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땡그랑 한 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진 그릭' 사내 행세까지 하면서 한푼 두푼 모으는 재미에 사는 게 유일한 낙이다. 조금만 더 모으면, 이 지긋지긋한 용병 짓도 그만하고, 언니와 단둘이 멀리 떠날 수 있다! 그 누구도 우리를 찾지 않고, 우리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는데 뭐? 공작가로 들어가라고? 그것도 공녀를 지키라는 거야?
View More미간을 한껏 좁힌 채 정원을 걷던 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기분으로 언니를 만났다간,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머리나 좀 식히고 들어가보던지 해야지.“진, 괜찮아?”진의 팔을 붙잡은 헤이든은 가만히 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야기를 해주려나.얘라면 또 혼자 꽁꽁 앓을텐데..“아까 그 이야기, 진짜야?”“헤이든, 나중에 이야기 하자. 지금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너는 괜찮아?”헤이든을 한번 쳐다본 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어느 누가 괜찮을까.나를 죽이려고 한 게 내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면.그러려니 하려고 한, 나의 그 의지들 마저도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설마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으니까.“헤이든 너가 실망했을 거 알아.”“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실망을 해.”“내 친형제는 어린 나이에 언니와 나를 죽이려고 제 어머니를 꼬아 냈잖아. 결국 나도 같은 핏줄인 거고.”“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너도 피해자야.”아무 말 없이 시선을 피하는 진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뱉었다.제발 아니기를 그렇게 빌었는데.빌어먹을 신이 있다면 왜 진에게 이딴 일만 생기는 건지 멱살이라도 잡고 따져 물어보고 싶은 정도인데.얘가 뭘그렇게 잘못했다고.“너랑 상관 없는 것들이야.”“잘 모르겠어.”“너 때문도 아니고, 네가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니야. 피 하나 섞였다고 네 탓으로 몰고가지마.”“헤이든”“네가 그렇게 말하면 할아버지도, 벨라도 슬퍼해.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입을 꾹 다문 진에 헤이든은 진의 두손을 잡았다.이런 말을 하면 진이 이해를 할까.정말이지, 얘가 너무 착한게 문제인것 같은데.“난 널 믿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말아.”“노력은 해볼게.”“진, 그 사람들과 너를 같다고 생각 하지마. 알았지?”“응”“그러니까 네 탓 하지도 말고.”고개를 끄덕이는 진을 보던 헤이든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니.언제까지 이런 바보 같은 생각만 할지
“아직 위험하다.”레이먼드의 말에 진이 욕을 뱉으려 하자, 헤이든이 다급하게 진의 입을 막았다.또 이렇게 입이 먼저 나가고.하여튼 얘는 이게 문제라니까.“진, 그만”입을 막고 있는 손을 콱 물어버리는 진에, 헤이든은 손을 털어내며 소리를 질렀다.“아파!”“누가 막으래?”“너는 진짜!”헤이든을 흘겨본 진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레이먼드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미친인간.내 말은 곧 죽어도 안 듣지.“그리고 저희 언니에게 다가 가지 말라는 말은 콧구멍으로도 안 들리셨습니까? 그리고 이제 나갈 거라니까요?”레이먼드는 픽 웃으며 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잔뜩 짜증난 얼굴과, 날카로운 목소리.내가 그렇게 싫으려나.제일 큰 난관이 여기 없어서 후순위로 미뤄뒀더니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내가 먼저 다가간 건 아닐세.”“그럼 우리 언니가 경에게 갔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빼액 소리를 지르는 진에 헤이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얘는 진짜 목에 나팔이라도 꽂은 거 아냐?