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당은 따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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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한 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진 그릭' 사내 행세까지 하면서 한푼 두푼 모으는 재미에 사는 게 유일한 낙이다. 조금만 더 모으면, 이 지긋지긋한 용병 짓도 그만하고, 언니와 단둘이 멀리 떠날 수 있다! 그 누구도 우리를 찾지 않고, 우리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벌었는데 뭐? 공작가로 들어가라고? 그것도 공녀를 지키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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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فصل الأول

1화

“공작가에 하녀가 암살시도 했다지?”

“제일 끗발 없는 서출 공녀한테 무슨….”

“그러니까 웃긴 일 아니냐.”

사내들의 말에 헤이든은 테이블에 맥주를 거칠게 내려 두었다.

“다 튀잖아!”

“튀기는. 그리고 귀족네들 이야기 하지마. 그런 거 이야기해서 좋은 꼴 본 적이 없어.”

“아니, 그렇잖아. 공작가에 아무리 적장녀가 실종되었다만, 서출 공녀까지 그러는게 이상하지 않냐?”

“이상은 무슨? 주인도 없는 자리, 탐내는거겠지.”

“그래서 암살자를 날려?”

“왜, 가서 호위라도 해주게?”

“아서라. 난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

혀를 끌끌 차는 헤이든에 사내들은 손가락질하며 한마디 얹었다.

“이거, 진 돌아온다고 이러는 거 아냐?”

“진 녀석 돌아온대?”

헤이든이 놀란 듯 눈썹을 올리자, 사내들은 헤이든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야, 그렇게 좋냐? 하여튼, 성격 특이해.”

“아까 저기 광장에서 정리하고 있더라. 좀 있으면…”

순간 벌컥 하고 열린 문으로 들어온 진은 요란하게 그들을 향해 인사를 하곤 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풀풀 날리는 먼지에, 헤이든은 손부채질하며 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사막에서 꽤나 고생한 모양인데.

안 그래도 얇은 몸이 더 얇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거 말고 좀 쉬운 거로 하라니까…

“왔으면 집을 가야지, 왜 바로 여기를 오냐.”

“기껏 여기까지 왔더니 말이 많아.”

시끄럽게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옆자리에 앉아 고개를 내저었다.

“좀 쉬어. 너 방금 돌아왔다며.”

“쉬는 건 죽어서도 할 수 있어.”

단호한 진의 말에 헤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크게 뱉었다.

어디서 땡그랑 소리만 나면 눈부터 밝히는 돈에 미친 것이라는 게 다시금 떠올랐다.

오죽했으면 용병단 안에서 진을 찾을 땐 길바닥에 돈을 뿌리란 말이 있을까.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은 헤이든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

“뭐, 뭔데!”

“빨리빨리 일할 거리 찾아달란 말이야!”

옷깃을 쥐고 짤짤 흔드는 진에 헤이든은 한껏 인상을 찡그렸다.

사내놈들 행세하면서 진짜 사내라도 된 줄아는거야?

왜 이렇게 힘이 무식하게 센 거야?

“야! 일이 들어와야지!”

“그럼 너가 물어와야 할 거 아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진에 헤이든은 거칠게 옷깃을 풀어내었다.

진짜 무식하게 힘만 세서는!

“좀 들어가서 쉬어!”

“쉴 틈이 없다니까? 나 돈 벌어야 하는 건 너가 제일 잘 알잖아.”

입을 삐죽이며 말하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입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누가 그걸 모르냐. 너가 방금 왔는데 일이 널 기다리는 줄 알아?”

헤이든의 손을 덥석 하고 잡은 진은 그의 손을 왁 하고 깨물었다.

“아파!”

헤이든의 외침에 진은 킥킥거리며 직원이 가져다준 맥주를 한입 꿀떡하고 넘겼다.

“헤이든 너무 괴롭히는 거 아냐?”

헤이든의 옆에 앉아있던 올리버의 말에 진은 우뚝, 행동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이다 올리버?”

“어, 어엇”

“오자마자 이렇게 반가운 얼굴을 보다니.”

그 말과 동시에 날아오르듯 자신을 뛰어넘는 진에 헤이든은 피곤한지 미간을 꾹 눌렀다.

벌써 시작이구만.

