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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Penulis: 비담
사람들이 말하길 남편이 켕기는 구석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더 잘해준다고 했다.

강루인은 주영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도 그렇게 행동했다.

할머니를 위해 명의를 데려왔는데 국제적으로 이름난 의사로 의술계의 거물이라 불리며 각종 난치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강루인은 그 의사와 직접 만났다. 50대 남자였고 이름은 곽정수였다.

진찰을 마친 뒤 곽정수가 강루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고칠 수 없을 것 같네요.”

이미 예상했던 답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머니가 병에 걸린 후로 강루인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명하다는 의사는 모두 찾아다녔으나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지금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돈으로 영생을 살 수는 없었다. 의사들은 할머니에게 많아야 4년이 남았다고 했다.

그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다.

할머니가 하루를 더 살면 강루인도 그만큼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늘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이었다.

그런데 그때 곽정수가 절망에 빠진 강루인에게 희망을 줬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어요.”

그 말에 강루인의 눈이 반짝였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입니까?”

곽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7, 8년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

강루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루인은 곽정수를 배웅했다.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이 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지더니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주영도가 그녀를 붙잡아주자 강루인은 그의 품에 쓰러지다시피 안겼다. 이마가 어깨에 닿았고 두 손으로 그의 옷을 꽉 쥐었다.

그는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등을 토닥였다.

“교수님이 저렇게 말씀하셨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이야.”

강루인은 입술을 깨물고 이 기쁨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지금 그녀의 기분은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산소를 가득 들이마신 듯 넘치는 생명력에 잠시 적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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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강혜미는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가렸다. 하지만 노출된 피부 위에 생긴 선명한 키스 마크가 눈에 거슬렸다.주영도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일을 치른 후의 담배인지, 정신을 차리기 위한 담배인지는 알 수 없었다.세 사람 중 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한 사람은 흐느끼고 있었다.흐느끼는 이는 강혜미였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웅크린 채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나 이제 어떡해? 순결을 잃었어.”강루인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안색이 새하얘졌고 목구멍에 뭔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술이 깬 주영도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는 표정을 지었고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 불빛이 깜빡였다.“자매끼리 짠 거 아니야? 지금 누굴 속이려고 이래?”강루인이 말했다.“난 그런 적 없어.”그러자 주영도는 믿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강혜미의 속셈을 강루인이 몰랐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주영도가 담배를 끄고 싸늘하게 말했다.“대체 우리 주씨 가문을 뭐로 보는 거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네가 무사히 빠져나갈 줄 알았어?”“말했잖아. 혜미한테 이런 일 시킨 적이 없다고.”이혼을 원하긴 했지만 이런 비열한 방법으로 협박할 생각은 없었다.강혜미가 계속 흐느꼈다.“언니, 언니가 그랬잖아. 형부가 밤에 안 들어오니까 나랑 같이 안방에서 자자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주영도는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 변명할 게 있으면 더 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강혜미가 책임을 회피하는 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이번엔 그녀가 똑똑해졌거나 아니면 집에서 강규덕과 머리를 맞대고 그녀를 방패로 삼아 모든 책임을 떠넘길 계획을 짠 게 분명했다.방을 나가기 전 주영도가 차갑고 혐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강루인, 널 보면 정말 역겨워.”강루인이 움찔하더니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안방 문이 벽에 부딪혔다.잠시 후 아래층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주영도가 나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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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아.”병실의 분위기가 팽팽하던 그때 구아정이 나타났다. 주초원이 바로 웃으며 맞이했다.“아정 언니.”“맛있는 거 사 왔어.”구아정은 그제야 강루인을 발견한 척했다.“어머? 루인 언니도 있었네요?”강루인은 불필요한 표정을 거두고 주초원에게 물었다.“이제 가도 되지?”구아정이 온 이상 강루인이 굳이 있을 필요는 없었다.병실을 나와 멀리 가지도 못했는데 구아정이 쫓아왔다.“잠깐만.”강루인이 걸음을 멈추자 구아정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두 사람 언제 이혼할 거야?”강루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누리는 부귀영화를 못 버려서 이혼하기 싫어진 건 아니지?”구아정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하긴. 어렵게 영도 오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성공했는데 놓치기 싫은 것도 당연하지. 그런데 내가 너였더라면 이렇게 뻔뻔하게 매달리지 않았어. 네가 영도 오빠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강루인은 그녀의 도발에 화내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게 물었다.“영도 씨가 널 엄청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어? 나랑 이혼 안 하는데 왜 가만히 놔두고 있어?”그 말에 구아정은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강루인이 이어 말했다.“난 진짜 물러나고 싶어. 그러니까 빨리 좀 이 자리 차지할래?”구아정은 솜에 주먹을 날렸는데 그 안에서 튀어나온 바늘에 찔린 기분이었다.“루인 언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그녀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강루인은 어리둥절해졌다.“강루인, 감히 아정이를 괴롭혀?”갑자기 뒤에서 손이 뻗어 나오더니 강루인을 세게 잡아당겼다. 그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그녀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보니 적대적인 얼굴의 양동운이 서 있었다.“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구나, 너.”양동운은 구아정을 지켜주기라도 하듯 뒤로 감쌌다.미친개처럼 날뛰는 양동운을 보고서야 강루인은 구아정이 왜 갑자기 표정을 바꿨는지 이해했다.두 사람을 훑어보던 강루인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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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렸다고?’강루인이 주먹을 꽉 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진경자도 놀란 표정으로 강루인을 힐끗 보고는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그 고양이 사모님이 키우는 고양이예요.”주영도는 잠깐 멈칫했다가 물었다.“언제부터 고양이를 키웠어?”강루인이 꽉 쥐었던 주먹을 풀었다. 목이 메고 아파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결국 그녀와 꽃비의 운명은 똑같았다. 둘 다 버려지는 결말이었다.강루인이 돌아서려는데 주영도가 불러 세웠다.“씻고 나갈 준비해. 어머니 집에 가서 좀 쉬시게 교대해야지.”그 말에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초원이를 간호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전에 우리 이혼부터 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방이 정적에 휩싸였다.진경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까지 했다.주영도는 이미 익숙해진 듯 덤덤하기만 했다.“그 말 앞으로 어머니 앞에서는 하지 마.”그러고는 강루인이 병원에 가져가게 도우미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다.말을 마친 주영도는 곧장 출근하러 나갔다.강루인이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꼼짝도 하지 않자 진경자가 다가가 물었다.“사모님, 정말 이혼하실 건가요?”강루인은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지금 이 결혼을 계속할 이유가 있을까요?”좋아하지도 않고 신뢰도 없으며 기본적인 존중조차 없는 이 결혼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다.강루인은 보온 도시락을 들고 병원으로 가 박정금과 교대했다.그녀를 본 박정금은 전혀 반가워하지 않고 차갑게 흘깃 보고는 병원을 떠났다.강루인은 도시락을 내려놓고 밥을 꺼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초원이 즉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어제는 그렇게 당당하게 오빠랑 이혼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뭐야? 후회했어?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네 오빠가 원한다면 나야 너랑 완전히 연 끊는 거 대환영이지.”주초원이 코웃음을 쳤다.“잘난 척은.”그녀는 강루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오빠가 강루인한테 애정이 없는 건 확실해. 액땜 때문이 아니었더라면 진작