이러다 누님까지 다 듣겠네.“진, 그만 진정 하라니까”“진정 같은 소리하네. 야, 헤이든 너도 문제야. 아니, 벤이랑 벨라도 문제야. 말리지는 못할 망정, 이게 뭐야?”“할아버지는 이미 스피나 경 편이야. 고모도”“둘다 협박이라도 당한 거 아냐?”레이먼드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만담꾼도 아니고, 하는 짓이 웃기긴.둘을 붙여두면 일년 치 웃을 일이 한시간만에 나올 것 같은데.“둘에게 협박보다는 선물을 많이 했네. 엘리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했지, 그들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지 않나?”“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글은 아니지. 하여간, 생각은 잘해보게. 헨리 그녀석이 아직 잡히지 않았어. 확실하게 안전해 지지 않은 이상, 다른 곳으로 이동은 어렵지 않겠나.”“아니, 그럼 아이비는 괜찮고요? 아까 제가 그 말 했을 때는 그렇게 하라면서요”“공녀의 곁에는 그 커다란 용병이 있지 않은가. 별일 없겠지.”레이먼드를
“진? 뭐야, 왜 벌써 왔어?”행주를 아무데나 집어 던진 헤이든은 자리에 앉는 진의 옆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살폈다..왜 이렇게 기운이 또 없는 거야?이 정신나간 공녀가 또 한 소리 했나?“무슨 일 있어?”“계약 마치고 온 거야. 말 나온 김에”“고민한거 치고 빠르게 끝냈네? 며칠더 미적거릴줄 알았더니.”헤이든의 말에 진은 웃고있는 헤이든을 흘겨보았다.그게 그렇게나 좋은가?아주 대놓고 공작가를 싫어한다고 말하고 다니지.“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뭐든 좋은 게 좋은 거지. 공녀는 뭐래?”“여러가지 말이 많긴 했는데, 계약 정산은 나보고 가져다 달라 더라.”헤이든은 혀를 차곤 머리를 털었다.끝까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뭐 잘났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으휴, 짜증나.“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 내가 수당 좀 더 올려 쳐서 받아 낼게.”“야, 그래 봤자 아이비가 알겠어? 그 집 돈도 많아서 티도 안나.”“그럼 더 받아내 야지. 기대 해라.”콧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넌 헤이든은 주방안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그런 헤이든을 보던 진은 다시 상자로 시선을 옮겼다.이게 뭐길래 멜리나가 준 걸까.내가 공작 부인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옮기는 것 같았는데.나에게 줄만한 것이 있었을 리도 없고….“뭔데?”“언제 왔어?”“방금왔지. 선물이라도 받았어?”“아….”가만히 상자를 보던 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헤이든을 돌아보았다.“언니랑 내 유모였던 하녀장이 준거야.”“네 유모? 그럼 너 알아본거 아냐?”“괜찮아.”입을 다시던 진은 낮게 한숨을 쉬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뭐야? 인형 아냐?”헤이든의 말에도 진은 가만히 인형을 바라보았다.에메랄드가 박힌 리본을 메고 있는 곰 인형.어린시절, 멜리나가 만들어준 곰 인형이었다.멜리나는 나를 잊지 않고 있었을까.나를 잊은 그 공작성에서 유일하게 나를 기억해준.언니의 유모이자, 나의 어머니 같은 멜리나.“진, 울어? 갑자기 왜 그래?”진은 눈을 북북 닦으며
“그래서, 이제 영영 떠나는 게냐?”마리아의 말에 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정말이지, 마지막이라고 말을 해도 말씀을 저렇게 하신다니까.성격 한번 고약하다고 해야하나.“앞으로는 공작가애 얼씬도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참으로 어리석어. 그럴 바에 내 밑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아유, 됐습니다. 저도 모아둔 돈도 많고, 일을 그만 둘 거 라서요.”진의 말에 마리아는 픽 웃으며 차를 한입 마셨다.저 재미있는 애가 이제 없으면, 한동안 공작가는 조용할 것이었다.한동안 시끌시끌해서 재밌가 있었는데.이러는걸 보면 꽤나 서운하기도 하고.“계집애라 했지. 사내 행세 한다고 고생을 꽤나 했겠어.”“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독도 먹고, 공작가에서 고생을 많이 했구나.”마리아의 말에 진은 킥킥 웃으며 괜히 어깨를 풀었다.