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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Author: 젠모
그가 팔을 차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티슈 몇 장을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그의 다정한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고, 고마워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티슈에는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차창을 닫았고, 차는 그렇게 출발해 멀어져 갔다.

오전 10시.

진명그룹.

진명그룹의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지키고 있었다.

한 달 이상 급여가 밀려있는 상태였지만, 진명그룹은 이래뵈도 A시의 유명한 브랜드 기업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인터넷에서 온갖 부정적인 소식이 떠돌아도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회사에 막대한 부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라면 진아연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일반 회사의 모습이 허상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부회장님과 함께 진아연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변호사는 진아연을 보자 "진 아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회장님의 부탁으로 유언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진아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는 서류 봉투에서 문서를 꺼내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다. "회장님 앞으로 총 부동산 6채에 해당하는 자료가 각각 여기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

진아연은 서류를 건네받아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회장님 앞으로 요트 3대가 있습니다." 다른 서류를 또한 그녀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상가 8곳, 차량 12대를 소유하고 계십니다."

진아연은 집안 재산에 관련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우선 그녀는 재산에 일절 관심이 없었다.

둘째, 그녀의 아버지 역시 그녀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변호사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유산 목록을 말했고, 그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나 부자였을 줄 몰랐다.

이렇게 고정 자산이 많은데 왜 자신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던 걸까?

"이 자산 이외에도 현재 이 회사의 경우도 회장님께서 최대 주주이십니다." 변호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회장님께서는 이 회사를 진 아가씨에게 상속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재 그룹은 적자 상태입니다."

진아연은 변호사에 물었다. "얼마 정도 적자가 났죠?"

부회장은 검지로 안경을 슬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현재 확인된 부채액만 대략 천오백억입니다. 만약 회사를 상속받게 되신다면 해당 부채액도 같이 상속됩니다. 또한 방금 말씀드린 유산 목록에 포함된 모든 자산은 우선적으로 부채를 갚기 위해 매각될수 있습니다."

진아연은 기가 막혔다.

천오백억이라니!

아버지 명의의 차와 집을 다 팔아도 천오백억을 갚기엔 부족했다!

"아연 씨, 상속 포기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빚도 갚지 않아도 됩니다." 부회장의 표정은 매우 씁쓸해 보였다. "하지만 한 번만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회장님의 한평생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이 회사가 파산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보실겁니까?"

"다른 가족인 왕은지와 진희연은 어떻게 되는 거죠?" 진아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사람들은 말도 마십시오! 회사가 이렇게 어려워진 건 왕 사모님의 책임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사모님의 동생분을 회사 재무팀 관리자로 앉히더니 그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회사 돈을 횡령했습니다. 어디로 숨었는지 지금 찾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 부회장님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아연 역시 이마에 손을 얹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역시... 아버지가 힘들게 일궈온 회사가 파산되는 건 원치 않아요. 하지만 제가 그 많은 돈을 어디서..."

"투자를 받는 거죠!" 부회장은 이어서 말했다. "회사 신제품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신제품으로 투자를 받아 출시 전까지만 버텨주기만 한다면 파산 위기는 넘길 수 있습니다."

진아연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 "투자는 어디서 받을 수 있죠? 그 큰돈을... 쉽사리 투자할 기업이 있을까요?"

부회장: "은행권이죠. 은행이 힘들다면 다른 투자처를 찾아볼 수밖에요. 일단 신제품으로 밀어붙여 보시죠. 안 되면 그때 다른 방도를 찾아보시죠. 어떠신가요?"

......

ST그룹.

빌딩 최고층 스카이 라운지에 있는 회장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유리 창문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했다.

높은 만큼 채광이 좋았다.

박시준의 등 뒤로 햇빛이 들어오며 그를 더욱더 비범해 보이게 만들었다.

그의 비서 조지운은 문서 하나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왔다.

"회장님, 진명그룹이 현재 확인되는 부채만 해도 대략 천오백억 가량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진명그룹 회장님의 부인과 딸은 오늘 아침 비행기로 출국한 상태입니다. 아마도 진명그룹 부채 및 횡령 관련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곳에 남아계시는 진아연 씨께서는 진명그룹 상속을 포기하실 듯합니다. 천문학적인 부채액을 진아연 씨께서 혼자 감당하기에는 어려울 겁니다."

