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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하얀 뭉치
아침 정서연이 군용 지프를 타고 떠날 때, 배시현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머니, 서연이가 정말 달걀말이를 좋아해요?"

배시현은 달걀을 풀면서 대수롭지 않게 투덜거렸다.

"너무 평범하잖아요. 환자식으로 가져가기에도 초라한데... 서연이가 좋아하는 다른 음식은 없어요? 손이 좀 많이 가는 거로요. 안 그러면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티가 안 나잖아요."

"사모님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셔서 고기는 잘 안 드시고 채소 반찬을 즐겨 드세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생선과 새우는 좋아하시니 도련님께서 새우 달걀볶음이랑 맑은 생선국을 만들어 보세요. 마침 다리도 다치셨으니 영양 보충에도 좋을 거예요."

배시현은 좋은 생각이라며 곧바로 직원들에게 재료를 준비시켰다.

주방에서 두 시간이나 씨름한 끝에 반찬 세 가지와 국 한 가지를 완성해 조심스럽게 보온 용기에 담은 뒤 병원으로 향했다.

돌이켜 보면 정서연을 위해 직접 환자식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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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21화

    정서연은 군용 지프를 타고 떠날 때 병원에서 신유라와 나눈 대화의 녹취 파일을 인터넷에 올렸다.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정서연의 SNS 계정에는 팔로워가 많지 않았고 돈을 들여 홍보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절묘하게도 배채원이 정서연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다.배채원은 신유라를 뼛속 깊이 증오했다.직접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마침내 신유라의 약점을 찾아냈으니 쉽게 놓칠 리 없었다.배채원은 거액을 들여 그 녹취 파일을 온 인터넷에 퍼뜨렸다.녹취 파일은 순식간에 화제가 되어 하룻밤 만에 재생 수가 수천만 회로 치솟았다.그때 배시현이 알아차렸다면 돈으로 여론을 잠재울 수도 있었다.하지만 정서연을 찾는 데 정신이 팔려 인터넷 소식을 전혀 보지 않았다.녹취 파일은 갈수록 더 널리 퍼져 재생 수가 수억 회에 이르렀고 백산그룹 주가까지 흔들렸다.배시현의 할아버지는 격노해 온갖 곳에서 그를 찾았지만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다.당시 배시현은 군용 지프를 타고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결국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 강경한 수단으로 인터넷에 퍼진 배씨 집안의 부정적인 기사를 모조리 지웠다.하지만 '배시현이 불륜녀 때문에 친아들을 죽였다'는 소문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퍼진 뒤였다.이 지경이 되자 할아버지도 더는 배시현을 감쌀 수 없었다."배시현, 신유라 같은 어리석은 여자가 언젠가 너를 파멸시킬 거라고 진작 경고했다. 그런데도 넌 듣지 않았지."할아버지가 차갑게 말했다."이제 그 여자가 퍼뜨린 거짓말 때문에 네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백산그룹이 어떤 입장문을 내도 대중은 믿지 않을 거다.""그룹의 명예를 지키려면 네 대표이사직을 해임할 수밖에 없다. 오늘부터 백산그룹은 네 동생 배지후가 이어받는다. 넌 앞으로 뒤에서 지원하는 일만 맡아."배시현은 미쳐 버릴 것 같았다.신유라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는데도 그녀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뒤통수를 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번 배신으로 배시현은 정말 모든 것을 잃었다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20화

    할 말은 모두 끝났다.정서연은 배시현과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어 단호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배시현, 결혼한 오 년 동안 나는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다했어. 너한테 빚진 건 없어.""그러니까 이제 떠나. 이번 생에는 두 번 다시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배시현은 이제 자신에게 정서연의 용서를 구할 자격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평생 사랑한 사람은 둘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작은 바보 신유라였고, 다른 하나는 정서연이었다.상상 속의 작은 바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정서연은 실제로 존재했다.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서연아, 이러면 네가 나를 미워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이제 다른 방법이 없어. 미워하고 싶으면 마음껏 미워해."배시현이 이를 악물었다."너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네 미움도 견딜게."말을 마친 배시현은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 한 장을 정서연에게 보여 주었다.사진을 본 순간 정서연은 그대로 굳었다.서우의 묘비를 찍은 사진이었다.정서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배시현이 불쑥 다가왔다.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서연아, 사흘 줄게. 상부에 우주 엘리베이터 사업에서 빠지겠다고 신청해. 안 그러면 서우의 묘비를 부숴서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할 거야!"정서연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뜨고 소리쳤다."배시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서우는 네 친아들이야!""사람이기를 포기해서라도 널 되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게."배시현이 씁쓸하게 웃었다."서연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네가 없으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아."말을 마친 그는 정서연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미소 지으며 놓아주었다."단장님, 기지 견학을 마쳤으니 이제 보내 주십시오."배시현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은 돈도 약속한 날짜에 맞춰 투자하겠습니다. 국가 발전을 위한 일이니까요."그 뒤 배시현은 다시 군 당국의 호송을 받아 기지를 떠났다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19화

