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
"정말 소란스럽게 오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 즐거워 보이는데요."
앞치마를 둘러매고서 한 소리 하는 양민아의 말에 저도 모르게 말대꾸를 한 박시온이 아차 싶어 입을 틀어박고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잡은 이시안의 뒤로 몸을 숨겼다. 물론 그 몸이 다 숨겨질 리가 없지만, 언젠가 본 듯한 장면에 양민아가 손사래를 치며 천박하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동시에 양손 가득 내온 찐 감자를 보며 이시안은 속이 뒤틀리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으."
먹지도 않았는데 체한 것처럼 가슴팍을 두어 번 치며 손끝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 찐 감자를 손끝으로 툭 밀치는 모습에 여전한 반응을 보며 깔깔거리며 몸을 비틀어 웃는 양민아를 살짝 발로 밀치고 나타난 김만철이 눈가에 생긴 잔주름만큼 인자하게 웃으며 시원한 탄산음료를 건넸다.
"여기는 고기 같은 거 없어?"
"물론 있지."
양민아의 대답에 더욱 구겨진 표정으로 이시안은 찐 감자를 쳐다봤다.
"그런데 왜 이런 걸 들고 나와?"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 많아. 시온이도 먹을래?"
"………."
"뻔해~ 지훈이, 그 성격에 금이야 옥이야 키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미묘하게 가시가 있는 말이다.
낡은 탁상에 어울리지 않는 맞지도 않는 큰 옷을 입고 있는 이시안과 짧은 옷을 입고 있는 박시온을 마주 보고 있는 김만철과 양민아.
한없이 인자하고 장난스럽게 웃고 있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박시온이 접시에 있는 감자 덩어리를 괜히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먹지 못하거나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여태 보았던 것과 형태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처음 보는 촌뜨기처럼 보이기는 싫어 주위에 나란히 앉아 오순도순 먹는 아이들의 힐끗 보며 젓가락으로 한 입 먹고는 신세계를 접한 듯 놀란 표정을 하는 것에 양민아는 또 다시 손으로 바닥을 치며 천박한 웃음소리를 냈다.
"꺄하하하학!!!"
"귀 아파."
그건 예전부터 그랬는지, 이시안이 불쾌한 표정으로 귀를 막았다.
"웃음소리는 세월이 지나도 안 변하더라고."
괜히 김만철이 민망하게 웃으며 대신 양민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시안의 시선은 다시 찐 감자로 향해 괜히 죄 없는 찐 감자를 젓가락으로 푹푹 찌르며 괴롭히고 있었다.
"애는 왜 울린 거니?"
"맞아~ 밖의 사람들이 반가워서 갔을 텐데. 심지어 잘 우는 애도 아닌데."
"몰라. 갑자기 손을 뻗어서 잡았는데, 울었어."
"…… 힘 조절은 했니?"
김만철의 지긋한 한마디가 이시안의 심장을 꾹 눌렀다.
생각해 보니 힘 조절을 하지 않았다.
"어쩐지~ 애 팔이 새빨갛게 부어서, 똑 떨어질 뻔했다니까?"
"오버하지 마. 그 정도는 아니야."
"쳇, 재미없어. 정우였다면 속았을 텐데."
양민아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하자, 김만철이 잘게 한숨을 쉬었지만, 몰래 안도하던 이시안을 눈치챈 것은 아무래도 박시온 혼자인 듯했다.
"그래서 언제 와?"
"아아, 정우는 같이 안 살아."
"독립?"
"그런 거지. 한 20분 걸릴 거야."
"대견하네."
이시안의 말에 박시온도 양민아도 김만철도 짠 것처럼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고 이시안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 의미를 모르는 것은 이시안 혼자였다.
"뭐야?"
갑자기 쏠린 시선에 어리둥절했다.
"너, 너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애였구나."
"실로 놀라워…."
"무슨 의미야?"
"여러 의미지."
"그래도 빠졌네. 이 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마지막의 한마디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이곳에 있던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얌전하게 감자를 먹던 아이들도 괜히 눈치를 보며 자리를 옮겼다. 입꼬리를 삐죽 올리며 고양된 어투로 말하는데, 그것이 왜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 김만철이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 그게 말이지…."
"자자!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그러지 말자고!"
양민아가 괜히 오버하며 자리를 박차 일어났다. 그리고 양팔을 벌리며 오늘 저녁 메뉴는 이미 준비해 뒀다며 기대하라고 덤덤한 표정의 이시안에게 자랑하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 시온이 형아. 형아는 이런 거 봤어?"
틈을 타 박시온에게 몰려드는 꼬질꼬질한 아이들에게 당황했지만, 이미 이시안의 뒤로 숨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게다가 자신보다 반이나 작은 아이들이 낡은 포스터와 책을 들고 와서는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한지훈과 서윤재에게 책을 들고 묻는 것과 같은 표정과 같은 눈빛이었다.
