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75.
온기라고는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얼음처럼 서늘하고 차가운 무표정이 그녀의 얼굴을 지배했다. 아그네샤는 1 황자를 똑바로 직시하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전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군요. 비록 제가 아직 정식으로 공작 서임을 받지는 못하였으나, 엄연히 발로아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가문의 모든 권한을 쥔 주인입니다.”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오롯이 가주의 위엄을 내뿜는 그녀의 서늘한 눈빛에 느긋하게 입을 놀리던 1 황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언제까지 그렇게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도록 하지.”
1 황자는 기분이 상한 듯 찻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싸늘한 경고를 남긴 채 응접실을 빠져
109.그러나 미끄러져 나오는 감각을 느끼자마자, 아그네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매끄럽고 땀에 젖은 종아리를 올려 바실리안의 단단한 엉덩이 뒤를 꽉 조여 매며 그를 다시 제 몸쪽으로 단단히 끌어당겼다.“아, 안 돼요… 빼지 마세요, 리안…….”“샤샤? 몸에 무리가 갈 텐데. 이 이상은…….”“싫어요. 아직 부족해요…….”아그네샤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바실리안의 가슴팍에 뺨을 비비며, 엉덩이를 감싸 쥔 종아리에 힘을 주어 그의 귀두가 다시 제 질구 깊숙한 곳을 찌르도록 아래를 바짝 밀착시켰다.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찌걱거리는 소리가 두 사람의 밀착된 피부 사이에서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더, 더 안아줘요. 밤새도록 제 안을 채워주세요, 리안…….”자신을 향해 애원하듯 엉덩이를 당겨오는 아그네샤의 집요하고 질척한 유혹에 사정 후 조금 가라앉았던 바실리안의 음경이 그녀의 뜨거운 내부 안에서 다시금 묵직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바실리안은 음경을 천천히 빼냈다. 찌걱거리는 마찰음과 함께 단단히 채워져 있던 감촉이 사라지자, 아그네샤는 허전함에 작게 신음을 뱉으며 아쉬운 듯 엉덩이를 뒤로 들썩였다.“하아, 샤샤, 엎드려 봐.”그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그네샤는 붉어진 얼굴로 바들바들 떨며 그 말에 따라 움직이려 했으나, 이미 기력이 다한 다리는 힘없이 풀려 제대로 자세를
108.숨을 들이켜는 아그네샤의 엉덩이 아래에 베개를 받쳐 살짝 높여준 그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묻었다.“아읏…! 리, 리안, 거기는… 하아앙!”민감하고 여린 부위 위로 바실리안의 뜨거운 숨결이 닿자마자 아그네샤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바실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살짝 부풀어 오른 클리토리스를 매끄러운 혀끝으로 부드럽게 감싸 단숨에 핥아 올렸다.“히익…! 앗, 아응! 잠, 잠시만요……!”혀끝으로 집요하게 클리토리스를 굴리고 자극할 때마다 신음이 아그네샤의 입술 틈으로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참아왔던 감각이 단숨에 폭발하듯 밀려들어 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젖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발가락을 오므렸다.그와 동시에 바실리안의 긴 손가락 마디가 애액으로 미끄럽게 젖어 든 질구 주변을 둥글게 원을 그리며 쓸어내렸다. 혀끝으로 클리토리스를 미세하게 튕겨내듯 자극하는 동시에 길쭉한 손가락 하나를 질척하게 열린 입구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아아아앙…! 앗, 리안……!”“하아… 샤샤, 안이 벌써 이렇게 날 집어삼키려고 질척거리는데…….”바실리안은 손가락 마디를 천천히 안팎으로 들이밀고 빼내며 좁은 내벽을 둥글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입술과 혀는 쉬지 않고 민감한 지점을 질척하게 핥아대고 있었고 아래에서는 손가락이 두 개로 늘어나 안쪽 깊숙한 내벽의 굴곡을 다정하게 눌러주었다.&n
107.그의 핏빛 어린 눈동자에는 애타는 진심과 미안함이 가득 넘쳐흐르고 있었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내 사랑, 그대의 몸이 망가졌다니, 내가 그대를 원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한 거야.”“하지만… 리안, 한 달이 넘도록 절 품으려 하지 않으셨잖아요. 뽀뽀만 해주고… 밤마다 저를 안아만 주고…….”아그네샤의 눈가에 순식간에 눈물이 핑 돌았다. 참고 있던 속마음이 터져 나오자, 그동안 모아두었던 서러움이 눈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흘렀다.“저는… 아이를 지키지 못해서 제가 미워진 건지, 아니면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려서 저를 여자로 안 보시는 건지… 마력 폭주도 사라졌으니, 이제는 제가 필요 없는 건지 매일 밤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세요?”“아니야, 샤샤, 절대 아니야!”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뺨을 가득 적시는 눈물을 부드럽게 입술로 훔쳐내며 짓눌린 목소리로 울부짖듯 소리쳤다.“그대가 너무 고통스러워했잖아. 마음도, 몸도 소모될 대로 소모되었는데 내가 욕심을 부렸다가 그대에게 무리가 갈까 봐… 미칠 것 같은 걸 매일 밤 죽을힘을 다해 참았던 것뿐이야.”바실리안은 그녀의 손을 가져가 자신의 가슴팍 위에 얹었다. 옷가지 너머로 아그네샤를 향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그 뜨거운 심장 소리가 손끝으로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내 안에서 그대를 향한 욕망이 단 한 순간이라도