참 많고 많은 일이 있긴 했었다.어지간한 의뢰들보다 난이도는 높긴 했으니.암살자에, 독에….으휴, 다시는 귀족가 호위는 안 맡아야지.“뭐, 보너스라도 주실 거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실 없는 소리 하기는.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라. 그 정도는 들어주지.”“이야, 공녀님께서 공작부인이 저를 좋아하신다고 하시긴 하셨는데, 그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이 심심한 곳에서 너 같이 격 없이 구는 녀석이 어디 있는 줄 아느냐.”“영광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공작부인께서도 성격은 좀 죽이세요.”“넌 그 입 때문에 죽을 거다.”마리아의 말에 진은 미소를 지으며 방을 훑어 보았다.따듯하고 고급 진 공작부인의 방.그리고 한 가운데에 걸려있는 어린 시절의 언니가 그려진 초상화.나를 죽이려고 한, 나의 친모와 친 형제.둘 중 누구에게서 그런 생각이 나왔을 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만은 않은데.뭐, 공작부인에게는 아이비가 모든 것을 말해줄 테니 내가 굳이 알 필요는 없겠지만.“가는 김에 그 멀대 같은 놈도 같이 데려가지 그러냐.”“그 놈은
진은 아이비의 보랏빛 눈을 흘긋거리다 시선을 떨구었다.눈치가 빠르고 예민하다.아까 하녀가 한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이걸 말하고 싶었으려나.“죄송하지만, 하녀입니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의뢰주의 추가조항은 절대 정체를 말하지 말 것.무슨 이런 바보같은 조항이 있나 했지만, 뭐, 돈을 그만큼 주기로 했으니 따라야지.“그래? 그럼 네 손에 난 굳은살에 대한 변명은?”“손이 여려서 굳은살이 잘 베깁니다”“허술해”“이전에 정육점에서도 일했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아버지가 군인이십니다”“
진은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중후한 홀과 천장 위의 벽화와 홀에 걸린 몇 대 전 공작의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어릴 적과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딱히 기억도 잘 안나긴 하다만.“공녀님은 어떤 분이세요?”“넌 그런게 궁금하니?”톡 쏘듯 답하는 하녀에 진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래도 제가 모실 분이니까요”안내하던 하녀는 고개를 저으며 진을 흘겨보았다.하긴, 얘도 알긴 해야지.얘는 며칠이나 가려나.“까탈스러우시고 예민하신 분이야. 어지간하면 말 걸지 않는 게 좋아”“까탈스러우시고 예민
진은 떨떠름하게 거울 속의 자신을 지켜보다 얼굴을 잔뜩 구겼다.노란 리본을 짧은 머리에 달고, 단정한 하녀복을 입고있는 모습과 함께 저 껄렁한 자세라니.영락없이 뒤 꿍꿍이를 가진 모양새인데.“사장님, 혹시 삶이 지루하신가요”진의 말에도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웃는 헤이든에, 진은 혀를 끌끌 차며 깊이 숨을 내뱉었다.용병단의 에이스인 내가 이리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단장이라는 놈은 배나 부여잡고 낄낄거리는 꼴이라니.헤이든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진은 멈출생각 없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리곤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
진은 계약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파묻은 채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았다.내가 미쳤지 진짜.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 집에 내가 내 발로 들어가야한다니.심지어 뭐? 하녀?“나 진짜 그냥 때려 치고 싶어.”“늘 말했지만,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거야.”진은 계약서를 보다 다시 울상을 지었다.이씨, 레이먼드인지 그 미친 인간은 하녀 소리 하면 안할거 알고 이런거 같은데.중간에다가 그소리를 박아 넣는게 어딨어!“미친거 아냐 진짜.”“그러게나 말이자. 공녀님 옆으로 가는데 시종으로 갈 수도 없고.”“아니 경비도 있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