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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Auteur: 코코넛 서고
하선준이 조상 법도를 들고나온 순간, 황후는 그가 자신과 완전히 등을 돌렸음을 느꼈다. 그녀는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분노에 가슴이 쿵쾅거리며 찻잔을 거칠게 쳐서 엎어버렸다.

“참으로 내 훌륭한 오라버니로구나. 하 씨 가문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누가 길을 닦아 주었는지 벌써 잊었단 말이냐? 내가 황후가 되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하 씨는 이미 경성을 떠나 변방의 빈곤한 고을로 쫓겨났을 것이다. 그 뒤 수십 년의 영화와 권세가 어찌 가능했겠느냐?”

궁녀가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마마,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고 우선 대황자 전하부터 살릴 방법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황후는 깊게 두 번 숨을 내쉬었다. 문득 얼마 전 대황자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라 급히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종이를 펼쳐 붓을 들어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간 후 편지를 봉해 궁녀에게 건넸다.

“믿을 만한 사람을 골라 야랑국으로 보내거라. 반드시 대장군 단진혁에게 직접 전하게 해야 한다.”

아들을 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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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41화

    뒤편 마차 안에서, 낮게 콧방귀를 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소리는 마치 공기를 가르듯 스며 나와, 듣는 이의 귓속을 세차게 울렸다.“무지하고, 겁도 없군! 그따위 자질로 금족 세력을 넘보겠다고? 그러니 옛날에 금족 장로들이 네 어미를 후계자로 택하지 않은 거다! 그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예정연은 귀가 얼얼해질 만큼 울린 소리에 불쾌감을 느꼈고 이어 들려온 말마저 가시 돋치자 더는 참지 못했다.그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마차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당신은 뭐 하는 인간입니까? 그렇게 숨어서 수작 부릴 거면 입이나 다무세요! 아...!”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남궁열이 정면에서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입 닥쳐야 할 건 너다! 대적이 코앞인데 정신 좀 차려!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네 어미 체면도 봐주지 않겠다!”예정연은 얼얼하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고, 얼굴이 새빨개질 만큼 치밀어 오른 분노를 겨우 삼켜냈다.출발하기 전, 모비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를 갈았다.서인경을 붙잡아 연기준을 협박해 혼인을 받아내기만 하면 자신은 진국의 황후이자 정당한 금족의 일원이 된다. 그날이 오면, 지금의 치욕을 하나하나 갚아줄 것이다.“그만!”마차 안의 사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인경을 잡는 게 급선무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여자가 아니다. 분명 뒤에 수가 있을 거다. 남궁열, 네가 직접 올라가서 지켜봐라. 속임수 쓰지 못하게!”“예!”남궁열은 더는 예정연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려 산을 향해 올라갔다.그러나 몇 걸음도 채 떼지 못했는데 앞쪽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개를 들어보니, 산 정상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연달아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요동의 병사들은 아래에서 서로 몸을 디디며 산을 기어오르던 중이었다.정상에서 굴러내린 바위는 그대로 병사들을 덮쳤고 맞은 이들은 바위와 함께 굴러 떨어졌다. 한참을 힘겹게 올라온 길이 순식간에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다.마차 안의 연강호는 그 소리를

  • 시간을 거슬러   제1140화

    진방옥은 머릿속 가득, 앞으로 돈을 쓸어 담으며 살게 될 미래를 그려보고 있었다.서인경은 그런 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소규모 병력을 불러냈다.“너희는 저 사람을 따르거라.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임무가 나뉘자마자 산 아래의 병력은 이미 인내심을 잃고 있었다.산 위에서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술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병사 하나가 숨이 턱에 찬 채 산을 뛰어 올라왔다.“마... 마마! 큰일입니다! 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병력을 흩어 배치했다.“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그때 공격한다.”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맹경운이 도성에 도착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고 진방옥이 화약을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절벽 위.뒤에서 따라붙은 병력을 본 맹경운은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서인경의 의도였다.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머릿속에 뭐가 들었느냐! 황후 마마 혼자 삼천 병력으로 삼만 적군을 상대하게 두다니, 너희는 뭐 하러 살아 있는 것이냐!”그는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장 부장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황후 마마의 명입니다. 지금 돌아가면 계획이 전부 무너집니다.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죽습니다.”맹경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분노와 초조,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였다.장 부장이 덧붙였다.“게다가 맹 아가씨와 진 공자도 남았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확신이 없었다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남겨두지 않으셨을 겁니다.”맹경운은 이를 악물었다.결국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요동과 진국의 경계를 향해 이마를 땅에 세게 부딪쳤다.“폐하… 신이 무능했습니다. 부디 황후 마마를 무사히 지켜주십시오.”그는 곧장 일어섰다.“전군! 절벽 통과!”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최대한 빠르게 도성을 공격해 산 아래 병력을 되돌려야 했다.한 순간이라도 빨리 도착해야 서인경 쪽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산 아래.명령이 떨어지자 요동군