쿠당탕탕 넘어지는 올리버에 진은 속이 시원한지 머리를 쓸어올렸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정말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네.

“나, 너가 너무 그리웠어. 올리버.”

진은 올리버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잡아 올렸다.

“돈 내놔!”

“이 구두쇠가 진짜!”

올리버는 켁켁거리며 진을 떨어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꼴랑 50실버 하나로 이렇게 쥐잡듯이 잡냐!”

“꼴랑…? 꼴랑이랬냐…?”

서서히 올리버에게 다가가는 진에 헤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유리 잔들을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려나.

참 힘이 넘친다고 해야하나….

“50실버면… 맥주가 열잔이야!”

다시금 시끄러워지는 홀에 헤이든은 의자에 앉아 밖으로 나가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것들이 그냥 내빼?

전부다 외상 달아야지 지들이 먹은 건 돈 내야 할 거 아냐.

“하나만 더 깨트려 봐 10배로 물릴 거니까”

“악덕 사장!”

순간 넘어지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허리를 단단하게 잡곤 깊게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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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공작가에 하녀가 암살시도 했다지?”“제일 끗발 없는 서출 공녀한테 무슨….”“그러니까 웃긴 일 아니냐.”사내들의 말에 헤이든은 테이블에 맥주를 거칠게 내려 두었다.“다 튀잖아!”“튀기는. 그리고 귀족네들 이야기 하지마. 그런 거 이야기해서 좋은 꼴 본 적이 없어.”“아니, 그렇잖아. 공작가에 아무리 적장녀가 실종되었다만, 서출 공녀까지 그러는게 이상하지 않냐?”“이상은 무슨? 주인도 없는 자리, 탐내는거겠지.”“그래서 암살자를 날려?”“왜, 가서 호위라도 해주게?”“아서라. 난 내 목숨이 더 소중하니까.”혀를 끌끌 차는 헤이든에 사내들은 손가락질하며 한마디 얹었다.“이거, 진 돌아온다고 이러는 거 아냐?”“진 녀석 돌아온대?”헤이든이 놀란 듯 눈썹을 올리자, 사내들은 헤이든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야, 그렇게 좋냐? 하여튼, 성격 특이해.”“아까 저기 광장에서 정리하고 있더라. 좀 있으면…”순간 벌컥 하고 열린 문으로 들어온 진은 요란하게 그들을 향해 인사를 하곤 바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풀풀 날리는 먼지에, 헤이든은 손부채질하며 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사막에서 꽤나 고생한 모양인데.안 그래도 얇은 몸이 더 얇아진 것 같기도 하고.그런 거 말고 좀 쉬운 거로 하라니까…“왔으면 집을 가야지, 왜 바로 여기를 오냐.”“기껏 여기까지 왔더니 말이 많아.”시끄럽게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진에 헤이든은 진의 옆자리에 앉아 고개를 내저었다.“좀 쉬어. 너 방금 돌아왔다며.”“쉬는 건 죽어서도 할 수 있어.”단호한 진의 말에 헤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크게 뱉었다.어디서 땡그랑 소리만 나면 눈부터 밝히는 돈에 미친 것이라는 게 다시금 떠올랐다.오죽했으면 용병단 안에서 진을 찾을 땐 길바닥에 돈을 뿌리란 말이 있을까.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은 헤이든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뭐, 뭔데!”“빨리빨리 일할 거리 찾아달란 말이야!”옷깃을 쥐고 짤짤 흔드는 진에 헤이든은 한껏 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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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고마워라.”진의 말에 헤이든은 혀를 차며 올리버에게 시선을 돌렸다.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어.“올리버, 그만하고 가라. 50실버 내가 줄 테니까 갚고”“나 먼저 간다!”