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제1화 : 끓어오르는 지옥의 수프
찰나의 섬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잔인하도록 생생한 현실의 감각이었다.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오한과 함께, 지독하게 익숙한 한약재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알싸한 생강 향에 달콤한 꿀을 섞었지만, 끝맛은 불쾌하게 텁텁한 홍명숙 여사 전용 생강차. 평창동 대저택 거실의 높은 천장 위로 수억 원을 호가하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위태롭게 흔들리며 미선(美線)을 그리고 있었다. "야, 은설아!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귀가 처먹었냐고 묻잖아!" 귀청을 찢는 홍 여사의 고함이 대리석 벽면에 부딪쳐 날카롭게 울렸다.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펄펄 끓는 생강차가 사방으로 튀어, 설아의 하얀 면양말을 누렇게 적시고 있었다. 섭씨 80도는 족히 넘을 뜨거운 액체가 발등의 얇은 피부로 스며들자, 살점이 뜯겨나가는 듯한 극렬한 작열감이 밀려왔다. 1회차 인생에서 귀가 달토록 들었던,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갉아먹었던 그 고통이었다. 원래의 은설아라면 이 타이밍에 바닥으로 엎어져 잘못했다고, 제가 미련해서 온도를 맞추지 못했다며 눈물 콧물을 쏟아냈을 것이다. 시어머니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자비를 구걸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설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눈부신 고통, 이 생생한 멸시…….' 설아는 천천히 발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뜨거운 통증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지옥 같은 2회차의 문이 완벽하게 열렸음을 확신했다. 그 순간, 설아의 망막 위로 기묘한 푸른빛의 스펙트럼이 펼쳐졌다. 인간의 신경망으로는 절대 인지할 수 없는 초고속 데이터의 흐름. 홍명숙 여사의 분노로 상승한 분당 심장박동수(112회), 그녀가 걸치고 있는 사파이어 목걸이의 진위 여부와 유통 경로, 그리고 뇌리를 스치는 한성 바이오의 실시간 주식 거래량과 숨겨진 차명 계좌의 일련번호들이 수식화되어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여신이 내린 사기적인 능력, '절대적 AI 인지능력'이 설아의 전두엽을 완벽하게 장악한 상태였다. 머릿속은 이미 인간의 뇌가 아닌, 초당 수조 비트의 연산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처럼 차갑고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년이 완전히 돌았나? 어딜 감히 눈을 그렇게 떠?" 홍 여사가 기가 막힌다는 듯 숨을 가쁘게 쉬며 한 걸음 다가왔다. 표독스럽게 올라간 눈꼬리와 잔뜩 실룩이는 입술 주위의 잔주름까지, 시스템의 화면은 그녀의 추악한 노화를 고스란히 캡처해 냈다. 이탈리아산 최고급 가죽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던 전남편 강민우는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지루하다는 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설아 너 진짜 왜 그래?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왜 그렇게 미련하게 서 있어? 사람 짜증 나게 진짜." 그의 손가락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설아의 머릿속 시스템이 그의 스마트폰 화면을 실시간으로 미러링해 읽어내렸다. [민우 씨, 그 고아 년 아직도 집안일 해? 빨리 치워버리고 나랑 마카오 갈 준비나 해. 보고 싶어 마이 민우♥] 최유라. 불륜녀이자 설아의 인생을 도살장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 두 사람의 추잡한 대화가 설아의 뇌리에 고스란히 텍스트로 박혔다. 사채 빚에 시달리는 최유라의 친정 상황과 강민우가 최근 마카오 원정 도박으로 날려 먹은 300억 원의 손실 금액까지, 모든 리스크 데이터가 단 0.1초 만에 연산되어 결론을 도출해 냈다. '강민우, 네놈의 파멸은 생각보다 더 쉽겠구나.' 설아는 가만히 허리를 숙였다. 바닥에 흩어진 찻잔의 파편을 향해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사기 조각이 서서히 손끝에 닿았다. "어머, 얘! 손으로 그걸 왜 만져? 