  • 시간을 거슬러   제1139화

    그들은 모두 서회윤과 함께 남정북전을 누비던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진 적도 있었다.서인경의 입에서 ‘노장군’이란 말이 나오자 모두가 잠시 현실감각을 잃은 듯 멍해졌다.“노장군께서는 이미 돌아가신 것 아니었습니까?”서인경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 살아 계신다. 너희들이 살아서 진국으로 돌아간다면 반드시 다시 뵐 수 있을 것이다.”장수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눈빛에는 놀람과 기쁨이 번져갔다.“마마… 이건 농으로 하실 말씀이 아닙니다. 정말로 살아 계신 겁니까?”“그렇습니다. 괜히 희망만 주시는 건 아니겠지요?”그들이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서인경의 가슴이 뭉클해졌다.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살아 계신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죽으면 안 된다. 나도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돌아가 그분을 다시 만나야 하니까.”그 말에 장 부장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이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그녀라면 이 상황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 믿게 되었다.노장군의 나이를 생각해 본다면 황제나 태자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했다.“좋습니다. 모두 황후 마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삼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맹 장군을 지원하겠습니다.”서인경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맹경운이 반대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말리거라. 절대 되돌아오게 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 계획은 전부 무너진다.”“알겠습니다!”장 부장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마마, 안심하십시오. 전쟁은 결국 신뢰입니다. 도성의 일이 끝날 때까지 저희는 절대 돌아보지 않겠습니다.”대열은 곧 움직였다.먼지와 함께, 병력은 빠르게 산을 떠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 삼천.서인경은 높이 쌓인 흙더미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조용히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모든 얼굴에 각오가 서려 있었다.죽음을 각오한 결의.그들의 기세와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그녀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이토록 가까이에서 이들의 결

  • 시간을 거슬러   제1138화

    맹경운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서인경이 스스로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겠다는 뜻이라는 걸.모든 사람을 가장 안전한 쪽으로 보내고 자신은 그 자리에 남아 미끼가 되겠다는 것.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 제가 몇 천 명 남겨서 여기서 버티겠습니다. 황후 마마께서는 대군을 이끌고 도성으로 가십시오. 요동 황제는 겁 많고 무능한 자입니다. 우리가 밀고 들어가면 분명 바로 항복할 겁니다.”서인경은 더 말다툼할 시간도 없었다.단 한마디로 그를 멈춰 세웠다.“연강호랑 남궁열. 둘 중 하나라도, 네가 상대할 수 있느냐?”맹경운은 입을 다물었다.서인경의 출신에 대해선 전부 아는 건 아니었지만 저 둘이 일불락 출신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안 됩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그럼 절반은 남기겠습니다. 제가 만 명을 이끌고 가면, 도성에서 충분히 소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서인경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좋다. 절반이면 충분하다.”그녀는 곧바로 지형을 짚었다.“뒷산에 절벽이 하나 있다. 안전장치만 잘 하면, 대군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어. 거기로 돌아서 내려가면 산을 빠져나가는 길이 나온다.”맹경운은 부장에게서 지도를 받아 들었다.한눈에 그 길이 보였다.그리고 깨달았다. 서인경은 이미 이 지형을 전부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는 걸.그녀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준비해온 것 같았다.그는 한숨을 삼켰다.경외와 두려움,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뒤섞였다.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연기준에게는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그는 돌아섰다.“전군, 명령을 듣는다!”부장들이 일제히 정렬했다.“절반은 나를 따라 도성을 기습한다. 나머지는 황후 마마를 보좌하거라.”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명심해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황후 마마를 지켜라. 조금이라도 실수가 생기면 너희 모두 이 자리에서 묻힌다.”“예!”서인경은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 시간을 거슬러   제1137화

    서인경의 눈이 가늘어졌다.분명, 속셈이 있다.연강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는 남궁열을 앞세워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정연은 그녀와 애초에 말 섞을 이유조차 없었다.“내가 안 나가면, 어쩔 건데?”병사가 대답했다.“반 시진 안에 마마께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면 산을 공격하겠다고 합니다.”맹경운의 얼굴이 굳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든 상관없다. 내가 지키는 산을 치겠다고?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전군, 전투 준비!”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바위가 옮겨지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서인경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앞에는 산 아래를 메운 검은 물결 같은 군세, 뒤에는 차분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그녀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요동이 도성에 남겨둔 병력은 많지 않을 터였다.그런데 지금 산 아래의 병력은 다시 한 번 전부 쏟아져 나온 듯한 규모였다.요동 황제는 분명 믿고 있었다. 서인경만 손에 넣으면 진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산 아래의 남궁열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서인경을 붙잡기만 하면 자신의 어족 내공을 되살리고, 이 기이한 눈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고.일불락 수령 일족의 피는 어족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예컨대 막수한의 부인처럼, 혹은 어술을 잃고 생긴 이색의 눈처럼.그리고 남궁열을 따라온 예정연은 서인경만 사라지면 연기준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거라 믿고 있을 것이다.궁 안의 연강호는 말할 것도 없다.서인경을 손에 넣기만 하면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이들은 모두 서인경을 ‘소원을 이루어주는 연못’쯤으로 여기고 있었다.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한다. 도성의 병력까지 전부 끌어다 쓰면서.그렇게까지 몰아붙이면 정말로 뒤가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서인경의 시선이 산 아래를 훑었다.대열의 가장 뒤쪽, 너무 멀어 사람의 형체는 분간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번쩍이는 검은 기운이 보였다.연강호. 그