“야! 올리버!”진은 헤이든의 팔 안에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도망가는 올리버를 째려보았다.저 자식, 끝까지 돈 안 주고 가네.“그걸 왜 니가 갚아주냐?”“입만 살았지 아주.”머리를 쥐어박는 헤이든에 진은 머리를 비비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아프잖아!”“이 꼬라지들 봐라. 진짜. 전부다 배상 청구할 거야”“올리버한테 달아”“전부다 너가 부순 거잖아”“걔가 돈을 갚았으면 안 그랬겠지.”너스레를 떨며 자리에 앉는 진에, 헤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직원에게 손짓했다.“먼저 들어가. 정리는 내가 할게”직원이 빠르게 사라지자, 헤이든은 다시 진의 옆에 앉아 생채기가 난 볼을 만졌다.올리버 이 녀석은 진짜 주먹을 날리고 그러냐.“많이 아퍼?”“맷집도 느는 거 모르냐. 아직도 헤이든 그레이씨 머리에는 8살의 진 그릭이 살고 있나 보네”헤이든이 낮게 숨을 뱉곤 얼음이 가득 든 컵을 건네자, 진은 컵을 볼 위에 올리며 헤이든을 한번 흘겨보며 낄낄거렸다.이건 또 언제 준비했데.“친절도 하시구만.”“누님은 보고 왔어?”“아직. 일감 받아서 일정 잡히면 만나러 가려고 했지.”“아무 일도 없어. 좀 쉬어라.”헤이든의 말에 진은 깊은숨을 내뱉었다.내가 석 달을 넘게 자리를 비운 건데도 일이 없다니.이러다가 정말….“헤이든…”“또 왜”“우리 용병단 일이 없어서 문 닫는 거 아냐?”걱정을 담은 진의 눈빛 뒤로 장난이 보이자, 헤이든은 꾹꾹 참아온 화가 올라왔다.“그렇겠니? 응? 야, 너가 이렇게 난장을 치면 손님이 어떻게 들어와!”“그건 모르는구나”“또 무슨 말을 하려고?”“맛집은 길바닥에서 장사해도 찾아와”“그거랑 같냐!”소리를 빽 하고 지르는 그에, 진은 으익, 하는 소릴 내며 입을 다물었다.아무리 봐도 장사가 안되는건 사장 성격 문제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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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뭐?”짜증 섞인 그의 말에 진은 괜히 손톱을 바라보다 다시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냥 하기 싫어서요. 딱 듣기만 해도 위험할 것 같은데.”“위험하다고 안 하는 타입이 아닐 텐데. 타말 사막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네”“소식도 빠르셔라. 전부 다 알고 오신 겁니까?”“중요한 일에 아무나 쓸 것 같은가?”“영광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요.”사내는 혀를 차며 가만히 진을 바라보았다.이 녀석에 대한 평가같은 걸 들었을때 가장 쓸만 했는데.공작가와 안 좋은 일이라도 있던건가.이러면 귀찮아 지는데.“자네에 대한 경력과 일 처리 방식은 이미 알고 있다. 귀족가의 문제라고 안 하는 게 아니던데”“실패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런 곳은 보호 대상이 죽을 확률이 높지 않습니까.”“죽는게 문제인가?”“안 그럼 위약금 물지 않습니까. 실패할게 빤히 보이는데, 제가 굳이 할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가만히 진을 바라보던 사내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벌써 하녀가 암살하려 했다는 말이 돈 건가.이거, 귀찮게 되었는데.”공녀가 죽는다고 해도 계약금은 주도록 하지. 공녀가 공작이 된다면, 추가금을 지급하겠다.“진은 미간을 좁히고 가만히 사내를 바라보았다.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돈도 돈이지만, 이런거면 꼭 뒤탈이 안좋은건데.아이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왜 굳이 이런 일을 나에게 시키는거지?“그리고 자네는 나와의 예약은 그녀에게 알리지 마라.”“알리지 말라는 말은 또 무슨 말 입니까?”“몰래 호위를 하라는 것이지.”인상을 찡그린 진은 사내를 바라보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이거, 미친 녀석인 것 같긴 했는데, 진짜 미친 자식이잖아?몰래 호위를 하라고?”원하시는 게 뭡니까?“”공작 저 내의 동향. 그리고 공녀의 계승이다.“”그쪽도 제정신은 아니시군요?“짜증 섞인 진의 말에 사내는 툭툭, 제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머리가 빠른 것이, 답답할 일은 없을 것 같고….