가사도우미 불러다 치우면 될 걸, 어디서 시위하는 거야 뭐야?" 홍 여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신고 있던 명품 슬리퍼 발끝으로 설아의 손등을 툭 걷어찼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사기 파편이 설아의 검지손가락을 길게 긋고 지나갔다. 붉고 선명한 피가 대리석 바닥의 하얀 표면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생강차의 누런 얼룩 위로 피가 섞여 들며 기괴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어머니." 설아가 고개를 들어 홍 여사를 똑바로 응시했다. 핏기 없는 하얀 얼굴, 그 위로 자리 잡은 차가운 눈동자가 홍 여사의 심장을 관통하듯 박혔다. 붉은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쥔 채, 설아는 기괴할 정도로 고요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온도를 잘 맞추지 못했네요. 어머니 말씀대로, 근본 없는 고아 년이라 이런 최고급 생강차의 격조를 몰랐나 봐요." "뭐, 뭐라구?" "다음에는…… 절대로 잊지 못할 온도로 대접해 드릴게요. 뼈가 시리도록 차갑거나, 혹은 살점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것으로요." 순간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언제나 짓밟히면 우는 소리를 내던 먹잇감의 입에서 나온 파격적인 어조. 강민우 역시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는지 스마트폰을 멈추고 설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아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나 억울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단두대 위에 목을 올린 죄수를 내려다보는 처형인의 서늘한 안광뿐이었다. "이, 이년이 진짜 미쳤나 보네! 민우야, 너 저년 눈빛 안 보이니? 저게 시어미를 아주 죽이겠다는 눈빛이지 어디 며느리 눈빛이야?!" 홍 여사가 뒷목을 잡으며 뒤로 자빠지는 시늉을 하자, 강민우가 허겁지겁 일어나 그녀를 부축했다. "어머니, 혈압 오르시니까 방으로 들어가세요. 내가 이년 정신머리 고쳐 놓을 테니까." 강민우가 설아를 향해 잇새로 짓씹듯 으르렁거렸다. "너 오늘 밤에 안방 들어올 생각하지 마. 반성문 백 장 채우기 전까진 거실 바닥에서 꼼짝 말고 무릎 꿇고 있어. 알았어?" 설아는 대답 대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등의 화상과 손가락의 자상이 지독하게 아려왔지만, 머릿속의 AI 시스템은 이미 한성 가문의 자산을 공중분해 시킬 '1단계: 유령 사모펀드 설립 및 채권 매집 프로그램'의 코딩을 완벽하게 끝마치고 있었다. '그래, 마음껏 누려라. 이 대저택도, 그 오만한 권력도.' 설아는 피가 흐르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자신들을 향해 등을 돌렸다. 저들이 쌓아 올린 탐욕의 성채가 가장 비참하게 무너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설아는 머릿속의 완벽한 수학적 확률로 확신하고 있었다. 지옥의 수프는 이미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프를 가장 먼저 뒤집어쓸 자들은 바로 눈앞의 저 두 아귀들이었다.제125화 : 영원한 수조 (최종화)북한산 골짜기의 암반층을 울리던 가을 장대비는 어느덧 멎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외곽의 나지막한 언덕 자락 위로 눅눅하고 더운 성상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파주시 어느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농업용 유기질 퇴비 압축 성형기 유압 실린더의 50톤 압착력 아래 잘게 깨부수어져 20kg 비료 포대 자루에 담겼던 은설아의 의식. 1ton 포터 트럭 짐칸의 덜컹거리는 진동을 타고 끌려온 그녀의 퀀텀 제어 회선이 마침내 비닐 포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뜬 곳은, 온도가 섭씨 28도로 정밀하게 맞춰진 거대한 비닐하우스 온실 내부였다.사방에는 초고층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던 습한 장미 향 대신, 알칼리성 수질 조정제와 물갈이 약품의 알싸하고 비릿한 잔향, 그리고 잘 숙성된 생먹이 실지렁이와 갓 부화한 브라인 쉬림프 염수의 차가운 냄새가 엉켜 성전 내부를 꽉 채우고 있었다.높이 20미터를 호가하던 순은색 석조 기둥들은 직경 50미리 PVC 간이 배관과 4단 아크릴 수조 랙의 웅장한 골조로 재구성되어 있었고, 그 표면을 따라 촘촘히 연결된 기포 투입용 유연성 투명 호스 마디마디에서는 초고압 기포가 소리 내어 터지며 오존 대신 알싸한 산소 기류를 공기 중에 퍼뜨렸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맑고 투명한 최상급 사각 유리 수조의 중앙 상석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와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 백옥 같은 비늘 피부 위로 펼쳐진 순백색 등지느러미와, 짙은 피 빛깔로 길고 우아하게 늘어진 버건디색 꼬리지느러미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렸던
