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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플레이리스트

Author: popon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3 19:29:58

노래방 7호실의 시끌북적했던 열기를 뒤로하고 나오자, 알싸하고 차가운 밤공기가 단숨에 볼 끝을 스쳤다.

술기운에 서늘한 밤바람이 더해지니, 거리를 걷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몽글몽글해졌다.

“아우, 밖으로 나오니까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

외투없이 셔츠 한장만 입은 민우가 으슬으슬한지 몸을 움츠리며 긴 팔을 싹싹 비벼대자, 옆에서 걸어가던 체대생 태성이가 기다렸다는 듯 훤칠한 덤치로 민우의 어깨를 거의 감싸 안다시피 덥석 끌어안았다.

“아 형! 체대생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면서 가시죠! 춥긴 뭐가 춥습니까!”

“야, 윤태성! 이거 안 치워? 숨 막혀, 이 무거운 놈아!”

“에이, 형은 몸 약해서 감기 걸리면 안됩니다! 가자, 헛둘 헛둘!”

민우가 질색하며 태성이의 굵은 팔통을 쳐냈지만, 태성이는 껄껄 웃으며 민우를 반쯤 들다시피 감싸 안고는 골목 앞쪽으로 신나게 먼저 걸어 나가 버렸다.

두 사람의 훈훈하고 시끄러운 티격태격이 밤거리의 어색함을 단숨에 유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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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7화. 플레이리스트

    노래방 7호실의 시끌북적했던 열기를 뒤로하고 나오자, 알싸하고 차가운 밤공기가 단숨에 볼 끝을 스쳤다. 술기운에 서늘한 밤바람이 더해지니, 거리를 걷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몽글몽글해졌다. “아우, 밖으로 나오니까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 외투없이 셔츠 한장만 입은 민우가 으슬으슬한지 몸을 움츠리며 긴 팔을 싹싹 비벼대자, 옆에서 걸어가던 체대생 태성이가 기다렸다는 듯 훤칠한 덤치로 민우의 어깨를 거의 감싸 안다시피 덥석 끌어안았다. “아 형! 체대생의 뜨거운 체온을 느끼면서 가시죠! 춥긴 뭐가 춥습니까!” “야, 윤태성! 이거 안 치워? 숨 막혀, 이 무거운 놈아!” “에이, 형은 몸 약해서 감기 걸리면 안됩니다! 가자, 헛둘 헛둘!” 민우가 질색하며 태성이의 굵은 팔통을 쳐냈지만, 태성이는 껄껄 웃으며 민우를 반쯤 들다시피 감싸 안고는 골목 앞쪽으로 신나게 먼저 걸어 나가 버렸다. 두 사람의 훈훈하고 시끄러운 티격태격이 밤거리의 어색함을 단숨에 유쾌하게 풀어주었다. 자연스럽게 조금 뒤처지게 된 순정은 도경과 이현 사이에 끼어 걸었다. 아까 좁은 소파 안에서 느껴졌던 답답한 밀착감은 시원한 밤바람에 날아갔지만, 대신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은근하고 따뜻한 체온이 걷는 내내 양쪽 어깨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그때, 뒤에서 붕 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순정이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왼쪽에 서 있던 도경의 탄탄한 팔통이 순정의 어깨를 말없이 툭 끌어당겨 도로 안쪽으로 넣어주었다. 도경은 무심한 얼굴로 차도 쪽으로 자리를 옮겨 서며 덤덤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차 온다. 안쪽으로 걸어.” “어…… 고마워.” “멍 때리지 말고. 술 들어갔으면 앞이나 잘 봐.” 말은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게 몸에 밴 도경 특유의 챙김에 순정의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그 순간, 순정의 오른쪽에서 걷던 이현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피식 웃었다. 이현은 도경을 슬쩍 눈여겨보더니, 순정의 어깨 너머로 도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6화. 여기서는 신곡

    반주의 마지막 선율이 은은하게 스러지자마자, 소파 한구석에서 기회를 노리던 태성이가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빼앗아 들며 소리쳤다. “아! 맞다! 오늘 순정이 누나만 한 곡도 안 불렀잖아요!” 태성이의 호탕한 고함에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은밀한 정적이 단숨에 깨졌다. 순정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현 역시, 잡고 있던 순정이의 손목을 자연스럽게 놓아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누나 노래도 듣고싶다.” 이현의 능청스러운 부추김과 태성이의 집요한 성화가 교차하자, 순정은 손에 쥐인 차가운 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현의 귓속말과 손끝이 남긴 잔여 진동 때문에 볼이 유난히 화끈거렸다. “아, 진짜 왜 그래…… 나 노래 진짜 못 부른단 말이야! 진짜라니까!” “에이, 순정 누나 빼기 없기! 체대생의 자존심을 걸고 누나 노래 듣기 전엔 절대 이 방 문 못 나갑니다!” 태성이가 리모컨을 순정이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태성이의 집요한 성화와 옆에서 나른한 눈빛으로 자신을 압박해 오는 이현의 시선에 못 이겨, 순정은 결국 볼이 빨개진 채 리모컨의 숫자 버튼을 꾹꾹 눌렀다. 수줍게 번호를 입력하고 예약 버튼을 누르자, 어두운 방 안에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발라드 반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화면 위로 아련한 가사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어…… 나 진짜 못 부르니까 놀리지 마라. 웃으면 진짜 때릴 거야.” 순정이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살짝 했다. 첫 구절을 떼자 시끌벅적하던 방 안이 또다시 거짓말처럼 정적에 휩싸였다. 순정이의 목소리는 화려한 기교나 테크닉은 없었지만, 특유의 맑고 정직한 미성이 담백하게 얹혀 나왔다. '전생에서 정말 오랫동안 좋아하던 애창곡이었는데…… 여기선 아직도 신곡이네.' 마이크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차분하게 노랫말을 이어가는 동안, 순정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몽글몽글해졌다. 지나온 시간과 회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5화. 엇갈리는 시선들