공녀가 알아 차리면 더 좋을것 같은데 말이지.“그리 말해주니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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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파말라 공녀?”헤이든의 외침에 진은 머리를 뜯으며 한껏 울상을 지었다.아씨, 이자식도 그소리 할줄 알았다.“그냥 포기할까? 근데 한두 푼이 아니란 말이야.”“너 진짜 어쩌려고 덥석 받은 거야?”“나 없는 동안 뭔 일 있었냐?”헤이든은 괜히 아무도 없는 주변을 한번 두리번거리곤 진에게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거기 공녀의 하녀가 암살 시도했다잖아. 한두번이 아냐.”“내가 내 발로 사형장에 들어가는 거구나”“너무 그러진 마라. 위험하긴 한데, 너를 콕 집어서 찾으니까.”울상을 짓는 진에 헤이든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이래서 내가 가려고 한건데 말이지.“공작가 개판이냐?”“공녀가 혹시나 후계 구도 나올까 봐 그러는 것 같던데.”“그 판에 내가 왜 껴야 하는 거야. 돈은 좋지만 살아야 돈이지. 그냥 취소해 버릴까?”“너가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어서 가져왔잖아. 계약서 다시 볼까? 위약금이 셀 거 같은데.““내가 눈이 멀었지.”중얼 읊조리는 진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이 녀석이 죽을 것 같진 않은데, 그쪽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내가 도울 수 있는 한까지는 도울게”“당연히 도와야지. 너가 떼먹는 수수료가 얼만데”“그놈의 입”헤이든은 진의 복잡한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깊은숨을 내뱉었다.“공작가에서 너한테 의뢰한 건 아닐 거고.”“스피나 가문에서 의뢰했어”“하긴, 거기도 그럴만하긴 해””왜 또?”걱정 가득한 진의 얼굴에 헤이든은 진의 이마를 꾹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옛날에 두 가문이 정략혼 준비했었잖아. 몰랐냐?”“아니 알지. 근데 그 장녀가 없는데 뭐가 남아서 혼자 그러냐 이거지”“진 그릭씨는 귀가 영 어둡네?”“야, 사막에서 돌아온 지 이제 반나절이야.”짜증 섞인 진의 말이 가게 안을 울리자, 헤이든은 후후 웃으며 행주를 빙글빙글 돌렸다.“아무것도 모르는 진 그릭을 위한 친절한 사장님의 설명이 필요하겠구만.”“아주 삶이 길지. 길어?”“그 장녀랑 막내 공녀가 사라지고 나니까 깨지긴 했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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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이제 누나 만나고 좀 쉬어야지.”“아, 너 바로 자지 말고 저녁 먹고 자.”헤이든의 말에 진의 몸이 굳었다.설마. 아니겠지.“뭐..?”“너 사막 가서 고생했잖아. 내가 보양식 만들어 줄게”해맑은 그의 미소에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거짓말”“튕기기는. 내가 몸에 좋은 거 만들어 줄 테니까 딱 기다려”“나 방금 사막에서 돌아왔잖아! 석 달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내가 왜 그걸 먹어!”자리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진에 헤이든은 미소를 지으며 진의 손을 잡았다.“해준다고 할 때 먹어. 너 진짜 감동할 거다. 내가 심혈을 기울일 거거든.”“차라리 사막에 다시 보내!”“그정도로 힘이 넘칠 생각을 하니까 벌써 뿌듯해”“제발 뿌듯해 하지마!”*햇살이 비추는 3층 집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은 2층에서 손을 흔드는 누군가에 발을 재촉했다.나무로 대충 얽어놓은 담장 안까지 들어온 진은 그녀를 보며 소리를 쳤다.“올라갈게!”우당탕탕 들어온 진은 사 온 빵을 식탁에 올리고 계단을 올라갔다.“먼지 날려! 미친것아!”벤의 말을 무시한 진은 재빠르게 2층으로 올라가 문을 활짝 열었다. “누나!”햇볕이 들어오는 침대에 앉아있던 엘리는 미소를 지으며 진을 향해 팔을 뻗었다.“왔어?”진은 문을 닫고 들어와 엘리를 꼭 끌어안았다.몽글몽글한 햇살의 향기와 들꽃의 달콤한 향. 작은 아기 새 같은 심박 소리.이제야 돌아온 기분이네.“잘 있었지?”“응. 너도 다친 곳은 없지?”