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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비담
강규덕이 주영도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다는 사실을 강루인은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직접 운전하여 강씨 저택으로 갔고 강혜미가 문을 열어주었다. 강혜미는 강규덕이 재혼해서 낳은 딸로 강루인보다 네 살 어렸다.

웃음기 가득했던 얼굴이 강루인이 혼자인 걸 보자마자 확 굳어졌다.

“왜 혼자야?”

“주 서방 왔어?”

집 안에서 강규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루인을 보자 부녀는 같은 표정을 지었다.

“주 서방은?”

강루인이 답했다.

“일이 바빠서 못 왔어요.”

그 말에 강규덕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고 강혜미가 입을 삐죽거렸다.

“형부한테 아예 말도 안 한 거 아니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규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정성껏 꾸민 강혜미를 본 강루인은 그녀가 문을 열어주러 나온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여동생이 형부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강루인이 액땜 신부가 되겠다고 했을 때 강혜미는 한참 동안 비웃었고 나중에 그녀가 과부가 되지 않자 또 질투하기 시작했다. 주씨 가문이 엄청난 가문이라 질투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강혜미가 강루인을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속셈을 가진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강규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가 우리 집 자식이라는 걸 잊지 마. 우리 집안이 잘 나가야 강씨 가문에서의 네 입지도 높아지는 거라고.”

이런 도덕적인 잣대질이 처음이 아니었던 터라 강루인은 평소처럼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고분고분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야 강규덕은 의심을 거두었다. 사실 양녀의 성격이 대담하지 않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주인공이 없으니 이 식사를 더 이어갈 필요도 없었다.

강규덕은 기획안을 강루인에게 건네며 상사가 부하에게 지시하듯 말했다.

“아무튼 주 서방더러 빨리 승낙하라고 해.”

그러고는 그만 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강루인은 기획안을 손에 쥐고 그 자리에 선 채 식탁 앞에 앉아 화기애애한 모습의 세 식구를 쳐다보았다. 반면 그녀는 그저 외부인이었다.

강규덕이 재혼한 이후 이런 모습을 자주 봤다. 어릴 적 이런 따돌림 때문에 속상해서 울기도 하고 따져 묻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강혜미 모녀의 괴롭힘과 모욕, 그리고 강규덕의 무관심뿐이었다. 어린 강루인은 현실을 빨리 깨달았고 자신이 강혜미가 기르는 개보다 못하다는 걸 알았다.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아마 진작에 강규덕에게 쫓겨나 길거리를 떠돌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강루인은 뒤돌아 집을 나섰다.

강혜미가 강루인의 뒷모습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못난 것. 아빠, 그때 날 주씨 가문에 시집보냈어야 했어요. 만약 내가 주영도랑 결혼했다면 우리 집안 지금보다 훨씬 잘 나갔을 거예요.”

강혜미는 강루인이 그녀의 주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강씨 가문의 장녀라는 신분을 차지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좋은 일은 절대 그녀의 차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규덕이 말했다.

“그때 넌 고작 19살이었어.”

나이가 어린 걸 떠나 설령 나이가 맞았더라도 강혜미의 사주는 주씨 가문에서 원하는 사주가 아니었다.

양녀가 이렇게 좋은 운명을 타고나 하루아침에 팔자가 달라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강규덕이 딸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딱 적당하구나.”

‘세상에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는 없어. 만약 혜미가 정말로 영도의 마음을 잡는다면 그땐 정말로 장인이 되는 거야. 루인이는... 결국에는 남이야.’

인정을 받자 강혜미는 목을 곧추세웠고 조금만 노력하면 주영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친딸더러 양녀의 남편을 빼앗으라고 하다니. 강씨 가문의 근본이 얼마나 썩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강씨 가문 사람들의 생각을 강루인은 전혀 알지 못했다. 설령 알았다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강씨 저택에서 나와 운전하던 중 갑자기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아래에서 액체가 흘러나와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내려다보니 바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랫배의 통증이 계속되자 강루인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주영도는 병원에서 구아정을 간호하고 있었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기 전에 그는 구아정의 목소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오빠, 나 머리 아파.”

구아정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의사 선생님 모셔올게.”

그러고는 나가려 하자 구아정이 불러세웠다.

“가지 마. 무서워.”

겁에 질린 구아정의 모습에 주영도는 결국 나가지 않고 침대 머리맡 비상벨로 의사를 불렀다. 그리고 강루인의 전화는 구아정이 머리가 아프다고 한 순간 이미 끊어버렸다.

주영도가 휴대폰을 내려놓자 구아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휴대폰 너머로 딱딱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강루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고 출혈로 인해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강루인은 이를 악물고 겨우 운전해서 병원으로 갔다. 가는 길에 함지율에게도 연락했다. 만에 하나 과다출혈로 죽었는데 시신을 수습할 사람이 없으면 안 되니까.

그래도 다행히 죽을 만큼 피를 흘리지는 않았다.

갑작스러운 출혈의 원인은 유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술을 많이 마신 데다가 시누이 때문에 찬물에 빠져 몸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함지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유산한 거 주영도도 알아?”

강루인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빛도 어두웠다.

“아마 관심 없을 거야.”

‘그 사람한테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겠지. 어차피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나 하나가 아니니까. 지금도 나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잖아.’

그녀의 말뜻을 알아들은 함지율이 분노하며 말했다.

“나쁜 자식!”

강루인이 병원에서 주사를 다 맞은 다음 두 사람은 함께 병원을 나섰다.

병원 로비.

강루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향했다가 갑자기 멈췄다.

‘정말 재수도 없지. 안북에 병원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여기서 주영도랑 구아정을 마주쳐?’

구아정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주영도에게 기대어 있었다.

‘어쩐지 전화를 안 받더라니. 첫사랑이랑 같이 있었던 거구나.’

“왜 그래?”

강루인이 갑자기 멈춰서자 함지율이 물었다. 그녀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른 걸 보고는 따라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을 본 순간 함지율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젠장. 재수 없어.’

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주영도가 바로 알아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강루인의 시선과 딱 마주쳤다.

주영도가 미간을 아주 미세하게 찌푸리더니 다가와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구아정도 강루인을 보고는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루인 언니, 혹시 나 보러 온 거예요?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영도 오빠가 알려주던가요?”

뒷말은 강루인에게 묻는다기보다는 주영도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주영도가 절대 말할 리가 없다는 걸 구아정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루인은 그들을 미행한 셈이 돼버린다.

주영도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행했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5년 동안 부부로 지내면서 주영도를 완전히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명확한 감정변화는 모를 리 없었다.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이 더욱 답답해졌다.

어찌 됐든 지금 그의 합법적인 아내는 강루인인데 어찌 아내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단 말인가?

“오빠, 내가 뭐랬어? 루인 언니는 착한 사람이라고 했지? 어제 일 날 해치려고 그런 게 아닐 거야.”

강루인은 구아정이 주영도의 팔을 잡는 걸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밖에서 이성과의 스킨십을 싫어했다. 물론 아내도 포함해서 말이다. 주영도가 팔을 빼내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알고 보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강루인에게만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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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homejoa
유산했다고 왜 말 안해? 소설이라지만 세상에 없는 여주인공들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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