    그 순간 배시현은 심장이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정서연의 말이 맞았다.배시현은 마음 깊은 곳에서 신유라를 대단치 않게 여겼다.배시현은 타고난 천재였다.지능도 높고 능력도 뛰어났다.세 살 때 일곱 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열 살 때부터 백산그룹의 소규모 사업을 처리하는 법을 익혔다.출발점부터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았고, 어떤 책이든 한 번 보면 잊지 않았으며 무엇을 배워도 금세 익혔다.반면 신유라는 머리가 모자란 아이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배시현은 어릴 때 이 동생을 못마땅하게 여겼다.당시 신유라의 이름은 배유라였다.너무 둔해서 세 살이 되어서야 하나부터 열까지 셀 줄 알았고, 동요 한 편도 외우지 못했으며 영어도 프랑스어도 할 줄 몰랐다.배시현은 이 모자란 아이가 정말 자신의 친동생인지 여러 번 의심했다.속으로는 한심하게 생각했지만 어쨌든 동생이었다.어려서부터 늘 자신을 따랐기에 배시현도 차츰 곁에 작은 바보 하나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졌다.그 작은 바보의 단순한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과 오빠밖에 없었다.복잡하고 음험한 사람들을 숱하게 겪은 배시현은 어느 순간 바보 같은 동생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운명은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굴었다.배시현이 마침내 바보 같은 동생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배채원이 친자확인서를 들고 나타났다.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 작은 바보는 정말 그의 동생이 아니었다."흑흑, 오빠. 어떡해요? 제가 오빠 친동생이 아니래요."신유라는 얼굴이 눈물로 젖을 만큼 서럽게 울었다.그 무력한 모습에 배시현은 가슴이 아파 왔다.바로 그 순간 배시현이 신유라를 바라보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졌다.어려서부터 지켜 온 작은 바보는 오직 자신의 것이어야 했고, 반드시 곁에 있어야 했다.그 순간 배시현은 신유라에게 강한 소유욕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자신이 어리석고 무능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영리하고 뛰어난 자신에게는 정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18화

    영상이 공개되자 사방에서 경악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배시현이 정말 불륜을 저질렀다고? 아까 너무 진실해 보여서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인 줄 알았는데.""나도 그래. 정 교수님이 오해한 줄 알았어. 방금 그 애틋한 고백이 전부 연기였다니. 그냥 불륜을 저지른 쓰레기였잖아!""머리가 너무 복잡해. 신유라는 배시현의 동생 아니야? 어떻게 동생과 그런 관계를 맺어? 너무 끔찍해!""그러니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를 친동생처럼 생각한다는 남자 말은 믿으면 안 돼. 여동생이라는 말은 불륜녀를 숨기는 구실일 뿐이라니까!"조금 전까지 정서연에게 배시현을 용서하라고 떠들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배시현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배시현은 영상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돌변했다."이 영상을 어디서 구했어?"배시현이 분노에 차 추궁했다."정서연, 사람을 시켜 나를 미행하고 몰래 촬영한 거야?"정서연이 차갑게 웃었다."배시현, 과대평가하지 마. 예전의 내가 아무리 너를 사랑했어도 돈을 주고 사람을 시켜 사생활을 촬영할 만큼 미치지는 않았어... 이건 한 달 전에 신유라가 나한테 보낸 거야."배시현은 그대로 굳었다.정서연이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서를 접수한 때도 한 달 전이었다는 사실이 퍼뜩 떠올랐다."이 영상 때문에 나와 이혼할 생각을 한 거야?"배시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정서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사실 오래전부터 이혼하고 싶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 이 영상을 보고서야 마침내 너를 떠나기로 결심했지.""아마 신유라도 그걸 노리고 영상을 보냈겠지. 내가 결벽증이 있고 육체적 외도만큼은 절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나를 쫓아내려고 한 거야.""그런데 웃긴 건 그때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도 협의이혼 숙려기간 때문에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는 거야. 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신유라는 자극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판돈을 키웠어. 일주일 전 일부러 서우를 바다로 데려가 서핑하다가 아이를 죽게 만들었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17화