  • 시간을 거슬러   제1136화

    진방옥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맹은영은 그 말을 듣다가 잠시 멍해졌다.늘 티격태격하던 그 얼굴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다정함이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들은 얘기는 황후 마마한테 도움이 됩니까?”“됩니다.”진방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그걸로 누굴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헌데 밖에 일은...”“그건 언젠가 일어날 일이니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짧지만 정확한 위로였다.맹은영의 가슴을 조이던 불안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예요.”그녀는 두 손을 모아 이마에 얹고 작게 중얼거렸다.“부디…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서인경은 산 정상에 서 있었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아래에는 빽빽하게 병사들이 들어차 있었다.그리고 그 선두에는 이색 눈동자를 가진 사내도 함께 있었다.남궁열. 역시 그는 결국 이곳까지 왔다.남궁열은 말 위에 올라탄 채, 산 위를 향해 외쳤다.“너희 진국 황후를 나오라 하거라 나와는 구면이다. 우리 둘뿐 아니라, 우리 조상끼리도 인연이 있다. 할 말이 많을 텐데, 나오지 않겠느냐?”그 말이 전해지자 맹경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마마, 듣자 하니 그 눈 빨간 놈이랑 원수지간이신가 보네요? 실력은 어떻습니까? 일대일이면 제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은 담담하게 말했다.“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깊이 얽힌 적은 없어 실력은 모르겠다. 직접 상대해보거라. 대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맡으마.”맹경운이 눈을 좁혀 아래를 살폈다.과연 남궁열 곁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요동군 안에서 여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처음엔 금수 대장공주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그녀가 오면 연기준이 미리 알렸을 테고 이렇게 조용히 나타날 리도 없었다.그가 정체를 짐작하던 순간, 서인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야랑국의 정연 공주다. 예전에 진국에 와

  • 시간을 거슬러   제407화

    옛 사람을 떠올리자 연기준의 표정이 굳어졌다.“그해, 본왕은 서 장군과 서 씨 부인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본왕의 잘못이지요. 본왕이 그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입니다.”숙귀비는 미소로 그를 위로했다.“상왕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장에 나가 죽는 것은 병사에게 가장 영예로운 귀결입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 각오를 하고 있던 분들이지요. 더구나 왕야께서 경이를 이토록 잘 돌보고 계시니 그것이야말로 그들에게 드리는 가장 좋은 보답일 것입니다. 왕야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온 집안은 모두가 화를 입어도 괜

  • 시간을 거슬러   제383화

    연기준은 더는 감출 수 없음을 알고 솔직하게 말했다.“오늘 황후와 대황자가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본왕은 이미 숙귀비와 상의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 너까지 끼어들면 내가 널 지켜야 해서 일을 그르칠 수 있지 않겠느냐?”서인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혀를 찼다.“제가 그렇게도 보호받아야 할 나약한 여인으로 보입니까?”연기준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녀의 아랫배에 멈췄다. 서인경은 순간 말문이 막혀 기운 빠진 듯 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그래,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녀의 몸 안에는 또 한 생명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 시간을 거슬러   제374화

    진가이는 단여월의 마당에서 나왔으나 뒤에서는 여전히 찢어지는 듯한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대황자의 몸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태의는 맥을 짚어 보더니 석 달간의 금욕을 권했다. 이 일이 터지자, 단순히 후원에서의 총애 다툼이 아니라 아예 대황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뜻으로까지 번졌다.황후는 분노에 불타 곧장 유모를 보내 대황자부에서 단여월을 현장에서 처단하려 했다. 대황자는 그나마 냉정을 잃지 않고 황후의 사람들을 내쫓은 뒤 단여월을 감금해 두었다.진가이는 단여월의 비참한 꼴을 보고 다시 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시간을 거슬러   제393화

    “오늘… 나와 함께 상왕부로 돌아가지 않겠느냐?”서인경이 낮은 목소리로 권했으나 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궁에 남겠습니다. 어머니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습니다.”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막 대전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따라잡은 유모가 길을 가로막았다.“상왕비, 태황태후께서 염려하시길, 열다섯 째 황자께서 혼자 침궁으로 돌아가면 돌봐줄 이가 없을까 봐 걱정된다 하십니다. 그래서 특별히 노비를 보내시어 모셔가라 하셨지요. 이제 열다섯 째 황자는 태황태후 곁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서인경의 손끝이 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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