진은 안고 있던 엘리를 풀어주며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아픈 것도 없고, 다친 곳도 없고.늘 그랬듯이 우리 언니는 예쁘구만.”앗-“미끄러진 담요에 앙상한 다리가 드러자나, 엘리는 얼굴을 작게 붉혔다.“담요 덮어줘”“추워?”“그건 아닌데….”진은 미소를 지으며 노란 담요를 엘리의 다리에 덮어주곤 침대 아래에 앉아 엘리를 올려다보았다.새로 카디건을 뜬건가?역시 우리 언니는 안 어울리는 게 없다니까.“누나 보니까 진짜 집에 온 거 같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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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너 이 빵 어디서 샀어!”짜증 섞인 벤의 호통에 엘리를 안고 내려오던 진은 머리까지 새빨개진 벤에게 시선을 옮겼다.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저러신데.“뭐가?”“빵 말이다. 빵!”“베이커네. 거기 빵이 맛있잖아. 생각나서 기껏 사 왔더니?”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는 벤에, 진은 엘리를 앉혀주곤 옆에 앉아 턱을 괴었다.저 성격에 어떻게 전 용병단 단장인 건지.옛 명성이 하나도 소용이 없단 말이야.“또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건데?”“내가 두 블록 더 가서 쿠퍼네 가서 사라고 했잖아!”벤의 짜증에 진은 깊게 숨을 내뱉었다.빵 하나가지고 짜증을 저렇게나 내는 심보 고얀 영감이 되다니.분명 15년 전에는 엄청 멋있고 진중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야.이게 세월의 무상함인가.“아니, 베이커네가 왜 베이커겠어? 거기가 빵집이니까 베이커지.”“누가 그걸 몰라! 쿠퍼네로 가야! 잼을 준다고!”진은 에휴, 하는 소릴 내며 고개를 저었다.저렇게 화를 내는 게 고작 잼이라니.“구두쇠”“실버 하나라도 아껴야지! 이것아!”“그렇게 돈 아끼면 대머리 된다니까”“이미 대머리야! 이 버릇없는 것아!”반짝이는 벤의 머리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난 아직 한참 멀었어.저 정도는 해야 구두쇠 소리를 듣지.“눈이 부셔서 안보였네. 미안!”진의 장난 같은 말에 벤이 다시 진에게 소리를 지르자 음식을 들고나오던 벨라는 고개를 내저었다.“꼭 아버지는 진에게 그러셔요.”“저 버르장머리 없는 것!““나에게 버르장머리를 수업해 주신 스승님은 없어서요. 난 저러다가 고혈압 올까, 그게 더 무섭다.”주방에서 나오던 헤이든은 둘을 번갈아 보며 쯧쯧 혀를 찼다.“싸워라 싸워. 고모, 진 거는 제가 만들었으니까 안 줘도 돼요.”“어머나…. 또 그런 일이 생겨버렸구나”어두워진 진의 얼굴에 벨라는 담담하게 진의 어깨를 토닥였다.“다들 탐내도 혼자 먹어”“누나 빼고 다른사람에게도 나눠 주고싶은데.”“그럴순 없지.”“저거 봐라. 마음을 곱게 안먹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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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진은 계약서를 앞에 두고 머리를 파묻은 채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았다.내가 미쳤지 진짜.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 집에 내가 내 발로 들어가야한다니.심지어 뭐? 하녀?“나 진짜 그냥 때려 치고 싶어.”“늘 말했지만, 이래서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거야.”진은 계약서를 보다 다시 울상을 지었다.이씨, 레이먼드인지 그 미친 인간은 하녀 소리 하면 안할거 알고 이런거 같은데.중간에다가 그소리를 박아 넣는게 어딨어!“미친거 아냐 진짜.”“그러게나 말이자. 공녀님 옆으로 가는데 시종으로 갈 수도 없고.”“아니 경비도 있잖아!”“계약서에 떡하니 적혀 있잖냐. 그러게 계약서 잘 읽지 그랬어.”헤이든의 말에 진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아 싫어! 하녀 싫어!”“그럼 뭐 일당 20골드 날아가는 거지. 덤으로 위약금까지.”“아아… 더 싫어…”진은 테이블에 엎드려 계약서를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렸다.선명하게 적혀있는 하녀라는 단어에 진은 계약서를 집어 던졌다.20 골드와 하녀 복이라니.이 정도면 그냥 위로금이잖아.