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제16화 : VIP 특실의 사형선고
창문을 부술 듯 내리치는 거친 번갯불이 서울아산병원 신관 18층 VIP 특실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기괴한 백색으로 순간순간 물들였다. 지독할 정도로 청결한 이소프로필 소독약 냄새 사이로 은은한 서양란 향기가 매캐하게 감돌았다. 법무법인 화평의 전관 변호사들을 동원해 구속집행정지를 받아내 구치소 독방을 빠져나온 홍명숙 여사는 고급 실크 환자복 위에 샤넬 카디건을 걸친 채,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병상 침대에 오만하게 기대어 앉아 있었다. "어머니, 혈압약 드실 시간입니다." 간병인이 쟁반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섰으나, 홍 여사는 손을 거칠게 휘둘러 쟁반을 바닥으로 밀쳐버렸다. 챙그랑-! "치워라! 내가 지금 알약 따위나 주워 먹게 생겼어?! 김 변호사한테 당장 다시 전화 걸어! 대성그룹 백제43화 : 가식의 만찬과 비단 속의 칼날 사직동 펜트하우스 60층 거실의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핏빛 노을이 뉘엿뉘엿 가라앉고 있었다. 가습기에서 은은하게 분사되는 라벤더 향과 방금 막 끓여낸 백차의 부드러운 김이 창가 주변을 포근하게 감쌌지만, 은설아의 마른 입술 끝에 닿는 차는 어딘가 비릿하고 서늘했다. "하아……." 설아는 하얀 화이트 캐시미어 로브의 깃을 가슴팍까지 여미며 조용히 가슴을 가다듬었다. 백종구 의장이 수갑을 찬 채 검찰 이송 차로 끌려간 지 불과 여섯 시간. 언론은 연일 '대성그룹 직계 일가의 전대미문 비자금 스캔들'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도배하고 있었지만, 그 거대한 신전이 무너지는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렸던 설아는 세상의 관심 밖으로 조용히 비켜서 있었다. 백현재 대표가 방계 세력들의 반발을 누르고 이사회를 수습하기 위해 본사로 급히 떠난 지 한 시간 남짓. 정적만이 감돌던 펜트하우스의 전용 엘리베이터 단말기에서 낮고 묵직한 전자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띵-. 철제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들어온 인물은 뜻밖에도 백현재가 아니었다. 짙은 쥐색 수트에 명품 넥타이를 매고 오만한 미소를 띤 사내. 백종구 의장이 구속된 뒤 대성 본가 방계 세력의 새로운 수장으로 올라선 백태진 부사장이었다. 그의 뒤로는 묵직한 가죽 서류 가방을 든 정장 차림의 법률 대리인 둘과, 어딘지 모르게 비굴한 기색이 역역한 사내 한 명이 따라붙어 있었다. "하하, 이거 참. 인사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게 됐습니다, 은설아 여사님." 백태진 부사장은 주인의 허락도 없이 대리석 바닥을 구두 뒤축으로 탁탁 소리 내며 거실 중앙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빛에는 백종구처럼 은설아를 '시댁 가문의 음모에서 얼
제42화 : 고요한 거미집과 눈먼 사냥개들 치직, 소리 없이 안개를 내뿜는 최고급 무소음 가습기 너머로 사직동 60층 펜트하우스의 오후가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을 핏빛 스캔들로 물들였던 백종구 의장의 긴급 체포 소식은 이미 모든 중앙 언론사의 메인 헤드라인을 집어삼킨 뒤였다. 세상은 대성 가문의 정통 적통들이 저지른 3,200억 원대 불법 증여와 마약 밀수 장부의 폭로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그 신전의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작했던 은설아라는 존재는 철저히 베일 뒤로 가려져 있었다. 매스컴은 그저 그녀를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용당할 뻔한 가련한 상속녀'라 부르며 동정조의 기사만을 쏟아냈다. "하아……." 설아는 하얀 화이트 캐시미어 담요를 어깨에 걸친 채, 창가 옆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유난히 맑게 갠 사직동의 하늘 아래로 도심의 빌딩 숲이 미니어처처럼 평화롭게 내려다보였다. 며칠 동안 전두엽을 찢어발길 듯 괴롭히던 **[감각 과부하]**의 날카로운 통증은 대성 인베스트먼트가 공수해 온 전담 의료진의 정밀 케어 덕분에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비릿하게 올라오던 피비린내 대신, 은은한 아로마 백차의 향기가 폐부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 채워왔다. 지독하게 휘몰아치던 도살의 계절이 지나가고, 마침내 찾아온 침묵기였다. 설아는 찻잔의 따스한 온기를 손바닥 전체로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댁이라는 흉포한 벌레들의 대가리를 잘라내고, 대성그룹 본가의 가장 거대한 거물이었던 백종구까지 구치소 독방으로 처박아버린 지금, 그녀의 손에 쥐어진 1조 2,000억 원의 자본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무결점의 상태로 에바 홀딩스의 가상 계좌에 안착해 있었다. ‘하지만 이 고요함에 취해서는