"그건…."
박시온이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아 더듬거리며 손가락을 뻗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시안이 자연스럽게 박시온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고 하자, 양민아가 용감하게 그런 이시안의 목덜미를 끌어안아 행동을 멈추게 했다.
양민아의 행동에 이시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자, 김만철이 당황하면서도 애써 미소를 잃지 않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괜찮아."
"아이들은 싸우지 않아. 다치지 않아."
양민아가 김만철의 말에 믿음을 심어주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시안의 등을 토닥이자, '세상은 많이 변했다'고 말하던 한지훈과 서윤재의 말이 떠오른 이시안이 몸에 한결 힘을 빼자 양민아가 씨익 웃어 보이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자! 그런 의미로 너도 좀 도와!"
"뭘?"
"저녁!"
"난 손님이야."
"어머? 우리 사이에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어?"
"우리 사이가 뭔데."
"뭐긴~ 특별한 사이지."
"특별하지 않아."
양민아의 말에 말대꾸를 꼬박꼬박 하면서도 결국 그 손에 이끌려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만철이 한결 가벼우면서도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 죽인다. 」
가슴속에 남아있는 심장을 조아리는 기억을 애써 덮으며.
"…… 미안해."숨 막히는 침묵은서윤재의사과로 깨졌다. 그제야서윤재의팔을 잡은이시안의손에 힘이 풀렸고, 한지훈이 애써 웃으며 둘 사이로 쏙 들어가 분위기를 전환해 보고자이시안의어깨를 둘러맸다."둘 다 머리 좀 식혀. 둘이 너무 예민하잖아~ 일 때문인가~?""그래, 그래. 좀 쉬자."이시안은아무런 대답 없이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박도윤이 차마 그 손을 잡을 수 없어 멈칫하자, 한지훈이 대신 가겠다는 듯 손을 허공에서 흔들며이시안을따라갔다. 그리고서윤재도긴장이 풀린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죄송해요.""그건 내가 아니라시안이에게해야지.""……….""도윤아, 너를…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애에게 스스로 죽겠다고 하는 건… 너무 심하잖아."서윤재의말에 박도윤은 잘못을 알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지금은 조금 진정하게 두고, 너 본부로 보내는 것도 내가 시안이랑 다시 이야기해 볼 게. 그러니까, 너도 진심으로 사과해. 알았지?""… 네."*****누가 저 모습을 보고 병기라고 할까?천막 틈 사이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이시안은시간이 흘러도 어릴 적, 그이시안과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한지훈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리를 긁적이
박도윤이 움찔했다.불과얼마 전에발견한 시체의 옷에서 나온 쪽지를 보고 샘플을 보냈었다. 그걸윤재이보다이시안이더 빨리 눈치챌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잘못 본거라고 해. 그거 다른 사람이라고 하라고!"박도윤이얼어붙은듯, 대답하지 못했다. 눈이 동그래진 박도윤을 보며이시안의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적진 한가운데서 있는 것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에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널뛰었다."미쳤어? 무슨 생각이야? 그 송 효라고. 뭘 믿고보낸 거야!?""내가 약해서 의지 할 수 없으면… 내가 강해지면 의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겨우 입을 연 박도윤의 말은이시안이이해할 수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항상, 함께 있고 싶다는 소리야."요즘 늘 내던 짜증이나 화가 아닌, 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에이시안이잡은 팔에 힘이 스르륵 풀렸다. 지금이시안의온몸을 지배하는 이 감정을 박도윤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나도 뒤가 아닌, 네 옆에서….""말이 되는 소리를 해!""………!""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어!? 애초에 그 송 효가 진짜일 거라는 확신도 없어!""진짜가 아니면 단순히 피를 보낸 거야. 나도 나름대로 생각도 각오도 하고 보낸 거야."이시안이입을 틀어막으며고장 난듯이 멍하니 박도윤을 바라봤다.