역시 더 비싸게 부를걸 그랬어.“사실 이거 누가 나를 속이기 위한 연극이 아닐까. 레이먼드인지 레몬파이인지 전부 배우 아냐?”진의 칭얼거림에 헤이든은 헛웃음을 보이며 유리잔을 옆으로 치웠다.또 말도 안되는 소리 하고 있네.“그럴 리가 있겠니.”“혹시 몰라. 빨리 알아 와 봐. 사기일 수도 있어”“신분까지 확인하고 온 거야. 스피나 가문에 찾아가서 확인까지 했어.”“거짓말!”“믿기 싫어도 현실이야.”“너도 날 속이는거지?”“내가 널 속여서 돈이 나오냐, 빵이 나오냐?”헤이든의 말에 진은 머리를 북북 긁으며 오만상을 찡그렸다.가만히 진을 보던 헤이든은 진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까마귀가 자기집이라고 하겠네.그렇게나 싫으려나.어차피 얘는 여자애니까 얼굴이나 몸은 상관이 없을거고.저 짧은 머리만 가리면 될 것 같은데.“가발 있잖아. 가서 써봐”“무슨 가발이야…. 아 진짜 싫은데”“왜, 벨라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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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진은 떨떠름하게 거울 속의 자신을 지켜보다 얼굴을 잔뜩 구겼다.노란 리본을 짧은 머리에 달고, 단정한 하녀복을 입고있는 모습과 함께 저 껄렁한 자세라니.영락없이 뒤 꿍꿍이를 가진 모양새인데.“사장님, 혹시 삶이 지루하신가요”진의 말에도 여전히 바닥을 구르며 웃는 헤이든에, 진은 혀를 끌끌 차며 깊이 숨을 내뱉었다.용병단의 에이스인 내가 이리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단장이라는 놈은 배나 부여잡고 낄낄거리는 꼴이라니.헤이든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던 진은 멈출생각 없는 헤이든에 인상을 찡그리곤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찼다.“그만 웃어! 이 악덕 사장아!”“으허…. 와, 맞은 곳보다 배가 더 아파”“명줄이 그냥 달까지 이어져 있지?”헤이든은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배를 쓸어내렸다.예상은 했다만, 이 정도 일줄은 몰랐는데.“요근래 본 것 중에 제일 웃겼어.””그렇게 좋으면 너가 입어“헤이든이 손을 저으며 비죽비죽 웃자, 진의 얼굴이 다시 와락 구겨졌다.“어우, 난 그런 취미 아니야”“그럼 난 취미냐?”잔뜩 불만을 내뿜는 진에 헤이든은 손을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넌 직업이지.”“너랑 같은 직업인 건 잊지 마라.”이를 악문 채 말하는 진에 헤이든은 웃음을 참으며 진을 다시 천천히 훑었다.“하녀복을 입은 소감은?”“예. 우선 전투력은 확실히 올라갔습니다.”어깨를 풀며 말하는 진에 헤이든은 입술을 꾹 누르며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열정이 요즘 것들과는 다르구만. 역시 내 직원이야”미간을 팍 좁힌 채 머리에 달려있던 리본을 풀어내는 진에, 헤이든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냥 가발 쓰는 건 어떠냐?”“답답해 죽을것 같아서.”“그럼, 그렇게 동네 양아치 같이 돌아다니게?”“취향이 특이한 아가씨일 수도 있잖아”짜증을 내며 말하는 진에 헤이든은 낮게 한숨을 뱉었다.“아서라. 치안부에 신고당할 거다.”“세상이 너무 좁아. 취향도 존중해야지”“모든 취향을 다 존중했으면 법은 왜 있냐? 기다려 봐. 가발 가져올게”헤이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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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진은 눈을 굴리며 여기저기를 훑어보았다.중후한 홀과 천장 위의 벽화와 홀에 걸린 몇 대 전 공작의 초상화들이 눈에 들어왔다.어릴 적과 달라진 것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딱히 기억도 잘 안나긴 하다만.“공녀님은 어떤 분이세요?”“넌 그런게 궁금하니?”톡 쏘듯 답하는 하녀에 진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무래도 제가 모실 분이니까요”안내하던 하녀는 고개를 저으며 진을 흘겨보았다.하긴, 얘도 알긴 해야지.얘는 며칠이나 가려나.“까탈스러우시고 예민하신 분이야. 어지간하면 말 걸지 않는 게 좋아”“까탈스러우시고 예민하시다….”그녀의 말을 곱씹던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아이비가 그랬던 성격이었나?