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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도 나는 살고 있었습니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3:34:06

70번 칸이 빛나기 시작한 뒤에도 세레나는 곧바로 주사위를 굴리지 않았다.

현재 위치는 67.

남은 거리는 세 칸.

3 이상이 나오면 곧바로 70번 체크포인트에서 멈춘다.

하지만 이번에는 66번처럼 무슨 일이 기다리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다.

[CHECKPOINT 70.]

「당신이 돌아갔던 세계를 증명하십시오.」

「그 삶이 도피였는지, 귀환이었는지, 당신이 직접 확인하십시오.」

세레나는 마지막 문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피 아니면 귀환.”

손가락으로 두 단어를 차례로 짚었다.

“왜 또 둘 중 하나야.”

카시엘이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둘 다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그럼 이미 답은 정한 것 아닙니까.”

세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정한 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다릅니까?”

“많이.”

세레나는 창을 가리켰다.

“답을 미리 정해 놓고 증거를 끼워 맞추면 안 되잖아요. 현대에서 살았던 시간이 진짜였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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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녀는 오늘도 운명 카드를 뽑습니다》   이번 생도 당신을 뽑았습니다

    [FIXED FATE POINT 78.]과거 기록 제목 복구 중.「이번 생도……」금빛 문장은 거기에서 멈춰 있었다.세레나는 한동안 78번 칸을 바라봤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칸이 먼저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고도 아니었고, 위험을 알리는 붉은 빛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좋은 결과를 약속하는 축복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그저 이상하게 익숙했다.손끝이 먼저 카시엘을 찾았던 것도 그래서였을까.세레나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힘을 풀었다. 하지만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카시엘도 마찬가지였다. 잡아 두지도, 먼저 놓지도 않은 채 그녀가 결정할 만큼의 힘만 남겨 두었다.“루아.”『응.’“아까 78에서 내가 누군가를 뽑았다고 했지.”『응.’“누구였는지는?”긴 침묵.『몰라.’“카시엘이었을 가능성은?”『……모르겠어.’루아는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좋다.세레나도 더는 답을 유도하지 않았다.“한 번이 아니라고 했고.”『응.’“그건 확실해?”『그건 알아.’“기억이 아니라 감각인데도?”『응.’루아의 목소리가 조금 답답해졌다.『설명하기 어려워. 카드 여러 장을 섞었는데, 같은 카드 모서리만 계속 손에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이야.’세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같은 사람을 여러 번 뽑았다는 뜻인지, 같은 종류의 선택을 여러 번 했다는 뜻인지는 모른다.”『응.’“좋아. 거기까지.”카시엘이 세레나를 바라봤다.“확인하지 않습니까?”“78 가면 나오겠죠.”“예.”“그리고 지금부터 ‘분명 대공이겠지’ 하고 생각하면, 나중에 뭐가 나와도 그쪽으로 끼워 맞출 것 같아서.”세레나는 78번 칸을 다시 봤다.이번 생도.그 말부터 위험하다.이번 생.저번 생.마치 자신이 몇 번이나 같은 삶을 반복한 것처럼 들린다.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그런 무한 회귀가 아니었다.INSTANCE0의 삶.GAME01.RETURN01 이후 실제 현대 생활.그리고 GAME02.연결된 삶의 구간은

