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By:  hikarikyo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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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로는 가수를 할 수 없다. 정도껏 못 생겨야지.” 천재적인 노래 실력에도 못생긴 외모 탓에 평가절하받던 삶. 교통사고 후 눈을 뜨니 '얼굴 천재 망돌' 표은우의 몸으로 회귀했다.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혹사 당한 성대, 몸에 남은 타박상과 멍. 녀석은 지독하게 노력했다. 하지만 세상은 냉담했다. “얼굴만 믿고 연습 안 하냐?” “음...넌 연에인으로서 끼가 없어.” 잘난 외모 탓에 피나는 땀방울마저 철저히 평가절하당했던 나날들. 절망 속에 모든 걸 포기했던 너를 대신해, 이제 내가 그 가능성을 완벽히 꽃피워 주마. 너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노력, 그리고 내 천재적인 보컬이 합쳐진 순간. 세상은 우리를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천재 뮤지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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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에이, 사장님. 그것도 본판이 있어야 가능하죠.”“다이어트는?” “계약하고 두 달 만에 30kg을 감량했지만, 꽝이었습니다.”“젠장! 강 실장… 포기하자고. 벌써 2년이나 데리고 있었지만, 은우는 가수가 될 수 없어.”“하지만…”“목소리는 좋지. 노래 잘 부르는 거 알아. 하지만 끼도 없어. 무엇보다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지도 못했잖아?”기연은 결정타를 맞고 설득을 포기했다.은우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던 탓일까?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긴장해서 ‘삑사리’도 나고, 음정도 불안해졌다.그날 저녁,강기연과 은우는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신세를 한탄했다.“미안하게 됐다, 은우야. 내가 좀 더 어필했어야 하는데.”“누나, 난 이제 안 되나 봐요. 역시 얼굴이….”“무슨 소리야.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하여간, 노친네들.”강기연이 술잔에 가득 담긴 소주를 단번에 들이켰다.은우는 조용하게 자신의 잔에 술이 아닌 물을 따랐다.“은우야. 이런 날은 한잔 마셔도 돼.”“싫어요.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죠.”은우가 씩 웃었다.기연은 이런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높이 샀다.그때 강기연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강기연은 무의식중에 메시지를 누르고 유튜브를 시청했다.“크크크. 골 때리네. 은우야, 이거 봐봐. 재밌지?”남자 BJ의 성대모사 방송이었다.“재밌는데요? 그런데 이 사람은 왜 가면을 써요?”바로 그 순간이었다.강기연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은우야. 너 ‘뮤튜버(MUtuber)’ 해볼래?”“네?”요즘 같은 시대에 방송이나 기획사가 의미가 있나?연예계 짬밥 10년 차 강기연의 두뇌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갔다.시대가 바뀌었다.방구석 가수도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그 결과, 은우는 소위 말하는 ‘뮤튜브’에서 대박이 터졌다.- 음색 뭐냐? 미쳤다.- 고음이 어디까지 올라가ㄷㄷㄷㄷ- 오빠 얼굴 좀 보여주세요!- 기성 가수들 반성해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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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실버레인님이 라이브를?- 헐.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안녕하세요, 여러분. 실버레인 은우입니다.”- ???- 채널 해킹당함?- 신고 ㄱㄱ술에 잔뜩 취한 얼굴을 클로즈업하니 시청자들이 굉장히 놀랐다.- 노래.- 노래해 봐. 진짜 실버레인 맞냐고?채팅창은 폭발적이었다.다만 그게 안 좋은 방향이라는 게 문제였다.“하, 하면 될 거 아냐!”은우는 평소에 커버했던 노래를 불렀다.조회 수 천만을 기록한 기적의 노래.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신의 자작곡.하지만 구독자 수가 단 2시간 만에 20만 명이나 떨어져 나갔다.커뮤니티 갤러리는 난리가 났다. 오히려 소문을 입증한 꼴이었다.