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데.15년전이면 기억이 안 날만 하긴 한 것 같기도 하고.진은 문득 보이는 창밖의 풍경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공작가라고 하지만, 수도의 외곽에 있는 타운하우스는 옛날의 낡고 허름했던 과거를 보여주듯 했다.허울 좋은 명문가였던 파말라 공작가.지금의 공작이 위세를 일으켰다고 했지.가만히 생각하던 진은 고개를 저으며 계속 이야기를 하고있는 하녀를 따라 발을 옮겼다.“지금 공녀님은 집무실에 계실 거야. 인사 올리고 업무 분장 할게”“저는 뭘 하나요?”“궁금해할 시간이 되긴 했지. 넌 공녀님의 전반적인 잡역 담당이야““잡역이요?”“그래. 전부 다 해야 할 거야. 공녀님은 여러 명이 오는 걸 싫어하시거든.”붉고 커다란 문 앞에 선 하녀는 목을 가다듬고 노크했다.“공녀님, 오늘 오기로 한 신입 하녀, 인사드리겠습니다.”문 안에서 대답이 들리자 하녀는 진을 흘겨보았다.“너, 말 잘해야 해.”“걱정하지 마세요.”문이 열리자, 중후한 집무실이 진의 눈에 들어왔다.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과 그 반대편은 온갖 장식용 무기들이라.아이비 취향이 특이한건가.툭, 하고 자신을 건드리는 하녀에 진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인사 올립니다. 릴리 에반스입니다.”아이비는 미간을 좁힌 채 진을 가만히 위아래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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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진은 아이비의 보랏빛 눈을 흘긋거리다 시선을 떨구었다.눈치가 빠르고 예민하다.아까 하녀가 한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는 이걸 말하고 싶었으려나.“죄송하지만, 하녀입니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의뢰주의 추가조항은 절대 정체를 말하지 말 것.무슨 이런 바보같은 조항이 있나 했지만, 뭐, 돈을 그만큼 주기로 했으니 따라야지.“그래? 그럼 네 손에 난 굳은살에 대한 변명은?”“손이 여려서 굳은살이 잘 베깁니다”“허술해”“이전에 정육점에서도 일했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아버지가 군인이십니다”“그래서 군인이 받는 훈련을 받는다고?”진의 단호한 얼굴에 아이비의 미간이 좁히며 책상을 툭툭 건드렸다.어떤 인물이 또 보낸 걸까.이력서까지 보내서 내 손으로 뽑게 할 정도라니.내가 그렇게나 만만해 보인 걸까.“너…”유리창을 타고 반짝이는 무언가에, 진은 시선을 돌려 창밖 저 멀리를 바라보았다.아, 오자마자 시작이라니.부지런하다고 해야하나.진은 곧장 책상을 넘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바닥에 엎드렸다.“너 이게 무슨…!”말이 나기도 전에 깨지는 유리창과 자신이 있던 자리에 박히는 화살에 아이비는 놀라 진을 돌아보았다.습격!얼마 전에도 하녀로 분장한 암살자가 왔었다.이제는 이런 식으로 온다니!아이비의 떨리는 몸에 진은 가만히 아이비의 어깨를 쓸어주곤 그곳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아이비는 당황한 채 진을 올려다보았지만, 진은 아무런 말 없이 화살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화살이 꽂힌 모양새로 볼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반대편 4층 옥상.몇이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는데….이곳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거대한 창으로 이루어져 있고….진은 창문 아래로 아이비를 숨긴후 작게 미소를 지었다.“여기 얌전히 계세요. 저 녀석들 실력이 좋으니까.”진은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벽에 장식된 석궁을 들고 아까의 화살을 꽂아 그곳을 향해 조준했다.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옥상의 장식을 건드리자, 무언가 움직이는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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