  • 《악녀는 오늘도 운명 카드를 뽑습니다》   둘 다라고 대답한 사람

    [최초 응답 시도.]입력:「둘 다……」응답자 식별 잠금.해금 조건:BOARD 73.세레나는 한동안 창을 닫지 못했다.GAME01이 시작되기도 전이었다.유진이 ROUTE 0의 문에 질문을 남겼고, INSTANCE0였던 자신은 그 아래에 ‘거부해도 불이익 없음’을 적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아니었다.누군가 한 번은 대답하려 했다.그것도.자신이 너무 자주 했던 대답과 똑같은 방식으로.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고.둘 다.“시스템.”[확인.]“응답자가 나일 가능성은 정말 없어?”[최초 응답 시도자는 PLAYER01이 아닙니다.]“PLAYER01이라는 역할을 받기 전의 INSTANCE0면?”잠시.[질문을 재분석합니다.]세레나는 기다렸다.이 구분은 중요했다.게임 이전의 자신은 PLAYER01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단순히 역할명을 기준으로 아니라고 판정했다면, 최초 응답자가 자신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INSTANCE0 LIFE RECORD와 대조.]불일치.최초 응답자는 INSTANCE0가 아닙니다.“좋아.”하나 지웠다.“유진?”[BOARD 73 이전 식별 정보 접근 불가.]“에드릭.”[동일.]“카시엘.”카시엘의 시선이 창으로 향했다.[동일.]“아리엘라.”[동일.]세레나가 혀를 찼다.“다 막아 놨네.”“그만하십시오.”카시엘이 말했다.세레나가 그를 봤다.“왜요?”“이름을 하나씩 넣는 방식으로 찾다 보면, 결국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의미를 붙이게 됩니다.”세레나는 입을 다물었다.맞다.누구인지 궁금하다는 이유로.후보를 계속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73 가면 알게 되니까.”“예.”“그럼 지금은 응답 내용만.”세레나는 다시 시스템을 봤다.“‘둘 다’ 다음에 뭐가 있었어?”[부분 손상.]“남은 데까지만.”[복구 가능 문자 수:7.]글자.하나씩.나타났다.「둘 다 남기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남긴다.”카시엘이 낮게 반복했다.“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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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이 마지막에 문에 남긴 질문.세레나는 그 문장을 밤새 머릿속에서 굴렸다.질문 자체는 아직 모른다. 누가 답해야 하는지도, 왜 15년 동안 미처리 상태로 남았는지도 모른다.확실한 것은 세 가지였다.유진은 자신의 RETURN ADDRESS를 만들지 못했다.문을 다시 열어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마지막에 문에 질문 하나를 남겼다.세레나는 책상 위에 종이를 펼쳤다.첫 줄.1. 유진의 질문은 ‘사람’이 아니다.적고 나니 이상해서 지웠다.“아니지.”질문이 사람일 리 없다.다시.1. 유진의 질문은 특정 인물의 구조 요청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두 번째.2. GAME02 재접속 조건 중 하나인 ‘미처리 질문 결과’와 관련 가능성이 높다.세 번째.3. D SLOT의 SYSTEM — QUE■■■와 관련 가능성이 높다.그리고 네 번째 줄을 쓰려다가 펜이 멈췄다.관련 가능성.관련 가능성.관련 가능성.전부 추측이다.“아직은 여기까지.”세레나는 펜을 내려놓았다.침대 쪽에서 루아가 물었다.『안 자?’“자야지.”『말만 세 번째.’“이번엔 진짜.”『아까도 그랬어.’“사람이 살다 보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세레나는 마음이 너무 자주 바뀌어.’“독립 존재 되더니 잔소리부터 배우네.”『카시엘한테 배웠어.’세레나가 피식 웃었다.“그건 잘 배웠다.”잠깐 조용해졌다.그런데 루아가 다시 불렀다.『세레나.’“응.”『유진 찾을 거야?’세레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모르겠어.”『왜?’“찾을 수 있는지부터 모르니까.”유진의 현재 상태.생존 여부.어느 세계에 있는지.아무것도 모른다.그리고 무엇보다.『그러니까 나를 찾으려고 문을 열지 마.』본인이 그렇게 남겼다.“유진이 찾지 말라고 했는데 내가 무작정 문부터 열면.”『유진 선택을 무시하는 거니까.’“응.”루아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질문만 찾으면 되네.’세레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러네.”간단하다.사람을 찾지 말라고 했다.