    붉은 하트 모양의 벨벳 상자가 뒤집히자 소란스럽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배시현도 그대로 얼어붙었다.방금 정서연이 뭐라고 했지?죽으면 죽었지 자신과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서연아, 고집도 정도껏 부려."배시현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예전에는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미 사과했고, 너 한 번 보겠다고 너희 사업에 몇 조 원이나 투자했어!""널 만난 뒤에는 사과도 하고 달래기도 했어. 심지어 한쪽 무릎을 꿇고 다시 청혼까지 했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이렇게까지 낮췄어. 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배시현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떠받들려 말 한마디면 모두가 움직였다.하나라고 하면 누구도 둘이라고 대꾸하지 못했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사과해 본 적조차 없었다.그런데 정서연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고 달래며 자존심을 낮춰 사과까지 했다.자신은 이미 충분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정서연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단 말인가?정서연은 배시현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 되물었다."배시현, 네가 사과하면 내가 왜 반드시 용서해야 하지?""내가 너를 칼로 찌른 다음 가볍게 미안하다고 하면 찔렀던 상처가 없던 일이 돼?""서연아,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배시현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은 전부 보상한다고 했잖아. 왜 나를 믿지 못해?"정서연은 배시현을 차갑게 흘겨보았다."지금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니까.""배시현, 신유라에게 느낀 건 남매의 정뿐이었다고 했지? 그 말을 너 자신은 믿어? 우리가 결혼한 오 년 동안 네가 신유라와 내 눈앞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일일이 알려 줘야 해?""우리가 연애할 때 마침 네 부모님이 신유라를 본가에서 내쫓았어. 넌 유라가 가엾다며 데려와 같이 살았지. 그때 나는 정말 네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줄 알았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았어. 그런데

  • 아내는 꽃길, 남편은 후회길   제16화

    정서연의 말이 배시현의 가슴 깊이 뼈아프게 박혔다.배시현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반박하고 싶었지만 정서연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연애할 때부터 결혼한 뒤까지 묵묵히 사랑하고 지켜 준 사람은 언제나 정서연이었다.반면 배시현은 아들도, 정서연도 지키지 못했다.오랫동안 있는 힘을 다해 지킨 사람은 거짓말만 일삼는 신유라뿐이었다!"서연아, 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이 많다는 거 알아."배시현이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맹세할게. 신유라와 나는 정말 남매의 정뿐이었어. 유라를 건드린 적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도 없어.""나는 그저 신유라에게 속았을 뿐이야. 어릴 때부터 유라를 지켜 왔고 오빠로서 보호하는 일이 습관이 됐어. 나중에 친동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에도 그 습관을 단번에 바꾸지 못했어. 유라는 그 점을 이용했고, 한 번 잘못 디딘 뒤 계속 틀어진 거야."배시현은 말을 멈췄고 얼굴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드러났다.정서연도 그 고통만큼은 진짜라고 믿었지만 동정하지는 않았다.모든 일은 배시현이 자초한 결과였고, 동정받을 자격도 없었다."하지만 서연아, 이제는 신유라의 본모습을 똑똑히 알아. 다시는 속지 않을게."배시현도 정서연의 눈에 어린 냉담함을 느낀 듯했다.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마음을 고백했다."오늘부터 내 마음에는 너만 있어. 너한테만 잘할게.""그러니까 서연아,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이번에는 반드시 네가 바라는 좋은 남편이 될게."말을 마친 배시현은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서연의 손을 잡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마치 청혼하는 모습 같았다.실제로 배시현은 셔츠 안쪽 주머니에서 붉은색 하트 모양의 작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상자를 열자 푸른 다이아몬드 반지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다시 결혼하려면 당연히 제대로 된 절차와 분위기를 갖춰야 했다.이번만큼은 정서연에게 어떤 서러움도 안기지 않을 생각이었다."서연아, 나와 다시 결혼해 줄래?"배시현이 정서연의 눈을 바라보며 한없이 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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