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발칙한 제자해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눈앞에 드러난 공간은 기억 속 체육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아니, 닮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현실과 복제본을 나란히 세워둔다 해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천장에 길게 늘어진 형광등, 벽면에 걸린 퇴색한 교기, 한쪽에 접혀 쌓인 매트. 심지어 코끝을 스치는 묵은 먼지 냄새까지 그대로였다.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 걸어보았다. 학창 시절, 체육관 나무 바닥을 거닐던 그 감각이었다.‘와 씨, 이게 진짜 가상현실이라고?’손등을 쓰다듬고 볼도 꼬집어봤다.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이토록 생생한데, 이미 가상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었다.‘이건 다 가짜야. 난 지금.. 고성능 VR을 체험 중일뿐이라고.’시선을 내리자마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1 여름방학. 그 시절 자주도 입고 다니던 옷차림이 그대로. 크림색 A라인 미니 원피스, 허벅지를 스치듯 가볍게 퍼지는 얇은 원,. 발등을 감싸는 커다란 리본 장식 슬리퍼까지.원피스 자락을 매만지자, 부드러운 섬유의 질감이 부드럽게 감겼다. 살결을 따라 스치는 촉감, 공기를 머금은 얇은 천의 가벼움까지 생생했다. 그 순간,“해인아.”너무도 그리웠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8년 만에 마주한 동석 쌤. 그레이 빛 반팔 T 셔츠, 같은 톤의 트레이닝팬츠, 하얀 운동화, 여름 햇살을 받아 까무잡잡한 피부에 무심한 듯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매.상황은 고1이지만, 지금의 정신은 온전한 스물다섯이다. 어른이 된 시선으로 바라보니 모든 게 또렷했다. 그때 왜 그렇게 애가 탔는지, 왜 그렇게 시선을 피했었는지.‘지금 봐도 멋있네.’동석이 해인을 향해 다가왔다. 체육관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이 그의 어깨선을 스쳤다.“해인아?” “쌤! 오랜만이에요!”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반가움과 들뜸이 섞인 딱 그 시절의 톤. 동석이 피식 웃었다.“방학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래도요. 일주일이면 엄청 긴 거죠.”둘 사이의 거리가 눈에 띄게 좁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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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첫 번째 시나리오[온해인 님은 지금, 아바타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너는 너무 노골적이야.”[익숙해지셔야 합니다. 당신은 늘 저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늘?”[네, 그렇습니다. 현재 온해인 님의 아바타에는 가장 중요한 설정이 남아있습니다.]“뭐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지금부터 음부 설정 창으로 전환됩니다.]화면 구성이 단숨에 바뀌었다. 음부 중심이 확대되며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젠장, 뭐가 이렇게 민망하냐고. 현실에선 거울로도 이렇게 들여다본 적이 없는데. 적나라한 모습에 손끝이 잠시 망설였지만, 색상부터 설정했다. 젖꼭지와 같은 여리여리한 핑크 톤. 슬라이더를 움직일수록 화면 속 살결이 부드럽게 물들었다. I자로 꼭 닫힌 질구는 크기를 조금 더 줄였다. 즉각 경고 창이 떠올랐다.[온해인 님의 질 입구는 크기는 현재도 평균 이하입니다. 추가 축소 시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멈칫, 욕심이 좀 과했나? 크기는 더 이상 줄이지 않되, 소음순 모양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윤곽선이 부드럽게 정리되고 나니 처음으로 자신의 음부가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었다.그러다 클리토리스에서 또 한 번 멈칫. 왜 이렇게 안쪽에 숨어 있는 모양인 거지? 크기를 확대하자 전반적인 실루엣이 작은 w모양을 그렸다. 이상하게 만족감이 몰려왔다.“다 된 것 같은데?”[민감도 설정이 남았습니다. 민감도는 유두와 음부가 동일하게 설정됩니다. 10~90 사이로 설정해 주세요.]민감도? 나름 실험인데 이왕이면 잘 느끼는 게 좋지 않겠어? 주저 없이 90에 맞추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경고 창이 떠올랐다.[현재 온해인 님의 데이터 기록상, 권장 수치는 50입니다.]“왜?”[과도한 민감도는 자극 과부하 및 통증 전환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감각 동기화 환경에서는 체감 강도가 현실 대비 증폭됩니다.]흠, 그래도 50이라니. 그건 너무 무난하지 않나. 아바타는 이렇게 다듬어 놓고, 가장 중요한 민감도를 평균치에 두긴 싫었다. 수치를 70에 맞추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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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커스터마이징어제와 달리 캡슐 안쪽은 의외로 따뜻했다. 살을 감싸는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게 맞춰진 것 같았다. “심호흡해.”