제41화 : 침묵의 영토와 눈먼 기사 사직동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실내는 깊고 아늑한 침묵에 잠겨 있었다.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을 뒤흔들었던 전산 대폭발과 백종구 의장 일파의 몰락은 단 몇 시간 만에 언론의 거대한 활자 속으로 흩어졌다. 세상은 이를 두고 ‘대성 가문 내부의 고질적인 비리와 권력다툼이 낳은 자멸’이라 평했고, 그 중심에서 완벽하게 독을 탔던 은설아는 그저 ‘시댁의 음모에 이어 또다시 이용당할 뻔한 가련한 상속녀’로 포장되어 철저히 장막 뒤로 숨겨졌다. "하아……." 설아는 하얀 도자기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길고 잔잔한 숨을 내쉬었다.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분한 라벤더 향이 거실의 공기를 부드럽게 채웠다. 며칠 동안 그녀의 목을 조르던 폭우는 완전히 그쳐 있었고,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서울의 오후는 나른한 햇살 아래서 비현실적일 만큼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육체와 정신이 온전히 숨을 쉴 수 있는 완급 조절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차가워진 손가락 마디를 가만히 녹여냈다. 백종구 의장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전산망을 실시간으로 유도 변조했던 대가로 뇌리가 깨질 듯이 욱신거렸지만, 핏빛으로 물들었던 망막의 신경통은 대성 인베스트먼트가 제공한 최고급 의료진의 비호 아래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강민우, 홍명숙, 최유라…… 그리고 대성 본가의 백종구까지. 내 왕좌를 탐내던 하이에나들은 전부 스스로 파놓은 무덤 속에 매장당했어.’ 설아는 소파 가죽의 안락한 감촉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1회차 인생에서 가평 설산의 차가운 흙더미 속에 파묻히던 순간의 원초적인 공포는 여전히 심장 깊은 곳에 흉터처럼 남아있었
제40화 : 가식의 제단과 첫 번째 균열 새침한 아침 안개를 뚫고 솟아오른 태양이 대성그룹 본사 63층 메인 홀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하얗게 투과했다. 바닥에 깔린 최고급 페르시아 카펫은 빛을 흡수하며 침묵했고, 사방에 진열된 정교한 대리석 조각상들은 이곳이 단순한 기업의 사옥이 아닌 자본의 거대한 신전임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홀 내부를 가득 채운 은은한 오케스트라 선율 사이로, 명품 향수 냄새와 냉랭한 에어컨 바람이 기묘하게 뒤섞여 흘렀다. "은설아 여사님, 대성 인베스트먼트 백현재 대표님 입장하십니다." 의전 비서의 나직한 안내와 함께, 은설아는 순백의 실크 스커트 자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전날 밤 청담동에서 입었던 칠흑 같은 드레스와는 정반대로, 눈부시게 하얀 의상은 그녀의 유난히 창백한 안색과 어우러져 마치 세상의 모든 풍파를 홀로 짊어진 듯한 비련의 상속녀 그 자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하아……." 설아는 가슴팍에 가볍게 손을 올린 채, 일부러 잘게 숨을 몰아쉬었다. 며칠 동안 대성의 비호 아래 육체는 표면적으로 회복되었지만, 전두엽 깊은 곳에는 여전히 묵직한 긴장감이 실려 있었다.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반짝일 때마다, 가람 빌딩 지하에서 터져 나오던 붉은 화염과 하반신이 으스러진 채 울부짖던 전남편 강민우의 핏빛 안광이 환영처럼 망막을 스쳤다. 초월적인 AI 시스템이 머릿속에 존재한다 한들, 이 가녀린 육체가 무너지는 순간 모든 복수극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원초적인 공포가 척추를 타고 서늘하게 흘러내렸다. ‘여기 모인 늙은 하이에나들은 강민우
