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으...?”
느릿하게 눈꺼풀이 떠오르고, 제일 먼저 보인 건 새파란 하늘이었다.
솔직히 제주도인 줄 알았다.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었나 보다.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기 전까진 말이다.
“타나..! 너 미쳤어? 진짜 말라토 기둥에서 잠이 든 거야?”
눈이 크게 떠질 정도로 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목소리처럼 얼굴도 예뻤다.
커다란 눈에 긴 속눈썹, 애굣살 아래에 콕 박힌 작고 까만 점마저 매력적인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잘 빚어진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은 질투가 날 정도.
근데, 차림새는 영 이상했다.
핑크색과 연두색,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는 천은 바람에 날려 하늘거렸고 곳곳에 장식된 진주들은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는 게, 어딘가 선계의 무희를 떠올리게 하는 차림새랄까.
문제는 어깨와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정도로 걸쳐졌다는 것.
음, 비유하자면... 딱 이거였다.
야한 선녀..! 예쁘고도 농염한, 야시꾸리한 선녀.
아직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미주는 커다란 나무 기둥 위에서 상체를 일으켜 그 여자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누, 누구....”
“하, 얘가 잠이 덜 깼나 보네. 그래도 말라토 기둥은 절대 안 돼! 불행을 몰고 온다고 누누이 얘기했잖아.”여자는 경고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내뱉더니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것도 평범하게 걸어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뭐야..? 설마 순간 이동이야..? 아니, 말라토가 뭘 어쨌다고?”
순간 제주도에서의 사고가 머릿속을 스쳤다.
역시나 죽은 건가? 그럼 이곳은... 말로만 듣던 천국이고?
맞네. 아픈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게 확실하네. 내 인생은 첫 번째 여행지에서 산산조각 난 거야.
그럼.. 방금 봤던 여자는 혹시... 천사? 근데 무슨 천사가 저렇게 야해?
그리고,
“왜 이렇게 몸이 가벼워?”
자연스레 고개를 내린 순간, 미주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X자로 교차해 상체를 가렸다.
젠장. 천국이고 나발이고, 자신이 걸치고 있는 옷도 평범하지 않았다.
선녀같던 여자의 옷차림과는 거리가 먼, 칙칙한 하늘색의 원피스.
가슴 골이 스퀘어로 심각하게 파인 걸로도 모자라 브래지어 따윈 없다는 걸 증명하듯 민망스러운 돌기 두 개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칼 단발이었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와 신비로운 갈색빛을 띄었다.
잡아당겨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게 자신의 머리카락이란걸.
‘대체 여기가 어디인 거냐고...!’
주위를 둘러볼수록 혼란스러움만 가중될 뿐이었다.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들부터가 요상스럽기 그지없었다.
노란색 잎사귀야 그렇다 쳐도, 보라색, 하늘색 잎사귀가 말이야 방귀야? 무슨 판타지 드라마 세트장도 아니고.
곳곳에 놓인 바위들에선 반짝반짝 윤이 났고, 주변에 피어난 꽃들 역시 태어나 처음 보는 모양, 색, 빛깔이었다.
이건 뭐, 그림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꿈의 동산 같달까.
미주는 나무 기둥에 앉아 서지도 눕지도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서질 않았다.
“타나..! 타나!”
잠깐만. 타나?
맞아, 아까 그 요상한 여자도 나를 향해 타나라고 불렀었지.
이제야 몸을 일으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 앞에 보이는 건물들은 고요한 사원 같았고 어떤 건물은 하늘 높이 솟아 있기도, 또 다른 건물은 단층을 이룬 모습이 꽤나 이질적이었다.
“타나!”
새하얀 대리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가 다가와 팔짱을 끼며 눈을 치켜떴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왜 엄한 사람을 째려보고 난리람.
“너무한 거 아니야?”
“저.. 저요?” “얘가 왜 이래? 아무리 세쟈르 공주님이 예뻐한대도, 농땡이는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네..? 지금 너무한 게 누구신데요.. 세쟈르 공주님은 또 누구고요...
공주라는 직급이 우스웠지만, 동시에 머리가 지끈거려 두통이 몰려올 지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도, 코끝에 풍기는 음식 냄새도, 제 앞에서 눈을 부라리는 정체 모를 여자의 목소리도. 모든 게 또렷한데. 또렷해서 더 미치겠는데.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그리고 자신이 왜 타나인지 알 턱이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 설명 좀 해 주세요. 제발요...!’