106.토닥토닥. 고요한 욕실 안, 일정한 박자로 등을 다독이는 그의 따스한 체온과 손길이 닿자, 아그네샤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멍했던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고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물꼬를 터트리듯 터져 나왔다.“흐윽… 리, 리안…….”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가슴팍으로 고개를 묻으며 그의 품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숨이 넘어가라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젖은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제가… 바보같이 임신한 줄도 모르고… 미안해요, 리안… 미안해요…….”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미안함에 아그네샤는 아이처럼 소리 내어 오열했다. 그녀의 처절한 울음소리에 참고 있던 바실리안의 눈가 역시 붉게 물들어 갔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는 아그네샤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칼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아니야, 샤샤… 그대의 잘못이 아니야. 절대 그대 탓이 아니야.”바실리안은 짓눌린 목소리로 다정하게 소리쳐 부르며, 떨리는 그녀의 눈가와 뺨에 떨어진 눈물을 혀와 입술로 부드럽게 닦아내 주었다.오열 끝에 결국 지쳐 잠들어 버린 아그네샤를 품에 안은 바실리안은 부드러운 타월로 그녀의 몸에 남은 물기를 조심스레 닦아냈다.깨어질세라 살포시 가운을 걸쳐준 뒤, 그녀를 품에 안고 침실로 돌아와 단단히 끌어안은 채 밤을 지새웠다. 가슴팍에 파묻힌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바실리안은 밤새 그녀의 정수리에 긴 입맞춤을 내
105.바실리안은 바닥에 엎드려 떨고 있는 의사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침대로 다가가 아그네샤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 들었다. 핏기 하나 없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제 가슴팍에 파묻은 그는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그녀를 넘겨주었다.“작은 마님을 모시고 즉시 공작저로 돌아가라. 메리에게 아그네샤의 옷을 갈아입히라 전하고 주치의들 전부 대기 시켜 놓도록.”“존명!”기사가 아그네샤를 조심스레 받아 안고 서둘러 저택을 벗어나자, 바실리안은 천천히 돌아서서 결박당한 채 땅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1 황자에게로 걸음을 옮겼다.묵직한 구두 소리가 복도를 지나 마당의 정적을 깨트렸다. 바실리안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이 마비된 핏빛 광기로 차갑게 뒤틀려 있었다. 서늘한 쇳소리와 함께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차가운 날 끝이 1 황자의 목덜미를 겨누었다.“바, 바실리안! 내, 내가 잘못했다! 날 살려다오! 황족을 해하는 것은 반역이다, 제발……!”1 황자는 바실리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비현실적인 살기에 오줌을 지리며 사정없이 발악했다. 머리를 바닥에 짓찧으며 비참하게 목숨을 구걸했으나, 바실리안의 눈빛에는 단 한 치의 동요도 없었다.“귀족을 무단으로 납치하고, 아셰라드 가문의 정통 후계자를 살해한 죄.”낮게 깔린 바실리안의 음성은 서리처럼 차갑고 서슬 퍼렜다.“황족이라 해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즉결 처분합니다.”“아, 안 돼! 살려—!
104.바실리안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오르는 본능적인 불안함까지 완전히 누를 수는 없었다.게다가 1 황자는 아그네샤를 순순히 감옥에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기만을 품은 채, 아그네샤를 강제로 끌어내어 화려하지만, 기괴한 옷으로 갈아입게 하거나 식탁에 앉혀 억지로 음식을 씹어 삼키게 했다.1 황자의 비틀린 오만함과 압박을 견뎌내는 매 순간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려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처음에는 신경성 복통이려니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통증은 날이 갈수록 자궁을 조여오듯 집요해졌다.그렇게 끔찍한 이틀이 흘렀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에서, 또다시 식당으로 끌려가던 아그네샤는 뱃속을 칼로 비트는 듯한 강렬한 통증에 결국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아아윽……!”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은 아그네샤가 배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입고 있던 드레스 자락 위로 붉고 진득한 피가 시커멓게 번져나갔다.선명한 하혈에 당황한 1 황자는 서둘러 은신처에 상주시키던 의사를 불러왔다. 침상에 누워 거친 숨을 헐떡이던 아그네샤는 진맥을 마친 의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1 황자에게 올리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유, 유산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아기 집이…….”유산. 그 한마디가 아그네샤의 뇌리를 망치로 내려치듯 강타했다. 피임