역시나 재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해인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희뿌연 연기와 함께 등 쪽이 약간 따끔하더니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졌다. “마이크로 로봇 투입.”이후부턴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더 이상 아프지도 따갑지도 않았지만 이미 혈관과 신경을 타고 수많은 마이크로 로봇들이 흐르고 있었다. 해인은 그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의 젖은 운동장 냄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파문처럼 스쳤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시끄러운 복도, 처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자각했던 순간, 설렘에 잠들지 못했던 기억. 부끄러움, 기대, 실망. 꿈이라 느끼는 모든 감정이 통째로 추출되고 있었다.언젠가 이불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알아가던 밤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심장 박동, 귀 끝까지 달아오르던 열기, 숨을 참으며 느꼈던 낯선 쾌감은 물론 망설임과 죄책감도 스쳤다.마지막 장면은 백재원의 모습이었다. 침대 위, 매서운 눈매로 자신을 옭아매던 순간들이 짜릿하게 되살아났다. 첫 경험.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아...”캡슐 안, 해인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몸은 마취되어 움직이지 않았지만 꿈만큼은 이상하게 선명했다.모니터에 그래프가 급격하게 요동쳤다. 감정 반응 수치 상승, 쾌감 회로 활성화, 기억 밀도 최고치. 재원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꽤나 짜릿했나 보네. 온해인.”마이크로 로봇이 해마의 시냅스를 스캔하며 해인의 기억들을 데이터화했다. 그건 단순한 영상 복제가 아니었다. 이미지, 감각, 체온, 심박, 호르몬 분비 패턴까지. 해인이 느꼈던 강도가 그대로 추출되었다. “OK, 장치 세팅.”케이블이 온몸을 휘감으며 가운이 벌어졌다. 케이블 선단은 오늘도 액체를 뿜어냈지만, 어제처럼 끈적함과 다른, 부드럽고 밀도 있는 크림 제형. 물론 해인은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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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임상계약서“지금 이 기분 똑똑히 기억해. 이곳에선 매일 느끼고 즐길 수 있으니까.”“아.. 아아.. 하앙, 앙!” 난폭하기 그지없는 피스톤에 자궁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해인의 입에서는 날것 없는 교성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임상이고 뭐고, 오직 제 위에서 허덕이는 수컷, 야생마 같은 백재원의 몸짓에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을 뿐. “아, 안 돼.. 오빠.. 나 너무 이상해...”질벽이 쫀득하게 수축하며 좆기둥을 쥐어짜기 시작하자 재원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커다란 육봉을 머금은 채 활처럼 휜 허리, 새하얗고 탐스러운 몸매. 온해인이 내 침대 위에서 울부짖고 있다니. 재원은 자궁구에 귀두를 딱 붙이곤 뜨거운 욕망을 쏟아냈다. 끈적하고 뜨거운 정액이 자궁안을 가득 채우는 그 감각에 해인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절규했다.“하아악...! 뜨거워 오빠..!”“내일 아침엔 사후 피임약이 처방될 거야.”“하.. 하아아...”“그러니까, 이대로 끝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해인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재원을 올려다봤다. 그 섬뜩한 표정을 본 순간 알아 버렸다. 오늘 밤은 꽤 길다는걸,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걸.재원은 차분하게 손을 뻗어 검은 가죽끈 하나를 집어 들고는, 해인의 손목을 꽁꽁 묶어버렸다. 배 위에 올려진 손목 아래, 가느다란 손가락이 꿈틀거렸다.“오.. 오빠..”“맛있어. 맛있어서 재울 수가 없을 정도야.” 왼쪽 발목이 붙잡혀 그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멈춰있던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안쪽에 고여있던 정액이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아앙.. 아..!”해인 역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쾌락에 굴복한 듯 이성 따윈 불태운지 오래였으니까.하도 빨려 붉어진 젖꼭지는 또다시 그의 입속에 삼켜졌고, 해인이 정신이 나가버린 듯 허리를 비틀고 헐떡이는 반응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여전히 뜨거운 온해인의 구멍은 쫄깃했다. 좆기둥이 넘나들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울려 퍼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해인의 허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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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오빠가 해줘“거짓말을.. 했네?”