손을 뻗어 골짜기를 쓸어내리자, 타나가 온몸을 튕겨대며 목소리를 높였다.“잠, 잠시, 읏, 아앙, 잠시만..!”왜 또? 이번엔 또 뭔데. 진주알을 뭉근하게 문지르며 눈을 맞췄다. “뭐.”“못, 못 씻었어요. 지금 땀, 땀 범벅.. 하.. 으응..”웃기는 여자다. 오히려 샤워를 하면 이 달큰한 향이 사라질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씻겠다는 말이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됐어.”“더러... 워요..! 아흐응..!”어디가? 무엇이? 왜?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손놀림을 이어가는 칼데론. 타나는 그런 칼테론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목을 뒤로 꺾었다.온종일 무화과를 따느라 씻지도 못했는데. 이러다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씻, 씻고, 씻.. 하아응.. 하..!”“그 입 좀 다물지.”분명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은 좋아 죽겠다는데, 지금 와서 멈추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적당히 젖어야지 이 여자야.지금 네 아랫도리는 물기가 흘러넘쳐 이미 내 손가락을 오물오물 씹어 먹고 있잖아. “앗, 아응, 아아앙, 구운... 주..... 하앙...”손가락이 만들어낸 질척이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귓가를 때렸다.어느새 질 안으로 파고든 손가락은 말과는 다르게 부드럽게 움직였다. 처음 겪어보는 생경한 이물감이었다. 아프면서도 불편하고, 또 동시에 간지럽고. 조금 더 깊숙이 찔러댈 때면, 타나의 입에서는 더욱더 아찔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아흐응..! 하, 하읏....”너무도 귀여운 인간이다.고작 손가락 하나에 단물을 줄줄 흘리며 허리를 자꾸만 들어 올리고. 딱 봐도 처음인 것 같은데 남은 시간은 어떻게 버티려고. 손가락 하나를 더 밀어 넣은 건, 곧 삽입될 성기의 크기를 알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 으응! 군주님, 군주님...!”흐릿해진 시야 너머, 그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온몸을 간지럽히는 광경을 마주했다.손가락 두 개가 휘젓는 감각도 미치겠는데, 또다시 젖꼭지를 혀로
칼데론은 타나를 다정하게 침대까지 이끌면서도, 잠시도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허리를 팔 전체로 휘감았다. 검은 실크로 뒤덮인 침대가 출렁거렸다. 꼭 그 안에 투명한 물이 가득 들어찬 것처럼. “저, 저.. 잠, 잠깐만요..”“보필을 통 하질 않아서.”그는 이미 마음을 먹어버렸다. 어젯밤에도 정화실에서 모습을 숨긴 채 목욕을 하는 타나의 모습을 훔쳐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매일 밤 이러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자존심이 상해 미치겠다고. 어차피 나의 표식이 새겨진 나의 것. 물론 자의는 아니었지만 이미 내 것이라면? 굳이 훔쳐볼 이유도 없지 않은가? 검은 셔츠와 바지, 다리 갑옷이 차례로 몸을 벗어났다.팬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나신이 타나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장신이란 건 진작에 알았지만, 벗은 몸은 처음 보는데. 꼭 잘 빚어놓은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아 숨이 잘 쉬어지질 않았다. 남자의 몸이 원래 이렇게 매혹적인가? 넓은 어깨, 두터운 팔 근육과 선명한 복근까지.게다가.... 저... 저... 말도 안 되는 크기로 바짝 서오른 성기는 또 뭐고..? 알 수 없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절반씩 몰려왔다. 부끄러움이라곤 없이 떡하니 서있는 모습은 침이 꼴깍 넘어갈 정도로 아름다운데, 문제는 성기였다.마족이라 그런 건지, 커다란 등치엔 오히려 저게 맞는 건지. 아니야, 지금은 몸매 따위를 감상할 때가 아니잖아. 옷은 왜 홀딱 벗는 건데.으아악..!성기가 눈 앞에서 꺼떡거렸다. 마치 들어갈 곳을 찾는다는 듯 투명한 쿠퍼액을 질질 흘리며. “군주님.. 옷... 옷은 왜...”“말이 많네. 짜증이 날 정도야.”그대로 입이 다물렸다. 분명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그의 붉은 눈동자에 담긴 욕망은, 욕정은, 갈증은... 더 이상 숨기려는 기색조차 없어 보였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타나의 얼굴 옆을 팔로 짚고는, 아무런 표정 없이 지그시 바라보다 입술을 포갰다.타나는 벌써부터 숨이 막혀와 허리를 비틀었다. 벗어나야 하는데,