- 조폭 맞네… 여러분, 관상은 과학입니다.- 조폭설, 감금설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술에 취한 표은우는 방송을 껐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봤다.“난 괴물이 아냐!”은우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이 와중에 발성이 제대로 들어갔다.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 같았다.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표은우를 바라보다 다시 길을 갔지만,표정에는 여운이 남아 있었다.“어우, 씨. 뭐야. 뮤지컬 공연 홍보인가?” “누구지? 노래는 잘하네.”빵- 빵-그때 한 취객이 길거리에서 비틀거렸다.은우는 입술을 꽉 문 채 취객을 잡아끌어 인도에 밀쳐냈다.빵빵-하지만 달려오는 트럭을 피할 순 없었다.트럭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줄 알았다.인기가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면 사랑받을 줄 알았는데, 고작 외모 때문에?지금 이 순간, 고독이란 옷을 입은 은우가 외로움이란 심해로 가라앉는 중이었다.“하하….”은우는 허탈한지 쓴웃음을 지었다.빠아아아앙-결국, 은우는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했다.하지만 세상은 그의 죽음을 자살로 기록했다.CCTV도 없었고, 목숨을 구해준 취객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은우는 억울한 생을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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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는 10초 남짓 자료 화면으로 나왔다.결과는 당연하게도 탈락.“그런데 이놈은 어쩌다가?”그 순간,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머릿속으로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오토바이…”회귀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일까?표은우는 데뷔 전에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책임졌다는 것도 떠올랐다.‘이 자식, 소년 가장이었지…’그러다가 우연히 기획사에 배달을 갔다가 관계자의 눈에 띄어 데뷔했었다.현실에서는 그릴 수 없는 상황.표은우는 혼자 판타지를 찍으며 살다가 사라졌다.“흐음….”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살펴봤다.요리 보고 저리 봐도 참 잘생겼다.마치 명화를 보고 감동받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진짜 눈물 나게 잘생겼네.”주관적인 평가가 아니었다.“고놈 참, 예쁘네.”“감사합니다….”팔이 부러져서 옆 침대에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가 은우에게 해준 말이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저기… 학생… 이거….”간호사들끼리 분명 담당 환자가 배정되었을 텐데 자꾸만 담당이 바뀐다.바뀐 간호사들이 자꾸 전화번호를 준다.그렇게 받은 번호만 열 개가 넘는다.전생에서는 여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라고는 스팸뿐이었는데 말이다.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가관이었다.온갖 종류의 음료수가 꽉꽉 차 있었다.“후…”콜라 하나를 대충 집어 들고 병원 로비로 나왔다.여기저기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은우는 자신을 두고 쑥덕거리는 여자들에게 다가갔다.“저기요.”“네?”“저 모르세요? 저 표은우인데.” “지… 지금부터 알면 되죠. 혹시 연예인이세요? 배우? 가수? 아니면 아프리카TV BJ? 채널 알려주시면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할게요!”“아니에요.”미치겠다.시작부터 출발선이 달랐다.전생에서는 겨우겨우 노력해서 출발선에 섰는데,이 얼굴은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가는구나.‘대충 신사동이나 압구정 근처에서 기웃거리면 연예인이 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겠군.’전생에 생계형 가수라서 그런지 적응력이 빨랐다.나이도 젊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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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그럼 이번에는 ‘붉은 노을’을 불러 볼게요. 그런데 제 방식대로 조금 바꿔서 불러봐도 괜찮을까요?”“상관없어요, 오빠! 하고 싶은 거 다 해요!”