    태성의 곡이 끝나자, 7호실 안에는 반주가 뚝 끊긴 특유의 조용한 적막이 밀물처럼 내려앉았다.태성이 테이블 위의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고, 화면 상단에는 다음 예약곡이 없어 반짝이는 대기 문구만이 외롭게 껌벅이고 있었다.노래방 특유의 알록달록한 미등 조명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방 안을 천천히 순환하며 어두운 소파 구석구석을 몽환적으로 물들였다.소파 안쪽 구석에서는 벽에 머리를 푹 기댄 민우가 안경이 살짝 비뚤어진 줄도 모르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도경은 그런 민우에게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었다.태성이가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툭 올려놓으며 소파에 털썩 기댔을 때, 옆에 앉은 순정이 이현의 소매 끝을 살짝 잡으며 입을 열었다.“너 작업할 때 매일 틀어놓는 노래 있잖아. 그 노래 진짜 좋던데, 그거 불러라.”순정의 뜻밖의 제안에 이현의 긴 눈매가 둥그렇게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머금었다.이현은 기분 좋다는 듯 픽 웃으며 순정이의 시선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은 채 테이블 위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누나 내 작업용 음악까지 기억하고 있었어요? 영광인데.”이현의 길쭉한 손가락이 리모컨 버튼을 익숙하게 눌러 내려갔다.잠시 후, 어두운 방 안으로 감성적이고 세련된 R&B 스타일의 팝 반주가 은은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이현의 보컬은 단순히 '듣기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가라앉으면서도 묘한 울림을 주는 허스키한 미성이 첫 마디부터 방 안의 공기를 압도했다.순정은 이현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압도적인 음악적 재능을 확인하고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이현은 노래를 부르는 내내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순정은 바라보며 짓는 미소는 가사 하나하나를 순정에게 건네는 은밀하고 완벽한 고백처럼 만들어 버렸다.맞은편에서 캔맥주를 들고 있던 도경의 눈빛이 그 꼴을 보며 살짝 가라앉았다.도경의 커다란 손마디에 슬쩍 힘이 들어갔고, 그의 깊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이현과 순정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4화. 이쪽으로 조금만 붙어요