타나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긴커녕 잠이 오질 않았다. 갑자기 사라져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는 칼데론. 씻고 나오니 이미 핏자국 하나 없이 말끔하게 정리된 침구들. 그리고, ‘몰틴을... 죽였어.’자신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몰틴이 눈앞에서 죽어버렸다. 평소의 타나였다면 이미 혼절하고도 남았을 일. 하지만 혼절은커녕 칼데론의 앞에서 아이처럼 울어대던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인 건가, 아니면... 나 때문에 정말 이곳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걸까..? 마음속은 복잡했지만, 몰틴은 용서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에도 강간범은 사람 취급 못 받는다고.물론.. 사형까진 아니지만 죽어도 마땅하지. 암. 죗값을 묻는 건 둠바스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근데 만약, 그 죗값을 물은 이의 사적인 감정이 더해진 거라면? 이상하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처럼 느껴져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들었다.오늘 같은 날은 그의 품에 안겨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며칠 뒤, 아무렇지 않게 무화과를 따는 타나의 표정이 밝았다.고된 인생을 살아와서 그런지, 몰틴의 일은 하루 이틀 앓고 나니 금세 잊혀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칼데론은 타나를 유난히 살갑게 챙겨주었다. 화를 내긴커녕, 요즘은 그가 피워준 불에 빵을 굽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갓 구운 빵이 그토록 맛있다는 걸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마지막 무화과 열매를 따서 담고는 나뭇잎을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신기해. 모양도 맛도 똑같은데 나뭇잎은 밤색이잖아.”바구니 한가득 채워진 싱싱한 열매를 보자 자꾸만 웃음이 났다.오늘도 잼을 만들 요량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길.무언가 허리를 감싸는 기운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바구니에선 수십 개의 무화과 열매가 굴러다녔다. ..?순식간에 공간이 바뀌었다. 칼데론의 침실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뀐 게 아니라 끌려온 것이다.“군주님..
몰틴은 잡아먹을 듯이 타나의 입술을 삼켰다. 두꺼운 혀가 거칠게 입안을 유린하고 입천장을 훑었다. 역겨웠다. 역겹고 무서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칼데론과 입을 맞출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이 와중에도 머릿속엔 온통 칼데론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우웁, 웁.. 우웅..!”무릎이 중심부를 짓누르며 자극하고,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삼켜지는 타액들은 끈적했다.완벽하게 제압당한 타나는 이내 무력감이 몰려와 발버둥을 멈췄다. 몰틴은 제 타액에 흠뻑 젖은 입술을 내려다보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숨을 삼켰다.두려움에 떠는 인간이 이토록 아름답던가. 코끝을 찌르는 향은 왜 자꾸만 짙어지는가.“평범한 인간일 리 없어, 넌... 요물이 분명해.”“아닙니다. 하아... 정말 아닙니다...”쫘아아악─!드레스 천이 무참하게 찢어지며 숨겨져 있던 새하얀 가슴이 쏟아지듯 넘실거렸다. 새삼 크게 벌어진 몰틴의 입술이 왼쪽 젖꼭지를 거칠게 머금었다.“꺄아아악..! 하, 하지마아아..! 흐아아아아...!”가슴을 빨리는 건 태어나 처음인데, 사내의 혀가 이토록 집요하게 돌기를 굴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무릎이 비벼대는 아랫도리는 수치스러울 만큼 젖어들어, 허리를 비틀며 안간힘썼다. “제발요, 제발요 몰틴님.. 하...”몰틴의 고개가 스르륵 아래로 향하려던 그때, 푹-!“윽.. 으윽....”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표정과 함께 타나의 얼굴에 검은 피가 튀었다.동시에 몰틴의 등 뒤로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가 서늘하게 일렁였다. 칼데론이 표정 없이 서서는, 그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무언가를 찔러버린 것.“전리품이 유난히 날카롭더니.”툭. 목덜미에 흑룡의 송곳니가 깊게 박혀버린 몰틴은 힘없이 기울어져 침대 아래로 쓰러졌고, 타나는 두려움에 울먹거리며 이불로 몸을 감쌌다. “군, 군주님.. 흑..”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구하러 왔다는 안도감,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는 두려움, 그리고... 칼데론이 아닌, 하필 몰틴에게 이런 일을