“어? 저보다 이모뻘은 되어 보이시는데요?”“뭔 상관이야! 잘생기고 노래 잘하면 오빠지!”“맞아! 맞아!”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30대 여성들의 너스레에 웃음을 지었다.“그럼 해보겠습니다.”병원은 아픔을 치유하는 공간이다.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저 노을은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어딘가 기분이 가라앉는다.하루가, 그리고 삶이 마감되는 기분이니까.‘붉은 노을’의 원곡은 꽤 신나는 노래다.그 후 빅뱅이라는 그룹이 리메이크했을 때는 떼창의 대명사가 되었다.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원곡의 감성을 살린 밴드 느낌으로 부를 것인가?아니면 댄스곡 느낌으로 부를 것인가?“난 너를 사랑해~!”그 순간 조명이 꺼졌다.배경은 거대한 재즈 바로 바뀌었다.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은우의 첫 소절을 듣고 느끼는 사람들의 감정이었다.‘이 노래가 이렇게 애절한 노래였나?’그들의 앞에는 붉은 칵테일이 놓여 있었다.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매력적인 색깔.한 모금을 들이켠 젊은이들은 순간 자신이 노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같은 술을 마신 노인들은 찬란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그들은 일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창밖은 빛나고 있었다.너무나 눈부셔서 그들은 순간 팔로 눈을 가렸다.노래가 끝날 때쯤, 그들은 무대 중앙을 바라보았다.‘붉은 노을’을 부르던 은우는 거대한 붉은 보석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그렇게 4분쯤 지났을까?모두들 마법에서 깨어났다.“어… 어?”그들은 여운에 취해, 은우가 노래를 끝낸 뒤에도 한참 동안 감상에 젖어 있었다.어느새 자신의 병실로 돌아온 은우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이게… 무대구나…”은우 역시 처음 느껴보는 전율이었다.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를 사랑의 눈빛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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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케플라 엔터테인먼트.강기연이 소속된 회사이자 은우가 계약한 회사의 이름이었다.그리고 그는 지금…“안녕하세요~!”은우가 출근하는 여직원들을 향해 싱긋 미소를 날렸다.파란 청소원 복장을 입고 있어도 185cm나 되는 우월한 기럭지는 숨길 수 없었다.“은우 님, 오늘도 좋은 아침이에요. 혹시 식사하셨어요?”“일 끝나면 먹으려고요.”“그럼 이것 좀 드실래요? 혼자 먹기엔 많아서….”여직원이 수줍게 샌드위치를 내밀었다.근처에 있는 별다방에서 데워 와서 그런지 김이 모락모락 났다.“아, 감사한데 제가….”“혹시 치킨 샌드위치 싫어하세요? 그래서 BLT 샌드위치도 준비했어요.”그녀가 종이봉투에서 다른 샌드위치를 꺼냈다.‘이 사람은 샌드위치를 좋아하나? 아침부터 네 개씩이나?’여직원은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그저 은우의 호감을 얻기 위해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사 왔을 뿐이었다.덕분에 요즘 그녀는 살이 5kg이나 쪘다.“고맙습니다. 저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잠시만요….”보답이라는 말에 여직원의 얼굴이 붉어졌다.드디어 자기의 지극정성이 먹혔나 싶었다.은우는 분명히 대스타가 될 것이다.그리고 그런 스타들 중에는 어려운 시절에 도와준 팬이나 업계 관계자와 맺어지는 경우도 많았다.확률은 적지만, 그래도 기꺼이 투자할 가치가 그녀에게는 충분했다.은우가 청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프랜차이즈별로 받은 커피가 5잔, 샌드위치와 도넛은 10개나 됐다.“세상에 뭐가 이렇게 많아요?”“직원분들이 아침부터 주시던데요?”“어? 저 명함은 다른 회사 명함인데?”“네. 계약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도 그냥 팬이라고 주시더라고요. 하하.”은우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여직원은 자신이 얼마나 헛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 깨달았다.“맨날 얻어먹기만 하긴 그러니까 저랑 바꿔 먹어요!”은우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대지 마라, 심장아.’지이잉- 지이잉-여직원이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어? 시간이? 