조지운은 알아낸 것들을 말했다.

박시준이 진명그룹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고 진명그룹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운아! 우리 내기할까! " ST그룹의 재무책임자 성빈이 가늘게 눈을 뜨며, 손에 든 커피잔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진아연이 돈을 빌리러 시준이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가 돈을 빌리러 오면 시준이는 그녀에게 돈을 빌려준다."

조지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용기가 있으실까요?"

성빈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말했다. "아, 어젯밤 넌 없었구나. 사람들 앞에서 47년 된 와인 한 병을 깨트렸어. 강진은 또 어제 크게 한 방 먹었고. 서류 상에 보이는 진아연은 온화하고 순할 거 같지만, 강진을 한 방 먹일 정도의 보통내기가 아니야."

"그럼 내기 콜?"

"내기 조건은 뭐죠?"

"만약 내가 틀린다면 한 달 동안 커피를 사지. 근데 네가 틀리면 여기 회장실 소속 직원들에게 한 달 동안 커피를 쏘는 거야. 어때?"

"OK."

......

그날 오후, 진아연은 주요 은행 몇 곳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황은 부회장이 말한 것처럼 쉽지 않았다.

1금융권의 대표 은행은 총 8곳이 있지만 그중 6곳에서 이미 대출을 받은 상태이다.

남은 두 곳은 대출이 어렵다고 답변을 받았다.

"아연 씨, 여기 신제품 소개서입니다. 분명 이번 제품 대박 날 거예요. 제가 따로 다른 두 곳 은행장에게 연락을 넣었더니 꽤 관심 있어 하더군요. 옷을 좀 갈아입으신 다음, 사업 이야기를 해보시죠."

부회장은 진아연에게 두꺼운 제품 소개 자료를 건넸다.

진아연: "근데 옷은 왜 갈아입죠? 그냥 이렇게 가면 안 되나요?"

부회장: "화장을 하지 않으시지 않았습니까. 너무 수수합니다. 사업상 만나는 자리에서 예의가 아니죠."

진아연: "... 그럼 제품 소개서부터 볼게요."

부회장: "알겠습니다. 그럼 은행장에게 연락 넣어 놓겠습니다. 약속 시간이 잡히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녁 6시.

조지운은 정보통을 통해 소식 하나를 듣게 됐다.

"성 대표님, 저희 둘 다 졌습니다." 그리고 조지운은 이어서 말했다 "진아연 씨, 진명그룹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점이 놀랍군요. 게다가... 지금 강진 은행장과 성남 기업 투자 은행장들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고 합니다."

성빈은 그 이야기를 듣자 실망했다. "그 여우 같은 그 두 은행장을 만난다고? 진아연 같은 아직 풋내기가?! 아직 대학도 졸업 안 한 풋내기한텐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아니. 대체 왜 박시준을 찾아갈 생각을 안 하는 거지? 뭐가 어찌 되었든 대외적으로 시준이가 남편인데. 그 약삭빠른 두 늙은 은행장들보다 훨씬 낫지 않아?"

조지운은 성빈이 말하는 사이 슬쩍 박시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음,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뭐가 되었든 성빈의 말대로 대외적으로 진아연은 그의 아내였다.

근데 그녀가 오늘 밤 두 은행장을 만난다는 정보가 분명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텐데 박시준의 체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인 것이다.

조지운은 그가 자신의 상사가 불륜 현장을 덮치는 상상을 하니 숨이 막혀왔다.

박시준의 성격이라면 진아연이 정말 불륜이라도 저지를 경우, 처절하게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

"회장님, 제가 진 아가씨에게 전화라도 해서 귀띔하는 게 어떨까요?" 조지운은 잠시 고민하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박시준은 주먹을 세게 쥐고 있느라 뼈마디가 다 보일 정도였다.

"연락하지 마!"

그는 그녀가 어디까지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경거망동하게 행동할지 확인하고 싶었다.

성빈은 기침소리를 내며 말했다. "크흠, 우리 오늘 술 마시러 갈가? 내가 쏠게!"

박시준은 뭔가 우울해 보였고 컴퓨터 화면을 끈 다음, 휠체어를 움직였다.

경호원은 바로 옆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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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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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돈도 많은데 집에서 죽어간 진아연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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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이런 사람이 병원에도 안 가고 집에서 죽어갔다는 스토리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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