시간이 흐를수록 타나는 둠바스라는 세상에 스며들었다. 칼데론이 유일하게 아끼는 인간, 이제는 심연의 기사단장인 로일드의 호위까지 받는다는 소문에 성 안의 모두가 타나를 귀히 여겼다. 시녀들은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건넸고, 기사들은 그녀가 지나갈 때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섰다.대부분의 뜻은 하나였다.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 그런 분위기 속에서 타나 또한 불편할리 없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눈치 보며 숨죽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단 한 명, 칼데론의 사도인 몰틴은 달랐다. 그는 빼어난 외모와는 달리 감정 따윈 없다는 듯 굴었다. 자꾸만 변해가는 성안의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종알거리며 군주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타나는 늘 눈엣가시이자 불필요한 변수일 뿐. 삼백 년 만에 귀환한 군주는 아르켈을 칠 궁리는커녕, 고작 게이트에 대한 보고나 받으며 타나의 곁을 맴돌고.그걸로도 모자라 가끔은 형체를 숨긴 채 정화실을 기웃거리고. 도대체 별 볼일 없는 인간의 몸을 왜 그렇게 숨어서 보는 거냐고.오늘은 평소와 다른 목적으로 타나의 방을 찾았다.일 년에 한번, 칼데론이 홀바인 산맥으로 흑룡 사냥을 떠나는 날이니까. 이건 기회다. 오늘처럼 성의 중심이 완전히 비는 시간이라면, 이 건방진 인간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타나 아가씨.”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던 타나가 눈웃음을 지었다.오늘따라 하늘을 뒤덮은 매캐한 연기가 조금은 걷힌 것 같아 상쾌한 기분에 자연스레 밝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 몰틴 님!”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 인간은 왜 두려워하지 않는가. 왜 이 성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들 사이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는가. “군주님께서는 사냥을 나가셨습니다.”“아, 알아요. 흑룡의 송곳니는 최고의 전리품이라지요.”무방비한 얼굴, 이미 알고 있다는 뉘앙스. 그게 더 불쾌했다. 그렇다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쉽게 통제 가능한 존재인지 제대로 깨닫게 해줄 시간.방문이 쾅!
절박한 외침에 로일드는 잠시 침묵했고, 칼데론은 두통이 몰려온다는 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인간은 생각보다 더 멍청하고 겁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죄송합니다. 제가 그 전갈입니다.”로일드의 고백에 타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네에에...?”“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그러니까 방금 전 그 전갈 괴물이 로일드 님이었다는 말이지?그동안 이곳에서 놀랄만한 일은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순간 이동, 벼락을 휘어잡는 손, 말하는 개구리 등등.그래도 전갈은 너무너무 무섭단 말이야. 잠깐만, 그럼 혹시 칼데론도 막 다른 걸로 변신하고 그러나?“그...”“말씀하십시오.”“두 분 다... 변신술이 가능한 거예요?”칼데론과 로일드가 눈을 맞췄다. 그러더니 형태가 무너지듯 일그러지며 존재 자체가 재배열되듯 뒤바뀌었다. ?거대한 표범 두 마리가 침대 위에 앞발을 턱! 올렸다.매서운 눈동자, 침대를 뚫어버릴 듯한 기다란 발톱까지. “아...”픽.또다시 정신을 잃은 타나의 모습에 표범 두 마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귀엽지 않은가 보군.”“취향이 까다로운 인간이네요.”침실 안에는 기절한 인간 하나와 반성 없는 표범 두 마리만 남아 있었다. 칼데론은 오랜만에 변신한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방안을 느릿하게 거닐었고, 로일드는 풍성한 꼬리를 치켜세우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타나가 몸을 뒤척였다.둘의 귀가 쫑긋 서올랐고 이내 같은 곳을 응시하며 숨을 숙였다.흐릿하게 떠오르는 눈꺼풀, 거대한 털 뭉치 두 개가 다시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번엔 다행히 기절하지 않았다.대신, 현실적인 결론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저 진짜.. 여기서 못 살겠어요...!”생각지도 못한 말에 로일드가 한숨을 내쉬었다.칼데론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표범뿐인가? 훨씬 더 위험하고 흉흉한 형태도 가능하지만, 나름 귀여운 동물로 배려했거늘. “이 또한 익숙해져.”말하는 표범은 여전히 놀라웠지만, 빤히 보고 있자니 좀 맹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