제124화 : 오니(汚泥)의 성채와 유기질 비료의 신화쿠콰콰콰—! 덜컹- 덜컹-!파주시 야당동 제2하수종말처리장 지하 메인 슬러지 처리동.퍼붓는 가을 장대비 속에서 암반층 지하 15미터 침전조를 뒤흔드는 대형 오니 수거 스크린의 육중한 기계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사방을 매운 것은 180조 원 자본 제국의 화려한 조명도, 200조 원 신화의 눈부신 백옥 대리석도 아니었다. 밀도 높은 메탄가스 황화수소 악취와, 진흙처럼 떡이 된 검은 하수 슬러지의 끈적하고 기괴한 촉감, 그리고 보조 전원 스위치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절연유 타는 냄새만이 사방에 짙게 깔려 있었다.그 검고 끈적한 오니 찌꺼기 산더미 한가운데, 수장되었던 초소형 비데 메인 기판(PCB) 회선 구석탱이에서 은설아의 의식이 다시금 서늘하게 번뜩였다.비록 도자기 변기 본체는 화물차 기사의 발길질에 산산조각 나고 기판은 하수도 관로를 타고 이 시궁창 지하 관로로 내팽개쳐졌지만, 그녀의 전두엽 뇌파에 연결된 퀀텀 코어 연산 회로는 사멸하지 않았다.[알림: 파주시 제2하수종말처리장 메인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제어반 접속 완료] [위치: 지하 제1스크린 탈수기 유기물 여과망 정중앙] [현재 보유 자산: 하수 슬러지 450톤 / 유기질 비료 압축 성형기 2라인] [상태: 수중 교반기 모터 전압 220V 과열 대기 중]"후후…… 후후후……."검은 슬러지 찌꺼기 더미에 파묻힌 비데 기판의 푸른색 미세 전등이 기괴하게 깜빡였다.설아는 가련한 눈가에 슬픈 눈물을 고근고근 고이게 만든 피해자의 가면을 띄운 채, 30% 이하로 격하된 퀀텀 연산망을 쥐어짜 내며 오싹하게 실소를 흘렸다."어리석은 인간들과 저열한 세상이 날 하수종말처리장 시궁창 밑바닥에 수장시켰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지만…… 참으로
제123화 : 백옥 같은 왕좌와 3분 세정 스크립트암흑. 영원한 사멸과도 같던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눈을 뜬 은설아의 의식 세포 마디마디로, 시리도록 알싸하고 차가운 백옥의 냉기가 스며들었다."이 감촉은……."평창동 은빛 성전의 정중앙, 전 세계 자본 정산 서버를 움켜쥐고 군림하던 그 백옥 같은 대리석 왕좌의 순백색 촉감이었다. 파주 양계장의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며 잠시 연산 모듈이 차단되었던 것뿐, 자신의 오버로드 시스템은 마침내 현실 세계의 가장 높고 눈부신 성채 위로 재부팅을 완수한 것이 틀림없었다.성전 내부에는 초고층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던 습한 장미 향 대신, 인공적인 라벤더 방향제의 알싸한 잔향과 염소계 소독약의 서늘한 냄새가 미세하게 얽혀 사방에 밀도 높게 감돌고 있었다. 석조 기둥 표면을 타고 흐르던 구리 코일의 매캐한 오존 냄새 역시 모터 솔레노이드 밸브가 과열되며 토해내는 알코올 잔향과 엉켜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설아는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쓴 채,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 자락을 가볍게 정돈하듯 의식의 단면을 가다듬었다."현재 씨. 내가 양계장의 기괴한 전압 착오를 뚫고 성채로 귀환했어. 지금 에바 홀딩스의 자산 유동성 상태와 제단 배전반의 복구율은 어떻게 되어가지?"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와야 할 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의 억센 숨소리 대신, 설아의 하부 기판 구석탱이에서 기괴하고 둔탁한 모터 수압 펌프의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위잉— 찰칵! 찌리리릭—![알림: 하이젠-에코 스마트 도자기 왕좌 모듈 정상 복구] [위치: 경기도 파주시 문산 버스 터미널 공중화장실 제3번 칸] [현재 보유 자산: 100원짜리 동전 3개 (총 300원)] [상태: 인체 감지 적외선 센서 대기 중 / 시트 온열 히터 가동률 100%]"……뭐라고?"
