 있겠는가.그 기억들을 떠올린 소운금은 끝내 동이를 나무라지 못하고 그저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가치관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사고방식이 답답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 그냥 곁에 두기로 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소운금이 다시 동이를 바라봤다.“얼굴은 왜 그래?”아까는 미처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동이의 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보기에도 방금 맞은 듯한 자국이었다.동이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아, 아무것도 아닙니다.”“누가 때렸어?”동이는 머뭇거렸다.“아가씨, 저는 괜찮아요. 이건...”“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누가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높았다.예전에는 비록 두 다리를 쓰지 못했지만 감각만은 남아 있었고, 치료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두 다리가 망가진다면, 그때는 정말 손쓸 방법조차 없게 될 것이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소운금은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어차피 그 쓰레기 같은 태자는 소명월을 그렇게 좋아하니, 차라리 둘이 하루빨리 맺어지는 편이 나았다.다만 그날이 정말 오고 나서도, 지금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아가씨, 아가씨…”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소운금은 생각에서 깨어났다.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동이가 보였다.“네가 왜 여기 있지?”동이는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찾아왔습니다. 다만 아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계속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어요. 아가씨께서 너무 빨리 걸으셔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습니다.”소운금은 걸음을 조금 늦췄다.“방에 얌전히 있지 않고 날 찾아와서 뭐 하려고?”“아가씨, 저는 아가씨를 모시는 몸입니다. 원래 언제 어디서나 곁에서 시중들어야 하는데, 오늘은 제 불찰이었습니다.”“난 누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굳이 나한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소운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특별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동이는 그녀의 심기가 좋지 않음을 눈치챈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가씨, 정말 태자비 자리를 포기하실 생각이신가요?”소운금은 그런 질문에 답할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동이는 다시 말했다.“저도 알아요. 태자 전하께서 줄곧 아가씨를 오해하셨고, 그 때문에 아가씨께서 많이 억울하셨다는 걸요. 그런데 그분은 어디까지나 태자 전하이십니다. 만인 위에서 군림하시는 분이잖아요. 누구든 그분 앞에서는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예전에도 아가씨께서 늘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만약 아가씨께서 태자비가 되신다면 훗날
소준연 역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정말 갈수록 도가 지나치는구나! 우리 눈앞에서도 감히 네게 손찌검을 하다니. 앞으로는 더 이상 그 아이와 가까이 지내지 말거라.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소명월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물었다.“태자 오라버니, 정말 파혼하신 건가요?”초현진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말했다.“물론이다! 파혼서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 굴었으니, 본 태자도 그녀의 뜻대로 해 준 것뿐이야!”소명월의 눈빛 깊은 곳에 계산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입으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태자 오라버니, 그 결정을 거두실 수는 없나요? 태자 오라버니께서 파혼서에 서명하신 뒤로 언니가 이렇게까지 변했잖아요. 그걸 보면 언니는 사실 태자 오라버니와 파혼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말을 하던 그녀는 또다시 조심스레 자신의 뺨을 만졌다.마치 파혼이 정말 성사되기라도 하면, 앞으로 소운금이 자신을 더욱 심하게 괴롭힐 것이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눈앞의 사랑하는 여인이 이토록 가련한 모습을 보이는데, 초현진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그는 곧장 소명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급히 달랬다.“명월아, 두려워하지 말거라. 이 파혼서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고, 본 태자 또한 이미 마음을 정했다! 본래는 지난 정을 생각해 차마 완전히 끊어 내지 못하고 있었지. 그녀가 파혼서만 찢어 버린다면 다시 받아 줄 생각도 있었다. 허나 지금 보니, 그녀는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본 태자와의 옛 정을 믿고 제멋대로 구는 것도 모자라, 번번이 너를 괴롭히니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그는 목소리를 높여 단호하게 말했다.“본 태자는 이미 결심했다. 오늘 밤 돌아가는 즉시 모후께 아뢰어, 모후께서 폐하께 청을 올려 너를 태자비로 책봉해 주시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는 소운금이 너를 마주하기만 해도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려야 할 터. 그때 가서도 감히 너를 괴롭힐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소운금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이 인간들은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제가 침 몇 대 놓지 않았으면 지금쯤 저 사람은 이미 저승길에 올랐을 텐데요. 본인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 계세요?”소준연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넌 줄곧 규방에만 있었는데 언제 의술을 익혔다는 것이냐? 셋째는 신의의 제자다. 태자 전하를 구한 사람도 분명 셋째였고. 셋째의 약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넌 수습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는 걸 모르느냐? 그런데 아직도 여기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냐? 대체 왜 그렇게 셋째와 겨루려 드는 거냐?”그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원래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네가 셋째를 질투할까 봐서 말이다. 너는 셋째가 이미 천명각의 양 노인장의 눈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셋째의 의술은 이미 인정받았다. 천명각 사람들조차 직접 셋째를 초청해 함께 병자를 구하고 사람을 살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무슨 수로 셋째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소준연의 말을 들은 소운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천명각에서 소명월을 초청했다고요? 하하하. 어쩐지 죄다 돌팔이뿐이라 했더니. 천명각도 오래가진 못하겠네요.”“정말 구제불능이구나!”소준연은 화를 참지 못했다.“넌 늘 내가 편애한다고만 하지. 그래, 인정하마. 어쩌면 나는 너보다 셋째에게 더 마음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도 네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예, 예. 제가 반성할게요. 태자 전하는 소명월이 구한 걸로 하죠. 이런 시시한 일로 굳이 다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한마디는 해 두겠습니다. 태자 몸에 남은 잔독은 아직 깨끗이 제거되지 않았어요. 계속 방치하면 내력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때도 그 무슨 단약인지가 또다시 사람을 살릴 수 있기를 바라죠.”소운금은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렸다.“공은 다 가져가도 좋으니, 나중에 일이 생겼다고 제게 매달리지만 마세요!”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준연은 고개를 저었다.얼굴에는 깊은 실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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