전 마저 일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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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겉보기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만 울리는 평온한 사무실이었다.모니터 아래로 내려간 직원들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는 빛의 속도로 단톡방과 익명 커뮤니티를 달구는 중이었다.- [사내 메신저] [비공식] 9층 마케팅&홍보 기획 비밀방 -김수진 대리: [사진_로비_멀리서찍힘.jpg]김수진 대리: 야 미친 얘들아 속보임. 방금 로비 실시간 상황이었음. 다들 봤냐???이민지 주임: 헐~ 대리님. 진짜 은우 님 맞죠???이민지 주임: 저 오늘 10분 지각해서 지하 주차장으로 바로 올라왔단 말이에요ㅠㅠㅠㅠㅠ 왜 나만 못 봐 왜ㅠㅠㅠㅠㅠ박혜원 사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임님 눈물 닦으세요. 저 방금 1층에서 1열 직관함.김수진 대리: 헐 혜원 씨 로비에 있었어? 저 철제 양동이 한 손으로 든 거 실화냐? 나 순간 무슨 마블 영화 CG 합성인 줄 알았잖아.박혜원 사원: 실화예요. 레알 팩트. 저 엘베 기다리다가 턱 빠질 뻔함.박혜원 사원: 그 헐렁한 파란색 작업복 있잖아요? 그거 은우 님이 입으니까 명품 발렌시아가 오버핏 워크웨어 됨. 유리창 닦을 때 등판 갈라지는 거 보셨어요?이민지 주임: 등판이요??? 등판 갈라짐??? 아 진짜 반차 쓰고 1층 내려갈걸김수진 대리: ㅇㅇ 등근육이 무슨 성난 악마 얼굴인 줄. 척추 라인 따라서 음영 지는데 나 숨 쉬는 법 까먹음.박혜원 사원: 더 대박인 건 정작 은우 님 표정임.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세상 평온하게 ‘아, 오늘도 청소 잘했다.’ 이런 표정으로 쓰레기통 비우러 감ㅋㅋㅋㅋㅋㅋ김수진 대리: ㅋㅋㅋㅋㅋㅋㅋ사람이 어떻게 얼굴은 순둥순둥 멍뭉이상인데 몸은 섹시한 슬랜더냐고. 갭 모에로 사람 죽일 셈인가.이민지 주임: 근데 은우 님 계약했다면서 왜 매일 로비 청소해요? 연습생이라도 이건 노동청에 신고감 아니에요? 우리 회사 왜 이래?김수진 대리: 쉿. 그거 내가 매니지먼트팀 차장님한테 탕비실에서 슬쩍 들었는데, 위에서 시킨 게 아니래.박혜원 사원: 헐, 진짜요?김수진 대리: 은우 님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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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누나~!”은우가 커다란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칼각으로 떨어지는 베이지색 슬랙스에 선글라스를 낀 강기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케플라 엔터테인먼트의 기획총괄 실장이자 업계에서 '독사'로 통하는 그녀의 얼음장 같던 표정이 은우 앞에서만은 봄눈 녹듯 무너져 내렸다.“너 또 아침부터 사방에 커피랑 샌드위치 뿌리고 다녔지? 로비에 빵냄새가 진동을 한다.”“냄새라뇨. 다 직원분들의 사랑과 온정이죠. 누나도 크루아상 하나 드실래요? 갓 구운 거라 바삭한데.”“됐네요. 나 관리 중인 거 알면서 유혹하지 마.”강기연이 짐짓 쌀쌀맞게 굴며 은우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툭 건드렸다.은우는 사람 좋은 미소로 뒷머리를 긁적였다.겉보기엔 그저 사이좋은 연상연하 남매 같은 모습이었지만,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옥 내 시선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지하 2층 A연습실.거울 벽면에 비친 대여섯 명의 남자 연습생들은 땀에 절어 바닥에 주저앉아 헐떡이고 있었다. 평균 연습생 기간 3년의 멤버들이었다.원래대로라면 이 시간쯤 슬슬 꾀를 부리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아 오늘 트레이너 텐션 왜 저러냐’며 투덜댈 타이밍이었다.하지만 지금 연습실 안에는 팽팽하다 못해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야. 걔 지금 또 1층 로비 싹 다 돌고 지하 내려오는 중이라더라.”춤 좀추는 연습생 하나가 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진짜 독한 새끼야. 새벽 5시에 나와서 건물 청소 다 끝내고, 9시부터 우리랑 똑같이 보컬 레슨이랑 안무 트레이닝 다 소화하잖아. 잠은 언제 자는 거냐?”“독한 게 문제가 아니야. 비주얼 봐라. 솔직히 난 처음에 x플릭스 오리지널 찍으러 온 신인 배우인 줄 알았어. 대표님 낙하산이거나.”“나도. 처음에 얼굴보고 기선 제압당해서 말도 못 붙였는데…… 알고 보니까 그냥 우리랑 똑같은 연습생 계약이래.”연습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습실 문밖 복도로 향했다.