  •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제106화

    강루인의 말에 병실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네 사람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흥분한 기색의 주초원과 구아정과 달리 박정금은 강루인이 주제를 모른다고 생각했고 주영도는 그녀가 그의 체면을 깎으려 한다고 여겼다.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강루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자신의 마음뿐이었다.구아정이 먼저 침묵을 깼다.“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영도 오빠는 초원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몇 마디 한 것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억지를 부려요? 이건 어머님이랑 영도 오빠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요.”구아정은 주영도를 꽤 잘 알았다.강루인은 구아정의 여우 짓을 무시하고 주영도를 똑바로 쳐다봤다.“난 진심이야.”주영도의 얼굴이 얼마나 굳어 있든 상관없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 뒤 강루인은 병실을 나왔다. 그들의 가족 모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병실에 남은 네 사람 중 가장 분노한 건 단연 박정금이었다.‘이혼? 강루인이 방금 이혼하겠다고 했어? 애 하나 낳지 못해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감히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내? 제대로 미쳤구나, 아주.’박정금은 강루인이 떠난 방향을 가리켰다. 하지만 너무도 화가 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저... 저...”구아정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달래며 눈물을 짜냈다.“어머님, 진정하세요. 루인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그냥 홧김에 한 말이겠죠.”“화? 쟤가 화낼 자격이나 있어?”박정금은 더욱 분통이 터졌다.구아정만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게 아니라 주초원도 거들었다. 오늘 당장이라도 이혼이 성사되길 바라는 눈치였다.이혼 당사자인 주영도는 얼굴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강루인은 그들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병원을 나와 선샤인 빌리지로 돌아갔다.붉게 부어오른 볼을 본 진경자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얼굴이 왜 이래요?”강루인은 이미 통증에 무뎌진 볼을 만지며 생각했다.‘이것 봐.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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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영도의 연이은 질책에 강루인은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난 초원이한테 잘못한 게 없어.”그의 눈에는 주초원의 처참한 몰골만 보일 뿐 아내가 당한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주초원이 지금 이 꼴이 된 건 전부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그녀는 왜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주영도가 뭐라 말하기 전에 옆에 있던 구아정이 먼저 나서서 도덕적인 잣대로 그녀를 비난했다.“루인 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초원이가 언니한테 성질을 좀 부렸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아직 애잖아요. 루인 언니는 어른이고 초원이의 새언니인데 초원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안 되죠. 이건 사람을 망치는 거라고요. 알아요? 영도 오빠랑 어머님은 뭐 언니한테 잘못한 게 있어요?”구아정은 주영도와 박정금의 마음을 대변했다.그 말에 강루인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조용히 비웃었다.“난 초원이가 그것에 손을 댄 줄 몰랐어요. 그리고 데려오지 못한 건 걔가 자기 친구들을 끌어들여 날 괴롭혔기 때문이에요...”말을 끝내기도 전에 구아정이 끼어들었다.“언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초원이가 얼마나 순진한 애인데 친구를 불러 언니를 괴롭혔다니요? 초원이 명예를 더럽히지 말아요.”강루인은 구아정을 무시하고 주영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표정만 봐도 구아정과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강루인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갑자기 변명할 의욕마저 사라졌다. 아무 의미가 없었고 효과 없는 변명을 해봤자 소용없었다.그때 병상에 누워 있던 주초원이 깨어났다.“엄마...”박정금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떠올랐다.“초원아, 엄마 여기 있어.”모녀는 서로를 애틋하게 끌어안았다. 하지만 주영도는 쌀쌀맞기만 했다.“주초원, 솔직하게 말해. 대체 어떻게 된 거야?”오빠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한 주초원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구아정이 또 나서서 착한 척했다.“영도 오빠, 무섭게 그러지 마. 초원이가 이제 막 깨어났는데 소리쳐서 겁먹었잖아.”“초원아, 네가 루인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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