  • 《악녀는 오늘도 운명 카드를 뽑습니다》    누가 누구를 버렸는지 묻지 마세요

    『나 아리엘라가 왜 싫었는지 기억났어.』세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방금 전까지 카시엘의 손을 잡고 있었다. 따뜻한 체온도 그대로였고, 조금 전 입맞춤의 감각도 아직 남아 있었다.그런데 루아의 한마디가 그 모든 것을 밀어냈다.“……왜?”카시엘의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루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애가 골랐어.』“뭘.”『너랑.’잠시.『그 사람 중에.’세레나의 시선이 천천히 카시엘에게 향했다.카시엘 역시 들은 모양이었다.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붉은 눈이 가라앉았다.“PLAYER02?”『응.’15년 전.GAME01.아리엘라에게만 주어진 SECRET CHOICE.① PLAYER01의 기억을 보존한다.② PLAYER02의 기억을 보존한다.단 하나만 선택하십시오.세레나는 아직 아리엘라가 어느 쪽을 골랐는지 모른다.그런데 루아는 안다.아니.루아 안에 남아 있던 무언가가 이제야 돌아왔다.“루아.”『응.’“아리엘라가 뭘 골랐어?”또 침묵.그리고.『카시엘.’카시엘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아리엘라는 카시엘의 기억을 남겼어.』세레나는 숨을 들이켰다.그런데 이상했다.카시엘의 기억은.남지 않았다.GAME01 종료 후.11분.그 뒤 목소리.얼굴.이름.차례로 흐려졌다.“잠깐.”세레나가 말했다.“그럼 실패했잖아.”『응.’“아리엘라가 카시엘 기억을 보존하는 쪽을 골랐는데 대공은 결국 날 잊었어.”『응.’“그럼 내 기억은?”루아가 대답하지 않는다.세레나는 그 침묵에서 먼저 답을 읽었다.“버려질 예정이었구나.”카시엘이 즉시 말했다.“세레나.”“괜찮아요.”“괜찮지 않은 표정입니다.”“그건 맞는데.”세레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리고 일부러 한 번 더 말했다.“그래도 아직 괜찮아요.”화가 안 나는 것은 아니다.서운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15년 전.자신과 카시엘.둘 중 하나의 기억만 남길 수 있다는 선택.아리엘라는.카시엘을 골랐다.왜.그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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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레나는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시스템창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긴 지 오래였지만 오늘은 일부러 천장을 조금 더 바라봤다. 어제 하루 동안 열일곱 명이 북부로 돌아왔고, 네 명은 자신이 선택한 다른 장소로 향했으며, 두 명은 스스로 NULL에 남았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사라지지 않았다.[63번 고정 운명 지점 완료.]강제 잔류: 0.소멸: 0.대가: 0.마지막 숫자가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대가.세레나는 이불 속에서 손을 뻗어 허공의 숫자를 한번 건드렸다.“이런 건 매번 0이면 좋겠는데.”『나도.’루아의 목소리가 들렸다.세레나가 웃었다.“일어났어?”『안 잤어.’“왜?”『생각했어.’“뭘.”잠시 조용하던 루아가 물었다.『어제 남은 두 사람.’“응.”『밖에 나오는 게 좋은 건데 왜 안 나왔을까.’세레나는 몸을 일으키다가 멈췄다.예전의 루아였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답을 이미 정해 놓고 물었을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옳고, 남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하지만 어제 루아는 두 사람이 NULL에 남는 것을 직접 봤다.세레나는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었다.“밖으로 나오는 게 그 사람들한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니까.”『NULL은 춥잖아.’“응.”『외롭고.’“그럴 수도 있지.”『그런데도?’“밖이 더 무서울 수도 있어.”루아가 잠잠해졌다.세레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우리는 그 사람들이 왜 남았는지 전부 몰라. 15년 동안 거기 있었으니까 갑자기 사람 많은 곳으로 나오는 게 무서울 수도 있고, 아직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냥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어.”『그러면 언제 나와?’“자기가 나오고 싶을 때.”『계속 안 나오면?’“그것도 그 사람 선택이고.”루아가 한참 뒤 물었다.『세레나는 안 답답해?’“답답하지.”세레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걱정도 되고. 당장 따뜻한 데로 끌고 와서 밥 먹이고 싶기도 해.”『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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