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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부서질 시간, 거꾸로 뒤집힌 세계]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3 11:05:00

도윤은 계속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날 현수와 스트레스나 풀고 싶은데. 그녀는 오늘 또 사라지고 없었다. 

지친 보컬 레슨을 겨우 마치고 잠깐 한가해진 틈을 타, 그는 프라이빗 숙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닫히려던 문 사이에 손이 들어오더니 낯익은 인물이 올라탔다. 서정민이었다.

“쳇, 오늘 재수 없네.”

서정민의 입에서 흘러나온 흉흉한 소리를 듣던 도윤은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거칠게 누르며 쏘아붙였다.

“헤어진 전 남친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이 마녀.”

도윤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서정민은 피식 웃으며 비꼬듯 말을 덧붙였다.

“예쁜 쓰레기님아, 그 악녀랑은 친하게 안 지내는 게 좋을 텐데. 끝이 안 좋을 거야.”

“현수 씨 욕하지 마. 재수는 누가 없는데, 진짜.”

도윤이 가시 돋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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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MH 엔터테인먼트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현수는 건물을 빠져나온 태하가 자신의 검은색 SUV에 올라타 도로로 나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다.원래는 우연이라고 인사라도 하고 차라도 한 잔 할까 생각을 하던 차였는데.그 직후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현수는 온몸의 피가 마르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거대한 버스가 도로를 덮치며 태하의 차량을 그대로 박아 버린 것이다.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차체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뒤집히는 모습에, 곡을 받아 가려던 현수의 계획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현수는 다리가 풀려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어떡해! 태하 님!”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이 벌벌 떨렸다. 혹시나 차에서 불길이 치솟거나 2차 폭발이라도 일어나 자신에게 파편이 튈까 봐 겁이 난 현수는 얼른 눈에 띄는 근처 건물 안으로 기어 들어가듯 피했다.유리문 뒤로 숨어 숨을 죽인 채 밖을 내다보았지만, 휴대폰을 쥔 손만 덜덜 떨릴 뿐 119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무섭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바로 그때, 연기가 자욱한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한 여자의 형체가 현수의 눈에 들어왔다.“뭐야? 저 여자…… 그 재수 없는 년이잖아?”현수는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매캐한 화염 속으로 들어가는 경신을 보며 비웃음을 날리려던 순간이었다.이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현수는 경악에 입을 벌리고야 말았다.“미쳤나 봐!”경신이 곧 폭발할지도 모르는 차에 다가가고 있었다.지금이라도 이곳에서 나가 태하를 도와야 하는데.이 참혹한 현장에서 그저 자신은 발을 빼고 싶었기에 현수는 건물 안 유리문 앞에서 그냥 머물렀다.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장면만 구경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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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윤은 계속 머리가 지끈거렸다.이런 날 현수와 스트레스나 풀고 싶은데. 그녀는 오늘 또 사라지고 없었다.지친 보컬 레슨을 겨우 마치고 잠깐 한가해진 틈을 타, 그는 프라이빗 숙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하지만 닫히려던 문 사이에 손이 들어오더니 낯익은 인물이 올라탔다. 서정민이었다.“쳇, 오늘 재수 없네.”서정민의 입에서 흘러나온 흉흉한 소리를 듣던 도윤은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거칠게 누르며 쏘아붙였다.“헤어진 전 남친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이 마녀.”도윤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서정민은 피식 웃으며 비꼬듯 말을 덧붙였다.“예쁜 쓰레기님아, 그 악녀랑은 친하게 안 지내는 게 좋을 텐데. 끝이 안 좋을 거야.” “현수 씨 욕하지 마. 재수는 누가 없는데, 진짜.”도윤이 가시 돋친 말투로 받아치던 그때, 엘리베이터 내부 모니터에서 화려한 자막과 함께 반가운 뉴스가 흘러나왔다.[질주하는 ‘에스트렐라’, 그 비밀은 바로 띵곡에 있다!]귀를 파고드는 아찔한 멜로디와 더불어 화면 속 멤버들의 눈부신 모습을 보자 도윤은 속이 뒤틀렸다.자신이 히트한 곡 중 그 어떤 것도 서정민이 작곡한 건 하나 없었다.입술을 삐죽거리며 서정민을 향해 말을 덧붙였다.“제발 좋은 곡이나 좀 써. 띵곡 하나 없는 10년 차 작곡가님!”말을 마친 도윤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아무거나 눌러 버렸다.더는 같이 있기 싫어 문이 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훽 내려버렸다.“뭐! 정말 나랑 싸우자는 거야?” “아니, 싸우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거야. 잘 가, 마녀!”그는 서정민의 목소리는 더 듣기 싫어 바로 몸을 돌렸다.복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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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를 품고 도망친 그녀   #21. [중력에 이끌리듯 운명도...]

    벌써 3월 4주 차 금요일이었다.S대 학생생활관 한편, 여학생 기숙사의 아침은 오늘도 여지없었다. 2월 말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 온 이 어수선한 풍경은 이제 완벽한 일상이 되어버렸다.“보살님!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아, 나 정말 미치겠어!”오늘도 경신은 격렬한 이불킥에 여념이 없었다. 죄 없는 이불에 화풀이하는 경신을 향해 화야가 따끔한 일침을 날리며 아침을 열었다.“임산부가 아침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계속되는 모닝 이불킥은 폐 건강에 해롭다고요. 먼지 날리잖아요!” “미안해, 화야. 근데 정말 미칠 것 같아. 나 어떡하면 좋니?” “뭘 어떡해요. 그냥 MH 엔터에 가서 두고 온 물건들 찾아오면 끝날 일인데!”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악수까지 하면서 ‘바이 바이’ 하고 쿨하게 돌아섰는데······ 이제 와서 다시 가라고? 그 민망함은 온전히 내 몫이잖아. 그냥 새로 살까? 아님 없는 대로 살까?” “그 말만 벌써 일주일째거든요? 지겹지도 않아요? 가서 찾아오는 게 정답이에요!”경신도 알고 있었다. 화야는 언제나 옳다는 것을.지난주, 소강당에서 쓰러지며 안경을 두고 온 것은 물론 핸드폰까지 떨어뜨린 게 분명했다.다시 사면 그만이겠지만, 멀쩡한 돈을 길바닥에 버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 핸드폰엔 고작 한 달 남짓이지만 그녀의 새로운 인생사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저장된 인연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포기하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하지만 문제는 그곳을 다시 제 발로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인연을 끊으려 작정했는데, 물건 때문에 다시 엮이러 가다니.“그냥 다녀오세요.” “휴······ 화야.” “사실, 가고 싶잖아요?”화야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경신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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