푸른빛으로 일렁이던 캡슐 조명은 어느새 붉은 경고 빛으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몸은 솔직했다. 말로는 감출 수 있었어도 신경 신호는 거짓을 모른다. 그래프는 적나라했고 반응 파형은 경험이 없는 신체의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모든 케이블이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처구니는 물론 화가 났던 것도 잠시, 해인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 처녀라는 사실 하나가 모든 걸 망쳐버렸다니. 이대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니.“미.. 미안해...”투명 덮개가 열리고 속박 장치도 전부 풀렸지만 해인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흐트러진 가운 자락 사이로 가슴이 가쁘게 오르내렸다. 부끄러움과 안도, 그리고 알 수 없는 서운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안 들킬 줄 알았어?”“조건에 안 맞으면 탈락이라며..”“응, 넌 이번 임상에 참여할 수 없어.”해인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축축한 가운으로 온몸을 가리곤 눈물을 글썽거렸다.“오빠.. 나 이거 해야 돼. 하고 싶어.”“씻고 나와. 데려다줄게.”“오빠..!”냉기만을 뿜어대는 재원의 태도에 해인은 터벅터벅 탈의실로 향해 샤워를 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임상에 참여하지 못해서? 아니면 찌질했던 백재원이 날 여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서?샤워기 아래에서 어깨를 움켜쥐었다. 끈적한 젤을 씻어내는 물이 차라리 데일 듯 뜨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해인은 검사실 안에 서 있는 재원을 마주했다. 모니터 불빛이 그의 얼굴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순간이 쪽팔려 죽겠는데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가자.”“오빠.”“응.”“경험이 없으면 왜 안 되는 건데?”“실험은 기억을 기반으로 설정한 상황을 끝도 없이 구현해. 경험이 없으면 공허한 시뮬레이션이 돼버리잖아."해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기억이든 구현이든 시뮬레이션이든 모르겠다. 난, 무조건 천만 원을 벌어야겠다.“그럼.. 오빠가 해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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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에로스피어“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직서를 제출했다. 1년 4개월을 다닌 중소기업. 아니, 좆소기업. 비전도 없는 주제에 요구사항은 왜 이리도 많은지, 책상에 앉아 훈수질만 해대는 꼰대들의 집합소와 다름없었고 그 덕분에 주저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편의점 앞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2캔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청승을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을 삭히기 위해서. 이러지 않으면 오늘 밤은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서.밤 9시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해인.”오피스텔 앞에 다다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노란 가로등 불빛에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재원 오빠?”“알아보네.”백재원. 고등학생 시절,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 오빠. 살갑게 굴며 잘해주긴 했지만, 늘 커다란 안경에 찌질하기 그지없던 자식이 왜 이렇게 멋있어졌지? 풍기는 분위기는 또 왜 이래?안경은 사라졌고 날카롭게 정돈된 턱 선과 단단하게 각 잡힌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셔츠 위로 드러난 체형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더는 헐렁한 후드티 속에 어설프게 숨어 있던 몸이 아닌, 스스로를 지독하게 관리해 온 듯한 남자의 선이었다. 성공했다더니, 역시나 돈이 최고구나.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기도 하는구나.“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그냥, 생각나서.”“아니! 집 주소 말이야.”“그것도 모를까 봐?”둘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눅눅해졌다. 그의 시선이 해인을 훑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카락, 술에 젖은 숨결까지 전부 들켜버린 기분.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피스텔로 이사 온 게 몇 년 전인데, 설마 넘쳐나는 돈으로 뒷조사라도 한 건가. “왜 온 건데.”재원은 한쪽 입꼬리를 느릿하게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매끈한 재질, 묵직한 활자.- Erosphere / 연구소장 / 백재원“에로스피어, 알아. 기사에서 봤어.”“퇴사했다며.”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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