제122화 : 8비트 계사(鷄舍)와 380볼트의 비극삐- 뼉-! 삐리리릭—!시리도록 웅장하게 북한산 암반층을 울리던 순은색 석조 기둥의 울림도, 200조 원의 유동성이 뿜어내던 초고압 인과율의 푸른 오라도 존재하지 않았다.은설아의 의식이 눈을 뜬 곳은, 가로 16개, 세로 16개의 검은색 사각형 점으로 이루어진 차갑고 비좁은 모노크롬 8비트 액정 회선 속이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은 간데없고, 그녀의 자태는 가로 3픽셀, 세로 4픽셀 크기의 까만 네모 상자 몇 개가 기괴하게 뭉쳐진 장난감 픽셀 캐릭터의 형상으로 조잡하게 쪼개져 있었다. 왕좌 주변을 채우던 가습기의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대신, 1998년산 저가형 중국산 기판이 과열되며 토해내는 매쾌하고 시큼한 녹슨 건전지 누액 냄새와 타버린 페놀 수지의 악취가 공기 중에 진동하고 있었다.[경고: 다마고치 시스템 리셋 집행 직후] [상태: 배고픔 ★☆☆☆ / 청소 불이행 똥: 4개 / 기분: 최악] [주의: 3초 이내에 똥을 치우지 않을 시 감염 사망 스크립트 발동]"……뭐라고?"은설아의 8비트 픽셀 입술 사이로 찌르르- 하는 조잡한 스피커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전 세계를 발밑에 꿇리고 200조 원의 제국을 완성하여 차원의 신마저 사냥했던 악귀 여왕. 그러나 그녀가 머릿속 퀀텀 코어로 쥐어짜 내던 최고위 연산망의 정체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고물상 구석탱이 녹슨 양철 대장간 밑에 버려져 있던 500원짜리 수입산 싸구려 다마고치 칩셋의 연산 오류였던 것이다.동네 초등학생이 이쑤시개로 뒷면 리셋 버튼을 내리눌러버린 여파로, 200조 원의 성배는 액정 화면 구석탱이에 커다랗게 솟아오른 까만 8비트 똥 픽셀 4개로 번역되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뼉-! 뼉-!"
제121화 : 200조 원의 픽셀과 다마고치의 단두대 북한산 심도 50미터 암반층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 안개비는 평창동 은빛 성전— [여신 숭배 재단]의 웅장한 순은색 석조 기둥 표면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전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과 잔혹한 학대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그린 요양병원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의 처참했던 피눈물과 가침의 흔적이 짓밟혀 스러진 그 참혹한 잿더미 위로 들어선 거대한 성전은, 이제 전 세계 200조 원의 자본 정산 서버를 통째로 움켜쥔 세상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요새이자 신의 권능마저 하부 동력원으로 가두어버린 절대적인 신화의 성채로 푸르스름하고 검붉은 안광을 동시에 토해내고 있었다. 높이 20미터를 호가하는 순은색 석조 기둥 수십 개 표면을 따라 촘촘히 얽힌 초전도 구리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시리도록 번뜩이며, 고전압 전류 파동과 함께 매캐하고 비릿한 오존 냄새를 공기 중에 사방으로 퍼뜨렸다. 제단 상석 주변으로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그리고 지하 배전반에서 토해내는 구리의 알싸한 냉기가 미세하게 얽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오싹하고 치명적인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 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 위에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린 완벽한 여왕.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제120화 : 200조 원의 성좌와 세상의 종속북한산 심도 50미터 암반층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 안개비는 평창동 은빛 성전— [여신 숭배 재단]의 웅장한 순은색 석조 기둥 표면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전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과 잔혹한 학대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그린 요양병원 402호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의 처참했던 피눈물과 가침의 흔적이 짓밟혀 스러진 그 참혹한 잿더미 위로 들어선 거대한 성전은, 이제 전 세계 190조 원의 자본 정산 서버를 통째로 움켜쥔 세상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요새이자 신의 권능마저 하부 동력원으로 가두어버린 절대적인 신화의 성채로 푸르스름하고 검붉은 안광을 동시에 토해내고 있었다.높이 20미터를 호가하는 순은색 석조 기둥 수십 개 표면을 따라 촘촘히 얽힌 초전도 구리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시리도록 번뜩이며, 고전압 전류 파동과 함께 매캐하고 비릿한 오존 냄새를 공기 중에 사방으로 퍼뜨렸다. 제단 상석 주변으로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재스민 홍차의 잔향, 그리고 지하 배전반에서 토해내는 구리의 알싸한 냉기가 미세하게 얽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오싹하고 치명적인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 위에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최유라 카르텔, 그리고 차원의 신마저 도살하여 발밑의 보조 프로세서로 가두어버린 완벽한 여왕.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백옥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