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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비담
구아정의 말이 겉으로는 배려심이 깊어 보였지만 사실 강루인에게는 도발이었다. 주영도 앞에서는 무척이나 마음이 넓고 자상한 척했다.

정작 당사자인 강루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함지율이 먼저 참지 못했다. 입을 열려던 그때 강루인이 그녀를 말렸다.

“구 비서님, 이렇게 해서 여우를 잘 키울 수 있겠어요?”

구아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무슨 뜻이에요?”

강루인이 답했다.

“여우를 키우고 싶다면 여우의 습성을 미리 알아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러다 죽으면 어떡하려고요.”

구아정이 여우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의인화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강루인이 구아정을 여우라고 비꼬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들었다.

구아정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혹시 나한테 불만 있어요?”

강루인이 되물었다.

“내가 왜 구 비서님한테 불만이 있겠어요?”

그녀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주영도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빠, 아무래도 언니가 날 오해한 것 같아.”

주영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루인아, 억지 좀 그만 부려.”

‘이게 재미있나?’

사실 강루인은 주영도가 이름을 불러주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의 입에서 두 글자가 나올 때마다 그녀를 입안에 품고 있는 듯한 친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협박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스스로 부여했던 친밀감은 자기기만에 불과했다.

강루인의 시선이 주영도에게 향했다. 경고의 뜻을 감지하자 무력감이 마구 밀려왔다.

‘지금 여기서 비꼰다 해도 무슨 의미가 있어? 그래봤자 그냥 허세일 뿐이고 구아정한테는 웃음거리만 더 될 텐데.’

강루인은 마음속의 괴로움을 감추고 화제를 돌렸다.

“상의할 일이 있어. 저녁에 일찍 들어와.”

지금 주영도를 불러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망신당할 짓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이 말만 남기고는 함지율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구아정의 눈가에 의기양양함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땐 또다시 여우 짓을 하기 시작했다.

“오빠, 루인 언니가 할 얘기가 있다고 했으니까 먼저 가봐. 난 언니한테 택시 타고 가면 돼.”

언니라는 두 글자가 주영도의 신경을 건드린 듯 눈빛이 흔들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이 가자.”

그 말에 구아정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강루인은 병원을 나와 함지율의 차에 탔다. 가는 길 내내 참던 함지율이 드디어 폭발했다.

“젠장. 정말 여우가 따로 없어. 구토제보다도 더 효과가 좋다니까? 내가 교양이 있어서 망정이지, 없었더라면 걔 얼굴에 토해버렸어. 점심을 안 먹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다 토해버렸더라면 밥값을 내라고 했을 거야. 어찌나 가식을 떠는지. 저런 뻔뻔한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야. 주영도도 눈이 제대로 삐었어.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구린내도 아주 똑같아...”

함지율은 입에 기관총이라도 단 것처럼 쉴 새 없이 총알을 날렸다. 한참 욕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강루인을 쳐다보았다.

“그 뭐야. 주영도도 완전히 똥 덩어리인 건 아니야...”

어쨌거나 주영도가 절친의 남자니까. 그가 똥 덩어리라면 강루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강루인은 전처럼 감싸지 않고 함지율의 말에 동의했다.

“평가가 아주 찰떡이야.”

그녀는 더는 그의 개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함지율이 말을 잇지 못했다. 강루인이 태연하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강루인이 물었다.

“이혼 합의서 다시 프린트해줘.”

함지율은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두 사람은 함께 법률사무소로 향했고 새로운 이혼 합의서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주영도를 데리고 갈 재간이 없어 그에게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주영도는 강루인의 체면 따위 전혀 세워주지 않았다.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꼬박 기다렸다. 몸이 허약하여 쉬고 싶었는데도 참고 버텼다.

주영도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으니 일찍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는 결국 실망으로 돌아갔다.

밤새 돌아오지 않을 주영도를 기다리면서 그와 구아정의 다정한 포옹 사진까지 받았다.

사진은 구아정이 보낸 것이었다. 구아정이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주영도의 품에 기대어 있었는데 각도 때문인지 주영도의 눈가도 젖어있는 것 같았다.

서로에게 의지한 채 딱 붙어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보던 강루인은 심장이 경련하듯 아팠고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숨쉬기 힘들었다.

구아정을 그렇게나 사랑한단 말인가? 그럼 아내 강루인은 대체 무엇일까?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리면서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역시나 구아정이 보낸 것이었다.

[도둑년! 눈치 있으면 빨리 영도 오빠랑 이혼해!]

도둑년이라는 세 글자가 강루인의 심장에 박혀 뿌리를 내리는 듯했다.

강루인은 마음이 쓰렸다. 사실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이 그녀가 훔친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교통사고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주영도와 결혼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게 꿈만 같았고 이젠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왔다.

시곗바늘이 똑딱거리며 1분 1초가 흘렀다. 익숙한 차 소리가 여전히 들리지 않았고 하도 오래 앉아 있어서 몸이 다 무감각해졌다.

테이블 위의 이혼 합의서를 쳐다보던 강루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재촉했다.

그런데 통화연결음만 계속 들렸다. 아무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

강루인이 입을 열었다.

“언제쯤...”

언제쯤 집에 들어오겠냐는 질문이 목에 걸린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오빠, 나 아파...”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주영도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참아. 곧 괜찮아질 거야...”

순간 머릿속이 윙 했다.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했고 안색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

한밤중에 남녀 단둘이 함께 있었다. 평소 침대에서 남성미가 넘치던 주영도를 생각하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바로 짐작이 갔다.

“조금만 참아...”

이 한마디가 강루인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벗어날 준비를 충분히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과소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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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a 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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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백번 생각하면 뭐해 말한마디를 똑똑히 해야지 . 여주 바보 아냐?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밤새 다른여자 집에 가있는 놈과는 빨리 이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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