송 효.전쟁이 막 시작될 때쯤,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는 전쟁을 이기게 해 주겠다며 실험체를받아 가서는인체공학으로 '병기'를 만들어 낸 개발 책임자.모두그를 송 박사라고 부르며 칭송했다. 하지만 송 효는 마지막으로 김정우를 만들어 낸 1년 이후, 돌연 잠적했다. 그의 행방은 여전히 추적 중이지만윤재이도실마리를 잡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본부에서도 소수만 아는 그 이름이 주 학에게서 나오니 의아했다."요즘 부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 송 효라는 사람이 제2의 병기를 만들기 위해실험 대상을모집한다고 샘플로 피를 모으고 있다나 봐.""뭐?"이시안이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주 학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닌, 송 효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이 믿을 수없다는 것에가까웠다."의도적인가? 이쪽은 그런 소문 없어. 있었다면 위에서 그냥 있었을 리 없어.""역시 그렇게 생각하지?""그 리스트, 알 수 있어?""사실이라면.""최대한 빠르게."주 학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려고 하자, 먼저 일어선이시안이주 학에게 손을 뻗었다.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일어섰다.*****"야!!!빡도! 너도 들었지!?이씨완전 무리 중이라고!!! 걱정도 안 돼!? 그냥 네가 먼저 사과하라니까!?""…… 안돼. 지금 내가 먼저
"멋대로 행동하면서?"그 말에 퉁명스러운 표정을 했지만, 반박하지 않는 것에 화는 조금 누그러든 것 같아 한숨을 들이 쉬었다."그보다 뭐야~?시안이는전쟁이 끝나면 뭘 하고 싶길래, 새삼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말해주면 안돼~? 비밀로 할 게!""안돼.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고서는 말했잖아.""아니, 그건 네가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어. 말해주라. 이번엔 진짜로 비밀로 할 게."*****"큰 형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둘이 살벌하게들어간 지한 시간이 넘었어! 저러다 시안이고장 나면어쩔 거야~! 형님이 가서 말려 봐~!!!"정안용이꿈적하지 않는김상팔의 팔에 매달려 이리저리 흔들리자, 김상팔이 퍽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내가 말리면 시간이 더 길어질 거 같은데.""이거 완전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힘없는 남편 아니야!?"정안용이가슴팍을퍽퍽 치며괜히 얌전히 있던 김상팔에게 소리치고는 맞은 편에 얌전히앉아 있던김정우의 얼굴을 꼬집으며 제 불안감을 표출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혔다."전 혼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거 위험한 행동이잖습니까.""그래.얼마 전의피로도 회복되지 않을 건데.""이게 전부 공주님 때문이다.하아~ 시안아, 힘없는 나를 용서해!""윽!"정안용이&
받은 쪽지의 글씨체는 분명윤재이의글씨체다.그래서 더욱 의심스러웠다.이시안의미간이 오만상으로 찌푸려지자, 오태성이 웃음을 꾹 참으며 폼을 잡았다."박도윤은 그곳에 있어.""…… 다른 의미로 놀라운데.""뭐?"박도윤과윤재이가친했냐고 물으면,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이시안이손아귀에 있는 쪽지를 강하게 쥐며 구겼다.지금 이 모든 상황이 여간 수상한 게 아니다. 지금이시안의머릿속에서 이 상황의 조각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조각이라면 박도윤의 여자가, 박시온의 엄마가윤재이와관련 있는 여자라는 것이라는 것.그것 하나뿐이다."화, 화 난 건 아니지? 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야! 가게 엉망으로 만들면 안 된다!?"특히 지금 자신이 걸어온 이 여정이윤재이가만들어 놓은 것이란 찝찝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박도윤 성격에 자신의 아이를 한지훈에게 맡길 이유가 있나?이시안의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다.그것은 표정으로 드러났다."복잡해 보이네?"오태성이 술을 슬쩍 권하며 묻자,이시안은술잔을 툭 쳐버리고 의자에 앉았다."여러모로."오태성이 구레나룻을 긁적이며이시안을바라봤다. 그리고는이시안이툭 쳐버린 술잔을 자신의 입에 털어 넣었다."뭐… 나도 살쾡
안으로 들어오자, 술집인 듯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여있는 술병과 특이한 물건들에 박시온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슬쩍 손가락으로 툭 건들이자, 남자가 혀를 차며 아무거나 만지지 말라고 한 소리 하려고 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이시안의 시선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크흠.""말해. 너 뭐야? 재이의 지인?"아무리 생각해도 유추할 수 있는 건 그쪽뿐이었다."재이? 아아, 그래, 맞아. 그쪽도 재'희'처럼 '병기'인가?"남자는 선반에서 파는 것으로 보이는 술병을 들고 뚜껑을 따더니 입으로 쑤셔 넣었다. 알싸한 냄새가 너저분한 공간을 가득 메웠다."하여간에 귀신같은 놈이네. 내 이름은 오태성. 이 가게의 주인이지."이시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오태성을 바라봤다. 지저분한 머리와 정리되지 않은 수염을 긁적이며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모양은 윤재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이름 들은 적 없어. 윤재이는? 재이에게 직접 들어야겠어.""그건 곤란하네. 이야기가 통할 줄 알았는데, 너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트림을 '꺽' 하는 모습에 뒤에 있던 박시온도 인상을 찌푸리며 흥미롭게 보던 책을 그대로 두고 슬금슬금 이시안의 뒤로 바짝 붙었다."재희 말로는 의심이 많을 거라더니… 진짜네. 일단 물어는 둘게. 저 애는 박도윤과 무슨 관계?""…… 아들… 인데요…….""진짜냐고."오태성이 입을 막으며 탄성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가게의 과자를 박시온에게 던지자, 과자를 받아 든 박시온은 의아하게 과자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