복도 끝 탕비실에서 은우가 흥얼거리며 걸레를 빨고 있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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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얘들아, 배고프지?”“우와! 형, 오늘도 조공이 장난 아닌데요?”은우가 지하 연습실에 아침에 받은 샌드위치와 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은우 형 덕분에 돈 진짜 많이 굳었어요.”은우는 처음에 아이돌 그룹을 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이 시기가 아니면 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추후 솔로 활동 지원을 약속받아서 우선은 그룹으로 데뷔를 준비 중이었다.현재 기획사에서 준비 중인 5인조 그룹의 막내, 곤.올해로 고작 열여섯 살인 녀석은 데뷔를 향한 욕망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어떻게든 살아남아 아이돌로 성공하겠다는 집착이 어찌나 강한지, 처음 연습실에 들어왔을 땐 누구든 건드리기만 하면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처럼 공격성과 경계심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다.가난과 결핍 속에서 자란 녀석에게 연습실은 동료를 만나는 곳이 아니라 언제 칼을 꽂을지 모를 경쟁자들의 소굴이었으니까.그런 녀석의 뾰족한 가시를 단숨에 뽑아버린 건 거창한 조언이 아니었다.'먹을 것.'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오기로 버티며 눈을 번뜩이던 녀석.은우는 매일같이 시원한 커피와 두툼한 샌드위치를 쥐여주었다.'곤아, 굶으면서 연습하면 근육 다 빠져. 아직 성장기니까 더 먹어둬. 데뷔하기도 전에 쓰러질래?‘제 몫의 간식을 당연하다는 듯 툭 건네며 머리를 헝클어뜨리던 손길.생전 처음 받아보는 무조건적인 호의와 따뜻한 포만감 앞에서, 녀석의 맹수 같던 경계심은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그날 이후 곤은 은우에게만큼은 영혼까지 바칠 듯 절대충성을 맹세한 맹견이 되었다.평소에는 제 밥 챙겨주는 주인만 졸졸 따르는 순둥이 막내지만,음악이 흘러나오면 아이돌을 향한 집념으로 눈빛이 완전히 미친놈처럼 변해버리는 녀석이었다.“아, 곧 몸무게 재는 날인데…. 은우 형, 그만 좀 가져와요. 춤선 다 망가지겠네.”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남자가 들고 있던 수건으로 땀을 거칠게 닦아냈다.날카롭게 뻗은 턱선과 서늘한 눈매가 인상적인 냉미남, 팀의 메인 댄서이자 안무 디렉팅을 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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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흥, 그래도 내가 랩은 너보다 잘해.”두팔은 콧방귀를 뀌며 안 먹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에 쥐여진 치킨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입에 쑤셔 넣었다.두팔은 은우에게 열등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집안의 막강한 재력과 학벌까지 다 가졌지만, 신은 그에게 외모를 주지 않았다.한국에 오자마자 거액을 들여 성형부터 감행했고 나름대로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었다.그 모든 눈물겨운 노력이 은우의 얼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은우의 외모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다 퍼부어도 결코 살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하지만 챙겨주는 사람 면전에 대고 기어이 튀어나온 그 유치찬란한 견제를 보며, 지켜보던 멤버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와…… 진짜 그릇 크기 봐라. 간장 종지도 저것보단 넓겠다.” 지훈이 질색하며 혀를 끌끌 찼다.더블유 역시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두팔을 한심하게 꼬나보았다. “안무 동선 맞출 땐 발이나 질질 끌면서, 남 깎아내릴 땐 아주 비트가 전광석화네. 랩이라도 잘해야지, 춤까지 그 꼴인데 그것마저 못하면 이 팀에 왜 있냐?”“뭐, 뭐라고! 야, 너 말 다 했어?!” 두팔이 볼이 빵빵해진 채로 빽 소리를 질렀지만, 샌드위치를 씹느라 발음이 새어 나와 위압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 꼴을 가만히 응시하던 막내 곤의 손가락 마디에서 빠득, 하고 살벌한 소리가 났다. “두팔이 형. 은우 형이 준 거 도로 뱉어요. 목구멍으로 넘길 자격도 없으니까.” 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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