제39화 : 우아한 포식자들과 장막의 균열 사직동 60층 펜트하우스의 거실 창밖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노을빛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핏빛처럼 붉은 태양이 빌딩 숲 사이로 가라앉으며 거실 바닥 위로 길고 서늘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밤새 몰아치던 폭우는 완전히 흔적을 감추었지만, 대리석 바닥을 비추는 황혼의 잔광은 어쩐지 가람 빌딩에서 터져 나오던 전기 스파크의 황금빛 불꽃을 연상케 했다. 은설아는 프랑스산 실크 원단으로 짜인 우윳빛 로브를 걸친 채, 창가 옆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대성그룹 본사 전략기획실에서 보내온 두꺼운 서류 뭉치가 놓여 있었다. "하아……." 손가락 끝으로 종이의 거친 질감을 쓸어내리며, 설아는 낮게 숨을 몰아쉬었다. 연이은 폭발과 구치소 내부의 아수라장, 그리고 전산망을 난도질하던 사투 속에서 한계까지 몰렸던 육체는 대성 인베스트먼트의 철저한 은폐 아래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매초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했던 **[감각 과부하]**의 후유증도 잦아들었고, 각혈의 잔흔으로 쓰라리던 폐부도 맑은 차 향 덕분에 진정되어 갔다. 그러나 육체의 평온함과 달리, 그녀의 정신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다. 시댁 가문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손에 쥔 1조 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는, 자본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바다에 던져진 거대한 핏덩이와 같았다. 맹목적으로 칼을 휘두르던 강민우나 배두찬 같은 벌레들은 단두대 아래 매장당했지만, 이제 그 피비린내를 맡은 더 거대하고 우아한 하이에나들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설아는 가만히 눈을 감으며 대뇌피질 깊숙한 곳에서 완벽하게 안정 궤도에 진입한 초월적 퀀텀
제38화 : 고요한 수면 아래의 거미줄 사직동 펜트하우스의 거실을 채운 것은 깊고 아늑한 침묵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도심은 맑게 갠 하늘 아래에서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고, 며칠 전 가람 빌딩을 뒤흔들던 폭우의 잔상은 완전히 씻겨 나가 있었다. 은설아는 부드러운 화이트 캐시미어 니트 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여사님, 대성 본사 전략기획실에서 보낸 공식 면담 요청서와 자산 운용 파트너십 제안서입니다." 단정한 차림의 비서가 정중하게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물러갔다. 설아는 따뜻한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화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하아……." 길게 내쉬는 숨결 속에는 더 이상 피비린내나 타버린 전선의 매연이 섞여 있지 않았다. 연이은 폭발과 백병전의 사선을 넘나들며 한계까지 몰아붙여졌던 육체는 대성 인베스트먼트의 완벽한 보호 아래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손끝의 마비 증상도 잦아들었고, 동공을 찌르던 신경통 역시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설아는 이 잔잔함이 폭풍 전야의 정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댁이라는 흉포한 벌레들을 단두대 아래 매장하고 1조 2,000억 원의 자본을 손에 쥔 순간, 그녀는 자본 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가장 중심부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맹목적인 무기와 총성은 사라졌지만,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우아한 독약이 든 서류들이 그녀의 왕좌를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설아는 가만히 눈을 감고 대뇌피질 내부에서 완벽하게 제어되고 있는 퀀텀 시스템을 호출했다. 망막 위로 떠오른 스크린은 그 어떤 붉은색 노이즈도 없이, 극도로 차분하고 깊은 딥 블랙 터미널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 SYSTEM OPTIMIZED: CORPO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