    1차 치맥집의 허물없는 열기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자, 가을 밤의 서늘하고 알싸한 공기가 볼 끝을 스쳤다.술기운에 달아오른 뺨에 시원한 밤바람이 더해지자 가슴속이 묘하게 몽글몽글해졌다.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지하 노래방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밤공기와 섞인 약간의 알코올 기운과 특유의 반짝이는 조명 빛이 훈훈하게 번져 있었다."손님, 지금 큰 방은 다 나가고 좀 좁은 방밖에 안 남았는데 괜찮으세요?"카운터 직원의 말대로 안내받아 들어간 7호실은 다섯 명이 들어서기엔 확연히 아담하고 아늑한 크기였다.키가 훌쩍 큰 하숙집 남자들의 커다란 덩치가 한꺼번에 밀려들자 금세 방 안의 밀도가 빽빽해졌다.가장 먼저 흥을 주체하지 못한 막내 태성이 다이빙하듯 소파 제일 안쪽 구석으로 훌쩍 뛰어들었고, 술이 취해 멍해진 민우가 그 옆으로 터덜터덜 따라 들어와 앉았다.두 장정이 소파 중앙 안쪽 상석을 큼직하게 차지해 버리는 바람에, 안 그래도 좁은 소파 공간이 순식간에 꽉 들어찼다. 뒤따라 들어오던 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태성의 등짝을 살짝 찰싹 때렸다."야, 윤태성 너 너무 커다래! 너 때문에 더 좁잖아!""최대한 구겨져 볼게요! 얼른 앉으세요!"태성이가 배시시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순정은 남은 소파 끄트머리 자리에 얼떨결에 먼저 앉게 되었다.“너 너무 밀린 거 아니냐?”순정이 자리를 고쳐 잡기도 전에, 왼쪽에서 묵직하고 따뜻한 체온과 함께 도경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과제로 사흘 밤을 새운 데다 술기운까지 올라와 도경의 긴장되었던 어깨 힘이 느슨하게 풀어져 있었지만, 그 커다란 골격이 주는 은근한 존재감은 좁은 소파 안에서 단숨에 순정의 왼쪽 감각을 채워버렸다.그리고 곧이어 오른쪽 공간으로 매끄럽고 유연한 동작의 이현이 슬며시 자리를 붙여 앉았다.“누나, 좁죠. 이쪽으로 조금만 붙어요.”이현이 나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순정의 어깨 쪽으로 자리를 바짝 당겨앉았다.결국 순정은 소파 위에서 왼쪽의 도경과 오른쪽의 이현 사이에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3화. 어깨 위의 턱, 손끝의 온기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순정의 신경은 자꾸만 제 옆자리에 고요하게 앉아 있는 도경에게로 쏠렸다. 도경은 사흘 밤낮을 피 말리는 전공 설계 마감에 쏟아부은 탓에 겉보기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거기에 공복 맥주까지 들어간 탓인지, 도경의 하얀 볼과 귓바퀴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속이 부대끼는지 도경은 정작 테이블 가득 차려진 치킨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채, 무심한 표정으로 젖은 맥주 잔 겉면만 집게손가락으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도경의 집게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으면서, 뼈 집게를 들고 바삭한 순살 치킨만을 골라 순정의 앞접시 위로 연신 무심하게 던져주고 있었다. 순정의 접시 위에는 살코기가 수북하게 쌓여 가는데, 도경의 앞접시는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야, 도경아. 너 아까부터 왜 치킨은 안 먹고 나한테만 다 줘? 너도 좀 먹어.” 순정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제 앞접시를 가리키며 말했지만, 도경은 그저 묵직한 눈빛으로 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속 부대껴서 그래. 너나 많이 먹어.” “밤새우고 바로 술 들어가서 그러지? 속 부대끼면 튀김옷 말고 살코기만 조금씩 씹어봐. 비워두면 더 속쓰려.” 순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제 집게로 잘 익은 순살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도경의 입 앞까지 살포시 가져다 대며 다정한 어조로 타일렀다. “자, 이것 봐. 기름기도 없고 촉촉한 부위야. 아 해봐.” 도경이 가만히 순정을 바라보았다. 술기운에 살짝 풀린 깊은 눈동자가 조명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도경은 순정이가 집어 준 치킨 조각을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도경의 긴 손가락이 향한 곳은 치킨이 아니었다. 도경은 순정이가 집게를 쥐고 있는 손등과 손가락을 제 뜨거운 손으로 살짝 감싸 쥐었다. ‘어……?’ 갑작스럽게 닿아온 묵직하고 뜨거운 온기에 순정의 손끝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도경은 순정의 손을 쥔 채로 자연스럽게 치킨 조각을 입

  • 아줌마의 오지랖으로 하숙집을 구원함   92화. 치맥파티

    테이블 위로 산처럼 쌓인 치킨 상자들과 시원하게 김이 서린 생맥주 잔이 쉴 새 없이 오가자, 온종일 찌푸려져 있던 얼굴에도 서서히 발그레한 피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간 몸과 마음을 극도로 갉아먹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터라, 빈속에 들어간 알싸한 첫 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독이자 달콤한 약이었다. “아…… 진짜 미쳤다. 튀김옷 바삭거리는 것 좀 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소리야…….” 태성은 젓가락이나 뼈 집게 따위는 거추장스럽다는 듯 양손에 위생장갑을 척 착용하더니, 마른사막을 만난 것처럼 거침없는 먹방을 시작했다. 후라이드 닭다리 하나를 통째로 입안 깊숙이 밀어 넣고 몇 번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불과 1초 만에 살코기 하나 남지 않은 뼈만 매끈하게 쏙 발라내어 접시에 툭 내려놓았다. “와, 윤태성. 너 방금 어떻게 한거야? 어떻게 씹지도 않고 뼈만 쏙 뱉어내?” 순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 섞인 탄성을 내뱉자, 태성은 닭다리 뼈를 무심하게 던져놓으며 발그레해진 볼로 배시시 웃어 보였다. 낮까지만 해도 피 말리는 실기 시험을 치르느라 온몸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부었던 막내였지만, 치킨이 들어가자 얼굴에는 다시금 아이 같은 천진함이 가득 차올랐다. “누나, 원래 체대는 뼈 발라낼 시간조차 아껴가면서 단백질을 쑤셔 넣어야 돼요! 저 오늘 실기 시험 컨디션 완전 좋았거든요? 교수님이 사람들 칭찬까지 해주셨어요!” “진짜? 아이구, 우리 태성이 너무 잘했다!” 순정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칭찬을 건네자, 태성이는 한층 신이 났는지 땀에 젖어 삐죽빼죽 까치집이 된 정수리를 순정의 손 밑으로 은근슬쩍 밀어 넣었다. “잘했죠? 그러니까 얼른 칭찬해 주세요, 누나.” 커다란 덩치의 체대생이 아기 곰처럼 굴며 정수리를 밀어붙이자, 순정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만져주었다. 태성이는 그 손길이 좋은지 헤헤 웃으며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대고는 곧바로 양념 닭날개를 다시 집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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